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현은 이마에 흐른 땀방울을 팔로 쓰윽 문지르며 습관이 되어버린 담배를 입에 빼어 물었다.
“나도.”
그런 우현의 너머로 전라의 소연이 비스듬히 누워 우현에게 담배를 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우현은 자신이 빨던 담배를 소연에게 넘겨주며 다시 침대로 누웠다. 깔끔한 벽지가 눈에 들어왔다.
“무슨 생각해?”
소연이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우현에게 물었다. 우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다만 멍한 시선으로 소연이 뿜어낸 담배연기의 끝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우현은 아까 전부터 자신의 머릿속에 머무는 신애의 모습을 지우고 싶었다. 지우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그녀의 모습이 자신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소연은 우현의 팔을 자신의 머리 부분에 대 놓고 그 팔을 베고 누웠다. 소연의 한 손이 그의 젓꼭지 부분을 선회하고 있었다. 우현은 소연을 바라보았다. 색스러운 표정, 화려한 테크닉, 성에 관한 노골적인 대사들. 답답했던 신애와는 전혀 딴판인 그녀였다. 무엇이든 직설적이고, 노골적인 그녀의 말투에 끌렸던 그였다. 하지만, 오늘은 그 말투가 지극히 싫어지고 있었다. 소연은 아무렇지도 않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다. 조르륵- 오줌 누는 소리가 우현의 귓가에 선명하게 울렸다. 분명 그녀는 또 화장실 문을 열고 볼일을 보고 있을 것이다. 처음 그녀의 그런 행동들을 보았을 때 우현은 신선한 충격에 사로잡혔었다. 대한민국 여자는 다 신애같이 조신하고 내숭덩어리 인줄 알았다. 그런 그에게 소연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녀의 그런 행동 하나 하나 마저도 신선한 놀이며, 재미였다. 하지만 오늘은 틀렸다. 분명 틀렸다. 그녀를 먼저 원했던 것은 우현 자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그녀의 그런 행동들이 천박한 여자의 그것과 같이 보였다. 볼일을 다 보았는지 소연이 다시 침대로 와 누웠다.
“내 앞에서 그렇게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돌아다니면 부끄럽지 않아?”
“뭐가?”
“알아들었으면서 왜 되물어.”
“뭐가 어때서? 볼꺼 다 본 사이에 이제 와서 내숭떤다는 게 더 웃기지 않아?”
소연은 그런 물음을 하는 우현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빈정거리며 대답했다. 우현은 소연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 조금 전까지 정사를 나눈 사이라 해도 지금은 얼굴조차 보고 싶지 않았다. 처음 우현은 신애와는 다른 여자를 원했다. 적극적이고, 색적인 그런 여자를 원했었다. 20대에 한번쯤은 그런 섹시한 여자와 미친 듯 정사를 나누는 것이 자신의 소원이었다. 하지만, 그 소원이 이루어진 지금은 섹시하면서도 조신한 신애와 소연을 섞은 듯한 여자를 바라고 있었다.
“나도 참 욕심이 많은 놈이지…….”
“응?”
“아니야. 혼자 중얼거린 거야.” “오빠, 한 번 더 할까?”
소연이 우현의 것을 쥐고 살살 흔들며 그를 유혹하고 있었다. 그런 노골적인 유혹에 빠져들지 않을 남자가 몇이나 있을까? 우현은 풍만한 소연의 가슴 사이로 고개를 묻었다. 그녀의 달콤한 애무에도 우현의 시선은 천장 벽지를 향하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 너머로 겹쳐지는 신애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동안 또다시 격정적인 시간이 지나가고 흥분으로 서로의 몸이 휘어질 때 까지 서로를 탐한 후 소연과 우현은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잠시 후 소연이 부스스 일어나 속옷을 입기 시작했다.
“옷은 왜 입는 거야?”
“알잖아. 나 외박은 안 되는 거.”
