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의 달콤 쌉싸름한 초콜렛(5) 때론 다른 사람이고 싶었다.

瓚禧2005.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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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주님의 감기 완쾌 하시라고 한편 더 올려 드립니다. 감기 기운 훌훌 털어버리시고 빨리 나으세요!

 

 

 

 

           30개의

                           달콤 쌉싸름한 초콜렛


 

 

 

(5) 때론 다른 사람이고 싶었다.




일요일이었다. 태양이 얼굴을 내밀기 까진 아직 한참의 시간이 남아있었지만, 신애의 습관은 요일을 가리지 않았다. 정확히 6시 30분이되기 전, 신애의 눈이 마법처럼 떠졌다. 신애는 알람시계가 울리기를 기다렸다가 그 울음이 다 하기도 전에 꺼버렸다. 왠지 좋은 날씨일 것 같았다. 신애는 속옷차림으로 베란다로 향했다. 향긋한 봄내 음이 밀려드는 것 같았다. 간만에 기분이 좋은 하루가 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신애는 부엌으로 가 커피를 내렸다. 자그마한 집안 가득 향긋한 커피내음이 피어났다. 따스한 커피를 머그잔 가득 따라 들고서 신애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디론가 나가고 싶었다. 어디론가 가고 싶다는 충동이 바닥 저 끝에서부터 세차게 밀어치고 있었다. 가끔 이렇게 불쑥 찾아오는 역마살 같은 고질병이었다. 신애는 옷장을 열었다. 유행이 한참 지난 옷 몇 벌이 걸려있을 뿐이었다.




“옷이나 한 벌 살까?”




그동안 적금에, 우현에게 바친 선물을 사느라 자신을 위해서 돈을 쓴 적이 없는 그녀였다. 그녀는 그중 가장 화려해 보이는 빨간색 블라우스에 하얀 통바지를 꺼내었다. 곧장 화장실로 가서 향긋한 바디샴푸로 샤워를 하고, 샴푸냄새가 가득한 머리카락을 정성 들여 매만졌다. 꺼내놓은 옷을 입고, 야해 보이는 빨간색 립스틱을 발랐다. 거울 속에 여자는 다른 이 같았다. 새빨간 립스틱이 어색해 보여 입술만 도드라져 보였다. 신애는 주저 없이 티슈를 꺼내 입술을 문질렀다. 그리곤 조신해 보이는 핑크색 립글로스만 발라주었다. 신애의 단장이 끝날 때 기다렸다는 듯 태양이 떠올랐다. 모든 게 좋았다. 타이밍도, 기분도, 우현과 헤어지고 이렇게 날아갈 듯 행복한 기분은 처음이었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신애는 집을 나섰다. 백화점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도 행복은 밀려왔다. 이렇게 느긋한 기분이 얼마만인지 신애는 최대한 그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 백화점에서 내려 신애는 여성복 매장으로 곧장 걸음을 옮겼다. 봄이 왔다고, 여기저기서 알리듯 백화점은 온통 봄뿐이었다. 옷도, 식품도 봄내 음을 머금은 것들만이 너도 나도 손짓하고 있었다. 신애는 한참을 둘러본 후에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했다. 너풀거리는 연두색 치마에 하얀 블라우스가 너무나 산뜻해 보였다.




“마음에 드세요? 손님. 한번 입어보세요. 잘 어울리겠어요.”




점원의 인사성 멘트임을 알고 있는 신애였지만, 오늘만큼은 특별해 보이고 싶었다. 항상 돈에 매달려 100원 하나에도 벌벌 떠는 자신이 아닌, 가장 부티 나고,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고 싶었다. 신애는 돈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 나 그동안 열심히 살았어. 이정도 호사는 부릴 만 하잖아.]




마음 한 구석에서 그녀를 말리는 소리에게 신애는 그렇게 말했다. 안으로 들어가 부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 같았다. 그동안 슬픈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는 듯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은 마냥 행복해 보였다. 신애는 주저 없이 점원에게 카드를 내밀었다. 우현을 위해 쓴 일 말고 자신을 위해 카드를 쓴 일은 처음인 것 같았다. 입고 온 옷을 싼 쇼핑백을 들고 신애는 화장품 코너로 발길을 옮겼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하이 톤의 점원 목소리가 신애의 들뜬 마음을 더 들뜨게 만들고 있었다. 신애는 봄을 컨셉으로 나온 화장품을 설명하는 점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화장품을 고르고 있었다.




