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래 나 차였다.

지영이꺼200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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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학연수를 가기로 맘 먹고 비행을 타는대까지 총 10일이 걸렸다. 가기 전에 가서 입을 옷이랑 가서 볼 책이랑 이것저것 사는대 2~3일의 시간을 보내고 유학원 통해서 학교 결정하고 가까이에 있는 친구들만 후다닥 만나서 멀리 있는 친구들한테는 그냥 문자로만 알렸다.
'나 유학간다. 나중에 보자.'
돌아오는 답장들...
'왜 이제 한국에서하고 놀께 없냐?'
'외화 버리지 말고 그냥 조용히 국내소비에나 힘쓰시지?'
'미친놈 술 쳐먹었냐? 대낮부터...'
'안웃겨!'
'이게 슬슬 나이 먹으니까 노망끼를 보이네. 병원가자.'
...
ㅡ.ㅡ 아 내가 인생 헛 살았다.

출국 마지막 날 저녁에 세명의 매형들과 함께 소주잔을 기울였다.
"큰형(큰매형)! 요즘 형! 사정 안 좋은거 뻔히 아는데 내가 팔짜 좋게 유학간다고해서 서운하시죠?"
큰형은 얼마전 하든 공장이 부도 직전까지 몰려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공장을 처분하고 힘드시다는거 뻔히 잘 아는 처지에 큰형께 제일 미안했다. 내가 너무 팔짜 좋은 소리만 하는 것 같아서...
"아냐. 가서 열심히만하고 와. ^^"
"둘째형은 제가 걱정안해요. ^^"
우리 둘째매형은 내가 정말 걱정안한다. ^^ 이 인간은 꼭 성공 할 것 같다. 사막에 떨어져도 살아날 것 같다는 말은 이 인간을 두고 한 말이메 틀림없다.
"^^ 나도 네 걱정안한다. 열심히 하고 와라. 아버지 생각해서라도..."
"네...아버지 생각해서라도...ㄴ ㅔ..."
"셋째형 제가 돌대가리지만 시간낭비 안하고 열심히하고 올께요."
"..."
"왜 말을 안해요?"
"형섭아~! 난 네가 내 친동생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너 머리 좋은거(^^*)안다. 잘하고 와라. 그리고 이건 내 선물인데 목 일루 대봐라."
그러면서 내미는게 십자가 목걸이다.
"얼~ 돈도 없는 공돌이께서 왠일이야? ^^ 어~ 꾸짜네. 땡쓰~"
"너 형 목에 있는 십자가 목걸이 의미 알지?"
우리 막내형은 참 유능한 사람이다. ㅡ.ㅡ 재수없지만 사실이다. 인정한다. 어째든 우리 나라에서 머리 젤루 좋은 인간 중에 한명일듯싶다. 아마 그런 형을 남들이 보면 원래 머리가 좋아서 그렇게 공부를 잘하나 생각할 것 이다. 하지만 난 안다. 형이 얼마나 큰 노력을 했는지...우리 막내매형은 18세에 대학에 입학했다. 등록금이 들어가지 않고 기숙사 생활을 하는 국립대학에 입학을 했었다. 어린 시절엔 막내 매형네 집도 유복해서 남부럽지 않았지만 형이 대학을 갈 무렵 가세가 급격하게 기울었고 자랑스러운 막내 아들이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경사스러운 날 막내매형 어머니는 형에게 작은 십자가 목걸이를 선물했다고한다. '미안하다...'란 말과 함께 눈물을 흘리시며 형의 목에 작은 십자가 목걸이를 걸어주시며 '내가 자랑스럽다.'는 말을 하셨다고 한다. 26살 우리 나라 최고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던 날 형은 펑펑~ 울었다. 10년여 동안 일원한장 공부하는데 도움을 주시지 못한 형의 어머니도 같지 우는 모습을 보고 나와 막내누나는 맘이 참 짠했던 기억이 있다. 형에게 그 십자가 목걸이는 참 특별했다. 우리 나라 최고의 공돌이지만 우리 형은 자기 돈으로 자기 컴퓨터를 사본게 박사 1년차가 되던 해란다. 그 전까지는 남이 쓰던 컴퓨터 모아서 조립해서 쓰고 연구실에 있는 컴퓨터쓰고 어째든 참 힘들게 공부하고 자존심 상하던 그 시절 형은 항상 십자가 목걸이를 보며 지치고 힘든 몸과 맘을 다 잡았다고 했다. 형에겐 그 목걸이는 참 특별했다. 물론 지금도 형의 목엔 그 목걸이가 걸려있다.
"네 알죠."
"형이 이번에 니 누나 모르게 꽁돈이 생겨서 비상금 있던걸로 샀다. 우리 어머니가 나한테 주시던 맘과 똑같은 맘으로 너에게 주는거니까 네가 이루고 싶은걸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최선을 다해. 이 자슥아~!!!"
형이 내 목에 목걸이를 걸어주는 순간 가슴이 울컥해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ㅡ.ㅡ 쪽팔려서...
"에이~ 왜이래요. 남사스럽게...ㅋㅋㅋ ^^ 나 이뽀?"
이 멀리 Vancouver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내 목엔 그 목걸이가 걸려있다. 눈물이 찔끔 나와서 화장실 간다는 핑계대고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는데 둘째형이 따라와서는 허연 봉투를 내민다.
"형이 주는 용돈인데 큰 형님 계신대서 주기가 뭐해서 받어."
사정 뻔히 안 좋은 줄 아는 큰형 앞에서 아랫사람이 처남한테 떡하니 용돈을 주는 모습이 혹 큰매형에거 상처가 될까싶어서 큰형 없는 곳에서 나에게 용돈을 주는 둘째 매형의 모습이 멋드리지신다.
"형 고마워요. 가서 요긴하게 잘 쓸께요."
ㅡ.ㅡ 그러면서 슬쩍 봉투를 열어본다. ㅡ.ㅡ 도톰하군. ㅋㅋㅋ
형들과 남자들끼리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자기네 서방님들이 취했다고 서방님들 챙기로 누나들이 출동을 했다. ㅡ.ㅡ 젠장~ 솔로인 나만 서럽다.
"어어~ 이거 뭐야? 나도 전화한다."
"엽떼요. 거기 수니있어요?"
"술 고만 쳐먹고 이제 좀 기어들어오지."
ㅡ.ㅡ 우리 오마니가 들어오란다.
"엄마가 들어오래. 나 간다. 내일 공항에가면 전화할께. ㅡ.ㅡ 다들 잘 들어가시게..."