소연이 슬쩍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 미소 속에는 부모를 완벽히 속이고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하지만 우현은 그녀의 모습 속에서 만약 그녀와 자신의 정사관계를 그녀의 부모가 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를 생각하고 있었다. 서로 섹스 파트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관계로 소연과 우현은 발전하고 있었다. 소연이 나가고 나자 우현도 옷을 챙겨 입고 거리로 나섰다. 작은 술집을 운영하는 친구 상근이네 가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상근이와 우현은 나란히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래서 무엇이 걱정이라는 거야?”
“걱정 같은 건 없어. 그냥 오늘은 내가 나쁜 놈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현이 소주를 들이키며 말했다. 그의 말에 상근이 피식 웃으며 ‘이제 알았냐. 라며 대꾸했다.
“넌 아직도 내가 신애랑 헤어진 게 잘못된 거라고 생각하냐?”
“아니, 너 같은 놈에게 헤어난 신애씨에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위로해 주고픈 심정이다.”
“친구란 녀석이…….”
“솔직히 말이야 바른 말이지. 신애씨 같은 여자 너에겐 너무 과분한 여자였어. 지금 만나는 소연이라는 애는 어떤지 몰라도 말이야. 너 같은 놈한테 무슨 복이 붙어서 신애씨 같은 여자랑 10년을 사귀었는지……. 네 복이 다한 게다.”
“소연이 한번도 못 봤었나?” “그래.”
“잠자리는 죽이는 여자지.”
“뭐야? 단순한 잠자리 파트너 였어? 그런 여자 때문에 신애씨 같은 복을 차낸 거야?” “신애는 그런 쪽에는 잼병이였으니깐, 걔 국보급 보물이거든. 결혼하기 전까지는 절대 순결. 나도 남자다. 이 활활 불타는 청춘을 나도 순결로 짓밟을 수는 없는 거잖아.”
사실 신애가 자신에게 성관계까지 허락을 했더라면 이별까지는 안 갔을 것이었다. 하지만, 매사 우현의 말에 순종하던 신애였지만 그 관계에 대해서만큼은 예민하리 만치 거부반응을 나타내었다. 그런 신애를 처음엔 인정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10년이 아니던가? 처음엔 신애 모르게 사창가에 가서 해결을 했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우현은 신애가 미웠다. 자신을 사창가로 내 몬 것은 너라고 신애에게 이야기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그를 인정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너도 나도 신애편이었다. 신애의 입장에서만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우현은 더욱더 섹스에 매달렸다. 반항 하는 10대들처럼 그들의 말을 무조건 부정하고, 부정하면 할수록 신애를 미워했다.
“날 이렇게 만든 건 신애 탓도 있어.”
우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소주잔을 비웠다. 이상한 날이었다. 분명 우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이 진행되었다. 10년간을 사귀어 온 신애와도 헤어지고, 자신이 원했던 색스럽고 섹시한 여자친구도 생겼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마음 한구석이 허하게 빈 것 같은 느낌이었다.
“또 변덕스러운 게지. 이제 신애씨 놓치니깐 잡고 있던 떡고물 놓친 아이 같은 거겠지. 그게 바로 못된 심보라는 거다. 이 나쁜 놈아!”
상근은 우현의 말에 쥐어박듯 말하며 소주잔을 채워주었다. 우현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상근이 아니었다. 아니 남자라면 섹스도 사랑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이해 못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아무리 남자를 늑대니 뭐니 해도 불 솟는 성욕은 그 어떤 것으로도 잠재울 수 없는 것이었다. 허나, 상근은 은근히 바랬었다. 신애와 우현이 잘되어 신애의 소망처럼 둘이 결혼까지 갈수 있기를 말이다. 우현이 미운 것은 그가 다른 여자와 잤기 때문도, 사창가를 제집처럼 들락거렸다는 것도 아니었다. 상황을 이렇게 까지 만들어 한 여자의 마음을 찢었다는 것에 그가 미운 것이었다. 우현은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우현 자신이 왜 사람들에게 욕을 얻어먹는지를 말이다. 그런 그에게 설명할 생각이 상근은 전혀 없었다. 술기운에 못 이겨 쓰러진 우현을 엎고 우현의 집으로 향하면서 상근은 말했다.