“어이! 박신애.”




달콤한 캐러멜향 목소리가 신애의 귓가에서 속삭였다. 신애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녀의 얼굴과 불과 1cm간격 너머 한 강의 얼굴이 있었다.





“연인이신가봐요?”




점원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한 강의 행동은 충분히 그럴 소지를 가지고 있었다. 신애는 점원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그녀의 말을 정정했다.





“아니요. 친구사이예요.”

“친구이긴 한데 제가 일방적으로 짝사랑 하는 관계이기도 합니다.”




한 강은 묻지도 않은 말을 잘도 중얼대었다. 그런 한 강의 태도가 조금은 우스웠는지 점원이 살짝 미소 지으며, 설명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요즘 컬러풀한 색상이 많이 나가요. 봄 시즌에 맞춰서 연두색에 펄이 들어간 이 아이쉐도우가 잘 나가는 편이구요.”

“이 여자 얼굴 색깔이 너무 희지 않아요? 내가 생각하기엔 이 보랏빛이 더 예쁠 것 같은데?”

“전문가이신가봐요? 맞아요.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손님께서는 얼굴색이 너무 하야신 편이라서 연두색보다는 이 보라색 펄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정작 사려는 사람은 신애인데도 불구하고 점원과 한 강은 쿵짝이 잘 맞았다. 점원과의 사이가 너무 좋자, 은근히 기분이 나빠졌다.




[뭐야? 박신애. 왜 한 강과 저 여자 사이를 질투하는 거야?]



신애는 잡생각을 잊어버리려 고개를 저었다.




“어디 아파? 왜 머리를 흔들어?”

“아니에요.”

“아픈 게 아니라면 다행이고, 어때? 이 색깔 예쁘지? 난 당신이 이 색깔 샀으면 좋겠는데?”

“그게 좋겠네요.”



신애는 사실 화장품에는 관심이 없었다. 다만 자신을 혼란스럽게 하는 한강에게 관심이 있었을 뿐이었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아니 정확히 말해 우현이 아닌 다른 남자에게 이렇게 호의적 이였나 싶을 정도였다. 남자에게 무신경하다고 자부했던 자신이 이렇게 다른 남자에게 급속도로 호의적인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 불안했다. 화장품 숍을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왼손에 들려있던 쇼핑백을 한 강이 건네받으려 하고 있었다.




“왜요?”

“남자가 옆에 있는데 연약한 여자가 쇼핑백을 드는 건 별로 보기 좋은 현상은 아닌 것 같아서.”

“항상 모든 여자들에게 그렇게 친절한가요?”

“아니,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여자에게만 그렇지.”

“난 그런 호의 익숙지 않아요.”

“익숙함과 익숙지 않다는 건 항상 간발의 차야. 받으면 익숙해 지는 거고, 아니면 그렇지 않은 것이고. 안 그래?”

“...........”




한 강은 가만히 서있는 신애의 쇼핑백을 자신이 들면서 말했다.




“가자고. 배고파.”




조금 앞서서 걷는 한 강을 향해 신애는 빠르게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근데 백화점에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꼭 내가 일부로 조장했다는 소리로 들리는군.”

“또 우연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은 건가요?”

“응. 이야기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사실이 그러니깐. 정말 우연이라니깐!”




한 강은 신애의 얼굴에 의심의 기운이 돌자, 펄쩍 뛰며 말했다.




“ 백화점은 나에게 새로운 창작의 곳이야. 그래서 자주 찾지. 아마 옆집 드나들 듯 하다는 표현이 맞겠군.”

“하는 일이......”

