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t살 대 29살 (5편)

나다2005.04.08
조회760

"이렇게 입으니까 나이 들어보이냐"

"나이만 들어보이냐 이 자식아. 70년대 백구두 아저씨로 보인다"

"그럼 성공이다"

 

오늘을 위해 내가 얼마나 기다렸던가. 누나 기다려봐!

 

"도저히 이해가 안돼. 니가 뭐가 아쉬워서 그 노땅이랑 결혼을 해"

"노땅이니, 아줌마니, 그런 소리 한번만 더해. 내 손에 죽어"

"야 솔직히 아줌마지. 29살이면 노처녀야. 우리 누나 보니까 장난이 아니더라.. 애 2명 놓고, 완전히 맛이 갔어. 여자도 아니야. 눈가에 주름하면... 아무데서나 방귀를 뿡뿡 끼지 않나... 제 2의 성 아줌마라니까"

"그 누나는 달라. 아직 내 눈에는 어린  그때 그 소녀를 보여. 10년전의 그 소녀"

"돌았어"

"돌기만 했을까? 제 정신도 아니지. 맛이 갔어. 불쌍한 박 우진"

"너희들이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난 상관없어"

"그 누님도 그렇게 생각할까?"

아무리 나이 들어 보이게 노력해도 난 20살이고,,... 그 소녀는 29살이다.

 

그 어린 놈때문에 무슨 생고생이야.  생짜증이 나네... 아이 열받어.  나쁜놈... .아줌마... 아줌마... 대한 민국 아줌마를 대신해서 널 응징하겠다.  무슨 20살이 그렇게 늙었어.  나랑 같이 다녀도 모르는 사람들은 친구라고 하겠네. 히히히... 적어도 손가락질은 안 받겠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하는거야. 미쳤어.. 미쳤어... 그래 혹시 나중을 위해 혹시 모르는 일이지... 그래 모르는 일이지

 

"난 평범한 결혼을 꿈꾼다"

 

외할아버지 집에서 탈출한다고 온몸이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다.  개구멍이 언제부터 그렇게 작아진거지.. 예전에는 안그랬는데...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하던 어른들의 말씀 이제서야 알것 같다.  어쩌다가 내 인생이 이렇게 되었을까? 어린 놈때문에 내 인생 심하게 꼬이네... 싸가지 없는 어린 놈.

 

 

다음날 아침부터 바빴다.  봄 신상품 패션쇼가 얼마 남지 않았던 것이다.

 

"실장님. 오후에 모델들과 미팅있어요"

'몇시야"

"오후 2시요"
"옷하고, 모델들 프로필 좀 부탁해"

"네, 알겠습니다"

 

직장 생활 2년차. 지 채영씨.  도도하고, 일도 잘하고, 눈치도 빠르고, 감각도 있는 여자다. 내가 생각해도 괜찮은 여자라는 생각이 든다. 나 처럼... 꼭 누구와 비교가 된다.  새내기 신입사원 김선미씨.  말도 많고, 일은 하는건지 마는건지. 예쁜척만 한다.  나이 믿고 너무 귀여운척 한다. 아직도 막내니까? 다들 그냥 넘어가는 일이 많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나이 믿고 까불면 내 손에 죽어

 

"실장님 커피 드실래요"

"선미씨 커피 타임"

 

채영씨가 소리 없이 웃는다.

 

"실장님은 왜 저만 미워하세요"

"선미씨 미워한적 없어. 나이가 부러워서 질투하는거지"

 

그 말에 디자인팀 식구들이 웃었다.  여자들이라면 공감하는 농담이기 때문에... 웃고 있었다.

 

 

"채영씨 먼저 회의실에 갈테니 옷 갖고 오세요"
"네"

 

회의실에 들어가 모델들과 인사를 대충 나눴다.  다들 키도 크고, 예쁘고, 어린 친구들이다. 그에 비해 난 땅꼬마가 된 기분이 들었다. 에이 열등감 느껴...

 

"반가워요. 제 이름은 고 민희라고 합니다. 이 쇼에 책임자이면 담당자입니다. 앞으로 잘해봅시다"

 

요란한 박수 소리가 터졌다.  민망하게...눈치 빠른 것들... 요즘 애들은  눈치도 빠르고, 일도 잘해서 좋다. 그 만큼 세상에 대해 빨리 눈을 뜨고 있다는 뜻이다.

