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대산 > 1부 몸 안에 색령(色靈)을 가둬놓고 지낸지도 한달이 다 되어갔다. 내 기(氣)가 정상일 때에는 별 문제가 없었으나 기(氣)가 약해졌을 땐 문제가 가히 심각했다. 지금 상태라면 앞으로 며칠을 더 버텨 낼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나는 결국 암자의 노인께 도움을 요청 해 보기로 마음을 먹고 암자를 향해 출발했다. 어느덧 한 여름 더위가 시작되어 암자에 오르는 동안 등에 땀이 흘러내렸다. 암자에 다다르자 별채 마루에 앉아있던 노인이 날 반갑게 맞았다. “ 그간 별고 없으셨죠? ” -“ 어째 프로 양반 얼굴을 보아하니, 이 늙은이 걱정할 형편이 못되는 것 같구려.” “ 하 하 하....... 예~ 어쩌다 보니 제가 이렇게 됐습니다.” -“ 그간 고생이 많았던가 보오. 전에 봤을 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어!....... 허~ 쯧 쯧. ” “ 그래서 어르신께 도움을 좀 얻으려 왔습니다.” -“ 일단 안으로 좀 듭시다. ” 나의 수척해진 모습에 노인은 연신 걱정을 했다. 그리고 나는 노인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 지금 제 상태가 몹시 좋질 않아요. 어르신.......” -“ 음....... 대략 보아하니 자네 몸에서 묘한 기운이 느껴지는구먼.” “ 예! 잘 보셨습니다. 지금 제 몸 안에 색령(色靈)을 가둬놓고 있는 중입니다.” -“ 허 허....... 색령이라! 그래서 당신 몸이 그리도 상했구려.” “ 어르신! 아직도 령이 소멸되려면 두 달이 넘게 남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어요.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지........” -“ 시간이 촉박하군 그래! 이를 어쩐다........” 우선 자네 몸에서 빠져나간 기(氣)를 보충할 수 있는 방법부터 생각해 봐야겠군..........” “ 기(氣)를 보충한다고요? ” -“ 일단 내가 예전에 이곳에 함께 있던 도인이 하던 방법을 자네에게 알려주지.” 잠시 뜸을 들이던 노인은 예전에 함께 생활했던 도인의 예를 들어 내게 자세한 방법을 말해주었다. “ 우선 자네가 기운을 얻을 수 있는 명산(名山)부터 선택해야 하네. ” -“ 명산(名山)이라면....... 저는 어느 산이 명산인가를 알지 못합니다. ” “ 예전에 그 도인은 주로 오대산을 찾았지. 오대산을 다니러 갈 때면 늘 내게 이렇게 얘기를 했네. 힘을 얻기 위해 떠난다고 말일세........” -“ 흠......... 그러면 저도 오대산으로 가면될까요? ” “ 글쎄....... 그야 그 도인의 경우가 그러했으니 자네도 역시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드는구먼.” -“ 그리고 오대산에 가서 뭘 어떻게 하면 됩니까? ” “ 날이 덥긴 하오만 따끈한 차나 한잔 하며 천천히 얘기 합시다 그려.......” -“ 예. 그러시죠.” 잠시 후 암자에 살고 있는 청년이 방으로 차를 들여왔다. 노인과 나는 아무 말 없이 차를 마시며 잠시 여유를 가졌다. 하지만 계속되는 침묵을 견딜만한 여유가 내겐 없었다. “ 어르신 !..........” -“ 그럼 계속 얘기를 이어가봅시다. 우선 삼일 간격으로 세 번을 산에 올라야 하오.” “ 삼일 간격이라면.......” -“ 만약 오늘 산에 올랐다면 내일 모래를 지나 그 다음날인 삼일 째 되는 날에 다시 산에 오르는 것이오.” “ 그렇게 삼일 간격으로 모두 세 번을 오르기만 하면 되는 겁니까? ” -“ 아닐세! 산에 올라 가장 좋은 기(氣)가 뿜어져 나오는 혈(穴)을 찾아야지.” “ 그 혈(穴)을 제가 어떻게 찾습니까? ” -“ 그건 자네가 산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면 쉽게 찾을 수 있을게야. ” 나는 노인의 말을 조금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자꾸 반복해서 물었다. 노인은 그러는 내가 딱해 보였는지 하나씩 정성들여 설명을 이어갔다. “ 혈을 찾은 후에는 어떻게 하면 됩니까? ” -“ 혈을 찾으면 우선 산신(山神)께 제물을 올려야지.” “ 제물이요? 전 무당도 아닌데 어찌 산신께 재물을 올리시라 하시는지.......” -“ 하 하 하........ 그게 그렇게 되는군. 그럼 뇌물이라고 함세. 이를테면 기(氣)를 받아가기 위한 뇌물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구먼. 그리고 뇌물로는 살아있는 닭을 사용하게! ” “ 살아있는 닭이요?.......” -“ 세 번을 오를 때마다 각기 다른 혈을 찾고, 그 곳에다 살아있는 닭의 피를 뿌려 산신께 산의 기(氣)를 받아가겠음을 알린 후 자네가 필요한 기(氣)를 받아오면 되는 것이야.” 