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제의 대군이 공격을 감행했다. 그리고 이에 대항하여 작의 외성에서도 공격이 개시 되었다. 산중에 자리잡은 성이므로 대군이 일시에 성 전체를 감싸 안을 수 없기에 공격이 가능한 평지가 있는 지역에서부터 총 공세가 이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전개는 이미 예정된 일이었기에 작은 이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효율적인 전투를 전개하고 있었다.
‘진격하라!’
‘와아!’
‘챙!’
‘슈각!’
‘콰꽝!’
‘으아악~’
양 군의 노도 같은 거대한 충돌이 벌어지면서 그 충돌로 인한 역풍이 거세게 후방까지 밀려오고 있었다.
“통천을 완전히 얻는 데는 얼마나 걸릴 것 같소?”
“지난날의 전투를 거울삼아 본다면 저들은 항상 10개 성에 숙련된 병사를 분업을 시키듯 분산 배치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대군이 침략해도 성을 네, 다섯 개 넘을 때면 이미 대군의 8할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일단 시작은 그리 될 것 같습니다.”
제국의 통천 공략은 수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계속 되었다. 그러면서 양 군에는 많은 희생이 발생하고 있었다. 거대한 포탄들이 양 진영에 날아들었으며, 화살이 비 오듯이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불을 지핀 거대한 마차가 성 문을 열기 위해 돌진해 나아가고 있었다.
“성 문을 열어라!”
그렇게 제가 작의 황도 통천의 가장 외곽인 열 번째 성의 관문 열기를 시도한지 반나절. 십 여 차례의 공격 끝에 마침내 공격이 성과를 보이고 있었다.
“폐하! 마침내 성 문이 열립니다.”
반나절 만에 작의 첫 번째 성문이 사방에서 일제히 열리고 있었다. 그렇게 성 문이 열리자 곧 성의 방어선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으며, 대부분의 군사들은 신속하게 아홉 번째 성으로 퇴각을 감행했다.
“저건…”
“적군이 퇴각한다는 신호 입니다.”
“성 문이 열리자 곧 퇴각이라…”
“왜 그러시오? 군사.”
“제 예상과는 사뭇 다른 전개군요.”
“…”
개전을 시작한지 하루 만에 마침내 제군은 통천의 열 번째 성을 함락시켰다. 그리하여 이제는 아홉 개의 성을 남겨 놓게 되었다. 작의 군대가 신속하게 퇴각을 전개하면서 제군은 어찌 보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성을 함락시키면서 대군이 성내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 양의찬이 황제의 길을 막아 섰다.
“폐하! 들어서시면 아니 됩니다.”
“군사?”
“이제 겨우 한 개의 성을 넘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성 내도 아직 진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적의 첩자나 암살자가 숨어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니 아직은 성 밖에 계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원정길에 오른 황제가 후방에만 있다면, 황도에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적군이 두려워 이미 얻은 성도에 들어서지도 못한다면 천하의 비웃음을 받을 것이네.”
“그 비웃음이 두려운 것입니까?”
“군사?”
“그 비웃음보다 두려운 것은 적국의 자객이며, 또 더 나아가 폐하가 자칫 상해를 입어 제의 기틀이 흔들리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이 더욱 비웃음을 살 일 입니다.”
“…”
“폐하! 폐하께서 선봉에 서서 전투에 나아가시고자 하심을 소신은 잘 알고 있으며, 그 용맹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허나. 이곳 통천은 그 동안 한번도 우리가 얻은 적이 없기에 여전히 정보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니 참으셔야 합니다. 적을 모르는데 어찌 함정에 발을 들여놓으시려 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병사를 잃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폐하를 잃으면 이미 병사의 9할을 잃는 것입니다. 이 통천은 이미 저에게 맡기셨으니, 폐하께서도 전적으로 제 뜻을 따라주셔야 합니다.”
그의 이 말에 황제 영윤기는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자칫 내가 아버지와 같은 실수를 할 뻔 했구나…’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황제 영윤기는 군사 양의찬에게 다시 물었다.
“그럼, 언제 성에 들어갈 수 있겠는가?”
