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죽여줬으면.위아래로 격열하게 흔들리는 차체에 흔들리며, 소녀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질퍽거리는 길에서 튀긴 진흙이 앞 유리창을 몇번이고 겹쳐바른다. 침엽수 그늘이 헤드라이트에 비쳐어둠 속에서 떠올랐다 사라지곤 한다.사이드 미러 속에 여자의 얼굴이 비치고 있다.무언가에 홀린 듯 엄지손가락을 물어뜯는 창백한 얼굴-자신의 얼굴이다. 테니스부 연습 때문에이보다 햇볕에 더 그을려 있었을 텐데. 어째서 이렇게 창백한 걸까?그것보다 연습이 못 가게 된지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걸까?일주일? 한달? 아니면 일년?아니. 시간 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 어차피 난 돌아갈 수 없을 테니.그러니까 얼른 죽여줬으면."조금만 더 가면 돼."핸들을 잡은 중년 사내가 외쳤다. 군복위에 빳빳한 코트를 입고 있었다."몇 킬로만 더 가면 산악지대로 들어간다. 일본에 돌아갈 수 있어."거짓말.이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런 차로 어떻게 도망간단 말인가.그 작자들은 자신을 붙잡아 발가벗겨서 약을 주사하고는 다시 그 수조에 가둬버릴 것이다.거기서 의미없는 질문, 아무리 부탁해도 꺼내주지 않는다."무슨 짓이든 할 테니까 여기서 꺼내줘요!!"목소리는 닿지 않는다. 자신의 귀에 조차도.그리고 자신은 점점 망가져 간다.즐거운 것은 손톱을 깨무는 것. 그것밖에는 못하니까. 나는 그 누구도 아니게 되고, 즐거운 것은 손톱 깨무는 것.손톱은 멋져. 통증이 느껴지고 피가 나오는 게 멋져. 피가 나오고, 녹아서, 손톱, 손톱, 손톱, 손톱톱톱톱-"그만해!"소녀의 손을 남자가 옆에서 쳐냈다. 소녀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윽고 뒤집힌 목소리로 애원하기 시작했다."깨물게 해줘, 아님 죽여줘. 깨물게게해, 줘아, 님죽여, 죽죽여..."고장난 라디오 같은 비통한 반복. 남자는 측은한 듯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그녀를 이런 꼴로 만들어 놓은 녀석들을 저주했다."어떻게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심한 짓을 할 수가 있지. 쓰레기 같은 놈들."분노에 휩싸인 채 핸들을 꺽었을 때 날카로운 섬광이 뒤에서 덮쳤다.그것은 아마도- 로켓탄이었으리라.정면에 맹렬한 불꽃과 충격이 쇄도해 온 탓에, 그들의 시야는 새빨갛게 변했다.앞 유리가 산산조각이 나면서 두사람의 신체에 세차게 쏟아 졌다. 핸들이 제멋대로 미쳐 날뛰더니 차체가옆으로 미끄러진다. 길바닥의 돌기에 걸린 지프는 땅바닥에 튀겨진 고무처럼 공중으로 튀어 올라, 불꽃속에서 두바퀴 돌았다. 소녀의 몸은 창문을 뚫고 차 밖으로 던져젔다.만약 이 순간 소녀가 비명을 지르려고 숨을 들이쉬었더라면, 소용돌이치는 불꽃이 폐를 태워 그대로죽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소녀에겐 비명을 지를 기력조차 없었다.소녀의 몸은 연기와 함께 꼬리를 끌며 날아가 관목 덤불을 들이박고 진흑과 눈이 뒤섞인 지면에 어깨부터 떨어진 후, 저항도 못하고 3미터 정도 굴러 겨우 멈췄다.인형 마냥 옆으로 누운 채 소녀는 얼마간 움직이지 않았다.혼탁하던 의식이 맑아지고, 무거운 듯 목을 움직이자 대파된 지프가 눈에 들어 왔다.차대 부분이 밤하늘을 쳐다본 채 뒷바퀴는 허무하게 헛돌고 있었다.