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 뱃속의 태아령> 나는 귀신을 본다. 하지만 아무 때나 내 눈에 귀신의 모습이 보이는 건 아니다. 령(靈)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부적을 지니고 주문을 외워야 볼 수 있다. 혹자는 내게 “귀신이 잘 보이나요?” 라고 묻는다. 물론 잘 보인다는 뜻은 정확하게를 의미하는 것이다. 내가 귀신을 볼 때 귀신의 형상이 또렷하게 보이진 않는다. 마치 안개 낀 새벽에 사물을 보는 것 같다고 하면 이해가될런지 모르겠다. 내가 본 령 중에 가장 다루기 어려운 령이 있다면 그건 바로 태아령이다. 그 중에서도 낙태아의 령은 형체도 없고 대화도 나눌 수가 없다. 단지 령의 기운만이 감지 될 뿐이다. 내가 감응을 시도하려 해도 도무지 통하질 않으니, 이처럼 난감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 그동안의 글에서는 성공한 사례만을 이야기 했으나, 이제 하려고 하는 얘기는 실패한 사례를 글로 엮은 것이다. - 2004년 가을 00산부인과 - “ 선생님 산모는 괜찮은 가요? ” -“ 지금으로 봐서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 “ 벌써 세 번째 유산인데 도대체 이유가 뭡니까? ” -“ 글쎄요...... 특별히 산모의 몸에 이상이 있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자궁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구요......." 명철은 막 수술을 끝내고 나오는 의사를 붙잡고 얘기를 나눴다. 벌써 세 번째 유산이 된 상태라 명철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했다. 계속되는 유산의 원인조차 모른다는 말에 더더욱 어찌할 바를 몰랐다. “ 여보 미안해요... 흑........ ” -“ 괜찮아! 당신이 미안할 게 뭐있어. 아직 우리가 아이를 갖게 될 운이 아닌가보지 뭐~ 울지 마요!....... 운다고 없어진 애기가 다시 생기는 건 아니잖아." “ 그래도 이번엔 잘 자라는가 싶더니.......” -“ 글쎄 울지 말라니깐 그러네! 아~ 애기야 또 들어서겠지......” 명철은 계속 울기만 하는 희숙을 달래려 애썼다. 두 사람은 결혼 5년차 부부다. 그런데도 아직 둘 사이에 아이가 없어 고민이었다. 어렵게 아이가 들어서긴 하는데 얼마 못가 유산이 되어버리곤 하는 것이다. 두 사람은 또 한번 다음을 기약하며 허전한 마음을 달래야만 했다. - 며칠 후 - “ 법사님 오늘 오후 3시에 예약 있어요.” 막 사무실로 들어서는 나에게 민수가 인사말을 대신하여 예약이 있음을 알려줬다. -“ 3시라구 ?” “ 네! 그러니까 이따가 수원에 출장상담 끝나시면 서둘러 오셔야 할 거에요.” -“ 글쎄! 시간 맞추기 힘들겠는데...... 여기 처음 오시는 분인가? ” “ 윤 여사님 소개로 오시는 거래요~ ” -“ 알았어! 최대한 빨리 오도록 노력 해 볼게! ” 나는 출장 상담 스케줄을 곰곰히 따져 보았다. 간신히 3시까지 올 수는 있을 것 같았다. “ 휴~~ 딱 3시네! 아직 안 오셨나? ” -“ 글쎄요 3시까지 온다고 그랬는데....” 나는 3시 안에 사무실에 도착하느라 정신없이 달려 왔으나 아직 손님이 오시기 전이었다. “ 어서오세요~” 현관 쪽에 서있던 민수가 인사를 하는 소리다. 그건 예약 손님이 도착을 했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 제가 조금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 아니요! 괜찮습니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나는 손님을 자리로 안내했다. 손님은 내가 하는 질문에 성의껏 답을 해줬다. “ 성함이......” -“ 네. 최 희숙 이에요! ” “ 실례지만 나이는.....” -“ 서른둘이요.” “ 무슨 일로 퇴마상담을 하러 오셨나요? ” -“ 그걸 제가 먼저 말씀 드려야 하나요?.......” “ 하하하....... 그럼 혹시 손님께서는 점을 보러 오신 건가요? ” -“ 예!....... 하도 용하다고 해서........” 희숙은 우리 사무실을 점집으로 알고 찾아온듯했다. 나는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을 했고, 희숙은 그제야 알겠다는 눈치였다. 