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와 2번의 만남이 있은 후, 다시 돌아온 화요일 오후 2시에는 나도 의식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2주나 연속으로 온 것이 단지 일상 속에서 생기는 단순한 우연에 지나지 않을까? 아니면 어떤 당위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것에 대해 생각하면서 벌써 한 시간 전부터 마음을 졸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이 모두 지나가 2시에 이르게 된 즈음에는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겹쳐버려서 모든 것이 귀찮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왜 이런 쓸데 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그런 어린 여자애를 기다려서 어쩌겠다는 거야.’
‘나이 값 좀 해라. 조선시대 같으면 일찍 결혼해서 그 애 만한 아이가 있을 나이잖아.’
‘아니, 이런 생각 자체가 우스워. 나와는 전혀 상관도 없는 일이잖아.’
‘그 애가 오던 안오던 내가 알게 뭐람. 난 편의점 점원이고 그 애는 고등학교를 다니는 꼬마일 뿐이야.’
‘이런 공상의 나래를 펴는 것도 지겹다. 이럴 시간이 있으면 책이나 읽어야지.’
내가 생각을 멈추고 책을 드는 순간 벽에 걸린 시계는 2시를 가리켰습니다. 그리고 소녀는 나의 생각과 의지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소녀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인사하였습니다.
“어……어. 안녕하세요.”
난 어수룩한 말투로 그녀에게 대답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녀는 콧노래를 부르며 자기집 냉장고를 뒤지듯이 편의점 구석구석을 뒤적거리더니 포테이토 칩 한 개, 생수 한 병, 커피우유 한 개를 손에 들고 나한테 왔습니다. 난 여러 가지 생각이 맴돌았지만 애써 태연한 척 하며 물건을 하나씩 계산했습니다.
“아저씨 이번에는 무슨 책 읽어요?”
소녀는 내가 대답을 할 틈도 없이 계산대에 놓아둔 나의 책을 들쳐 보았습니다.
“잉? 영어로 된 책이잖아요? 그리고 제목이 ‘Through The Looking-glass’라……”
그녀는 고개를 까우둥 거리면서 책을 넘겨보았다.
“어? 이거 앨리스 아니에요? 토끼를 쫓아서 굴에 들어간 앨리스 맞지요?”
그녀는 책에 그려진 앨리스의 그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눈을 크게 끄며 내게 물었습니다.
“맞아요. 거울나라의 앨리스라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편이에요.”
“네? 그런 것이 있었어요? 아저씨는 신기한 책만 보네요.”
“신기한 책만 골라 본다기 보다는 그냥 좋아하는 책이라서……”
나는 변명하듯이 말했습니다.
“어쨌든 이번 것도 접수!”
소녀는 유쾌하게 말하면서 이번에도 핸드폰 카메라로 책의 표지와 삽화를 찍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자랑해야지. 또 비밀을 알아냈다고.”
소녀는 이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렸고, 그 순간 참고만 있었던 나의 궁금증들이 한꺼번에 폭발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비밀…… 비밀리라니요?”
이렇게 묻자 그녀는 뜨끔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 얼굴을 잠시 살폈습니다.
“그……그런 것이 있어요.”
그녀는 새침하게 말해보았지만, 나는 납득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본심을 털어놓았습니다.
“후…… 사실대로 말할게요. 사실 아저씨한테 일부러 말을 걸려고 책을 본거에요.”
“왜요?”
나는 더더욱 그녀의 말을 이해 할 수 없었습니다.
“친구들에게 자랑하려고요.”
“자랑?”
“아저씨 꽤 유명인사잖아요.”
“예?”
나는 점점 알 수 없는 수렁에 빠져 드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한강고등학교 앞 편의점에서 일하는 정체불명의 얼짱남이라고 유명해요. 아저씨 정말로 몰라요?”
“그게 무슨 소리에요?”
난 얼굴을 붉히며 말했습니다.
“어, 이상하다. 아저씨 사진만 올리는 홈피도 있고, 카페도 있는데…… 인터넷에 기사도 뜨고 그랬어요.”
“도대체 무슨소리에요!”
난 당혹스러움과 약간의 짜증과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그녀에게 심문하듯이 물었습니다.
“아저씨는 인터넷도 안 해요?”
난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이들이 숨어서 아저씨 사진도 찍고 그랬는데도 모른다는 말이에요?”
간혹 편의점에서 사진을 찍는 아이들을 보았지만 난 창 밖의 풍경을 찍거나 물건을 찍는 것이겠지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인터넷도 안하고. 아이들이 사진 찍는 것도 모르고. 아이들이 뒤에서 수군거리면서 이야기꺼리를 만드는 것도 모르다니. 아저씨는 정말 바보 아니면 외계인인가 보네요.”
여자아이는 혀를 삐죽 내밀며 말하였습니다. 그녀는 이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을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잠시 생각해 보더니 대뜸 내 이름을 물었습니다.