몸을 일으키려했으나, 도저히 오른쪽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부러졌는지 탈골이 됬는지,이상하게도 아픔은 느껴지지 않는다. 기어서 지프 잔해쪽으로 가니 납잡해진 겉판 건너편에 피투성이가된 남자가 쓰려져 있었다."이걸..."붉은 거품이 묻은 입술에서 가까스로 알아들을 수 있을 만한 말이 흘러 나온다. 힘없이 흔들리는 남자의 손이CD케이스 한장을 내밀었다. "이걸.... 남쪽으로... 똑바로 ... 도망"그것을 끝으로, 남자는 더 이상 말하지 못하게 되었다.눈물을 머금은 눈은 반쯤 열린 채였다. 그가 어째서 울고 있는지 소녀는 알수 없었다쇠퇴된 본능이 간신히 움직이기 시작했다소녀는 무릎을 떨면서도 일어나 CD케이스를 주워 올리곤, 진흙과 피로 뒤덮힌 맨발을 한발, 또 한발을 내딛였다그녀는 남자가 명령한데로 똑바로 걸었다.엄지손톱을 뿌득뿌득 깨물면서... 느릿느릿하게 발을 질질 끌면서...헬기가 나는 소리가 다가왔다. 대기에 울려퍼지는 회전날개 소리. 날카로운 엔진소리와 흡기구가 윙윙 거리는소리. 주위의 숲이 바람에 흔들려 버석버석 수런거렸다.올려다보니 나무들 건너편으로 회색 공격헬기의 모습이 보였다. 울퉁불퉁한 고복처럼 생긴 기체다.소녀는 그것을 못생겼다고 생각했다.[서라.]헬기 스피커에서 경고가 흘러나왔다.[서지 않으면 사살하겠다.]그러나 소녀는 멈춰 서지 않았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오로지 계속 걸을 뿐이다.스피커 건너편에서 미미하게 웅얼거리는 소리가 났다.[어디까지 도망칠 생각이려나?]기수의 기관포가 한 번 불을 뿜었다. 오른쪽 땅에서 포탄이 세차게 튀었다.진흙의 파도에 떠밀려, 소녀는 앞으로 거꾸러지듯 넘어졌다.[나쁜 아이에게는 벌을 줘야지]움직이는 쪽인 왼쪽 팔로 일어나려 하자, 이번에는 왼쪽에서 충격이 덮쳐왔다.소녀는 큰 대(大)자로 뒤집혀 가냘픈 신음을 흘렸다.[어이, 위험하다구]네발, 바섯 발, 이런 식으로 주위에서 포탄이 마구 터져 댔다. 착탄의 충격에 농락당하면서, 소녀는 차가운 진흙탕속에서 허우적대고, 꿈틀거리고, 몸부림 쳤다. 소녀는 숨이 끊어질 듯 하면서도 기어서 진진했다.[저것 좀 보게, 가엾게도, 저렇게 엉망진창이 되어서도 아직 도망-]그 목소리가 갑자기 얼어붙었다. 엔진과 회전날개의 굉음만이 변함없이 주위에 울려퍼지고 있다. 이윽고, 갑자기 절박한 소리.[어 , AS다. 고도를-]파일럿의 말은 거기서 끝났다.금속이 찌부려지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공격헬기가 불꽃을 세차게 튀겼다.소녀가 얼굴을 들자 헬기의 기수에 무엇가가 쑤셔 박혀 있는 것이 보였다.나'이'프'그것은 나이프였다. 사람의 키정도 되는 투척용 나이프, 새빨갛게 달궈진 칼날이 헬기의 기수를 파고 들어가섬광을 흩뿌리고 있었다.조종사를 잃은 공격헬기는 옆으로 기울어 졌다가, 소녀에게 쏜살같이 낙하했다.소녀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엄청난 속도로 육박해오는 쇳덩어리를 쳐다 보고 있었다.그때, 시야의 한쪽 구석으로 터무니없이 커다란 그림자가 튀어 들어왔다.그림자는 소녀를 타넘고, 팔을 벌리며 양다리로 버티고 서서 추락하는 헬기를 맞이했다.헬기는 그대로 격돌해와서-격돌.파편이 흩날리고, 자잘한 부품들이 소녀의 주위로 쏟아져 내렸다.기어가 헛도는 귀에 거슬리는 소리와 터빈소리가 이중주를 자아낸다.올려다보니 거대한 그림자는 앞부분 반 이상이 짓눌린 헬기를 상'반'신 으로 받아내고 있었다등을 뒤로 졌히고 묵직한 듯이 팔, 어께, 허리, 무릎, 모든 관절에서 하얀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그것은 헬기를 끌어안은 채 걷더니 헬기를 숲속에 던졌다."