대망에 나의 출국날이 밝았다. ㅡ.ㅡ 근데 술 마셔서 머리 아프다. 컹! 거실에 나가보니 아침 댓바람부터 입 까칠해 죽겠구만. 울어무니는 기름이 좔좔 흐리는 ㅡ.ㅡ 갈비찜을 해놓으셨다. ㅡ.ㅡ 으으으윽~ 그래도 어찌하리. 어무니의 맘인거늘...으으윽~
"맛있냐?"
"^^아~ 끝내줘."
"그럼 밥 한공기 더 먹어라."
"ㅡ.ㅡ 어...엉...엉..."
아침을 먹고 있으려니 공항까지 날 태워달 줄 친구가 도착했다. 대충 아침을 먹고 엄마랑 마지막을 포옹을 했다. 다들 예상하듯이 울오마니 우신다. ㅡ.ㅡ 엄마 콧물 내 옷에 묻었다.
"수니!(우리엄마 이름) 괜찮다면서...왜이랴? ^^"
"항상 몸 조심하고 공부 열심히하고 흑인(사실 울엄마가 한 표현은 다른 표현이지만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므로...^^)이 쳐다보믄 항상 눈 내리깔고...승질 죽이고..."
"어...수니도 밥 잘 먹고 운전 조심하고...^^ 사랑해요."
"어...나도...ㅜ.ㅜ"
가방을 친구 차 트렁크에 싣고 출발했다. 엄마 모습이 백미러에서 멀어질때쯤 눈 앞이 흐려졌다. 젠장~ 쪽팔리게...
"미친놈 울기는..."
친구 놈이 한마디 던진다.
"울기는 누가 울어. 그냥 하품한거야."
"요즘은 하품하면 콧물 흘리냐? 드럽다. 닦아라."
그러면서 휴지를 건낸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고속도로는 시원스럽게 뚤렸다. 공항까지 가는 동안 여자의 울음소리를 3번 더 들었다. 큰누나,둘째누나,셋째누나. ㅡ.ㅡ 공항에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 같지간 친구 차를 주차장에 세우고 로비로 올라가니 뜻밖에 친구들이 나와있다.
"ㅡ.ㅡ 미친것들 회사는 안가고 왜 나오고 지랄들이야."
"잘 갔다 와라. 열심히하고...어린 것들이랑 같지 공부할라면 쪽팔리겠지만 꾹 참아라. 그리고 나이 많은게 무슨 죄냐? 괜찮아. 그리고 애들이 무시하면 돈으로 매수해. 너 잘하는거 있자나. 술 사주고 밥 사주고...알았지?"
"ㅡ.ㅡ 꺼질래? 마즈까?"
친구들과 차 마시면서 심도 있는 갈굼을 약 30분쯤 더 당하고 같지 출국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출국수속을 했다. 이제 드디어 출국이다.
"나 갔다 올께 잘들 지내고 있어라. 나 없는 동안 한국 잘 지키고..."
"걱정마라. ^^ 아참 그리고 이거 비행기타면 읽어봐라."
친구녀석이 깨끗하게 접은 쪽지를 전해준다. 자식을 말을 저렇게해도 속으로 날 응원하는게 분명했다. 뭐 쪽지 내용이야. 유치하게 '열심히 해라.','사랑한다. 친구야~','보고 싶을거다.','잘할거라는 믿는다.'...등등등 뻔한 내용이겠지만 일단 받았다.
"그래 들어가라. 내가 도착해서 전화하든지 메일 보낼께."
그리고 게이트를 지나 들어갔다. '아~ 이제 정말 가는구나.' 면세점에서 담배 두보루와 엄마에게 마지막으로 한번 더 전화를 했다. 그리고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친구들이 아까 전해 준 쪽지를 폈다.
'잘 갔다와라. 공부 열심히하고 우린 네가 잘하고 올거라고 믿는다. 사랑한다. 친구야.'
역시 진부한 내용이다. 그런데 마지막 한 줄...
'아참 그리고 엇그제 친구들 모였을때 마신 술값 너 술 취해서 자길래 네 지갑에서 네 카드꺼내서 살포시 결재했다. 애들이 다 잘 마셨단다. Good luck!!!'
"아~~~~샹젤리제~~~~ 같은 새~~~끼~~~~들~~~~"
내 울부짖음과 함께 Vancouver행 비행기 탑승을 시작한다는 방송이 울려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