나는 살아있는 닭을 제물로 써야한다는 말을 듣는 순간 눈앞이 깜깜해 졌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살아있는 닭을 손으로 쥐어본 적도 없는 터라 참으로 난감했다. “ 어르신.......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 -“ 내가 알고 있는 방법은 그 것 뿐일세.” “ 그럼 기(氣)를 받는 시간은 아무 때나 상관없겠죠? ” -“ 아무 때라? 허 허....... 그게 무슨 소린가! ” “ 그러면 언제 받아야........” -“ 해가 완전히 저물면 그때 하시게! ” “ 예? 해가 저물면 하라고요? 아니!....... 그 깜깜한 밤에 어떻게.......” -“ 그것도 다 자네가 살기위한 방법인 것을 어쩌겠나.......” 나는 노인의 예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점점 자신이 없어져 갔다. 우선 살아있는 닭의 목을 따서 그 피를 뿌려야 한다는 것도 그렇고, 컴컴한 밤에 깊은 산속에 있다는 것도 그랬다. 정말이지 그냥 죽는 게 더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다가 지금은 한참 휴가철이다. 만약 오늘 당장에 오대산으로 출발한다고 해도 평상시보다 두 배의 시간은 더 예상해야 할 것이다. “ 어르신 그럼 언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 -“ 그야 자네 몸을 생각한다면 내일 당장에 시작을 하는 것이 좋겠지.” “ 내일 당장이요?...............” -“ 서둘러야 해! 지금 자네가 시간을 지체할 때가 아닐세.” 나는 참으로 엄청난 방법을 얻고서 암자를 내려왔다. ‘ 이를 어쩐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도저히 나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순간! 산골에서 자라 산에 대해선 일가견이 있는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은근히 안심이 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라면 걱정 할 것이 없었다. - 다음 날 - 나는 산에 오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살아있는 닭은 그 곳에 가서 구하기로 하고 옷가지와 필요한 용품들을 챙겼다. 그리고 또 하나 나와 함께 동행을 할 사람도 이미 와 있었다. “ 형! 도대체 어쩌자는 거야. 나 내일 할일이 많다니까....... ” -“ 글쎄 알았다니까! “ 하~~ 정말 미치겠네! 형 상황은 이해하겠지만 이건 좀 무리한 부탁 아니에요? 오늘 산에 갔다 오면 나는 힘들어서 내일 어떻게 일을 하냐고요........ ” -“ 민수야! 이 형 좀 살려주라 응? 내가 주변에 부탁할 사람이 너 말고는 없잖아.” “ 어쨌든 한번 가보자고요 그럼.” -“ 그래 그럼 출발하자! ” 나는 민수를 불렀다. 내가 민수를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고 또 어릴 적 산골에서 자란 놈이라 지금 상황에 딱 맞는 적임자이기도 했다. 나는 어제의 두려움은 사라지고 왠지 휴가라도 떠나는 사람처럼 기분이 몹시 들떠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런 내 연락을 받고 어쩔 수 없이 가게 된 민수는 영 힘들어하는 눈치였다. 나는 좀 미안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입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후 1시 나는 휴가철이라 길이 많이 밀릴 것을 감안하여 조금 서둘러 사무실을 나섰다. 민수는 자기 사무실에서 내 사무실까지 오느라 이미 지쳐있는 상태였다. “ 민수야! 너 피곤 할 텐데 한 숨 자라. 내가 오대산 입구에 도착하면 깨울 테니까.” -“ 뭐요? 오대산! 강원도에 있는 오대산?..........” “ 응! 그래....... 오대산......... 내가 오대산 간다고 그랬잖아? ” -“ 나 정말 미치겠네....... 아니 형이 언제 저한테 오대산 이라고 얘기 했어요? ” “ 그럼 내가 뭐라고 그랬냐? ” -“ 형이 나한테 그냥 산에 간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난 근처 가까운 산에 가나보다 했죠.” “ 그랬나?....... 난 얘기 했던 것 같은데....... 이상하네.” -“ 지금이 한참 강원도 쪽으로 길이 많이 밀릴 때구먼 도대체 언제 갔다 오냐고요! ” 민수는 오대산이란 말에 차가 흔들릴 정도로 난리를 쳤다. 실은 내가 의도적으로 오대산 얘기를 하지 않았었다. 만약 강원도까지 가야한다고 했으면 민수는 꼼짝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금 미안했지만 나는 아닌 척 태연하게 운전을 했다. 한참을 흥분하던 민수는 어느새 잠이 들었다. 사무실을 나선지 한 시간이 지났건만 아직도 우리는 용인이었다. 역시 휴가철인데다 날씨가 더우니 예상보다도 훨씬 길이 많이 밀렸다. 