암....슬레이브..?"소녀의 입에서 말이 흘러나왔다.[다친 덴 없나?]인형병기가 말했다. 침착한 남자의 목소리다.[너와 헬기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ATD(대전차대거)를 썻다 내 숏캐넌(산탄포)는 너무 위력이 커]소녀는 대답도 하지 않고 잠차코 있자, 암 슬레이브는 공기새는 소리가 들리더니 암슬레이브 동체가 뒤로갈라졌다. 소녀가 멍히 지켜보는 가운데 목쪽의 해치에선 병사한명이 모습을 드러 냈다.암슬레이브의 오퍼레이터(조종병)은 구급약을 들고 내렸다.소년병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동양인 병사다.그러나 그 병사에게는 십대 특유의 천진난만함이나 믿음직스럽지 못한 면이 없었다.검은 더벅머리에 눈매는 날카롭고 미간에 주름을 모은 채 입을 언덕모양으로 꼭 다물고 있다."나를 어디로 데리고 갈껀가요?""일단 수송헬기 LDZ(Landing Zone착륙 지점)까지 내 AS로 옮긴다. 헬기에 수용되면 바다에서기달리고 있는 모'함'으로 귀환한다. 그뒤는 몰라, 우리 임무는 거기 까지니까."점점 의식이 흐려져 여기가 어딘지조차도 알 수 없게 되버렸다."당신의 이름은?"소녀는 청하듯이 물었다."너무 많이 말하지 마라. 체력이 낭비되니까.""가르쳐줘요"젊은 병사는 약간 망설이더니, 이름을 밝혔다."사가라. 사가라 소스케"그것을 들었는지, 소녀는 의식을 잃었다.
풀 메탈 패닉!-위스퍼드를 지켜라-
차라리 죽여줬으면.
위아래로 격열하게 흔들리는 차체에 흔들리며, 소녀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질퍽거리는 길에서 튀긴 진흙이 앞 유리창을 몇번이고 겹쳐바른다. 침엽수 그늘이 헤드라이트에 비쳐
어둠 속에서 떠올랐다 사라지곤 한다.
사이드 미러 속에 여자의 얼굴이 비치고 있다.
무언가에 홀린 듯 엄지손가락을 물어뜯는 창백한 얼굴-자신의 얼굴이다. 테니스부 연습 때문에
이보다 햇볕에 더 그을려 있었을 텐데. 어째서 이렇게 창백한 걸까?
그것보다 연습이 못 가게 된지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걸까?
일주일? 한달? 아니면 일년?
아니. 시간 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 어차피 난 돌아갈 수 없을 테니.
그러니까 얼른 죽여줬으면.
"조금만 더 가면 돼."
핸들을 잡은 중년 사내가 외쳤다. 군복위에 빳빳한 코트를 입고 있었다.
"몇 킬로만 더 가면 산악지대로 들어간다. 일본에 돌아갈 수 있어."
거짓말.
이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런 차로 어떻게 도망간단 말인가.
그 작자들은 자신을 붙잡아 발가벗겨서 약을 주사하고는 다시 그 수조에 가둬버릴 것이다.
거기서 의미없는 질문, 아무리 부탁해도 꺼내주지 않는다.
"무슨 짓이든 할 테니까 여기서 꺼내줘요!!"
목소리는 닿지 않는다. 자신의 귀에 조차도.
그리고 자신은 점점 망가져 간다.
즐거운 것은 손톱을 깨무는 것. 그것밖에는 못하니까. 나는 그 누구도 아니게 되고, 즐거운 것은 손톱 깨무는 것.
손톱은 멋져. 통증이 느껴지고 피가 나오는 게 멋져. 피가 나오고, 녹아서, 손톱, 손톱, 손톱, 손톱톱톱톱-
"그만해!"
소녀의 손을 남자가 옆에서 쳐냈다. 소녀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윽고 뒤집힌 목소리로 애원하기 시작했다.