그리고는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 자~ 그럼 우선 손님의 몸에 귀신이 있는지부터 확인을 해야겠네요.” -“ 그러면 제가 뭘 어떻게 해야죠? ” “ 이쪽으로 오셔서 누워보세요.” -“ 누우라고요?........ ” 희숙은 누우라는 말에 정색을 했다. “ 하하하..... 그냥 누워만 계시면 됩니다.” -“ 아~ 예! 저는 또 산부인과처럼 진찰을 하는 건가 해서........” 나는 희숙의 말에 웃음으로 답했다. 잠시 후 나는 희숙의 진단을 마치고 다시 상담 테이블로 나왔다. “ 아이가 유산되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 그래요? ” 이유를 알았다는 말에 희숙은 내 앞으로 가까이 다가와 앉았다. “ 태아령 입니다! 손님 뱃속에 죽은 낙태아의 령이 자리를 잡고 있군요.” -“ 태아령이라고요!.......... 그게 뭐죠? ” “ 혹시 예전에 낙태를 하신 적이 있지 않으신가요? ” -“ 아니요! 전 전혀 그런 적 없는데요.” 낙태를 한 적이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 희숙은 펄쩍 뛰며 부정했다. 나는 극구 부정하는 희숙에게 더 이상 얘기를 한다는 것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대화를 마무리 하려했다. “ 이상하네요....... 물론 다른 사람의 아이가 손님의 뱃 속으로 들어 올 수도 있긴 합니다만....... 하지만 만약 다른 사람의 아이라면 이렇게 오랫동안 손님의 뱃속에 머무르진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태아령이 손님의 뱃속에 들어간지 꽤 오래된 것 같습니다만...... 어쨌든 아니라고 하시니 그만 하겠습니다. “ 희숙은 잠시 무언가 생각을 하더니 내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 그러면 그 태아령 이라는 게 뱃속에 있으면 영영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는 건가요? “ “ 아닙니다!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고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새로 태어난 아이가 장애를 갖고 나오는 경우도 있고요. 또 다른 경우는 정상으로 태어나 잘 자라다가 큰 병을 얻는 경우도 있습니다." -“ 그렇다면 제 경우도 그렇다는 말씀이시네요.......” “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손님께서는 그런 적이 없다고 하시니까 제가 더 이상 뭐라 말씀을 드릴 수가 없네요. “ -“ 저......실은.......예전에 낙태를 한 적이 있어요.” “ 아니! 그런데 왜 아까는 아니라고.......” -“ 그게 좀 오래된 얘기라.......그러니까 지금 남편 만나기 전이에요.” “ 그러면 혹시 손님께서는 남편분이 알게 되실까봐 그랬던 건가요? ” -“ 예...... 만약 우리 남편이 알게 된다면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예요.” 나는 그때서야 희숙이 왜 내게 거짓말을 한건지 알 수 있었다. 희숙이 결혼하기 2년 전 희숙은 한 남자를 사랑했었다. 둘은 결혼을 약속했고 급기야 몸을 허락하기 시작했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희숙은 아이를 갖게 되었고 두 사람은 서둘러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렸다 그런데 그만 남자가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혼자 남겨진 희숙은 아이를 지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과거의 아픈 기억을 털어놓은 희숙에게 나는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희숙의 과거를 절대 입 밖으로 내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다. “ 그럼 이제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 -“ 아이가 남의 아이가 아닌 이상 무조건 소멸을 시킬 순 없습니다. 지금으로선 태아령을 좋은 곳으로 천도시키는 것 밖엔 달리 방도가 없어요." “ 어떻게 해야 천도가 되죠? 