달콤한 인생

백승권200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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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와 주먹이 난무하는 여기와는 또다른 세계에서 달콤함을 운운하는건 어   쩌면 당장이라도 죽을 수 있는 각오가 아닌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다.   그의 웃음은 그런 것이었을까.     그가 그녀를 바라보고 동공이 멈칫 했을 때   완벽하리만큼 굳건히 유지하던 냉정함이 흔들렸을 때   케익을 입가에 묻히지 않고 단번에 음미하는 날카로움이 갈피를 못잡을 때   명령이라면 살인도 기꺼이 응할만큼의 충직함이 빛을 바랄 때   모든 것이 모든 주위의 안전했던 상황들이   단번에 뒤집힐만큼 돌이킬 수 없음을 각오했던 것일까     그래도 후회보다는 각오를 했던 것일까.   미소를 지었을 때 그는 이미 자신의 운명을 예상했던 것일까   그렇게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또 수없이 앗아갈만큼   그만큼이나 대단했던 것일까     어둠 속에서 수없이 걷어차이고,   흙더미 속에서 짐승처럼 울부짖고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한쪽 손을 잃고,   구멍 뚫린 허파에서 피가 뿜어나와도   그는 정말 알고 있었던 걸까.     그가 그때 웃지 않았더라면   그는 아프지도 슬프지도 않았을 것을.   스스로를 안위하는 듯한 무엇에 홀려버림을 받아들이는 듯한   그저 녹아버리는 듯한. 그 표정을 떨쳐버렸다면   그는 총을 들지도 피바다를 건너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한순간.   순간의달콤함에 넋을 잃고 인생을 뒤바꿔버린 사내가 있었다.   그는 완벽했으며 냉정했고 날카로웠지만 깨지지 않을만큼 충분히 강했다.     그녀는 팜므파탈도 아니고 지고지순한 순진녀도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그녀였고 그러기에 그를 흔들기에 충분했나보다   그 아무것도 아닌 평범함이 그를, 그 스스로의 완전함에 자족하며 살아가던 그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모든 것을 걸만큼, 그리고 아얘 털끝만큼의 돌이킴도 용납하지 않을만큼      자신의 죽임을 모두의 죽음으로 앙갚기 위해 그는 죽을 수 없었다.   이해할 수 없었던 배신의 무리에, 그 우두머리에게 그는 피와 폭력을 뒤집어 쓴 채   투박스러워 보이는 러시아제 분노를 난사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누구에 대한, 누구를 향한 댓가인가?   미소 지었을 때 그는 이미 이전의 자신을 죽였다.   그래서 더 무모했고 그래서 더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었다.     달콤함.   그는 순간에 인생을 걸었다. 지독스러울 정도의 쓰디쓴 핏물을 감내할만큼   그가 맛 본 달콤함은 정말 황홀했나보다. 그랬나보다.   정말 피보다 진한 그런 맛이었나보다.     상황이 종료되고 그의 표정이 떠오르질 않는다.   떠오르지만 그려지지 않는다.   그려지지만 설명할 수 없다.   설명할 수 있지만 도저히 적어내려 갈 수 가 없다.     그가 느낀 달콤함의 끝맛은 그런게 아니었을까.   도저히 도저히 나조차 알 수 없는 그런       달콤한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