"깨물게 해줘, 아님 죽여줘. 깨물게게해, 줘아, 님죽여, 죽죽여..."
고장난 라디오 같은 비통한 반복. 남자는 측은한 듯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그녀를 이런 꼴로 만들어 놓은
녀석들을 저주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심한 짓을 할 수가 있지. 쓰레기 같은 놈들."
분노에 휩싸인 채 핸들을 꺽었을 때 날카로운 섬광이 뒤에서 덮쳤다.
그것은 아마도- 로켓탄이었으리라.
정면에 맹렬한 불꽃과 충격이 쇄도해 온 탓에, 그들의 시야는 새빨갛게 변했다.
앞 유리가 산산조각이 나면서 두사람의 신체에 세차게 쏟아 졌다. 핸들이 제멋대로 미쳐 날뛰더니 차체가
옆으로 미끄러진다. 길바닥의 돌기에 걸린 지프는 땅바닥에 튀겨진 고무처럼 공중으로 튀어 올라, 불꽃
속에서 두바퀴 돌았다. 소녀의 몸은 창문을 뚫고 차 밖으로 던져젔다.
만약 이 순간 소녀가 비명을 지르려고 숨을 들이쉬었더라면, 소용돌이치는 불꽃이 폐를 태워 그대로
죽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소녀에겐 비명을 지를 기력조차 없었다.
소녀의 몸은 연기와 함께 꼬리를 끌며 날아가 관목 덤불을 들이박고 진흑과 눈이 뒤섞인 지면에 어깨부터
떨어진 후, 저항도 못하고 3미터 정도 굴러 겨우 멈췄다.
인형 마냥 옆으로 누운 채 소녀는 얼마간 움직이지 않았다.
혼탁하던 의식이 맑아지고, 무거운 듯 목을 움직이자 대파된 지프가 눈에 들어 왔다.
차대 부분이 밤하늘을 쳐다본 채 뒷바퀴는 허무하게 헛돌고 있었다.
몸을 일으키려했으나, 도저히 오른쪽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부러졌는지 탈골이 됬는지,
이상하게도 아픔은 느껴지지 않는다. 기어서 지프 잔해쪽으로 가니 납잡해진 겉판 건너편에 피투성이가
된 남자가 쓰려져 있었다.
"이걸..."
붉은 거품이 묻은 입술에서 가까스로 알아들을 수 있을 만한 말이 흘러 나온다. 힘없이 흔들리는 남자의 손이
CD케이스 한장을 내밀었다.
"이걸.... 남쪽으로... 똑바로 ... 도망"
그것을 끝으로, 남자는 더 이상 말하지 못하게 되었다.
눈물을 머금은 눈은 반쯤 열린 채였다. 그가 어째서 울고 있는지 소녀는 알수 없었다
쇠퇴된 본능이 간신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녀는 무릎을 떨면서도 일어나 CD케이스를 주워 올리곤, 진흙과 피로 뒤덮힌 맨발을 한발, 또 한발을 내딛였다
그녀는 남자가 명령한데로 똑바로 걸었다.
엄지손톱을 뿌득뿌득 깨물면서... 느릿느릿하게 발을 질질 끌면서...
헬기가 나는 소리가 다가왔다. 대기에 울려퍼지는 회전날개 소리. 날카로운 엔진소리와 흡기구가 윙윙 거리는
소리. 주위의 숲이 바람에 흔들려 버석버석 수런거렸다.
올려다보니 나무들 건너편으로 회색 공격헬기의 모습이 보였다. 울퉁불퉁한 고복처럼 생긴 기체다.
소녀는 그것을 못생겼다고 생각했다.
[서라.]
헬기 스피커에서 경고가 흘러나왔다.
[서지 않으면 사살하겠다.]
그러나 소녀는 멈춰 서지 않았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오로지 계속 걸을 뿐이다.
스피커 건너편에서 미미하게 웅얼거리는 소리가 났다.
[어디까지 도망칠 생각이려나?]
기수의 기관포가 한 번 불을 뿜었다. 오른쪽 땅에서 포탄이 세차게 튀었다.
진흙의 파도에 떠밀려, 소녀는 앞으로 거꾸러지듯 넘어졌다.
