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은 우리땅

백두산2007.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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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미 애너하임 엔젤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일본전에서 한국이 2-1로 승리를 거둔 뒤 앤젤스타디움 마운드에 태극기가 꽂혔다. 한국 국민들의 마음을 뿌듯하게 하는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그로부터 10개월여 뒤인 지난달 31일 동계아시안게임이 열리고 있는 중국 창춘(長春) 우후안 쇼트트랙경기장에서 우리 국민들의 가슴에 감동을 안기는 또 하나의 장면이 연출됐다. 이날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중국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한 한국 여자선수들이 시상대에서 ‘백두산은 우리 땅’이라고 쓴 종이를 들어 보인 것이다. 김민정과 전지수, 변천사, 진선유, 정은주 등 5명의 어린 선수들이 7장의 A4 용지에 또박또박 쓴 ‘백두산은 우리 땅’이라는 글을 펴 보이는 순간 경기장을 찾은 한국 응원단은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환호했다.

선수들은 이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이 창바이산(長白山, 백두산의 중국식 이름)은 중국 땅이라고 주장하는 홍보책자들을 나눠주며 국제사회에 백두산이 중국 영토임을 인식시키려고 억지를 쓰는데다 경기에서도 중국 선수들의 반칙을 묵인하는 데 화가 나 이러한 퍼포먼스를 준비했다고 한다.

중국은 우리 선수들이 스포츠 행사에서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어겼다며 강력히 항의했다. 우리 선수단은 선수들의 우발적 행동이라며 사과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중국의 항의는 처음부터 어불성설이다. 동계아시안게임을 이용해 백두산을 자신의 영토라고 우기는 것부터 잘못이다. 중국은 지난해 9월 동계아시안게임용 성화를 백두산에서 채화한 데 이어 백두산에 스키장을 건설해 2018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겠다고 선언해 우리의 신경을 먼저 건드렸다. 게다가 지린성에 있는 18개 초·중·고교의 학교 이름까지 바꿔 창바이산이라는 명칭을 넣었다. 먼저 스포츠 행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는 우리 선수들의 행동에 시비를 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백두산 세리모니'는 편파 판정으로 금메달을 훔쳐가고 동북공정으로 동북아시아의 역사를 왜곡하려는 중국에 대한 민간 차원의 응수였다. 중국의 거침없는 동북공정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우리 정부에게 답답함을 느끼던 국민들은 선수들의 행동에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듯 하다.

그러나 노골적으로 '백두산공정'에까지 나선 중국의 행보를 어린 선수들의 일회성 세리모니로 저지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중국이 5년에 걸쳐 동북공정을 펼쳐왔는데도 이를 막지 못한 책임은 바로 우리 정부에게 있다.

중국이 지난 5년간 수많은 논문을 발표하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동안 우리 정부는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묻고 싶다. 지난달 말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중국의 동북공정 5년 그 성과와 한국의 대응’이라는 학술대회에서 동북아역사재단의 반병률 제2 연구실장은 “우리 정부는 6자회담 및 북핵 문제를 고려해 중국에 대해 어정쩡한 모습을 보여왔다”며 “앞으로는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음부터 중국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강력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은 분명 잘못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망발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철저한 검증과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어린 선수들의 세리모니를 통해 일시적으로 감정을 푸는 것만으로 국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