“이제야 나에게 조금 관심을 두는 건가? 하지만 노코멘트. 난 그다지 쉬운 답을 주는 사람은 아니니깐!”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었다. 순식간에 자신에게 다가와 마음을 다 줄 듯 열다가도 저렇듯 멀어져 버리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한 강과 신애는 나란히 백화점을 나왔다. 백화점 입구 바로 앞쪽에 커피 전문점 부스가 설치되어있었다. 한 강이 그 곳을 보고선 신애에게 ‘커피?’ 라고 읊조렸다. 신애는 시원한 바람에 머리카락이 나부끼는 것을 느끼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한 강이 커피를 사러 간 사이 바람은 연신 신애를 나부끼게 했다. 살랑 살랑 불어오는 바람부터 순식간에 머리카락을 헤집고 지나가는 바람까지. 신애는 바람이 잔뜩 헤집고 간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서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신애는 자신이 다른 사람인 것만 같았다. 이렇게 행복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니, 불과 몇 일전 죽으려고 했던 자신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백화점을 나가고 들어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신애는 새삼 한 강에게 고마움이 들었다. 그때 그대로 차에 달려들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신애는 회상에 잠겼다. 그때였다. 신애의 옆쪽에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소연이었다. 여전히 짧은 청치마 차림에 그녀는 냉소적인 표정으로 신애를 바라보고 있었다. 신애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주목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소연은 자신의 온 몸에 그런 향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소연의 옆에는 여전히 우현과 함께였다.



“이렇게 만나다니. 지독한 우연이라고 해야 하나?”

“안녕하세요!”



소연은 마치 그날 카페에 일이 없었던 사람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신애에게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그 인사 건너편으로 신애를 여전히 무시하고 깔보는 시선은 사라지지 않았다. 신애는 소연의 인사를 무시했다. 그리고 우현을 바라보았다. 좋아보였다. 힘들었던 자신과는 달리 편해 보이는 우현이 미웠다. 그때 신애의 뒤편으로 한 강이 커피가 든 컵을 내밀며 우현에게 인사를 건넸다.




“구면이죠?”

“누구신지?”

“그때, 클럽에서 봤었잖아요.”

“그랬던가요?”



우현은 한 강을 뚫어지듯 쳐다보고 있었다. 사실 우현은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보면 볼수록 우현의 자존심을 살살 긇어대는듯한 얼굴이었다. 정이 안가는 얼굴이었다. 딱히 그가 자신에게 잘못한 것은 없었지만, 아니 솔직히 말해 신애와 헤어질 구실을 줬던 그에게 고마워해야 할 그였지만, 왠지 그가 재수 없었다. 한 강은 여유롭게 자신의 갈색 머리칼을 끌어올리며 신애에게 ‘안가?’ 하며 재촉하고 있었다. 한 강의 말에 신애는 ‘가야지’ 하면서 슬쩍 걸음을 옮겼다. 순간 우현은 신애의 팔을 붙잡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하지만, 신애는 곧 한 강과 함께 거리로 사라졌다. 그 둘의 모습을 보고 서 있는 우현에게 소연이 재촉했다.



“뭐해?”

“들어가자.”



우현은 소연에게 끌려가다 시피 백화점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도 그의 시선은 여전히 사라져 버린 신애의 뒷모습에 박혀있는 듯 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소연의 조름에 백화점에 온 우현의 눈에 신애가 잡혔다. 다른 모습이었다. 항상 후줄그레 해 있던 그녀와는 달리 향긋한 봄 향기가 그녀의 주변에 흐르는 것 같았다. 자신도 모르게 심장 박동수가 빨라졌다. 우현은 소연에게 끌려 다니면서도 여전히 머릿속에는 신애의 그 모습이 박혀 없어지질 않고 있었다. 분명 신애와 헤어지기 위해 안달했던 것은 그였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의 마음속에 박혀 없어지질 않고 있는 그녀의 기억은 무엇이라는 말인가? 우현은 애써 그녀와의 추억들 때문에 자신이 착각 한 것이라고 치부해 버렸다. 그리곤 소연의 허리에 팔을 감으며 그녀를 향해 웃었다.


신애와 한 강은 백화점 뒤편 서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신애는 백화점 뒤편에서 우현과 소연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고, 한 강은 그녀의 뒤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현이 들어 갈 때 까지  신애의 눈은 그를 향해 있었다. 그러다가 이내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눈물이 잔뜩 고여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눈으로 신애는 뒤돌아 한 강을 향해 웃었다.




“웃지 마.”




냉정하고 감정 없는 듯한 말투였다. 한 강을 알아오고 이렇게 냉정한 말투는 익숙치 않은 신애였다. 항상 자신에게는 극도의 호의를 베푼 그가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신애는 툭 떨어진 눈물을 바라보았다. 마른 바닥에 사방으로 흩어진 눈물을 신애는 바라보았다. 한 방울, 두 방울 눈물이 떨어져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신애의 작은 등이 흔들렸다. 한 강은 한 팔을 들어 신애를 감싸 자신의 가슴으로 끌어당겼다.



