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소설 [나는 퇴마사다!] - #15 시 련 (1부)

원 일2005.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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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련 (1부) >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에 모습이 한가롭게 보인다.

역시 시내를 빠져나와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마음속에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버스 정류장 구멍가게 앞에 누렁이 한 마리가 길게 누워 잠을 자고 있는 것도.

나이 드신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도로 갓길을 한적하게 걸어가시는 모습도.

모두 다 내게 잠깐의 여유를 알게 해주는 모습들이다.


어느덧 암자 입구에 다다랐다.

며칠을 벼르다 오게 된 암자에는 여기저기 피어난 꽃들로 아름다웠다.

암자까지 오르는 길은 조금은 험하지만 걸어 올라가기에 그리 가파르진 않았다.

산길 양쪽으로 우거진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켜 본다.


  ‘ 후 훗 ...  내가 이곳을 내발로 찾아오다니 정말 웃긴다.

   그것도 웃으면서 말이야!  오늘따라 경치가 참 아름답군......’


나는 이곳에 세 번째 오는 길이었지만, 오늘은 조금 특별했다.

우선 내 양 팔에는 선물이 들려져 있었고 내 얼굴은 미소로 가득했다.

그리고 지난번 왔을 때와는 달리, 암자 오르는 길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 어르신~~ 저 왔습니다.”

 -“ ...............”

 “ 어르신~~......   아무도 안계십니까? ”

나의 목소리가 컸음에도 안에서는 아무런 인기척이 들리질 않았다.


  ‘ 휴~ 이걸 어쩐다... ’

나는 일단 별채 마루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노인을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시계를 보니 아직 11시도 되지 않았다.

  ‘ 애라~ 모르겠다!’

나는 뒤로 벌렁 누워버렸다.

나무로 된 마룻바닥 냄새가 참 좋았다.

순간 나는 내가 한번도 들여다보지 못한 암자의 안채가 궁금해 졌다.

그 동안 두 번을 왔음에도 별채에서만 얘기를 나눴기에

본채는 한번도 구경을 하지 못했었다.


조심스럽게 안채의 방문을 열었다.

방문을 열자 방 안쪽으로 큰 불상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안으로 들어섰다.

방안에 들어가자 향을 피웠던 냄새와

약간의 나무냄새가 섞여 독특한 냄새가 났다.

노인이 자신은 스님이 아니라고 하셨던 말이 생각났다.

하지만 생활하시는 모습으로 봐서는 스님이 분명했다.

물론 머리를 깎고 승복을 입고 계시지는 않아도 말이다.


 “ 누구시오! ”

 -“ 어이쿠 깜짝이야!”

나는 갑자기 방문을 열고 들어서는 노인을 보고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 허 허...  아니 주인 몰래 맛있는 꿀이라도 훔쳐 드셨소?

   왜 그리 놀라시는 게요.”

 -“ 어 휴~~ 어르신!  갑자기 들어오시니까 놀라서 그랬죠!”

 “ 아니!  내가 내 집에 들어서기를.... 나 원 참! ”

 -“ 어쨌든 안녕하셨죠? ”

 “ 다 늙은 놈이 안녕하고 못하고가 어디 있겠소.

   그저 밥술이나 뜨고 살면 되는 게지! “


노인은 여전히 퉁명스럽다.

나는 허락도 없이 안채에 들어온 나 때문에

화가 나신건가 싶어 내심 죄송스러웠다.


 “ 어르신! 저....  

   허락도 없이 안채를 구경해서 죄송합니다.

   아무도 안계시기에 그냥...“

 -“ 괜찮아요. 집을 지키는 이가 없으니 당연히 객이 주인인 것을...”

 “ 그런데 어디... 다녀오시는 길이세요?”

 -“ 하 하 하... 우리 프로양반 올 것 같아서

     밥이라도 한 끼 대접할까 하고 산에 올라가 나물 좀 뜯어왔지.”

 “ 아니!...  제가 연락도 안 드리고 왔는데, 제가 오는 걸 어떻게 아셨어요?”