그런데 나는 벌써 지쳐가고 있었다. 내 몸이 평소와 달리 많이 나빠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자고 있던 민수를 깨웠다. “ 민수야~ 민수야! ” -“ 아~ 웅....... 왜 깨워요 형.” “ 네가 운전 좀 해야겠다. 형 몸이 너무 안 좋아! ” -“ 네? 나더러 운전까지 하라고요! ” 민수는 버럭 화를 냈다. 하지만 이내 식은땀을 흘리며 얼굴색이 창백해지는 내 모습을 보고는 아무 말 없이 운전대를 잡았다. “ 민수야~~ 미안하다.......” -“ .................” 내 미안하다는 말에 민수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 고속도로가 너무 밀리는 것 같다....... 우리 국도로 빠져볼까? ” -“ 형! 지금은 국도도 마찬가지야. 괜히 국도로 잘못 들어서면 고생만 더 한다고.” “ 그래도 고속도로 보다는 수월할 것 같지 않니? ” -“ 아~ 참!......... 좋아 그럼 형 소원대로 국도로 갈께! ” 나는 고속도로 정체가 심해지자 조금이라도 빨리 가보려 민수에게 국도를 권했다. 민수는 투덜거리면서도 내가 형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내 말을 따랐다. “ 야~~ 아주 쌩쌩 달리네요! 좋다~~....... 쳇 이러다 내일 아침에나 도착 하겠구먼. ” -“ ..................” 국도도 마찬가지였다. 민수의 빈정거림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벌써 두 시간째 운전만 하고 있는 민수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으려 최대한 말을 아꼈다. 저녁 6시 우리는 드디어 오대산에 도착했다. 우선 닭부터 구해야 했다. “ 형! 어디 가서 산 닭을 구할 거예요? ” -“ 글쎄....... 일단 주변에 닭백숙 파는 음식점이 많으니까 한번 물어보자.” “ 아이고~ 내 팔자야! ” -“ 너 닭 모가지 딸 줄 알지? ” “ 엥? 나보고 닭 모가지를 따라고요? ” -“ ................” 우리는 시간이 더 늦기 전에 닭을 구해야만 했다. 그래서 주변에 가까운 음식점을 찾아 들어갔다. “ 저...... 실례합니다. ” -“ 예~ 어서오세요. ” “ 혹시 산 닭도 팝니까? ” -“ 산닭이요? 아님 생닭이요? ” “ 산닭이요!........” -“ 아니! 산 닭을 사가서 뭐하시게?........ 가져다 키우시게? ” “ 아....... 예. 키울 겁니다. 사다 키우려고요.” 우리는 음식점 주인의 도움으로 닭이 꼼짝 못하도록 묶었다. 그리고 나는 꽁꽁 묶은 닭을 트렁크에 실었다. 이미 날이 어두워졌다. 민수와 나는 준비를 마치고 산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내손에는 손전등과 배낭이 들려있었고 민수의 손에는 손전등과 아까 샀던 닭이 들려있었다. “ 형 어디로 갈까? ” -“ 응? 어디로 가다니? ” “ 이 넓은 산을 그냥 해매고 돌아다닐 수는 없잖아요.” -“ 일단 발길 닿는 대로 한번 올라가 보자! ” “ 뭐요? 발길 닿는 대로 올라가자고요? 형! 그러다 산에서 길이라도 잃으면 우린 둘 다 죽어요! ” -“ 그럼 어쩌지?........” “ 일단 등산로를 따라서 조금씩 올라가 보자고요. 그러면서 좋은 곳이 있는지 찾아봐야죠! ” -“ 그래 그러자 그럼! ” 우리는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만약을 대비하여 배낭에 먹을 것과 두꺼운 옷도 준비를 했다. 그때였다 “ 잠깐!........ 잠깐만 민수야! ” -“ 왜요 형! ” “ 저쪽 음식점 뒤쪽으로 한번 가보자.” -“ 산에 올라가다말고 갑자기 무슨 음식점으로 가자는 거예요? ” 나는 의아해 하는 민수를 이끌고 멀리 보이는 외딴 음식점을 향했다. 그 곳은 음식점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곳 주변은 이미 오대산 중턱보다도 한참 위인 곳이었다. 우리가 진고개 정상을 막 넘자마자 차를 세웠기 때문에 음식점 주변은 이미 깊은 산속과 다를 게 없었다. 음식점 주변을 대략 둘러본 결과 음식점 뒤쪽은 계곡이 흐르고 있었고 산세도 꽤 험했다. 그리고 역시나 그 안쪽 어딘가에 기(氣)가 모이고 있음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이곳이 바로 내가 찾는 혈(穴)이었다. 민수와 나는 깊은 산속을 해매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 기뻐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현재 영업 중인 음식점 바로 뒤쪽에서 닭의 목을 따고 그 피를 뿌려댄다면 과연 어느 주인이 허락을 하겠는가 말이다. 정말이지 난감했다. 일단 우리는 멀찌감치 돌아 음식점 주인에게 들키지 않고도 뒤쪽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찾아보기로 했다. 