“사람들이 널 욕한 것은 신애씨의 순정 자체를 네가 부정했기 때문이라고. 네 녀석이 사창가를 들락거렸던 것과, 바람을 뻔질나게 핀 것 때문만은 아니라고. 언젠가는 네 녀석도 알겠지……. 그녀의 마음을.......”
상근은 진정 바랬다. 자신의 등에 업힌 이 어리석은 친구가 하루 빨리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알게 되길.
“제길. 난 진짜 잘할 자신 있는데 왜 나는 여자친구가 없는 거냐고!”
상근은 낮게 중얼거리며 새벽 밤공기를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신애는 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갖혀있는듯한 은행을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신애는 움찔거리는 발을 애써 진정시키며 창 밖을 바라보았다. 딱히 어딘가에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었지만, 멍하니 어딘가를 뚫어지게 보는 것이 그녀의 버릇이 되어버렸다.
“누구 기다려요?”
“아니.”
“근데 매일 어딜 그렇게 쳐다봐요?”
“그냥.”
그때였다. 은행 문이 살며시 열리면서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케이크 가게 주인아저씨가 나타났다. 여전히 한 손에는 치즈케이크 일 것이 뻔한 케이크 상자를 들고서 말이었다. 인상 좋아 보이는 아저씨는 신애의 앞 데스크에 치즈케이크 상자를 올려놓았다.
“빨리 먹어야 해요. 내가 방금 만든 거라서 아주 풍미가 좋을 거요.”
“근데……. 누가 보냈는지.”
“거참, 몇 번을 말해요. 난 모른다오. 주문 받으면서 어떻게 사람 이름을 일일이 물어보나. 다만 맛이게 들기를 바라는 것 같더군. 그러니 맛있게 먹어요.”
항상 묻는 대답에도 케이크 가게 아저씨는 신애의 물음에 대답해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벌써 한달이 넘어가고 있었다. 한달 넘게 누군가에게 케이크를 선물 받는다는 것은 행복한 만큼 궁금증을 유발 시키고 있었다.
“또 왔네! 정말 누군지 몰라요?”
“응.”
“누군지는 몰라도 언니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인가봐요. 낭만적이다. 나도 이런 남자 있음 콱 물었을 텐데.”
장난스러운 진아의 표정에 유대리가 은근슬쩍 일어나며 말했다.
“우리 조신한 신애씨라면 모를까, 진아씨는 절대 안 될 걸?”
“어머, 유대리님도! 저도 알고 보면 조신한 여자라고요!”
“그래, 알았어. 알았다고.”
진아의 뿌루퉁한 표정에 유대리가 팔을 쓰윽 들어올려 아니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말했다. 그때 신애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나야.]
윤정이었다. 그날 이후 가끔 문자는 주고받았어도 한번도 보지는 못했었다. 서로 일하느라 정신이 없다는 핑계였지만, 먼저 전화하지 못했나 싶어 신애는 윤정의 전화에 미안함이 앞섰다.
“잘 지냈어?”
[나야 워낙에 잘 지내지! 오늘 시간 어떤가? 친구?]
항상 느끼는 거지만 윤정은 기분 좋게 신애에게 다가서고 있었다. 신애는 그런 윤정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윤정의 말에 신애는 괜찮다고 말했고, 둘은 저녁 약속을 정했다. 신애는 그날 저녁 급하게 마무리를 짓고 집으로 향했다. 새로 산 연두색 치마에 하얀 블라우스를 받쳐 입었다. 간만에 만나는 친구에게 가장 예쁘게 보이고 싶었다. 기쁜 마음으로 신애는 백화점 앞에서 윤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봐, 친구!”
윤정이 신애의 목을 감싸듯 조르며 나타났다. 둘은 고등학교 때로 돌아간 듯 했다. 윤정과 신애는 근처에 있는 카레전문점으로 향했다. 맛있게 저녁을 함께한 둘은 생과일 전문점으로 들어섰다. 아기자기한 분위기 속에서 둘은 직장 상사 흉이며, 세상살이 한탄을 하며 근심을 잊고 있었다. 신애는 행복했다. 자신에게 이런 소소한 행복을 주는 윤정에게 마냥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신애와 윤정은 날이 저물고, 차가 끊길 시간이 다 되어서야 찻집을 나섰다.