천도제를 올려야 하나요? ” -“ 우선 천도제가 문제가 아니고 손님 몸 안에 달라 붙어있는 태아령을 몸에서 때어 내는 게 우선 입니다. 내일이나 모래 날을 잡아서 다시 오세요." “ 그럼 내일 당장 올게요!...... 제가 뭐 다른 거 준비할건 없나요? ” -“ 예! 특별히 준비하실 건 없습니다만...... 아마도 내일 오시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으실 겁니다.” “ 아니.....왜요? ” -“ 그게...... 그러니까...... 이미 손님의 몸속을 태아령이 지배하고 있는지라 아마도 오시지 못하도록 령이 심하게 방해를 할 겁니다." “ 아뇨! 아니에요! 전 꼭 올 거예요. 꼭 와야만 한다고요!........ ” 나는 꼭 오겠다는 희숙의 말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동안 내가 겪어 본 바로는 이미 몸을 지배하고 있는 령은 절대 쉽사리 그 자리에서 물러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분명 희숙의 일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희숙이 돌아간 후 나는 한참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만약 내일 희숙이 오지 못한다 하더라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내일 사용할 부적을 준비했다. - 다음 날 - 희숙이 오기로 한 약속시간이 이미 한 시간이나 지났다. 나는 ‘역시 그렇구나’ 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여기는 환단 퇴마 연구원 입니다.” -“ 아~~예! 그렇지 않아도 지금 전화를 드리려던 참이었어요.” 의외로 희숙의 밝은 목소리에 나는 안심이 되었다. “ 그러세요? 약속시간에 좀 늦으시기에 언제쯤 오실까 하고 전화 드렸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 저 죄송한데요. 저 안 갈래요! ” “ 예! 안 오신다구요? 어제는 꼭 오시겠다고 하셨잖아요! ” -“ 글쎄 어쩌다 보니 정말 죄송하게 됐네요........ 저희 이모가 가지 말래요! ” “ 이모님께서요!...... 아니 왜요? ” -“ 우리 이모가 잘 아는 무당이 있으신데 그 무당이 다 해결 해 주신데요. 그래서 그리로 갈까 하구요....... 어쨌든 죄송하게 됐네요. 뚝!---- " “ 여보세요! 여보세요!!!......... ” -“ 뚜~~~” 전화는 이미 끊어진 뒤였다. 나는 잠시 동안 전화기를 든 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 결국 이렇게 방해를 하는군....’ 아마도 이 모든 것이 태아령의 방해일 게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어젯밤에 미리 써놓은 부적을 그냥 태워버리는 일 뿐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굉장히 허전했다. 나는 일단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우선 태아령의 방해가 아니고 정말 용한 무당이 해결을 해 주기 위해 연결이 되었으리라 그리고 분명 잘 해결 될 거라고........ 나의 침통한 표정에 갑자기 사무실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하기야 이런 일이 어디 한 두 번인가! 늘 겪는 일이면서도 오늘은 특히나 더 허전한건 왜일까?....... 물론 이 일을 하면서 늘 겪게 되는 일이다. 때로는 사기꾼으로 때로는 정신병자로 몰리기도 했고 어떤 경우는 심한 욕설과 손찌검까지 당하는 일도 있었다. 그만한 각오가 없었다면 지금껏 버텨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령(靈)의 방해로 주저앉게 될 땐 정말이지 그 심정을 뭐라 표현하기 힘들다. 내 능력의 한계를 느낄 때마다 난 한없이 무너져간다. 나는 돈을 벌기위해 이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굳이 직업을 바꿀 필요도 없었으니까 말이다. 안정된 직업을 보장 받으며 살던 내가 이 일에 뛰어들게 된 어쩔 수 없었던 내 운명이 미울 뿐이다. 