 -“ 산속에 오래도록 살다보면 그 정도 도는 얻는다오. 하 하 하...”


나는 노인이 참으로 놀라웠다.

맨 처음 노인을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여러 번 노인의 신비함에 놀랐었다.

정말 도를 얻은 노인이 아닐까 생각 되었다.


노인은 밖으로 나가 젊은 청년에게 무언가를 시키는 것 같았다.

청년은 내가 이곳에 올 때마다 보게 되는 사람이었다.

나는 청년에 대하여 물어 볼 요량으로 따라 나섰다.


 “ 어르신 저 청년은 누굽니까?”

 -“ 내 유일한 가족일세.

     저놈이 이곳에 온지도 벌써 10년이 되어가는군...

 “ 10년이요?  혹시 아드님........”

 -“ 허 허 허 아들이라..... 그렇지! 내 아들 같은 놈이야.

    아주 사연이 많은 놈이지.

    내가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내가 죽고 나면 저놈이 이 암자의 주인이 되겠지... “


노인은 청년에 대해 자세한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잠시 후 청년은 밥상을 내왔다.

 “ 자! 어서 드시게.  산 속 생활이라 변변히 차린 것이 없네.”

 _“ 아닙니다. 이정도면 진수성찬입니다. 잘 먹겠습니다.”


우리는 함께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는 동안, 나도 노인도 그리고 청년도 아무 말이 없었다.

식사가 끝나자 나는 노인께 이것저것 궁금한 내용들을 묻기 시작했다.


 “ 어르신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합니까?”

 -“ 무엇을 말이오!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 것이 무얼 말하는 것인지...”

 “ 우선 제가 앞으로 살아가며 주의해야 할 것들과

   제게 도움을 주실 말씀이 있으시면 부탁드리겠습니다.”

 _“ 흠... 도움이라...”


노인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나는 노인에게서 눈을 때지 못하고 유심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 앞으로 고생이 많을 것이오.”

 -“ 예. 고생은 각오하고 있습니다.”

 “ 우선 금전적으로 힘들어 질 것이고 그 다음은 육체적으로 힘들어 질 것이오.”

 -“ 육체적이라면... 제가 이미 느낀 바가 조금 있습니다만...”

나는 순간, 며칠 전 내가 느꼈던 것들이 생각났다.


 “ 모든 일을 할 때마다 당신의 몸이 조금씩 쇠하여 간다는 것을 명심하시오.”

 -“ 아~ 그랬군요. 어쩐지 부적을 쓸 때마다 몸이... ”

부적을 쓰고 난 후에 급격히 몸이 쇠하여지는 것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 그리고 제일로 중요한 것은 물욕(物慾)이요.

   돈과 명예에 대한 욕심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실로 큰 화를 입게 될 것이야!”

 -“ 어르신!  그렇다면 단돈 백 원도 받지 말고,  그냥 일을 해야 한다는 겁니까?”

 “ 허 허 허... 그건 아닐세.

   하지만 돈에 욕심을 부리게 되면 절대로 안 된다는 얘기야.

   여유 있는 이들에겐 후하게 받아도 될 것이고,

   없는 이들에겐 그냥 베풀라는 말일세!

   그렇게 널리 중생들을 돌보며 살면 되는 것이지.”

 

 -“ 그리고 뭐 또 다른 건 없습니까?”

 “ 내가 더 이상 무었을 알겠는가? 

   나야 자네한테 비하면 그저 얼치기 도인에 불과한 것을... ”


나는 또다시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돈도 안 되고 명예도 안 된다면...

그럼 가만히 앉아서 굶어 죽으라는 것이 아닌가?


 “ 어르신!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게 제가 하는 일을 알려야 하질 않겠습니까?

   그래야 사람들이 저를 찾아올 것이고,

   저도 일을 해야  제 식구들 밥이라도 벌어 먹일 수가 있죠!”

 -“ 모든 것이 다 부처님의 뜻이니 당연 식구들 밥이야 먹고 살수 있지 않겠소....”


 “ 만약에 제가 먹고 사는 것 보다 더 많은 돈을 벌게 된다면 그 땐 어쩌죠?”