[나쁜 아이에게는 벌을 줘야지]
움직이는 쪽인 왼쪽 팔로 일어나려 하자, 이번에는 왼쪽에서 충격이 덮쳐왔다.
소녀는 큰 대(大)자로 뒤집혀 가냘픈 신음을 흘렸다.
[어이, 위험하다구]
네발, 바섯 발, 이런 식으로 주위에서 포탄이 마구 터져 댔다. 착탄의 충격에 농락당하면서, 소녀는 차가운
진흙탕속에서 허우적대고, 꿈틀거리고, 몸부림 쳤다.
소녀는 숨이 끊어질 듯 하면서도 기어서 진진했다.
[저것 좀 보게, 가엾게도, 저렇게 엉망진창이 되어서도 아직 도망-]
그 목소리가 갑자기 얼어붙었다. 엔진과 회전날개의 굉음만이 변함없이 주위에 울려퍼지고 있다.
이윽고, 갑자기 절박한 소리.
[어 , AS다. 고도를-]
파일럿의 말은 거기서 끝났다.
금속이 찌부려지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공격헬기가 불꽃을 세차게 튀겼다.
소녀가 얼굴을 들자 헬기의 기수에 무엇가가 쑤셔 박혀 있는 것이 보였다.
나'이'프'
그것은 나이프였다. 사람의 키정도 되는 투척용 나이프, 새빨갛게 달궈진 칼날이 헬기의 기수를 파고 들어가
섬광을 흩뿌리고 있었다.
조종사를 잃은 공격헬기는 옆으로 기울어 졌다가, 소녀에게 쏜살같이 낙하했다.
소녀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엄청난 속도로 육박해오는 쇳덩어리를 쳐다 보고 있었다.
그때, 시야의 한쪽 구석으로 터무니없이 커다란 그림자가 튀어 들어왔다.
그림자는 소녀를 타넘고, 팔을 벌리며 양다리로 버티고 서서 추락하는 헬기를 맞이했다.
헬기는 그대로 격돌해와서-
격돌.
파편이 흩날리고, 자잘한 부품들이 소녀의 주위로 쏟아져 내렸다.
기어가 헛도는 귀에 거슬리는 소리와 터빈소리가 이중주를 자아낸다.
올려다보니 거대한 그림자는 앞부분 반 이상이 짓눌린 헬기를 상'반'신 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등을 뒤로 졌히고 묵직한 듯이 팔, 어께, 허리, 무릎, 모든 관절에서 하얀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헬기를 끌어안은 채 걷더니 헬기를 숲속에 던졌다.
"암....슬레이브..?"
소녀의 입에서 말이 흘러나왔다.
[다친 덴 없나?]
인형병기가 말했다. 침착한 남자의 목소리다.
[너와 헬기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ATD(대전차대거)를 썻다 내 숏캐넌(산탄포)는 너무 위력이 커]
소녀는 대답도 하지 않고 잠차코 있자, 암 슬레이브는 공기새는 소리가 들리더니 암슬레이브 동체가 뒤로
갈라졌다. 소녀가 멍히 지켜보는 가운데 목쪽의 해치에선 병사한명이 모습을 드러 냈다.
암슬레이브의 오퍼레이터(조종병)은 구급약을 들고 내렸다.
소년병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동양인 병사다.
그러나 그 병사에게는 십대 특유의 천진난만함이나 믿음직스럽지 못한 면이 없었다.
검은 더벅머리에 눈매는 날카롭고 미간에 주름을 모은 채 입을 언덕모양으로 꼭 다물고 있다.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갈껀가요?"
"일단 수송헬기 LDZ(Landing Zone착륙 지점)까지 내 AS로 옮긴다. 헬기에 수용되면 바다에서
기달리고 있는 모'함'으로 귀환한다. 그뒤는 몰라, 우리 임무는 거기 까지니까."
점점 의식이 흐려져 여기가 어딘지조차도 알 수 없게 되버렸다.
"당신의 이름은?"
소녀는 청하듯이 물었다.
"너무 많이 말하지 마라. 체력이 낭비되니까."
"가르쳐줘요"
젊은 병사는 약간 망설이더니, 이름을 밝혔다.
"사가라. 사가라 소스케"
그것을 들었는지, 소녀는 의식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