 

"이름을 한명씩 부르겠어요"

 

내 앞에 모델들의 프로필과 사진이 놓여져 있었다. 

 

"이 수열씨"

"네"

"한 가영씨"

'반갑습니다"

"김 미영씨"

"안녕하세요"

"박 우진씨"

" 또 만나네요"

 

또 만나네요.. 누구지.. 내가 아는 사람인가? 처음보는 얼굴인데... 박우진. 이름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것도 같은데... 한번 보면 기억할 인상인데... 모르겠네.

 

"아줌마"

 

아줌마라는 입 모양.  아뿔사.... 그 어린 놈이다.  충격이 크다.  정녕 가가 가가?  우째 이런 일이... 정신을 다시 집중하자.

 

" 안 가영씨"

....... 이상 10명의 모델들과 인사를 하고,  신상품 디자인과 모델들의 이미지에 맞는 옷을 찾느라 저녁이 되어서야 끝날 수 있었다.  10번도 더 옷을 입어보느라 모델들도 많이 지쳐 있었다.

 

"채영씨 괜찮아 보여"

"완벽한데요"

"너무 아부하는 것 아니야"

"그런 단어 몰라요"

"오늘 다들 수고 했어요.  내일 이 시간에 다시 오세요. 그때는 무대 순서 정하고, 옷 최종적으로  심사하고, 몸에 맞게 수선도 할겁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리허설 할거예요. 모르는 것 있거나 궁금한 점 있으시면 여기 채영씨한테 물어보세요. 그럼 내일 봅시다"

 

회의실에서 나온 나는 그제서야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었다. 최신형 머리 스타일. 세미 힙합. 이 시대를 사는 20살 같다.

 

-노처녀가 살짝 정신이 나간 것 아니야

-이모와 조카 사이 같아

-고 실장님 20살과 연애중이다. 그 동안 내숭깐거라니까?

 

모두 내 얘기만 하는 것 같아 사람 미치게 한다.

 

"고 실장님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채영씨도 수고 했어. 얼른 퇴근해"

"내일 봐요"

"그래"

 

녹초가 된 몸으로 회사 밖으로 나왔다.

 

"아줌마"

 

아 ~ 혈압이야

 

"회사에서는 고 실장님이라고 해"

"지금은 회사 아니잖아요. 공과 사는 구분할 줄 알아요"

"무슨 일이야"

"밥 먹어요"

"싫어"

"6개월 동안 우린 싫으나 좋으나 만나야해요"

"너 거짓말 잘하잖아. 만나고 있다고 또 거짓말하면 되잖아. 안 그래"

"그건 결혼할 생각이 없기때문에 거짓말한거예요. 결혼할 생각이 없는 것은 아줌마도 마찬가지잖아요. 아님 저와 결혼할 생각이 있는거예요"

"내가 미쳤어. 어린 너랑 결혼하게..."

"그럼 6개월 동안 데이트한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잖아요."

"어쩜  그렇게 생각이 없이 사니. 단순 무식하게 사는게 니 인생모드니"

"늘 복잡하게 사는게 아줌마 인생모드예요. 한 번쯤 느낌에  인생을 걸어보는 것은 어때요"

"인생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아"

"아줌마 사랑 한번 못했죠"

"사랑하고, 이게 무슨 상관이야. 사랑도 현실이야. 현실 앞에 사랑이 얼마나 버틸 것 같아.  순수한 사랑. 열정적인 사랑. 말이 좋아 사랑이지 너희들이 하는 사랑은 내일 자고 일어나면 다르고, 친구라는 이름으로 쿨하게 사귀다가 '안녕 그 동안 재미있었어' 라는 한마디로 다른 사람한테 가는 그런 일회용 사랑 아니야"

"심하게 차인 적 있어요"

"아니"

"세상이 핑크색으로 안 보여요"

"무슨 헛 소리야. 세상이 암흑으로 보인다"

"조금만 있으면 핑크색으로 보일거예요"

"내가 색맹이냐"

"하하하"

"왜 웃어"

"아줌마 오늘은 그만하고, 내일 봐요. 내일은 저랑 저녁 같이 먹어요"

"어림 없는 소리"

 

도깨비 같은 녀석이다. 도대체 정체가 뭘까? 분명히 대학생이라고 했는데... 내가 모르는 퍼즐을 맞추는 기분이다. 머리가 아프다.  나도 단순하게 샆고 싶은데... 그러기에 난 세상을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