만약 지금 이대로 음식점 뒤로 향하는 우리의 모습을 누군가가 본다면 절대 가만놔두지 않을 것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시커먼 남자 둘이서 이 컴컴한 밤에 살아있는 닭을 들고 아무도 없는 음식점 뒤쪽 계곡을 뭣하러 간단 말인가?....... “ 형! 저쪽 계곡의 아래쪽에서 올라가면 음식점 뒤로 갈 수 있겠는 걸! ” -“ 그럼 일단 한번 가보자! ” 우리는 음식점 뒤가 계곡임을 생각하여 계곡 아래쪽으로 내려가 위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음식점 뒤쪽으로 아무도 모르게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은 이른 저녁이라 음식점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어서 도저히 주차장 앞을 지나 음식점 뒤로 갈수가 없었다. 우리는 계곡 아래쪽에 도착했다. 계곡에는 큰 바위들이 많고 물이 깊어 상류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 일단 최대한 짐을 줄여야겠어요. 계곡이 험해서 짐을 많이 들고 가려면 좀 힘들겠는데요.” -“ 그래....... 그러면 넌 여기 있어 내가 배낭이랑 손전등 하나는 차에 두고 올께.” 나는 서둘러 필요 없는 짐들을 차에다 두고 다시 계곡으로 돌아왔다. “ 형! 그러면 형이 손전등을 들어요. 내가 닭을 들고 갈게요.” -“ 그러자 그럼! 조심해야 한다. 물이 굉장히 깊으니까.......” “ 아따~ 참. 형이나 조심하쇼. 내 걱정 말고.” -“ 자식! 큰소리는.......” 우리는 어두운 계곡을 손전등 하나에 의지한채 계곡을 거슬러 올랐다. 계곡이 너무 깊고 위험해서 그런지 주변에는 휴가철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라곤 우리 두 사람 뿐 이었다. 우리는 어두운 계곡을 손전등 하나에 의지하며 조심스레 발을 옮겨갔다. “ 헉!!! 철 퍽~ ” -“ 야! 민수야~ ” 순간 바위사이를 건너던 민수가 미끄러지면서 계곡물에 빠져버렸다. 나는 계곡물을 따라 허우적대며 떠내려가는 민수를 열심히 쫒아 내려갔고 민수는 빠른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 야! 바위를 잡아~~ 바위! ” 나는 바위를 잡으라고 소리를 쳐 봤지만 민수는 연신 허우적대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떠내려가던 민수가 겨우 바위틈에 몸이 끼이며 멈췄다. “ 민수야! 괜찮아? ” -“ 아이고....... 나죽겠네! 형이 볼 때는 내가 지금 괜찮은 걸로 보여요? ” “ 빨리 나와 임마! ” -“ 나갈 테니까 이것부터 좀 받아 봐요.” 민수는 손에 꼭 쥐고 있던 닭을 내게 내밀었다. 그 다급한 상황에서도 닭만큼은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 아~~ 정말 죽을 뻔했네. 이놈의 닭 새끼 놓칠까봐 수영을 할 수가 있어야지!” -“ 큭 큭 큭........ 야~ 그래도 닭이 죽지 않고 살아있으니 다행이다.” “ 나보다 닭이 살아있으니까 더 좋아하네.........” -“ 그럴 리가 있냐! 어쨌든 닭이 살아있으니 그것도 다행이란 소리지.......” “ 히 히 히........ 내가 닭 죽을까봐서 들고 있던 왼손을 죽어라 높이 치켜 올렸지! ” -“ 고맙다 내닭 살려줘서! 하하하............” 우리는 차가 세워져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우선 물에 젖은 민수의 옷부터 짜야했다. 나는 여벌옷을 준비 했지만 민수는 입고 온 옷이 전부였다. 어쩔 수 없이 민수는 내 옷을 입었다. “ 아니! 이게 사람 옷이여 아님 포대자루여?.......” -“ 내가 워낙 체격이 크다보니 그런 걸 어쩌겠냐! 그래도 추운 것보단 나으니까 그냥 입고 있어라. ” “ 그나저나 큰일이다 형! 이렇게 조금 가기도 힘든데, 저 계곡 위까지 어떻게 가지?........” -“ 그러게 말이다. 가긴 가야겠는데.........” “ 형! 우리 이러지 말고 식당이 문을 닫을 때까지 기다립시다. ” -“ 그럴까? 그래! 그게 좋겠다. 지금 무리하게 계곡으로 가다간 사람 잡겠어........” 우리는 차안에서 식당 영업이 끝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참으로 어이없는 나들이였지만 잠시나마 차에 누워 휴식을 취해 보았다. 창밖으로는 연신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당연히 아름다워야 할 계곡물 소리가 오늘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글슨이 : 환단 퇴마 연구원 원 장 (퇴마사) : [원 일] 환단 카페 바로가기 = http://cafe.naver.com/bkhpro.cafe
실화소설 [나는 퇴마사다!] - #19 오대산 (1부)
< 오대산 > 1부
몸 안에 색령(色靈)을 가둬놓고 지낸지도 한달이 다 되어갔다.