“너 여기서 집 어떻게 가?” “나야 저기 앞에서 버스타면 금방인걸?”
신애는 윤정의 물음에 웃으면서 대답했다.
“어? 박신애!”
반대편에서 우렁차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누군가를 향해 신애가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한 강이 서있었다. 한 강이 기분 좋게 웃으며 신애를 향해 달려왔다.
“어? 그때 술집에서......”
“기억력 참 좋으시네요!”
“신애야! 소개 안 시켜 줄 거야?”
한 강을 보고 윤정은 곧 술집에서의 그를 떠올렸다. 신애는 윤정의 말에 쭈빗 거리며 말했다.
“이쪽은 내 친구, 한 강. 이쪽은 내 고등학교 친구 윤정이에요!”
“반갑습니다.”
“반가워요!”
윤정은 방긋이 웃으며 인사를 나눈 뒤, 신애를 향해 ‘남자친구지?’ 라며 눈웃음을 지었다. 그런 윤정의 물음에 신애는 당황스러웠다. 아직 누군가를 사귈만한 여력이 없는 그녀였다. 그런 그녀에게 남자친구랑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다른 이와 사귄다는 오해를 받는다는 것 또한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윤정의 말에 신애가 펄쩍 뛰며 부인했다.
“아니야. 진짜 친구야. 우리 먼저 갈게요!”
신애는 그 상황을 빨리 모면하고 싶었다. 재빨리 한 강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윤정의 팔을 잡아당겨 뒤돌아섰다. 그때였다. 한 강이 소리친 것은.
“야! 박신애! 사랑한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번화가였다. 사람 많은 번화가에서 그가 불쑥 그렇게 소리친 것이었다. 신애는 그대로 걸음을 멈추었다. 윤정은 놀란 얼굴로 뒤를 돌아 한 강을 바라보았고, 발이 붙은 듯 서 있는 것은 신애였다. 그런 신애에게 한 강은 다시 한번 소리 높여 외쳤다.
“박신애! 사랑한다고!”
그제야 신애는 벌벌 떨리는 몸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그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의 시선을 받은 적은 태어나고 한번도 없었다. 신애는 여전히 떨리는 몸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재빨리 한 강을 향해 걸어갔다.
“우, 우린……. 친구 하기로 했잖아요.”
떨린 목소리였지만 정확하고 또렷한 말투였다. 그런 신애에게 한 강이 말했다.
“알고 있었잖아. 내가 널 사랑한다는 거. 알고 있잖아. 그런 내가 친구로 지내자고 한 것은 당신이 부담스러워 할 것 때문이었어. 너랑 친구할 마음 난 눈곱만큼도 없어. 다만 네 마음이 열릴 때 까지 친구 해 준다는 거야. 그러니깐! 다른 사람한테 친구라고 단정 지어 말하지 말아줘!”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거 뻔히 알면서 그렇게 부정하지 말란 말이야. 나도 사람이라고. 그렇게 진짜 친구라고 똑 부러지게 말할 것 까지는 없잖아!”
“하지만 우린 친구로......”
“그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네가 가 버릴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한 것뿐이라고!”
한 강의 용기가 멋있어 보여서 였을까? 주변에 모인 몇몇의 남자들이 한 강을 향해 응원의 휘파람과 박수를 보내고 있었고, 몇몇의 여자들이 신애를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신애의 귓가에는 윙윙대기만 할뿐 들리지 않았다. 그런 신애의 팔을 흔들어 깨운 것은 윤정이었다. 윤정은 신애를 향해 윙크를 한번 하더니, ‘나 먼저 간다.’ 라며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윤정은 신애가 편히 결정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준 것이었다. 한참동안을 신애와 한 강, 서로 마주보고 서있었다. 신애는 지금 결정할 수 없었다. 신애의 성격상 그럴 수 없다는 것을 한 강이 더 잘 알고 있었다. 한 강이 신애의 손을 낚아채듯 부여잡고 차를 주차해 놓은 곳을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의 뒤편으로 군중들의 야유 섞임과 부러운 함성들이 울리고 있었다.