 -“ 그렇다면야 그 돈은 좋은 일에 쓰도록 하시게.......

     그럴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복 받을 일이 또 어디에 있겠나. 안 그런가?”


나는 결국 오늘도 큰 소득 없이 산을 내려와야 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노인의 말은 들을수록 오묘하다.

이렇다는 얘긴지 저렇다는 얘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어쨌든 결론은 이랬다.

나는 앞으로 지지리도 가난하게 살게 될 거라는 것!



 - 사무실 -


벌써 한달 가까이 난 사무실을 지키고 앉아있다.

사무실 밖 어디에도 나를 알리는 간판은 없다.

물론 그 흔한 광고도 한 번 내어보지 못했다.

내가 알고 지내던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내가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 이건 은둔 생활이야! ’

그랬다 나는 죄짓고 숨어사는 사람처럼 그렇게 있을 뿐이었다.

집에 출퇴근할 때 말고는 사무실 밖으로 나올 일도 없었다.

사무실 주변을 돌아다니는 일이라야

고작 먹을거리를 사러 가게에 가는 일이 전부였다.

사무실을 얻은 후 나와 가까운 몇 명만이, 나를 찾아 이곳을 다녀간 게 전부다.

정말 막막하기만 했다.


 “ 여보세요~ 사부?  나야 나! 김 사장.”

 -“ 예~~ 마침 전화 잘하셨어요. 그렇잖아도 전화 드리려던 참인데...”

한참을 심심했던 차에 김 사장의 전화를 받으니 너무나 반가웠다.


 “ 어째 손님은 좀 있어? ”

 -“ 손님이 있을 리가 있나요... ”

 “ 큰일이네. 좋은 방법이 없을까? 왜 홍보도 좀 하고 말이야.”

 -“ 글쎄요... 홍보라...”

김 사장은 내가 이곳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이 영 안쓰러운 모양이다.


 “ 내가 잘 아는 후배가 잡지사를 하는데 그 곳에 광고라도 하는 건 어때?”

 -“ 잡지요? ”

 “ 아니면 신문이나 방송 쪽으로도 후배들이 있으니까 말이야...

   말만하라고 내가 도와줄게!”

 -“ 말씀만이라도 고맙습니다......”


나는 선뜻 부탁을 할 수가 없었다.

그건 전에 노인이 한 얘기도 있었고 또 내 개인적인 사정도 있었다.

물론 방송을 타거나 광고를 낸다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노인은 분명 나에게 명예를 얻으려 하지 말라 하시지 않았는가?

그리고 방송을 타게 된다든가 내 얼굴이 알려지게 된다면

우리 아들도 나를 알아보게 될 것이다.


물론 다른 가정도 마찬가지겠지만

내 아들은 나를 굉장히 자랑스러워했었다.

내가 유명한 프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빠가 프로골프 선수라는 사실을 친구들에게 자랑하길 좋아했다.

그런데 만약 내가 프로생활을 그만두고 귀신 잡는 퇴마사가 된 걸 알게 된다면

아마도 아이에게는 꽤나 충격이 있을 것이다.

나는 도저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숨길 수만 있다면 영원히 숨기고 싶은 게 내 솔직한 마음이다.

나는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사무실을 그만 접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마음먹었다.



드디어 첫 번째 일을 하게 되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선배로부터 연락이 왔다.


 “ 야!  내가 미리 전화 해 놨으니까 니가 한번 찾아가 봐라.

   찾아가다 정 모르겠으면 나한테 전화하구 응? ”

 -“ 그럼 지금 출발 할까요?”

 “ 어 그래! 하루래도 빠르면 좋지.

   그리고 나를 봐서라도 네가 신경 써서 잘 좀 봐주고 와라. 알았지?”

 _“ 네 선배님. 조금 이따 출발할게요.”



나는 첫 번째 일을 하러 떠나는 길이다.

내가 사무실을 연지 한 달 만에 하는 일이었다.

가슴에 밀려드는 감격을 표현하자면 말로는 어려울 정도였다.