내 기(氣)가 정상일 때에는 별 문제가 없었으나
기(氣)가 약해졌을 땐 문제가 가히 심각했다.
지금 상태라면 앞으로 며칠을 더 버텨 낼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나는 결국 암자의 노인께 도움을 요청 해 보기로 마음을 먹고
암자를 향해 출발했다.
어느덧 한 여름 더위가 시작되어 암자에 오르는 동안 등에 땀이 흘러내렸다.
암자에 다다르자 별채 마루에 앉아있던 노인이 날 반갑게 맞았다.
“ 그간 별고 없으셨죠? ”
-“ 어째 프로 양반 얼굴을 보아하니,
이 늙은이 걱정할 형편이 못되는 것 같구려.”
“ 하 하 하....... 예~ 어쩌다 보니 제가 이렇게 됐습니다.”
-“ 그간 고생이 많았던가 보오.
전에 봤을 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어!....... 허~ 쯧 쯧. ”
“ 그래서 어르신께 도움을 좀 얻으려 왔습니다.”
-“ 일단 안으로 좀 듭시다. ”
나의 수척해진 모습에 노인은 연신 걱정을 했다.
그리고 나는 노인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 지금 제 상태가 몹시 좋질 않아요. 어르신.......”
-“ 음....... 대략 보아하니 자네 몸에서 묘한 기운이 느껴지는구먼.”
“ 예! 잘 보셨습니다.
지금 제 몸 안에 색령(色靈)을 가둬놓고 있는 중입니다.”
-“ 허 허....... 색령이라! 그래서 당신 몸이 그리도 상했구려.”
“ 어르신! 아직도 령이 소멸되려면 두 달이 넘게 남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어요.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지........”
-“ 시간이 촉박하군 그래! 이를 어쩐다........”
우선 자네 몸에서 빠져나간
기(氣)를 보충할 수 있는 방법부터 생각해 봐야겠군..........”
“ 기(氣)를 보충한다고요? ”
-“ 일단 내가 예전에 이곳에 함께 있던 도인이 하던 방법을 자네에게 알려주지.”
잠시 뜸을 들이던 노인은 예전에 함께 생활했던
도인의 예를 들어 내게 자세한 방법을 말해주었다.
“ 우선 자네가 기운을 얻을 수 있는 명산(名山)부터 선택해야 하네. ”
-“ 명산(名山)이라면....... 저는 어느 산이 명산인가를 알지 못합니다. ”
“ 예전에 그 도인은 주로 오대산을 찾았지.
오대산을 다니러 갈 때면 늘 내게 이렇게 얘기를 했네.
힘을 얻기 위해 떠난다고 말일세........”
-“ 흠......... 그러면 저도 오대산으로 가면될까요? ”
“ 글쎄....... 그야 그 도인의 경우가 그러했으니
자네도 역시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드는구먼.”
-“ 그리고 오대산에 가서 뭘 어떻게 하면 됩니까? ”
“ 날이 덥긴 하오만 따끈한 차나 한잔 하며 천천히 얘기 합시다 그려.......”
-“ 예. 그러시죠.”
잠시 후 암자에 살고 있는 청년이 방으로 차를 들여왔다.
노인과 나는 아무 말 없이 차를 마시며 잠시 여유를 가졌다.
하지만 계속되는 침묵을 견딜만한 여유가 내겐 없었다.
“ 어르신 !..........”
-“ 그럼 계속 얘기를 이어가봅시다.
우선 삼일 간격으로 세 번을 산에 올라야 하오.”
“ 삼일 간격이라면.......”
-“ 만약 오늘 산에 올랐다면 내일 모래를 지나 그 다음날인
삼일 째 되는 날에 다시 산에 오르는 것이오.”
“ 그렇게 삼일 간격으로 모두 세 번을 오르기만 하면 되는 겁니까? ”
-“ 아닐세! 산에 올라 가장 좋은 기(氣)가 뿜어져 나오는 혈(穴)을 찾아야지.”
“ 그 혈(穴)을 제가 어떻게 찾습니까? ”
-“ 그건 자네가 산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면 쉽게 찾을 수 있을게야. ”
나는 노인의 말을 조금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자꾸 반복해서 물었다.
노인은 그러는 내가 딱해 보였는지 하나씩 정성들여 설명을 이어갔다.
“ 혈을 찾은 후에는 어떻게 하면 됩니까? ”
-“ 혈을 찾으면 우선 산신(山神)께 제물을 올려야지.”
“ 제물이요? 전 무당도 아닌데 어찌 산신께 재물을 올리시라 하시는지.......”
-“ 하 하 하........ 그게 그렇게 되는군. 그럼 뇌물이라고 함세.
이를테면 기(氣)를 받아가기 위한 뇌물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구먼.
그리고 뇌물로는 살아있는 닭을 사용하게! ”
“ 살아있는 닭이요?.......”