다만 지금 내가 바라는 것은 혹시 내가 사기꾼일 지라도 나라는 사기꾼한테 사람들이 당하는 것일 지라도 제발 한 번만 이 사기꾼 한테 당해 달라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바라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 내게 사기를 당했다면 그 사기야 말로 곧 그 사람 스스로 도저히 헤어 나올 수 없는 어둠의 힘 안에서 유일하게 빠져 나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것이다. 얼마 뒤 우리에게 희숙을 소개한 윤 여사로부터 전화가 왔고 나는 그날 이후의 희숙에 대한 예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희숙은 그날 우리 사무실로 오지 않고 희숙의 말대로 이모님과 함께 이모님이 잘 아는 무당집으로 갔다고 한다. 그리고는 무당의 말대로 큰 굿도 했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다. 그 후로 아이가 들어섰지만 또다시 유산을 했다는 얘기도........ 나는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이 사무실을 나가기 전 내가 그렇게도 당부를 했건만! 어쨌든 희숙은 윤 여사를 통해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꼭 전해 달라고 했단다. 나는 그런 희숙을 미워할 수 없었다. 아니! 미워해서는 안 된다. 그 당시의 희숙의 행동은 희숙의 마음이 아니었을 테니까 말이다. 단지 희숙의 몸을 지배하고 있는 태아령이 희숙의 몸에서 떠나려 하지 않았을 뿐......... 지금도 간절히 아이를 기다리고 있을 희숙씨와 남편 분께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 나에게 좀 더 강한 능력이 있었더라면 령의 방해마저도 해결을 했을 텐데 말이다. 나는 퇴마사의 길로 접어들려고 하는 분들께 말하고 싶다. 절대로 퇴마사는 많이 배우고 수련을 닦는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귀신을 함부로 상대 한다는 것이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것. 그럼에도 퇴마사의 일을 시작한다면 이미 당신은 귀신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 글쓴이: 환 단 퇴 마 연 구 원 원장(퇴마사) -[원 일] 환단 카페 바로가기= http://cafe.naver.com/bkhpro.cafe
실화소설 [나는 퇴마사다!] - #10 뱃속의 태아령
<# 10 - 뱃속의 태아령>
나는 귀신을 본다.
하지만 아무 때나 내 눈에 귀신의 모습이 보이는 건 아니다.
령(靈)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부적을 지니고 주문을 외워야 볼 수 있다.
혹자는 내게 “귀신이 잘 보이나요?” 라고 묻는다.
물론 잘 보인다는 뜻은 정확하게를 의미하는 것이다.
내가 귀신을 볼 때 귀신의 형상이 또렷하게 보이진 않는다.
마치 안개 낀 새벽에 사물을 보는 것 같다고 하면 이해가될런지 모르겠다.
내가 본 령 중에 가장 다루기 어려운 령이 있다면 그건 바로 태아령이다.
그 중에서도 낙태아의 령은 형체도 없고 대화도 나눌 수가 없다.
단지 령의 기운만이 감지 될 뿐이다.
내가 감응을 시도하려 해도 도무지 통하질 않으니,
이처럼 난감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
그동안의 글에서는 성공한 사례만을 이야기 했으나,
이제 하려고 하는 얘기는 실패한 사례를 글로 엮은 것이다.
- 2004년 가을 00산부인과 -
“ 선생님 산모는 괜찮은 가요? ”
-“ 지금으로 봐서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
“ 벌써 세 번째 유산인데 도대체 이유가 뭡니까? ”
-“ 글쎄요...... 특별히 산모의 몸에 이상이 있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자궁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구요......."
명철은 막 수술을 끝내고 나오는 의사를 붙잡고 얘기를 나눴다.
벌써 세 번째 유산이 된 상태라 명철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했다.
계속되는 유산의 원인조차 모른다는 말에 더더욱 어찌할 바를 몰랐다.
“ 여보 미안해요... 흑........ ”
-“ 괜찮아! 당신이 미안할 게 뭐있어.
아직 우리가 아이를 갖게 될 운이 아닌가보지 뭐~
울지 마요!....... 운다고 없어진 애기가 다시 생기는 건 아니잖아."