“병사들이 아홉 번째 성을 넘으면 폐하께서는 열 번째 성에 입성하시기 바랍니다.”
“…알겠소.”
이리하여, 황제 영윤기는 군사 양의찬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날 군세를 정비한 제군의 쉬지 않는 아홉 번째 성의 공략이 시작 되었다.
“진격하라!”
“와아~”
연이은 두 번째 결전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러한 결전을 양국의 군사(軍師)가 지켜보고 있었다.
‘전투는 분명히 치열하다. 그러나, 이 치열함에는 무엇인가 모를 위화감이 도사리고 있다. 도대체, 그 정체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양의찬이 이런 불길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작의 군사 연전기는 자신의 전략을 실행할 병사들을 모아놓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고 또 비장했다.
“너희들은 분명 모두 죽게 될 것이다. 그러나 너희들의 이름은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저희는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었습니다.”
“고맙다. 오늘이 너희들의 마지막 밤이 될 것이다. 그러니 각자 집에 돌아가 가족과 작별을 고하고 오너라.”
“…”
그렇게 군사 연전기의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 선발된 자들은 모두 자신들의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제 9성에서 전투는 계속 되고 있었다.
“물러서지 마라!”
“성벽을 넘어라!”
격렬한 전투 속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제 9성의 전투는 급격히 제로 기울고 있었다.
‘또 하루만의 승전인가?’
깊은 밤.
성 내이 어느 병사의 집에서 한 가족이 잠자리에 들어 있었다. 남편은 아이들의 자는 모습을 보며 미소 짓고 있었으며, 그 슬픈듯한 미소를 보며 아내가 심기가 불안해지면서 얇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어찌… 병사가 전투 중에 집에 돌아온 거죠?”
그렇게 아내는 낮의 치열한 전투 중에 집에 돌아온 남편에게 물었다.
“이미 두 성이 적에게 넘어갔소. 내일은 더 치열한 전투가 되겠지… 그래서 집에 들른 것이오.”
“비록… 전쟁 중이지만 꼭 당신이 죽으라는 법은 없잖아요?”
“이번에는 다를지도…”
“왜 그런 말을… 당신은 첩보병이잖아요. 그런 당신이 성벽을 방어하러 나가기라도 한단 말이에요?”
“…”
“여보!”
“부인! 난… 이제 곧 마지막 임무를 맡게 될 것이오.”
“네?”
남편의 이 말에 아내는 크게 놀랐지만, 그녀는 남편의 얼굴에서 그가 이미 물러설 수 없음을 깨닫고 있었다.
“그래서… 그래서 마지막 가는 길에 아이들과 당신을 보기 위해 온 것이오.”
“당신…”
“후회는 없소. 비록 죽기 위해 가는 자리지만…”
남편의 너무나도 야속한 이 말에 아내는 그만 눈물을 보이고 있었다.
“싫어요! 전…”
“부인…”
“죽는 건… 싫어요. 이 제국은 어차피 한 나라로 통일 될 운명이에요. 그럼 그뿐이 아닌가요? 당신이 어느 한쪽 편에 서서 죽을 필요는 없잖아요?”
“부인!”
“절 나무라셔도 상관 없어요. 전… 이 나라보다 당신이 더 중요해요.”
“그만 두시오!”
남편은 그만 마지막 이별을 하는 자리에서마저 아내에게 역정을 내고는 방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리고 그런 남편을 바라보며 아내는 한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제의 진영.
도성 외곽의 아홉 번째 성을 넘자 황제 영윤기는 이미 안전한 열 번째 성에 입성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모두 모여 전략회의를 하고 있었다.
“어떠한가? 군사.”
“…”
“군사?”
군사 양의찬은 지금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황제가 자신을 부르는 것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군사!”
황제의 부름에 군사가 다른 생각에 깊이 빠져 대답이 없자 옆에 있던 대장군 창로(昌路)가 그를 재차 불렀다.
“군사! 폐하께서 부르시지 않습니까?”
“…!”
그제서야 군사는 깊은 생각에서 빠져 나왔다.
“…죄송합니다. 다른 생각에 미처 듣지를 못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기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황제는 깊은 시름에 잠긴 그의 표정에 조금 불안했으나, 그가 아무 일이 아니라고 답하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려 했다.