“왜? 갑작스럽다고 생각하니?”
조용한 차 안에서 숨소리라고는 둘 뿐이었다. 다른 어떠한 소리도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신애는 한 강의 말소리와 숨소리에, 한 강은 신애의 말소리와 숨소리에 집중할 뿐이었다. 한 강의 말에 신애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은 내가 다른 사람 만날 여력이 없어요. 그동안 너무 힘들어서, 그래서.......”
“이기적인 거 알지?"
“알아요. 내가 이러면 안 되는 거 알아요. 그럼 우리 그만…….”
“됐어. 그만 만나자는 말이 하고 싶은 거라면 그만해!”
“하지만…….”
“남자는 변덕스러운 동물이라서 친구라 해도 애인 될 수 있는 기회만 노리게 되어있어. 지금 당장 어떻게 하자는 거 아니야. 당분간 친구! 그래. 좋아. 친구로 지내. 하지만 말이야. 다른 사람에게 진. 짜 친구라고 그렇게 단정 짓지는 말아 달라는 거야.”
신애는 한 강의 마음을 알 것 같았기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다만 그의 눈빛이 상당히 진지하다는 것을 느꼈다.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었다. 한 없이 자신을 기다려줄 아량을 가진 듯하다가 이렇게 조급히 다가오는 사람이기도 한 이 사람을 신애는 사랑할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둘은 그렇게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서로 맞닿은 숨소리 마냥 그렇게 서로의 가슴에 조금씩 스며들고 있었다.
30개의 달콤 쌉싸름한 초콜렛(6) 남자는 변덕스러운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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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은 이마에 흐른 땀방울을 팔로 쓰윽 문지르며 습관이 되어버린 담배를 입에 빼어 물었다.
“나도.”
그런 우현의 너머로 전라의 소연이 비스듬히 누워 우현에게 담배를 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우현은 자신이 빨던 담배를 소연에게 넘겨주며 다시 침대로 누웠다. 깔끔한 벽지가 눈에 들어왔다.
“무슨 생각해?”
소연이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우현에게 물었다. 우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다만 멍한 시선으로 소연이 뿜어낸 담배연기의 끝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우현은 아까 전부터 자신의 머릿속에 머무는 신애의 모습을 지우고 싶었다. 지우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그녀의 모습이 자신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소연은 우현의 팔을 자신의 머리 부분에 대 놓고 그 팔을 베고 누웠다. 소연의 한 손이 그의 젓꼭지 부분을 선회하고 있었다. 우현은 소연을 바라보았다. 색스러운 표정, 화려한 테크닉, 성에 관한 노골적인 대사들. 답답했던 신애와는 전혀 딴판인 그녀였다. 무엇이든 직설적이고, 노골적인 그녀의 말투에 끌렸던 그였다. 하지만, 오늘은 그 말투가 지극히 싫어지고 있었다. 소연은 아무렇지도 않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다. 조르륵- 오줌 누는 소리가 우현의 귓가에 선명하게 울렸다. 분명 그녀는 또 화장실 문을 열고 볼일을 보고 있을 것이다. 처음 그녀의 그런 행동들을 보았을 때 우현은 신선한 충격에 사로잡혔었다. 대한민국 여자는 다 신애같이 조신하고 내숭덩어리 인줄 알았다. 그런 그에게 소연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녀의 그런 행동 하나 하나 마저도 신선한 놀이며, 재미였다. 하지만 오늘은 틀렸다. 분명 틀렸다. 그녀를 먼저 원했던 것은 우현 자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그녀의 그런 행동들이 천박한 여자의 그것과 같이 보였다. 볼일을 다 보았는지 소연이 다시 침대로 와 누웠다.