-“ 세 번을 오를 때마다 각기 다른 혈을 찾고,
그 곳에다 살아있는 닭의 피를 뿌려
산신께 산의 기(氣)를 받아가겠음을 알린 후
자네가 필요한 기(氣)를 받아오면 되는 것이야.”
나는 살아있는 닭을 제물로 써야한다는 말을 듣는 순간 눈앞이 깜깜해 졌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살아있는 닭을 손으로 쥐어본 적도 없는 터라
참으로 난감했다.
“ 어르신.......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
-“ 내가 알고 있는 방법은 그 것 뿐일세.”
“ 그럼 기(氣)를 받는 시간은 아무 때나 상관없겠죠? ”
-“ 아무 때라? 허 허....... 그게 무슨 소린가! ”
“ 그러면 언제 받아야........”
-“ 해가 완전히 저물면 그때 하시게! ”
“ 예? 해가 저물면 하라고요?
아니!....... 그 깜깜한 밤에 어떻게.......”
-“ 그것도 다 자네가 살기위한 방법인 것을 어쩌겠나.......”
나는 노인의 예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점점 자신이 없어져 갔다.
우선 살아있는 닭의 목을 따서 그 피를 뿌려야 한다는 것도 그렇고,
컴컴한 밤에 깊은 산속에 있다는 것도 그랬다.
정말이지 그냥 죽는 게 더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다가 지금은 한참 휴가철이다.
만약 오늘 당장에 오대산으로 출발한다고 해도 평상시보다
두 배의 시간은 더 예상해야 할 것이다.
“ 어르신 그럼 언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
-“ 그야 자네 몸을 생각한다면 내일 당장에 시작을 하는 것이 좋겠지.”
“ 내일 당장이요?...............”
-“ 서둘러야 해! 지금 자네가 시간을 지체할 때가 아닐세.”
나는 참으로 엄청난 방법을 얻고서 암자를 내려왔다.
‘ 이를 어쩐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도저히 나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순간!
산골에서 자라 산에 대해선 일가견이 있는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은근히 안심이 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라면 걱정 할 것이 없었다.
- 다음 날 -
나는 산에 오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살아있는 닭은 그 곳에 가서 구하기로 하고
옷가지와 필요한 용품들을 챙겼다.
그리고 또 하나
나와 함께 동행을 할 사람도 이미 와 있었다.
“ 형! 도대체 어쩌자는 거야. 나 내일 할일이 많다니까....... ”
-“ 글쎄 알았다니까!
“ 하~~ 정말 미치겠네!
형 상황은 이해하겠지만 이건 좀 무리한 부탁 아니에요?
오늘 산에 갔다 오면 나는 힘들어서 내일 어떻게 일을 하냐고요........ ”
-“ 민수야! 이 형 좀 살려주라 응?
내가 주변에 부탁할 사람이 너 말고는 없잖아.”
“ 어쨌든 한번 가보자고요 그럼.”
-“ 그래 그럼 출발하자! ”
나는 민수를 불렀다.
내가 민수를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고
또 어릴 적 산골에서 자란 놈이라 지금 상황에 딱 맞는 적임자이기도 했다.
나는 어제의 두려움은 사라지고 왠지 휴가라도 떠나는 사람처럼
기분이 몹시 들떠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런 내 연락을 받고
어쩔 수 없이 가게 된 민수는 영 힘들어하는 눈치였다.
나는 좀 미안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입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후 1시
나는 휴가철이라 길이 많이 밀릴 것을 감안하여
조금 서둘러 사무실을 나섰다.
민수는 자기 사무실에서 내 사무실까지 오느라 이미 지쳐있는 상태였다.
“ 민수야!
너 피곤 할 텐데 한 숨 자라.
내가 오대산 입구에 도착하면 깨울 테니까.”
-“ 뭐요? 오대산! 강원도에 있는 오대산?..........”
“ 응! 그래....... 오대산.........
내가 오대산 간다고 그랬잖아? ”
-“ 나 정말 미치겠네.......
아니 형이 언제 저한테 오대산 이라고 얘기 했어요? ”
“ 그럼 내가 뭐라고 그랬냐? ”
-“ 형이 나한테 그냥 산에 간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난 근처 가까운 산에 가나보다 했죠.”
“ 그랬나?....... 난 얘기 했던 것 같은데....... 이상하네.”
-“ 지금이 한참 강원도 쪽으로 길이 많이 밀릴 때구먼
도대체 언제 갔다 오냐고요! ”
민수는 오대산이란 말에 차가 흔들릴 정도로 난리를 쳤다.
실은 내가 의도적으로 오대산 얘기를 하지 않았었다.
만약 강원도까지 가야한다고 했으면 민수는 꼼짝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금 미안했지만 나는 아닌 척 태연하게 운전을 했다.
한참을 흥분하던 민수는 어느새 잠이 들었다.
사무실을 나선지 한 시간이 지났건만 아직도 우리는 용인이었다.
역시 휴가철인데다 날씨가 더우니 예상보다도 훨씬 길이 많이 밀렸다.