“우리 군의 희생을 어떠한가?”
“1할이 채 못 됩니다.”
“그래?”
사실 더 많은 희생을 감수하려 했던 제의 군부는 너무나 작은 희생에 자못 의아해 하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말은 하지 않고 있었지만 무엇인가 석연치 않음을 모두가 이미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제가 적의 군사를 너무 높게 평가한 것인지… 아니면, 그가 너무 뛰어나 우리가 함정에 이미 빠져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리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던 것이오?”
“…사실은 그렇습니다.”
“음…”
그렇게 긴 침묵이 흘렀지만 아무도 시원한 답을 내어 놓지는 못했다. 그때 한 장수가 말했다.
“통천의 두 개 성을 넘었지만, 특별이 다른 점이나 함정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런 구조로 계속 나머지 여덟 개 성이 축조 되었다면 통천은 곧 우리 제의 손에 떨어질 것입니다.”
“물론, 그렇기는 합니다만, 저들은 왜 최선의 방어를 하지 않는 것인지…”
“군사의 말대로라면 그들은 우리가 빨리 이곳에 들어서기를 바란 것이라는 이야기 인데…”
“그렇다면, 다음 성이나, 아니면 그 다음 성에 결정적인 함정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 자명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알기 전에는 더 나아가지 않아야 할지 고민입니다.”
“하지만, 그러면 장기전이 되는 것이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러면 적의 의도대로 되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 입니다.”
“그럼, 우리는 적의 군사가 바라는 대로 이미 함정에 빠진 것입니까?”
“그것을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더 답답할 따름입니다.”
그렇게 전략회의는 길어졌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군사 양의찬은 더 나아가야 할지 여기에서 멈추고 장기전을 대비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젠장…’
지금 양의찬은 자신이 두 개의 성을 넘으면 사용하려 한 전술마저 사용하는 것을 차마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이런 전개라면 그 전술을 사용할 필요성 조차 없는 것이었다.
영웅 (2부 1막 : 제(齊) 對 작(鵲) #02)
결전의 날.
마침내 제의 대군이 공격을 감행했다. 그리고 이에 대항하여 작의 외성에서도 공격이 개시 되었다. 산중에 자리잡은 성이므로 대군이 일시에 성 전체를 감싸 안을 수 없기에 공격이 가능한 평지가 있는 지역에서부터 총 공세가 이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전개는 이미 예정된 일이었기에 작은 이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효율적인 전투를 전개하고 있었다.
‘진격하라!’
‘와아!’
‘챙!’
‘슈각!’
‘콰꽝!’
‘으아악~’
양 군의 노도 같은 거대한 충돌이 벌어지면서 그 충돌로 인한 역풍이 거세게 후방까지 밀려오고 있었다.
“통천을 완전히 얻는 데는 얼마나 걸릴 것 같소?”
“지난날의 전투를 거울삼아 본다면 저들은 항상 10개 성에 숙련된 병사를 분업을 시키듯 분산 배치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대군이 침략해도 성을 네, 다섯 개 넘을 때면 이미 대군의 8할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일단 시작은 그리 될 것 같습니다.”
제국의 통천 공략은 수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계속 되었다. 그러면서 양 군에는 많은 희생이 발생하고 있었다. 거대한 포탄들이 양 진영에 날아들었으며, 화살이 비 오듯이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불을 지핀 거대한 마차가 성 문을 열기 위해 돌진해 나아가고 있었다.
“성 문을 열어라!”
그렇게 제가 작의 황도 통천의 가장 외곽인 열 번째 성의 관문 열기를 시도한지 반나절. 십 여 차례의 공격 끝에 마침내 공격이 성과를 보이고 있었다.
“폐하! 마침내 성 문이 열립니다.”
반나절 만에 작의 첫 번째 성문이 사방에서 일제히 열리고 있었다. 그렇게 성 문이 열리자 곧 성의 방어선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으며, 대부분의 군사들은 신속하게 아홉 번째 성으로 퇴각을 감행했다.
“저건…”
“적군이 퇴각한다는 신호 입니다.”