“ 그래도 이번엔 잘 자라는가 싶더니.......”
-“ 글쎄 울지 말라니깐 그러네! 아~ 애기야 또 들어서겠지......”
명철은 계속 울기만 하는 희숙을 달래려 애썼다.
두 사람은 결혼 5년차 부부다.
그런데도 아직 둘 사이에 아이가 없어 고민이었다.
어렵게 아이가 들어서긴 하는데 얼마 못가 유산이 되어버리곤 하는 것이다.
두 사람은 또 한번 다음을 기약하며 허전한 마음을 달래야만 했다.
- 며칠 후 -
“ 법사님 오늘 오후 3시에 예약 있어요.”
막 사무실로 들어서는 나에게 민수가 인사말을 대신하여 예약이 있음을 알려줬다.
-“ 3시라구 ?”
“ 네! 그러니까 이따가 수원에 출장상담 끝나시면 서둘러 오셔야 할 거에요.”
-“ 글쎄! 시간 맞추기 힘들겠는데......
여기 처음 오시는 분인가? ”
“ 윤 여사님 소개로 오시는 거래요~ ”
-“ 알았어! 최대한 빨리 오도록 노력 해 볼게! ”
나는 출장 상담 스케줄을 곰곰히 따져 보았다.
간신히 3시까지 올 수는 있을 것 같았다.
“ 휴~~ 딱 3시네! 아직 안 오셨나? ”
-“ 글쎄요 3시까지 온다고 그랬는데....”
나는 3시 안에 사무실에 도착하느라 정신없이 달려 왔으나
아직 손님이 오시기 전이었다.
“ 어서오세요~”
현관 쪽에 서있던 민수가 인사를 하는 소리다.
그건 예약 손님이 도착을 했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 제가 조금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 아니요! 괜찮습니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나는 손님을 자리로 안내했다.
손님은 내가 하는 질문에 성의껏 답을 해줬다.
“ 성함이......”
-“ 네. 최 희숙 이에요! ”
“ 실례지만 나이는.....”
-“ 서른둘이요.”
“ 무슨 일로 퇴마상담을 하러 오셨나요? ”
-“ 그걸 제가 먼저 말씀 드려야 하나요?.......”
“ 하하하.......
그럼 혹시 손님께서는 점을 보러 오신 건가요? ”
-“ 예!....... 하도 용하다고 해서........”
희숙은 우리 사무실을 점집으로 알고 찾아온듯했다.
나는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을 했고,
희숙은 그제야 알겠다는 눈치였다.
그리고는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 자~ 그럼 우선 손님의 몸에 귀신이 있는지부터 확인을 해야겠네요.”
-“ 그러면 제가 뭘 어떻게 해야죠? ”
“ 이쪽으로 오셔서 누워보세요.”
-“ 누우라고요?........ ”
희숙은 누우라는 말에 정색을 했다.
“ 하하하..... 그냥 누워만 계시면 됩니다.”
-“ 아~ 예! 저는 또 산부인과처럼 진찰을 하는 건가 해서........”
나는 희숙의 말에 웃음으로 답했다.
잠시 후 나는 희숙의 진단을 마치고 다시 상담 테이블로 나왔다.
“ 아이가 유산되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 그래요? ”
이유를 알았다는 말에 희숙은 내 앞으로 가까이 다가와 앉았다.
“ 태아령 입니다!
손님 뱃속에 죽은 낙태아의 령이 자리를 잡고 있군요.”
-“ 태아령이라고요!.......... 그게 뭐죠? ”
“ 혹시 예전에 낙태를 하신 적이 있지 않으신가요? ”
-“ 아니요! 전 전혀 그런 적 없는데요.”
낙태를 한 적이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 희숙은 펄쩍 뛰며 부정했다.
나는 극구 부정하는 희숙에게 더 이상 얘기를 한다는 것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대화를 마무리 하려했다.
“ 이상하네요.......
물론 다른 사람의 아이가 손님의 뱃 속으로 들어 올 수도 있긴 합니다만.......
