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리면 안 되겠죠? 그죠?

브뤼셀200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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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반 정도 사귄 남친이 있어요..

서로 양가 부모님께도 다 인사시켰고, 내년쯤 결혼하려고 암묵적으로 약속되어 있는 상태..

제가 성질이 좀 있어서 만난 지 두달 쯤 된 뒤부터 크고 작은 싸움이 줄곧 있었어요..

남친은 뭐랄까...

좀 곰같은 성격이예요...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죠..

어떤 말, 어떤 행동을 해야 여자가 좋아할 지.. 그런 건 전혀 생각 못하고 사는 남자죠..

직장 때문에 떨어져 지낸지 7개월 넘었는데, 거의 한 달에 한~두 번밖에 못 봤어요.. 7개월 간..

오랫동안 못 봐도 전화통화하면서 막 애틋해한다거나 보고싶어한다거나 그런 내색 전혀 없는 남자죠..

무덤덤하게 밥 먹었느냐.. 바쁘다.. 이제 들어가봐야 한다..

뭐 그런 식의 통화밖에 안 되는...

처음엔 그런 것 때문에 많이 싸웠는데, 이젠 제가 어느 정도 포기를 했죠..

처음 1년은 심각하게 싸우고 홧김에 제가 헤어지자 하고 나면 지가 먼저 연락을 하거나 메신저를 통해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못 놔주겠다고 싹싹 빌더군요..

근데 남녀 관계라는 게 그렇죠..

처음엔 남자가 매달리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여자가 매달리게 되잖아요..

제가 그랬어요..

언제부턴가 싸우고 나도 그 녀석은 답답한 거 하나도 없는 것 같고..

홧김에 제가 헤어지자 해 놓고, 그 녀석 전화나 사과 기다리다 못 참아 제가 먼저 싹싹 빌고 그랬어요..

근데 몇 번 그러다보니 이 녀석... 제가 좀 우습게 보이나 보네요..

그 뒤론 싸워도 지가 먼저 연락하거나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법이 없네요..

싸우는 중에 제가 섭섭함에 눈물이라도 흘리면 막 짜증을 내요..

우는 거 딱 듣기 싫다나요..

여자가 울 땐.. 궁지에 몰리거나.. 남자가 다독여줬음 하는 그런 마음일 때잖아요..

근데 그럴 때 더 매몰차게 대하면 울음을 그치기는커녕 더 울게 되죠..

그럼 이 녀석...전화를 아예 꺼 놓아 버린답니다..

미치죠..

이런 일이 몇 번 있고 보니.. 제 가슴에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생겼고.. 자꾸 사랑을 확인하려는

못된 버릇이 생겼어요...

저번 주에 2주만에 만난 그가.. 너무 피곤하다며 데이트 내내 차 안에서 졸고(내려오면 그가 피곤할까봐 제가 운전을 해요) 뭘 해도 시큰둥하고...

원래도 무뚝뚝하지만 2주만에 만났는데 너무하다 싶고 속이 상했죠..

그래서 좀 바가지를 긁었어요.. 그러다 싸우게 됐고요..

제가 울면서 정말 날 좋아하기는 하냐.. 보고 싶기는 했던 거냐.. 울먹이니까

그런 것 좀 물어보지 말라네요.. 징징거리는 거 보기싫다고요...

자기 마른 것 안 보이냐고.. 안 그래도 회사 일 때문에 살이 쪽쪽 빠지는데 그런 식으로 스트레스 자꾸 줄거냐고...

급기야는 니 인생 니가 살고, 내 인생 내가 살고 좀 쿨해지자네요..

신경 좀 제발 끊어달라고... 가끔씩은 제가 귀찮다네요..

제가 '어떻게 사랑하면서 각자 인생을 살자고 하냐.. 사랑하면 한 곳을 함께 바라보는 것 아니냐..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하고 어떻게 결혼하냐' 그랬더니

결혼 안 하면 되지 않냐고 반문하네요..

너무 서러워서 펑펑 울었는데 귀찮다는 식으로 등 돌리고 짜증을 냈어요..

이 남자... 다정하고 세심하진 않지만.. 그래도 저 좋아한다는 생각을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은 없었어요..

이번에도 내려와서 자기가 회사에서 받은 10만원 짜리 상품권이랑 도서상품권이랑 영화보고 옷 사입을 때 쓰라면서 주던데...

좋아하니까 그런 선물 주는거겠죠? 자기 말론 자긴 쓸데도 없다면서 주긴 했지만..

마음 떠난 여자에게 십 만원짜리 상품권 주진 않겠죠?

암튼 주말 내내 티격태격 싸우다가 그가 다시 서울로 올라갔고..

저는 혼자 남겨졌어요..

처음엔 슬프다가.. 조금 지나니 그가 원망스럽다가.. 마구 미워지다가..

제가 아픈만큼 당해보라는 복수심이 불같이 일어나더라고요..

그래서 전화를 걸어 또 쪼아댔죠..

그리곤 마지막 협박이라는 심정으로 문자를 날렸죠..

'정말 너한테 지쳤다.. 헤어지는 거 심각하게 생각해 보겠다고요..'

'알았다.. 자기도 생각해보겠다. 당분간 연락하지 말자.'고 답이 오더군요..

예전 같았으면 하루도 못 참고 제가 먼저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하고 매달리고 했을텐데..

이번엔 그러기 싫더군요..

물론 여전히 제 맘 속에선 헤어지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그가 예전의 착한 애인으로 돌아와주었으면 하는 마음 뿐이죠...

하지만...자꾸 매달려서 습관되게 하면 안 될 것 같네요..

갈수록 제 꼴만 우스워질 것 같구요...

그래서 사흘 째 전화 안 하고 있어요..

그 놈... 역시 매정하긴 하네요.. 전화 한 통도 없어요...

서로 자존심 싸움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절대 먼저 연락 안 하려고요 이번에는...

돌아오겠죠?

확신컨대.. 그 녀석 직장이 대기업이라 원체 바쁘고

딴 여자 만날 시간도 없구요...

물론 너무 바쁘다보니 아예 내 생각을 안 할 수도 있겠지만..

언젠간 제 소식이 궁금해서 먼저 연락하겠죠?

이대로 끝나는 건 아니겠죠?

설사 이대로 몇 달 간 연락이 끊기더라도

이번에 확실히 기선 제압 할래요...

여기 다른 분들 글 읽어봐도.. 매달려서 잡았다는 분들은 대부분

남자의 예전같지 않은 태도에 더 슬퍼하고 계시더군요..

오히려 쿨하게 놔 줘버리고 제 생활, 제 일 열심히 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인 거 같아요..

그치만.. 마음은 그렇게 먹었지만..

불쑥불쑥 솟구치는 서러움과 그리움과 슬픔은 정말 절 힘들게 하네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전화기를 들여다보고..

혼자 화를 내다.. 센치해지다..

이게 무슨 짓인지...

남자 확실히 불안하게 만드는 묘방 알고 계신 여우님들 계시면

제게 비법 좀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