How (5) 그리고 다시 화요일 오후 2시
5. 그리고 다시 화요일 오후 2시
소녀와 2번의 만남이 있은 후, 다시 돌아온 화요일 오후 2시에는 나도 의식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2주나 연속으로 온 것이 단지 일상 속에서 생기는 단순한 우연에 지나지 않을까? 아니면 어떤 당위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것에 대해 생각하면서 벌써 한 시간 전부터 마음을 졸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이 모두 지나가 2시에 이르게 된 즈음에는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겹쳐버려서 모든 것이 귀찮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왜 이런 쓸데 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그런 어린 여자애를 기다려서 어쩌겠다는 거야.’
‘나이 값 좀 해라. 조선시대 같으면 일찍 결혼해서 그 애 만한 아이가 있을 나이잖아.’
‘아니, 이런 생각 자체가 우스워. 나와는 전혀 상관도 없는 일이잖아.’
‘그 애가 오던 안오던 내가 알게 뭐람. 난 편의점 점원이고 그 애는 고등학교를 다니는 꼬마일 뿐이야.’
‘이런 공상의 나래를 펴는 것도 지겹다. 이럴 시간이 있으면 책이나 읽어야지.’
내가 생각을 멈추고 책을 드는 순간 벽에 걸린 시계는 2시를 가리켰습니다. 그리고 소녀는 나의 생각과 의지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소녀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인사하였습니다.
“어……어. 안녕하세요.”
난 어수룩한 말투로 그녀에게 대답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녀는 콧노래를 부르며 자기집 냉장고를 뒤지듯이 편의점 구석구석을 뒤적거리더니 포테이토 칩 한 개, 생수 한 병, 커피우유 한 개를 손에 들고 나한테 왔습니다. 난 여러 가지 생각이 맴돌았지만 애써 태연한 척 하며 물건을 하나씩 계산했습니다.
“아저씨 이번에는 무슨 책 읽어요?”
소녀는 내가 대답을 할 틈도 없이 계산대에 놓아둔 나의 책을 들쳐 보았습니다.
“잉? 영어로 된 책이잖아요? 그리고 제목이 ‘Through The Looking-glass’라……”
그녀는 고개를 까우둥 거리면서 책을 넘겨보았다.
“어? 이거 앨리스 아니에요? 토끼를 쫓아서 굴에 들어간 앨리스 맞지요?”
그녀는 책에 그려진 앨리스의 그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눈을 크게 끄며 내게 물었습니다.
“맞아요. 거울나라의 앨리스라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편이에요.”
“네? 그런 것이 있었어요? 아저씨는 신기한 책만 보네요.”
“신기한 책만 골라 본다기 보다는 그냥 좋아하는 책이라서……”
나는 변명하듯이 말했습니다.
“어쨌든 이번 것도 접수!”
소녀는 유쾌하게 말하면서 이번에도 핸드폰 카메라로 책의 표지와 삽화를 찍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자랑해야지. 또 비밀을 알아냈다고.”
소녀는 이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렸고, 그 순간 참고만 있었던 나의 궁금증들이 한꺼번에 폭발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비밀…… 비밀리라니요?”
이렇게 묻자 그녀는 뜨끔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 얼굴을 잠시 살폈습니다.
“그……그런 것이 있어요.”
그녀는 새침하게 말해보았지만, 나는 납득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본심을 털어놓았습니다.
“후…… 사실대로 말할게요. 사실 아저씨한테 일부러 말을 걸려고 책을 본거에요.”
“왜요?”
나는 더더욱 그녀의 말을 이해 할 수 없었습니다.
“친구들에게 자랑하려고요.”
“자랑?”
“아저씨 꽤 유명인사잖아요.”
“예?”
나는 점점 알 수 없는 수렁에 빠져 드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한강고등학교 앞 편의점에서 일하는 정체불명의 얼짱남이라고 유명해요. 아저씨 정말로 몰라요?”
“그게 무슨 소리에요?”
난 얼굴을 붉히며 말했습니다.
“어, 이상하다. 아저씨 사진만 올리는 홈피도 있고, 카페도 있는데…… 인터넷에 기사도 뜨고 그랬어요.”
“도대체 무슨소리에요!”
난 당혹스러움과 약간의 짜증과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그녀에게 심문하듯이 물었습니다.
“아저씨는 인터넷도 안 해요?”
난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이들이 숨어서 아저씨 사진도 찍고 그랬는데도 모른다는 말이에요?”
간혹 편의점에서 사진을 찍는 아이들을 보았지만 난 창 밖의 풍경을 찍거나 물건을 찍는 것이겠지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인터넷도 안하고. 아이들이 사진 찍는 것도 모르고. 아이들이 뒤에서 수군거리면서 이야기꺼리를 만드는 것도 모르다니. 아저씨는 정말 바보 아니면 외계인인가 보네요.”
여자아이는 혀를 삐죽 내밀며 말하였습니다. 그녀는 이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을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잠시 생각해 보더니 대뜸 내 이름을 물었습니다.
“아저씨 이름이 뭐에요?”
난 갑작스러운 물음에 무의식적으로 대답했습니다.
“김성현”
“앗싸! 드디어 알아냈다! 선배들이 3년 동안 못한 일을 난 한번에 했다!”
그녀는 신이 나서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그러나 정확하지는 않아 정말 내 이름이 김성현인지는.”
“그게 무슨소리에요!”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았습니다.
아무튼 내가 그녀에게 말한 것은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