하지만 만약 다른 사람의 아이라면
이렇게 오랫동안 손님의 뱃속에 머무르진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태아령이 손님의 뱃속에 들어간지 꽤 오래된 것 같습니다만......
어쨌든 아니라고 하시니 그만 하겠습니다. “
희숙은 잠시 무언가 생각을 하더니 내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 그러면 그 태아령 이라는 게 뱃속에 있으면
영영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는 건가요? “
“ 아닙니다!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고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새로 태어난 아이가 장애를 갖고 나오는 경우도 있고요.
또 다른 경우는 정상으로 태어나 잘 자라다가 큰 병을 얻는 경우도 있습니다."
-“ 그렇다면 제 경우도 그렇다는 말씀이시네요.......”
“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손님께서는 그런 적이 없다고 하시니까
제가 더 이상 뭐라 말씀을 드릴 수가 없네요. “
-“ 저......실은.......예전에 낙태를 한 적이 있어요.”
“ 아니! 그런데 왜 아까는 아니라고.......”
-“ 그게 좀 오래된 얘기라.......그러니까 지금 남편 만나기 전이에요.”
“ 그러면 혹시 손님께서는 남편분이 알게 되실까봐 그랬던 건가요? ”
-“ 예...... 만약 우리 남편이 알게 된다면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예요.”
나는 그때서야 희숙이 왜 내게 거짓말을 한건지 알 수 있었다.
희숙이 결혼하기 2년 전 희숙은 한 남자를 사랑했었다.
둘은 결혼을 약속했고 급기야 몸을 허락하기 시작했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희숙은 아이를 갖게 되었고 두 사람은 서둘러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렸다 그런데 그만 남자가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혼자 남겨진
희숙은 아이를 지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과거의 아픈 기억을 털어놓은 희숙에게 나는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희숙의 과거를 절대 입 밖으로 내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다.
“ 그럼 이제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
-“ 아이가 남의 아이가 아닌 이상 무조건 소멸을 시킬 순 없습니다.
지금으로선 태아령을 좋은 곳으로 천도시키는 것 밖엔 달리 방도가 없어요."
“ 어떻게 해야 천도가 되죠?
천도제를 올려야 하나요? ”
-“ 우선 천도제가 문제가 아니고 손님 몸 안에 달라 붙어있는 태아령을
몸에서 때어 내는 게 우선 입니다.
내일이나 모래 날을 잡아서 다시 오세요."
“ 그럼 내일 당장 올게요!...... 제가 뭐 다른 거 준비할건 없나요? ”
-“ 예! 특별히 준비하실 건 없습니다만......
아마도 내일 오시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으실 겁니다.”
“ 아니.....왜요? ”
-“ 그게...... 그러니까......
이미 손님의 몸속을 태아령이 지배하고 있는지라
아마도 오시지 못하도록 령이 심하게 방해를 할 겁니다."
“ 아뇨! 아니에요!
전 꼭 올 거예요. 꼭 와야만 한다고요!........ ”
나는 꼭 오겠다는 희숙의 말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동안 내가 겪어 본 바로는 이미 몸을 지배하고 있는 령은
절대 쉽사리 그 자리에서 물러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분명 희숙의 일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희숙이 돌아간 후 나는 한참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만약 내일 희숙이 오지 못한다 하더라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내일 사용할 부적을 준비했다.
- 다음 날 -
희숙이 오기로 한 약속시간이 이미 한 시간이나 지났다.
나는 ‘역시 그렇구나’ 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여기는 환단 퇴마 연구원 입니다.”
-“ 아~~예! 그렇지 않아도 지금 전화를 드리려던 참이었어요.”
의외로 희숙의 밝은 목소리에 나는 안심이 되었다.
“ 그러세요? 약속시간에 좀 늦으시기에 언제쯤 오실까 하고 전화 드렸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 저 죄송한데요. 저 안 갈래요! ”
“ 예! 안 오신다구요?