“성 문이 열리자 곧 퇴각이라…”
“왜 그러시오? 군사.”
“제 예상과는 사뭇 다른 전개군요.”
“…”
개전을 시작한지 하루 만에 마침내 제군은 통천의 열 번째 성을 함락시켰다. 그리하여 이제는 아홉 개의 성을 남겨 놓게 되었다. 작의 군대가 신속하게 퇴각을 전개하면서 제군은 어찌 보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성을 함락시키면서 대군이 성내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 양의찬이 황제의 길을 막아 섰다.
“폐하! 들어서시면 아니 됩니다.”
“군사?”
“이제 겨우 한 개의 성을 넘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성 내도 아직 진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적의 첩자나 암살자가 숨어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니 아직은 성 밖에 계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원정길에 오른 황제가 후방에만 있다면, 황도에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적군이 두려워 이미 얻은 성도에 들어서지도 못한다면 천하의 비웃음을 받을 것이네.”
“그 비웃음이 두려운 것입니까?”
“군사?”
“그 비웃음보다 두려운 것은 적국의 자객이며, 또 더 나아가 폐하가 자칫 상해를 입어 제의 기틀이 흔들리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이 더욱 비웃음을 살 일 입니다.”
“…”
“폐하! 폐하께서 선봉에 서서 전투에 나아가시고자 하심을 소신은 잘 알고 있으며, 그 용맹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허나. 이곳 통천은 그 동안 한번도 우리가 얻은 적이 없기에 여전히 정보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니 참으셔야 합니다. 적을 모르는데 어찌 함정에 발을 들여놓으시려 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병사를 잃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폐하를 잃으면 이미 병사의 9할을 잃는 것입니다. 이 통천은 이미 저에게 맡기셨으니, 폐하께서도 전적으로 제 뜻을 따라주셔야 합니다.”
그의 이 말에 황제 영윤기는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자칫 내가 아버지와 같은 실수를 할 뻔 했구나…’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황제 영윤기는 군사 양의찬에게 다시 물었다.
“그럼, 언제 성에 들어갈 수 있겠는가?”
“병사들이 아홉 번째 성을 넘으면 폐하께서는 열 번째 성에 입성하시기 바랍니다.”
“…알겠소.”
이리하여, 황제 영윤기는 군사 양의찬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날 군세를 정비한 제군의 쉬지 않는 아홉 번째 성의 공략이 시작 되었다.
“진격하라!”
“와아~”
연이은 두 번째 결전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러한 결전을 양국의 군사(軍師)가 지켜보고 있었다.
‘전투는 분명히 치열하다. 그러나, 이 치열함에는 무엇인가 모를 위화감이 도사리고 있다. 도대체, 그 정체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양의찬이 이런 불길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작의 군사 연전기는 자신의 전략을 실행할 병사들을 모아놓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고 또 비장했다.
“너희들은 분명 모두 죽게 될 것이다. 그러나 너희들의 이름은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저희는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었습니다.”
“고맙다. 오늘이 너희들의 마지막 밤이 될 것이다. 그러니 각자 집에 돌아가 가족과 작별을 고하고 오너라.”
“…”
그렇게 군사 연전기의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 선발된 자들은 모두 자신들의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제 9성에서 전투는 계속 되고 있었다.
“물러서지 마라!”
“성벽을 넘어라!”
격렬한 전투 속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제 9성의 전투는 급격히 제로 기울고 있었다.
‘또 하루만의 승전인가?’
깊은 밤.
성 내이 어느 병사의 집에서 한 가족이 잠자리에 들어 있었다. 남편은 아이들의 자는 모습을 보며 미소 짓고 있었으며, 그 슬픈듯한 미소를 보며 아내가 심기가 불안해지면서 얇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어찌… 병사가 전투 중에 집에 돌아온 거죠?”
그렇게 아내는 낮의 치열한 전투 중에 집에 돌아온 남편에게 물었다.
“이미 두 성이 적에게 넘어갔소. 내일은 더 치열한 전투가 되겠지… 그래서 집에 들른 것이오.”
“비록… 전쟁 중이지만 꼭 당신이 죽으라는 법은 없잖아요?”
