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로 패가망신 이야기

우기가2006.08.29
조회857

서울대를 졸업하고, 모 방송국에서 전문직으로 일했던 전모(36)씨.

 

공무원 아내와 곧 돌을 맞는 아들을 둔 전도유망한 젊은이는 ‘바다이야기’로 삶이 바뀌었다.

 

그는 “하루아침에 쓰레기 취급을 받는다”고 했다. 9개월 만에 1억5000만원을 날렸다.

 

집도, 가족도, 친구도 모두 잃었다.



작년 6월 회사 동료들과 재미 삼아 ‘바다이야기’를 찾은 게 화근이었다.


처음엔 낮에 일을 하다 자투리 시간에 2~3시간씩 성인 오락실을 찾은 게 전부였다.

 

한 달 후 200만원을 땄다. 이게 그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멍에가 될 줄이야….

 

‘이거 괜찮네’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의 인생은 파멸하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두 대만 돌리던 바다이야기 기계는 세 대에서 네 대, 네 대에서 다섯 대로 늘었다.



이젠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자투리 시간에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 대부분은 성인 오락실에서 보냈다.


이렇게 한 달. 2000만원을 날렸다.

 

도박 중독자들이 미치는 순간이다. 전씨는 “사람들이 도박에 중독되는 가장 큰 이유는

 

‘다시 만회하겠다’는 무모한 자존심 때문”이라며 “끊으려고 해도 자신이 쏟아 부은 돈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찾는다’는 욕심이 계속해서 사람을 붙잡는다”고 말했다.



유유상종(類類相從).

 

전씨는 ‘바다이야기’를 드나들면서 알게 된 사람들과 함께 도박에 더욱 깊이 빠져들었다.

 

그는 “매일 앉아 있다 보면 성인 오락실 안에서 ‘형, 동생’ 하는 사람들이 생긴다”며

 

“자체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해

 

‘어디가 잘 터진다’, ‘어떤 도박이 어떻더라’ 등의 정보 교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바다이야기’에서 만난 사람들과 성인 PC방, 하우스까지 드나들게 되면서 빚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더 크고, 더 자극적인 도박판을 찾게 되면서 월급은 물론 적금까지 도박판에 쏟아 부었다.


급기야 작년 11월 부인 몰래 1억2000만원의 전셋돈까지 빼서 월세로 돌렸다.

 

‘큰돈이 있으면 더 크게 한몫 벌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몇 달만 정신차려서 도박을 하면 원래 가진 데에 몇 배를 덧붙여 나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몇 백만원은 솔직히 지금도 돈같이 안 보인다”고 털어놨다.


전씨는 있는 돈을 다 날리고 올해 2월부터는 사채까지 끌어다 썼다.

 

그는 “사채는 이자에 제한이 없어, 빌릴 때는 쉽지만 하루하루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탄식했다.

 

“사채업자들의 독촉 전화로 결국 6월에는 직장에서도 이 사실을 알게 돼

 

결국 동료들의 시선을 견디지 못해 그만두게 됐죠.”


이제 그의 주위에 남은 사람은 없다. 아는 사람이면 무조건 ‘급하다’며 몇 백만원씩 빌려다 썼다.


아내와는 지난 3월부터 별거 중이다. 현재 이혼 소송 중이지만, 남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내를 잡고 있다.


“아버지도 얼마 전 이 사실을 알고 쓰러졌다. 이젠 나에겐 가족도 없다”고 힘겹게 말을 이어가며 중간 중간 ‘죽고 싶다’는 말을 뱉던 그는 목이 메었다. “얼마 후면 아이 돌인데 그 자리에 나타날 수도 없다는 게 제일 가슴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