어제는 꼭 오시겠다고 하셨잖아요! ”
-“ 글쎄 어쩌다 보니 정말 죄송하게 됐네요........
저희 이모가 가지 말래요! ”
“ 이모님께서요!......
아니 왜요? ”
-“ 우리 이모가 잘 아는 무당이 있으신데 그 무당이 다 해결 해 주신데요.
그래서 그리로 갈까 하구요.......
어쨌든 죄송하게 됐네요. 뚝!---- "
“ 여보세요! 여보세요!!!......... ”
-“ 뚜~~~”
전화는 이미 끊어진 뒤였다.
나는 잠시 동안 전화기를 든 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 결국 이렇게 방해를 하는군....’
아마도 이 모든 것이 태아령의 방해일 게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어젯밤에 미리 써놓은 부적을 그냥 태워버리는 일 뿐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굉장히 허전했다.
나는 일단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우선 태아령의 방해가 아니고
정말 용한 무당이 해결을 해 주기 위해 연결이 되었으리라
그리고 분명 잘 해결 될 거라고........
나의 침통한 표정에 갑자기 사무실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하기야 이런 일이 어디 한 두 번인가!
늘 겪는 일이면서도 오늘은 특히나 더 허전한건 왜일까?.......
물론 이 일을 하면서 늘 겪게 되는 일이다.
때로는 사기꾼으로 때로는 정신병자로 몰리기도 했고
어떤 경우는 심한 욕설과 손찌검까지 당하는 일도 있었다.
그만한 각오가 없었다면 지금껏 버텨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령(靈)의 방해로 주저앉게 될 땐 정말이지 그 심정을 뭐라 표현하기 힘들다.
내 능력의 한계를 느낄 때마다 난 한없이 무너져간다.
나는 돈을 벌기위해 이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굳이 직업을 바꿀 필요도 없었으니까 말이다.
안정된 직업을 보장 받으며 살던 내가
이 일에 뛰어들게 된 어쩔 수 없었던 내 운명이 미울 뿐이다.
다만 지금 내가 바라는 것은
혹시 내가 사기꾼일 지라도
나라는 사기꾼한테 사람들이 당하는 것일 지라도
제발 한 번만 이 사기꾼 한테 당해 달라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바라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 내게 사기를 당했다면 그 사기야 말로
곧 그 사람 스스로 도저히 헤어 나올 수 없는 어둠의 힘 안에서
유일하게 빠져 나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것이다.
얼마 뒤 우리에게 희숙을 소개한 윤 여사로부터 전화가 왔고
나는 그날 이후의 희숙에 대한 예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희숙은 그날 우리 사무실로 오지 않고
희숙의 말대로 이모님과 함께 이모님이 잘 아는 무당집으로 갔다고 한다.
그리고는 무당의 말대로 큰 굿도 했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다.
그 후로 아이가 들어섰지만 또다시 유산을 했다는 얘기도........
나는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이 사무실을 나가기 전 내가 그렇게도 당부를 했건만!
어쨌든 희숙은 윤 여사를 통해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꼭 전해 달라고 했단다.
나는 그런 희숙을 미워할 수 없었다.
아니! 미워해서는 안 된다.
그 당시의 희숙의 행동은 희숙의 마음이 아니었을 테니까 말이다.
단지 희숙의 몸을 지배하고 있는 태아령이
희숙의 몸에서 떠나려 하지 않았을 뿐.........
지금도 간절히 아이를 기다리고 있을 희숙씨와 남편 분께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
나에게 좀 더 강한 능력이 있었더라면 령의 방해마저도 해결을 했을 텐데 말이다.
나는 퇴마사의 길로 접어들려고 하는 분들께 말하고 싶다.
절대로 퇴마사는 많이 배우고 수련을 닦는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귀신을 함부로 상대 한다는 것이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것.
그럼에도 퇴마사의 일을 시작한다면
이미 당신은 귀신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
글쓴이: 환 단 퇴 마 연 구 원 원장(퇴마사) -[원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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