“이번에는 다를지도…”
“왜 그런 말을… 당신은 첩보병이잖아요. 그런 당신이 성벽을 방어하러 나가기라도 한단 말이에요?”
“…”
“여보!”
“부인! 난… 이제 곧 마지막 임무를 맡게 될 것이오.”
“네?”
남편의 이 말에 아내는 크게 놀랐지만, 그녀는 남편의 얼굴에서 그가 이미 물러설 수 없음을 깨닫고 있었다.
“그래서… 그래서 마지막 가는 길에 아이들과 당신을 보기 위해 온 것이오.”
“당신…”
“후회는 없소. 비록 죽기 위해 가는 자리지만…”
남편의 너무나도 야속한 이 말에 아내는 그만 눈물을 보이고 있었다.
“싫어요! 전…”
“부인…”
“죽는 건… 싫어요. 이 제국은 어차피 한 나라로 통일 될 운명이에요. 그럼 그뿐이 아닌가요? 당신이 어느 한쪽 편에 서서 죽을 필요는 없잖아요?”
“부인!”
“절 나무라셔도 상관 없어요. 전… 이 나라보다 당신이 더 중요해요.”
“그만 두시오!”
남편은 그만 마지막 이별을 하는 자리에서마저 아내에게 역정을 내고는 방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리고 그런 남편을 바라보며 아내는 한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제의 진영.
도성 외곽의 아홉 번째 성을 넘자 황제 영윤기는 이미 안전한 열 번째 성에 입성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모두 모여 전략회의를 하고 있었다.
“어떠한가? 군사.”
“…”
“군사?”
군사 양의찬은 지금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황제가 자신을 부르는 것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군사!”
황제의 부름에 군사가 다른 생각에 깊이 빠져 대답이 없자 옆에 있던 대장군 창로(昌路)가 그를 재차 불렀다.
“군사! 폐하께서 부르시지 않습니까?”
“…!”
그제서야 군사는 깊은 생각에서 빠져 나왔다.
“…죄송합니다. 다른 생각에 미처 듣지를 못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기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황제는 깊은 시름에 잠긴 그의 표정에 조금 불안했으나, 그가 아무 일이 아니라고 답하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려 했다.
“우리 군의 희생을 어떠한가?”
“1할이 채 못 됩니다.”
“그래?”
사실 더 많은 희생을 감수하려 했던 제의 군부는 너무나 작은 희생에 자못 의아해 하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말은 하지 않고 있었지만 무엇인가 석연치 않음을 모두가 이미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제가 적의 군사를 너무 높게 평가한 것인지… 아니면, 그가 너무 뛰어나 우리가 함정에 이미 빠져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리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던 것이오?”
“…사실은 그렇습니다.”
“음…”
그렇게 긴 침묵이 흘렀지만 아무도 시원한 답을 내어 놓지는 못했다. 그때 한 장수가 말했다.
“통천의 두 개 성을 넘었지만, 특별이 다른 점이나 함정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런 구조로 계속 나머지 여덟 개 성이 축조 되었다면 통천은 곧 우리 제의 손에 떨어질 것입니다.”
“물론, 그렇기는 합니다만, 저들은 왜 최선의 방어를 하지 않는 것인지…”
“군사의 말대로라면 그들은 우리가 빨리 이곳에 들어서기를 바란 것이라는 이야기 인데…”
“그렇다면, 다음 성이나, 아니면 그 다음 성에 결정적인 함정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 자명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알기 전에는 더 나아가지 않아야 할지 고민입니다.”
“하지만, 그러면 장기전이 되는 것이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러면 적의 의도대로 되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 입니다.”
“그럼, 우리는 적의 군사가 바라는 대로 이미 함정에 빠진 것입니까?”
“그것을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더 답답할 따름입니다.”
그렇게 전략회의는 길어졌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군사 양의찬은 더 나아가야 할지 여기에서 멈추고 장기전을 대비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젠장…’
지금 양의찬은 자신이 두 개의 성을 넘으면 사용하려 한 전술마저 사용하는 것을 차마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이런 전개라면 그 전술을 사용할 필요성 조차 없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