“내 앞에서 그렇게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돌아다니면 부끄럽지 않아?”
“뭐가?”
“알아들었으면서 왜 되물어.”
“뭐가 어때서? 볼꺼 다 본 사이에 이제 와서 내숭떤다는 게 더 웃기지 않아?”
소연은 그런 물음을 하는 우현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빈정거리며 대답했다. 우현은 소연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 조금 전까지 정사를 나눈 사이라 해도 지금은 얼굴조차 보고 싶지 않았다. 처음 우현은 신애와는 다른 여자를 원했다. 적극적이고, 색적인 그런 여자를 원했었다. 20대에 한번쯤은 그런 섹시한 여자와 미친 듯 정사를 나누는 것이 자신의 소원이었다. 하지만, 그 소원이 이루어진 지금은 섹시하면서도 조신한 신애와 소연을 섞은 듯한 여자를 바라고 있었다.
“나도 참 욕심이 많은 놈이지…….”
“응?”
“아니야. 혼자 중얼거린 거야.”
“오빠, 한 번 더 할까?”
소연이 우현의 것을 쥐고 살살 흔들며 그를 유혹하고 있었다. 그런 노골적인 유혹에 빠져들지 않을 남자가 몇이나 있을까? 우현은 풍만한 소연의 가슴 사이로 고개를 묻었다. 그녀의 달콤한 애무에도 우현의 시선은 천장 벽지를 향하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 너머로 겹쳐지는 신애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동안 또다시 격정적인 시간이 지나가고 흥분으로 서로의 몸이 휘어질 때 까지 서로를 탐한 후 소연과 우현은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잠시 후 소연이 부스스 일어나 속옷을 입기 시작했다.
“옷은 왜 입는 거야?”
“알잖아. 나 외박은 안 되는 거.”
소연이 슬쩍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 미소 속에는 부모를 완벽히 속이고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하지만 우현은 그녀의 모습 속에서 만약 그녀와 자신의 정사관계를 그녀의 부모가 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를 생각하고 있었다. 서로 섹스 파트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관계로 소연과 우현은 발전하고 있었다. 소연이 나가고 나자 우현도 옷을 챙겨 입고 거리로 나섰다. 작은 술집을 운영하는 친구 상근이네 가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상근이와 우현은 나란히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래서 무엇이 걱정이라는 거야?”
“걱정 같은 건 없어. 그냥 오늘은 내가 나쁜 놈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현이 소주를 들이키며 말했다. 그의 말에 상근이 피식 웃으며 ‘이제 알았냐. 라며 대꾸했다.
“넌 아직도 내가 신애랑 헤어진 게 잘못된 거라고 생각하냐?”
“아니, 너 같은 놈에게 헤어난 신애씨에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위로해 주고픈 심정이다.”
“친구란 녀석이…….”
“솔직히 말이야 바른 말이지. 신애씨 같은 여자 너에겐 너무 과분한 여자였어. 지금 만나는 소연이라는 애는 어떤지 몰라도 말이야. 너 같은 놈한테 무슨 복이 붙어서 신애씨 같은 여자랑 10년을 사귀었는지……. 네 복이 다한 게다.”
“소연이 한번도 못 봤었나?”
“그래.”
“잠자리는 죽이는 여자지.”
“뭐야? 단순한 잠자리 파트너 였어? 그런 여자 때문에 신애씨 같은 복을 차낸 거야?”
“신애는 그런 쪽에는 잼병이였으니깐, 걔 국보급 보물이거든. 결혼하기 전까지는 절대 순결. 나도 남자다. 이 활활 불타는 청춘을 나도 순결로 짓밟을 수는 없는 거잖아.”
사실 신애가 자신에게 성관계까지 허락을 했더라면 이별까지는 안 갔을 것이었다. 하지만, 매사 우현의 말에 순종하던 신애였지만 그 관계에 대해서만큼은 예민하리 만치 거부반응을 나타내었다. 그런 신애를 처음엔 인정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10년이 아니던가? 처음엔 신애 모르게 사창가에 가서 해결을 했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우현은 신애가 미웠다. 자신을 사창가로 내 몬 것은 너라고 신애에게 이야기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그를 인정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너도 나도 신애편이었다. 신애의 입장에서만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우현은 더욱더 섹스에 매달렸다. 반항 하는 10대들처럼 그들의 말을 무조건 부정하고, 부정하면 할수록 신애를 미워했다.