“이러지 마요. 옷 버려요.”



신애의 중얼거림에 한 강이 말했다.



“가만히 있어. 당신 눈물 떨어지는 거 보기 흉해서 그래. 그러니깐 아무 말 마라.”



신애는 그의 가슴에 안겨 눈물을 흘려댔다. 어쩜 소리를 내서 울었다면 좀 덜 가여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연약한 여자는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숨죽여 울고 있었다. 한 강은 그게 마음이 아팠다. 그는 자신의 가슴 언저리가 따스해 지는 것을 느끼며 그녀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한 강은 그녀를 데리고 차로 걸음을 옮겼다. 싫다고 할줄 알았던 그녀는 의외로 아무소리 없이 그의 차에 올라탔다. 한 강은 신애를 앉혀놓고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 몇 캔을 사왔다. 그리곤 한 캔을 따서 신애에게 건넸다. 신애는 한 강이 내민 맥주를 아무 말 없이 들이켰다. 한 강은 조용히 음악을 틀었다. 슬픈 발라드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는 창문을 조금 열어 바람이 들어오게 만든 뒤 그대로 의자를 뒤로 눕혀 누웠다. 잔잔한 봄바람이 그의 뺨을 스쳐 지나가고 있었고, 밖은 환한 벚꽃들 천지였다. 그와는 동떨이지게 차 안에 누워 한 강은 천장만을, 신애는 맥주 캔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한 강이 사온 맥주캔 5개째를 비울 때 즈음 신애가 입을 열었다.




“이 노래처럼 내게 사랑은 사치였나봐요.”

“.............”

“사실 잊고 싶었어요. 하지만 잊을 수가 없어요. 알아요. 그 사람 나쁜 사람이라는 것. 그런 사람은 빨리 잊어야 한다는 것. 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맘처럼 안 되는 거잖아요. 사랑이 그렇게 머릿속에 정리처럼 쉽사리 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 거잖아요.”



신애의 말을 듣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 한 강은 두 눈을 감은 채 말이 없었다.



“사랑 받고 싶었어요. 내가 처음으로 사랑한 남자였으니깐. 내가 그를 너무 사랑했으니깐. 사랑한 세월만큼 더 바랬어요. 그가 조금이라도 날 봐 주길……. 하지만 그는 아니었어요. 그는 나 아닌 다른 여자만 바라본다는 것을 알면서도 난 그에게 바랬어요. 내가 잘못된 거였어요. 바라는 게 아닌데…….그러는 게 아닌데…….”

“...........”

“오늘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소심하고, 아무 말 못하고 당하기만 하는 박신애가 아닌, 당당한 박신애가 되고 싶었어요. 항상 사랑 못 받는 박신애가 아닌 사랑받는 박신애가 되고 싶었어요. 근데 아니에요. 아니었어요. 그를 보는 순간 알았어요. 그를 잊었다고 생각한 것은 나의 어리석은 착각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어요.”

“...........”



한 강이 조용히 의자를 일으켰다. 여전히 그들의 눈앞에 벚꽃 잎들이 바람이 흩날리고 있었다.




“아름답지?”

“.........”

“근데 잡을 수는 없어. 아름답기는 한데 잡을 수는 없어. 그게 사랑인 것 같아. 잘은 모르겠지만 말이야.”

“...........”

“애쓰지 마. 당신 성격상 여기서 끝 해서 쉽사리 끝맺을 수 있는 성격 아니니깐. 그냥 시간에 맡겨둬. 시간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란 말이야. 그렇게 조급하게 굴면서 괴롭히지 말고.”

“.......미안해요.”

“그런 말 필요 없어. 어차피 당신 성격 그럴 줄 알고 다가선 거였으니깐. 난 괜찮아.”

“그래도......”

“이봐. 그런 동정심이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겠지? 이만 출발 할까?”



옆으로 보이는 한 강의 얼굴이 조금은 쓸쓸해 보였다. 신애는 알고 있었다. 조금씩 그가 자신을 마음에 담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를 거부하기엔 자신이 너무 지쳐있었다. 신애는 조금씩 기대했다.



[내가 당신에게 기대도 될까요? 당신이 힘들 거 아는데 이러면 안 된다는 거 아는데……. 나 그래도 될까요?]



신애는 그의 옆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들이 지나간 차 너머로 벚꽃 잎이 흐트러지게 날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