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장은호의 공포 연구소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신의 다섯 아이를 욕조에 익사시킨 여자의 기사를 읽고 있다. 신문에서 가리키는 날짜는 지금으로부터 5일 전이다. 그때 내가 뭐하고 있었느냐 하면……. 다이어리를 꺼내본다. 산부인과 실습을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환산해보니 밤 8시 정도. 나는 분만실 당직을 서고 있었다.
분만 대기실 구석에 동기와 함께 산부인과 원서를 이리저리 넘겨보며 시간을 때웠다. 비가 내리고 있었으나 빗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몇 개의 형광등이 꺼진 넓은 분만 대기실은 다섯 개의 침대가 나란히 놓여 있고, 한 침대에서만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커튼으로 둘러싸인 그 침대에는 임신성 당뇨를 가지고 있는 산모가 누워 있다. 산모의 신음 소리는 두개의 침대를 지나 우리 귀에 들어왔으나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내 머리 속에는 빨리 기숙사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과 우산이 없는 것에 대한 대책 마련으로 부심했다.
분만 대기실이 조금씩 부산해진다. 의사들과 간호사들의 목소리나 발소리는 NST 기계 소리에 묻혔다. (NST:태아 건강 평가용 테스트)
2년차 레지던트가 우리에게 다가온다.
“MS 선생님들도 와서 보세요.(MS: medical student)"
커튼은 반 정도 열려 있고, 산모의 모습이 보였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 위에 진흙 같은 땀이 흘렀다. 어쩌면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면 아기가 죽거나…….
20분 정도 더 산고를 겪은 후에 분만실로 옮겨진 산모는 건강한 애를 낳았다. 아기도 건강했고, 산모도 무사했다. 처음 보는 탄생의 순간에 나름대로 나도 감격하고 있었다.
같은 시간,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아파트에서 다섯 명의 아이들이 익사했다.
머릿속에 더럽고 좁은 화장실을 그렸다. 그곳의 욕조 또한 낡고, 더럽다. 썩어가는 잎처럼 삐쩍 마른 여자가 아이들을 물속에 처박고 있다. 좁은 화장실에 다섯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진동한다. 먼저 큰애의 울음소리가 없어지고, 마지막에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없어진다. 그래도 여자는 울지 않는다.
기사에는 여자가 자살 시도를 했으나 실패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자살 시도를 즐겨 하니까 그리 특이한 일도 아니다.
신문의 다른 면을 편다. 더 이상 재밌는 기사는 없는 것 같다. 시간은 오후 9시를 막 지나고 있다. 요즘은 잠이 빨리 온다. 꿈도 꾸지 않고 잠을 잔다.
그런데 룸메이트가 내 침대에 누워 있다. 아무래도 오늘은 룸메이트의 침대에서 자야 할 것 같다.
신문을 들어 룸메이트의 얼굴에 덮는다. 내가 이 녀석을 죽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내 생각이 맞는다면, 지구 반대편에서 누군가가 태어났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샌프란시스코의 그 여자가 그랬던 것처럼 자살시도를 하겠고.
단편호러- 우울증
출처- 장은호의 공포 연구소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신의 다섯 아이를 욕조에 익사시킨 여자의 기사를 읽고 있다. 신문에서 가리키는 날짜는 지금으로부터 5일 전이다. 그때 내가 뭐하고 있었느냐 하면……. 다이어리를 꺼내본다. 산부인과 실습을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환산해보니 밤 8시 정도. 나는 분만실 당직을 서고 있었다.
분만 대기실 구석에 동기와 함께 산부인과 원서를 이리저리 넘겨보며 시간을 때웠다. 비가 내리고 있었으나 빗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몇 개의 형광등이 꺼진 넓은 분만 대기실은 다섯 개의 침대가 나란히 놓여 있고, 한 침대에서만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커튼으로 둘러싸인 그 침대에는 임신성 당뇨를 가지고 있는 산모가 누워 있다. 산모의 신음 소리는 두개의 침대를 지나 우리 귀에 들어왔으나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내 머리 속에는 빨리 기숙사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과 우산이 없는 것에 대한 대책 마련으로 부심했다.
분만 대기실이 조금씩 부산해진다. 의사들과 간호사들의 목소리나 발소리는 NST 기계 소리에 묻혔다. (NST:태아 건강 평가용 테스트)
2년차 레지던트가 우리에게 다가온다.
“MS 선생님들도 와서 보세요.(MS: medical student)"
커튼은 반 정도 열려 있고, 산모의 모습이 보였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 위에 진흙 같은 땀이 흘렀다. 어쩌면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면 아기가 죽거나…….
20분 정도 더 산고를 겪은 후에 분만실로 옮겨진 산모는 건강한 애를 낳았다. 아기도 건강했고, 산모도 무사했다. 처음 보는 탄생의 순간에 나름대로 나도 감격하고 있었다.
같은 시간,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아파트에서 다섯 명의 아이들이 익사했다.
머릿속에 더럽고 좁은 화장실을 그렸다. 그곳의 욕조 또한 낡고, 더럽다. 썩어가는 잎처럼 삐쩍 마른 여자가 아이들을 물속에 처박고 있다. 좁은 화장실에 다섯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진동한다. 먼저 큰애의 울음소리가 없어지고, 마지막에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없어진다. 그래도 여자는 울지 않는다.
기사에는 여자가 자살 시도를 했으나 실패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자살 시도를 즐겨 하니까 그리 특이한 일도 아니다.
신문의 다른 면을 편다. 더 이상 재밌는 기사는 없는 것 같다. 시간은 오후 9시를 막 지나고 있다. 요즘은 잠이 빨리 온다. 꿈도 꾸지 않고 잠을 잔다.
그런데 룸메이트가 내 침대에 누워 있다. 아무래도 오늘은 룸메이트의 침대에서 자야 할 것 같다.
신문을 들어 룸메이트의 얼굴에 덮는다. 내가 이 녀석을 죽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내 생각이 맞는다면, 지구 반대편에서 누군가가 태어났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샌프란시스코의 그 여자가 그랬던 것처럼 자살시도를 하겠고.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