   ‘ 양평이라...’

내가 가야할 곳은 양평이었다.

   ‘ 버스를 타고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지? ’

나는 버스를 타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한 달째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았으니 돈이 있을 리 만무했다.

있다고 하여도 내일 월세를 내야하기에 여유가 없었다. 

조금 서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양평에 도착했다.

평소에 자주 와보긴 했지만 버스를 타고 오긴 처음이다.

나는 선배의 도움을 받아, 나를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향했다.


 “ 저... 실례합니다. 여기가 지은이네 집인가요?”

 -“네! 들어오세요. 그렇잖아도 기다리고 있었어요.”


여자는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며 나를 반기었다.

집은 2층으로 된 단독주택이었으나 내가 방문하기로 한 집은

건물 옆 좁은 담장사이로 들어가야 하는 반 지하 셋방이었다.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작은 부엌 겸 거실을 사이에 두고

큰 방 하나와 작은 방 하나가 보였다.

큰 방에는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가 이불을 펴고 누워있었고

딸아이는 부엌 싱크대 앞에서 놀고 있었다.

 “ 이리 좀 앉으세요.  차라도 한잔....”

 -“ 예. 고맙습니다.”

차를 타온 여자는 내 앞에 앉자마자 눈물부터 흘리기 시작했다.

 “ 아주머니! 그만 우시고 얘기를 좀 해 보세요.”

 -“ 우리 집이 이렇게까지 힘들게 살진 않았어요.

     애 아빠도 일을 다녔었고, 저도 가게를 했기 때문에.......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애가 아프기 시작했고

     곧이어 애 아빠까지 아프면서 지금껏 저렇게 누워만 있어요.”


 “ 언제부터 아프기 시작한 겁니까?”

 -“ 벌써 2년 가까이 되네요. 특별한 병명도 없어요.

    용하다는 곳은 다 가봤지만 소용이 없더군요.

    저는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던 가게를 처분하고

    지금은 이렇게 어렵사리 하루하루 살고 있습니다.”


여자는 또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편의 반응이 조금 이상하게 보였다.

내가 집에 들어온 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전혀 나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었다.

게다가 마치 화가 난 사람처럼 부인의 행동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 혹시 남편 분께서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

 -“ 애휴~~ 사실은 그 동안 무당도 여러 번 불렀었지요.

    그 바람에 잘 되던 가게도 팔아 돈을 다 써버렸고요.

    저는 어떻게든 해보려고.... ”

 “ 그랬군요. 그러면 남편 분은 지금 제가 여기 와 있는 것도 싫어하시겠네요.”

 -“ 예.... 그 동안 하도 많이 속아서...

     제가 무당을 부를 때마다 늘 우리 아저씨가 반대를 했었거든요.

     그러니 저렇게 화를 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나는 달리 뭐라 해줄 말이 없었다.

내가 무당이 아님을 설명해 준들 알아들으려 하지도 않을 것이고.

만약 오늘 내가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그냥 이 곳을 떠난다면

더더욱 나를 그들과 똑같은 사기꾼쯤으로 여길 것이 아니가?

나는 이런 상황이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 잠시 아저씨를 좀 가까이서 봐야겠습니다.”

 -“ 예. 그러세요.”

여자는 나를 남편 옆으로 안내했다.

남자는 조금 귀찮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내 예상대로 남자의 몸에서는 아주 나쁜 기운이 감지되었다.

   ‘ 음... 역시 뭔가가 있군! ’

나는 방에서 나와 부엌에서 놀고 있는 아이 곁으로 다가갔다.

아이도 역시 남자와 같은 나쁜 기운이 느껴졌다.

처음 시도하는 일이라 은근히 걱정스러웠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일단 나쁜 기운을 느꼈으니 귀신이 있는지부터 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내 입에서 나도 모를 주문이 자연스럽게 흘러 나왔다.

잠시 후......  귀신이 보이기 시작했다.

 

< 시  련 2부 >가 곧 올라갑니다.

글쓴이 : 환 단 퇴 마 연 구 원   원장(퇴마사) [원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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