“날 이렇게 만든 건 신애 탓도 있어.”
우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소주잔을 비웠다. 이상한 날이었다. 분명 우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이 진행되었다. 10년간을 사귀어 온 신애와도 헤어지고, 자신이 원했던 색스럽고 섹시한 여자친구도 생겼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마음 한구석이 허하게 빈 것 같은 느낌이었다.
“또 변덕스러운 게지. 이제 신애씨 놓치니깐 잡고 있던 떡고물 놓친 아이 같은 거겠지. 그게 바로 못된 심보라는 거다. 이 나쁜 놈아!”
상근은 우현의 말에 쥐어박듯 말하며 소주잔을 채워주었다. 우현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상근이 아니었다. 아니 남자라면 섹스도 사랑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이해 못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아무리 남자를 늑대니 뭐니 해도 불 솟는 성욕은 그 어떤 것으로도 잠재울 수 없는 것이었다. 허나, 상근은 은근히 바랬었다. 신애와 우현이 잘되어 신애의 소망처럼 둘이 결혼까지 갈수 있기를 말이다. 우현이 미운 것은 그가 다른 여자와 잤기 때문도, 사창가를 제집처럼 들락거렸다는 것도 아니었다. 상황을 이렇게 까지 만들어 한 여자의 마음을 찢었다는 것에 그가 미운 것이었다. 우현은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우현 자신이 왜 사람들에게 욕을 얻어먹는지를 말이다. 그런 그에게 설명할 생각이 상근은 전혀 없었다. 술기운에 못 이겨 쓰러진 우현을 엎고 우현의 집으로 향하면서 상근은 말했다.
“사람들이 널 욕한 것은 신애씨의 순정 자체를 네가 부정했기 때문이라고. 네 녀석이 사창가를 들락거렸던 것과, 바람을 뻔질나게 핀 것 때문만은 아니라고. 언젠가는 네 녀석도 알겠지……. 그녀의 마음을.......”
상근은 진정 바랬다. 자신의 등에 업힌 이 어리석은 친구가 하루 빨리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알게 되길.
“제길. 난 진짜 잘할 자신 있는데 왜 나는 여자친구가 없는 거냐고!”
상근은 낮게 중얼거리며 새벽 밤공기를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신애는 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갖혀있는듯한 은행을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신애는 움찔거리는 발을 애써 진정시키며 창 밖을 바라보았다. 딱히 어딘가에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었지만, 멍하니 어딘가를 뚫어지게 보는 것이 그녀의 버릇이 되어버렸다.
“누구 기다려요?”
“아니.”
“근데 매일 어딜 그렇게 쳐다봐요?”
“그냥.”
그때였다. 은행 문이 살며시 열리면서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케이크 가게 주인아저씨가 나타났다. 여전히 한 손에는 치즈케이크 일 것이 뻔한 케이크 상자를 들고서 말이었다. 인상 좋아 보이는 아저씨는 신애의 앞 데스크에 치즈케이크 상자를 올려놓았다.
“빨리 먹어야 해요. 내가 방금 만든 거라서 아주 풍미가 좋을 거요.”
“근데……. 누가 보냈는지.”
“거참, 몇 번을 말해요. 난 모른다오. 주문 받으면서 어떻게 사람 이름을 일일이 물어보나. 다만 맛이게 들기를 바라는 것 같더군. 그러니 맛있게 먹어요.”
항상 묻는 대답에도 케이크 가게 아저씨는 신애의 물음에 대답해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벌써 한달이 넘어가고 있었다. 한달 넘게 누군가에게 케이크를 선물 받는다는 것은 행복한 만큼 궁금증을 유발 시키고 있었다.
“또 왔네! 정말 누군지 몰라요?”