그런데 나는 벌써 지쳐가고 있었다.
내 몸이 평소와 달리 많이 나빠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자고 있던 민수를 깨웠다.
“ 민수야~ 민수야! ”
-“ 아~ 웅....... 왜 깨워요 형.”
“ 네가 운전 좀 해야겠다. 형 몸이 너무 안 좋아! ”
-“ 네? 나더러 운전까지 하라고요! ”
민수는 버럭 화를 냈다.
하지만 이내 식은땀을 흘리며 얼굴색이 창백해지는 내 모습을 보고는
아무 말 없이 운전대를 잡았다.
“ 민수야~~ 미안하다.......”
-“ .................”
내 미안하다는 말에 민수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 고속도로가 너무 밀리는 것 같다.......
우리 국도로 빠져볼까? ”
-“ 형! 지금은 국도도 마찬가지야.
괜히 국도로 잘못 들어서면 고생만 더 한다고.”
“ 그래도 고속도로 보다는 수월할 것 같지 않니? ”
-“ 아~ 참!.........
좋아 그럼 형 소원대로 국도로 갈께! ”
나는 고속도로 정체가 심해지자
조금이라도 빨리 가보려 민수에게 국도를 권했다.
민수는 투덜거리면서도 내가 형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내 말을 따랐다.
“ 야~~ 아주 쌩쌩 달리네요! 좋다~~.......
쳇 이러다 내일 아침에나 도착 하겠구먼. ”
-“ ..................”
국도도 마찬가지였다.
민수의 빈정거림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벌써 두 시간째 운전만 하고 있는 민수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으려
최대한 말을 아꼈다.
저녁 6시
우리는 드디어 오대산에 도착했다.
우선 닭부터 구해야 했다.
“ 형! 어디 가서 산 닭을 구할 거예요? ”
-“ 글쎄.......
일단 주변에 닭백숙 파는 음식점이 많으니까 한번 물어보자.”
“ 아이고~ 내 팔자야! ”
-“ 너 닭 모가지 딸 줄 알지? ”
“ 엥? 나보고 닭 모가지를 따라고요? ”
-“ ................”
우리는 시간이 더 늦기 전에 닭을 구해야만 했다.
그래서 주변에 가까운 음식점을 찾아 들어갔다.
“ 저...... 실례합니다. ”
-“ 예~ 어서오세요. ”
“ 혹시 산 닭도 팝니까? ”
-“ 산닭이요? 아님 생닭이요? ”
“ 산닭이요!........”
-“ 아니! 산 닭을 사가서 뭐하시게?........ 가져다 키우시게? ”
“ 아....... 예. 키울 겁니다. 사다 키우려고요.”
우리는 음식점 주인의 도움으로 닭이 꼼짝 못하도록 묶었다.
그리고 나는 꽁꽁 묶은 닭을 트렁크에 실었다.
이미 날이 어두워졌다.
민수와 나는 준비를 마치고 산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내손에는 손전등과 배낭이 들려있었고
민수의 손에는 손전등과 아까 샀던 닭이 들려있었다.
“ 형 어디로 갈까? ”
-“ 응? 어디로 가다니? ”
“ 이 넓은 산을 그냥 해매고 돌아다닐 수는 없잖아요.”
-“ 일단 발길 닿는 대로 한번 올라가 보자! ”
“ 뭐요? 발길 닿는 대로 올라가자고요?
형! 그러다 산에서 길이라도 잃으면 우린 둘 다 죽어요! ”
-“ 그럼 어쩌지?........”
“ 일단 등산로를 따라서 조금씩 올라가 보자고요.
그러면서 좋은 곳이 있는지 찾아봐야죠! ”
-“ 그래 그러자 그럼! ”
우리는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만약을 대비하여 배낭에 먹을 것과 두꺼운 옷도 준비를 했다.
그때였다
“ 잠깐!........
잠깐만 민수야! ”
-“ 왜요 형! ”
“ 저쪽 음식점 뒤쪽으로 한번 가보자.”
-“ 산에 올라가다말고 갑자기 무슨 음식점으로 가자는 거예요? ”
나는 의아해 하는 민수를 이끌고 멀리 보이는 외딴 음식점을 향했다.
그 곳은 음식점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곳 주변은 이미 오대산 중턱보다도 한참 위인 곳이었다.
우리가 진고개 정상을 막 넘자마자 차를 세웠기 때문에
음식점 주변은 이미 깊은 산속과 다를 게 없었다.
음식점 주변을 대략 둘러본 결과
음식점 뒤쪽은 계곡이 흐르고 있었고 산세도 꽤 험했다.
그리고 역시나 그 안쪽 어딘가에 기(氣)가 모이고 있음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이곳이 바로 내가 찾는 혈(穴)이었다.
민수와 나는 깊은 산속을 해매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 기뻐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현재 영업 중인 음식점 바로 뒤쪽에서 닭의 목을 따고 그 피를 뿌려댄다면
과연 어느 주인이 허락을 하겠는가 말이다.
정말이지 난감했다.
일단 우리는 멀찌감치 돌아 음식점 주인에게 들키지 않고도 뒤쪽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찾아보기로 했다.
만약 지금 이대로 음식점 뒤로 향하는 우리의 모습을 누군가가 본다면
절대 가만놔두지 않을 것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시커먼 남자 둘이서 이 컴컴한 밤에 살아있는 닭을 들고
아무도 없는 음식점 뒤쪽 계곡을 뭣하러 간단 말인가?.......
“ 형! 저쪽 계곡의 아래쪽에서 올라가면 음식점 뒤로 갈 수 있겠는 걸! ”
-“ 그럼 일단 한번 가보자! ”
우리는 음식점 뒤가 계곡임을 생각하여
계곡 아래쪽으로 내려가 위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음식점 뒤쪽으로 아무도 모르게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은 이른 저녁이라 음식점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어서
도저히 주차장 앞을 지나 음식점 뒤로 갈수가 없었다.
우리는 계곡 아래쪽에 도착했다.
계곡에는 큰 바위들이 많고 물이 깊어
상류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 일단 최대한 짐을 줄여야겠어요.
계곡이 험해서 짐을 많이 들고 가려면 좀 힘들겠는데요.”
-“ 그래....... 그러면 넌 여기 있어
내가 배낭이랑 손전등 하나는 차에 두고 올께.”
나는 서둘러 필요 없는 짐들을 차에다 두고 다시 계곡으로 돌아왔다.
“ 형! 그러면 형이 손전등을 들어요. 내가 닭을 들고 갈게요.”
-“ 그러자 그럼! 조심해야 한다.
물이 굉장히 깊으니까.......”
“ 아따~ 참.
형이나 조심하쇼. 내 걱정 말고.”
-“ 자식! 큰소리는.......”
우리는 어두운 계곡을 손전등 하나에 의지한채 계곡을 거슬러 올랐다.
계곡이 너무 깊고 위험해서 그런지 주변에는 휴가철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라곤 우리 두 사람 뿐 이었다.
우리는 어두운 계곡을 손전등 하나에 의지하며
조심스레 발을 옮겨갔다.
“ 헉!!! 철 퍽~ ”
-“ 야! 민수야~ ”
순간 바위사이를 건너던 민수가 미끄러지면서 계곡물에 빠져버렸다.
나는 계곡물을 따라 허우적대며 떠내려가는 민수를 열심히 쫒아 내려갔고
민수는 빠른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 야! 바위를 잡아~~ 바위! ”
나는 바위를 잡으라고 소리를 쳐 봤지만
민수는 연신 허우적대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떠내려가던 민수가
겨우 바위틈에 몸이 끼이며 멈췄다.
“ 민수야! 괜찮아? ”
-“ 아이고....... 나죽겠네!
형이 볼 때는 내가 지금 괜찮은 걸로 보여요? ”
“ 빨리 나와 임마! ”
-“ 나갈 테니까 이것부터 좀 받아 봐요.”
민수는 손에 꼭 쥐고 있던 닭을 내게 내밀었다.
그 다급한 상황에서도 닭만큼은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 아~~ 정말 죽을 뻔했네.
이놈의 닭 새끼 놓칠까봐 수영을 할 수가 있어야지!”
-“ 큭 큭 큭........
야~ 그래도 닭이 죽지 않고 살아있으니 다행이다.”
“ 나보다 닭이 살아있으니까 더 좋아하네.........”
-“ 그럴 리가 있냐!
어쨌든 닭이 살아있으니 그것도 다행이란 소리지.......”
“ 히 히 히........
내가 닭 죽을까봐서 들고 있던 왼손을 죽어라 높이 치켜 올렸지! ”
-“ 고맙다 내닭 살려줘서! 하하하............”
우리는 차가 세워져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우선 물에 젖은 민수의 옷부터 짜야했다.
나는 여벌옷을 준비 했지만 민수는 입고 온 옷이 전부였다.
어쩔 수 없이 민수는 내 옷을 입었다.
“ 아니! 이게 사람 옷이여 아님 포대자루여?.......”
-“ 내가 워낙 체격이 크다보니 그런 걸 어쩌겠냐!
그래도 추운 것보단 나으니까 그냥 입고 있어라. ”
“ 그나저나 큰일이다 형!
이렇게 조금 가기도 힘든데, 저 계곡 위까지 어떻게 가지?........”
-“ 그러게 말이다. 가긴 가야겠는데.........”
“ 형! 우리 이러지 말고 식당이 문을 닫을 때까지 기다립시다. ”
-“ 그럴까? 그래! 그게 좋겠다.
지금 무리하게 계곡으로 가다간 사람 잡겠어........”
우리는 차안에서 식당 영업이 끝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참으로 어이없는 나들이였지만
잠시나마 차에 누워 휴식을 취해 보았다.
창밖으로는 연신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당연히 아름다워야 할 계곡물 소리가
오늘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글슨이 : 환단 퇴마 연구원 원 장 (퇴마사) : [원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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