“응.”
“누군지는 몰라도 언니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인가봐요. 낭만적이다. 나도 이런 남자 있음 콱 물었을 텐데.”
장난스러운 진아의 표정에 유대리가 은근슬쩍 일어나며 말했다.
“우리 조신한 신애씨라면 모를까, 진아씨는 절대 안 될 걸?”
“어머, 유대리님도! 저도 알고 보면 조신한 여자라고요!”
“그래, 알았어. 알았다고.”
진아의 뿌루퉁한 표정에 유대리가 팔을 쓰윽 들어올려 아니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말했다. 그때 신애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나야.]
윤정이었다. 그날 이후 가끔 문자는 주고받았어도 한번도 보지는 못했었다. 서로 일하느라 정신이 없다는 핑계였지만, 먼저 전화하지 못했나 싶어 신애는 윤정의 전화에 미안함이 앞섰다.
“잘 지냈어?”
[나야 워낙에 잘 지내지! 오늘 시간 어떤가? 친구?]
항상 느끼는 거지만 윤정은 기분 좋게 신애에게 다가서고 있었다. 신애는 그런 윤정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윤정의 말에 신애는 괜찮다고 말했고, 둘은 저녁 약속을 정했다. 신애는 그날 저녁 급하게 마무리를 짓고 집으로 향했다. 새로 산 연두색 치마에 하얀 블라우스를 받쳐 입었다. 간만에 만나는 친구에게 가장 예쁘게 보이고 싶었다. 기쁜 마음으로 신애는 백화점 앞에서 윤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봐, 친구!”
윤정이 신애의 목을 감싸듯 조르며 나타났다. 둘은 고등학교 때로 돌아간 듯 했다. 윤정과 신애는 근처에 있는 카레전문점으로 향했다. 맛있게 저녁을 함께한 둘은 생과일 전문점으로 들어섰다. 아기자기한 분위기 속에서 둘은 직장 상사 흉이며, 세상살이 한탄을 하며 근심을 잊고 있었다. 신애는 행복했다. 자신에게 이런 소소한 행복을 주는 윤정에게 마냥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신애와 윤정은 날이 저물고, 차가 끊길 시간이 다 되어서야 찻집을 나섰다.
“너 여기서 집 어떻게 가?”
“나야 저기 앞에서 버스타면 금방인걸?”
신애는 윤정의 물음에 웃으면서 대답했다.
“어? 박신애!”
반대편에서 우렁차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누군가를 향해 신애가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한 강이 서있었다. 한 강이 기분 좋게 웃으며 신애를 향해 달려왔다.
“어? 그때 술집에서......”
“기억력 참 좋으시네요!”
“신애야! 소개 안 시켜 줄 거야?”
한 강을 보고 윤정은 곧 술집에서의 그를 떠올렸다. 신애는 윤정의 말에 쭈빗 거리며 말했다.
“이쪽은 내 친구, 한 강. 이쪽은 내 고등학교 친구 윤정이에요!”
“반갑습니다.”
“반가워요!”
윤정은 방긋이 웃으며 인사를 나눈 뒤, 신애를 향해 ‘남자친구지?’ 라며 눈웃음을 지었다. 그런 윤정의 물음에 신애는 당황스러웠다. 아직 누군가를 사귈만한 여력이 없는 그녀였다. 그런 그녀에게 남자친구랑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다른 이와 사귄다는 오해를 받는다는 것 또한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윤정의 말에 신애가 펄쩍 뛰며 부인했다.
“아니야. 진짜 친구야. 우리 먼저 갈게요!”
신애는 그 상황을 빨리 모면하고 싶었다. 재빨리 한 강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윤정의 팔을 잡아당겨 뒤돌아섰다. 그때였다. 한 강이 소리친 것은.
“야! 박신애! 사랑한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번화가였다. 사람 많은 번화가에서 그가 불쑥 그렇게 소리친 것이었다. 신애는 그대로 걸음을 멈추었다. 윤정은 놀란 얼굴로 뒤를 돌아 한 강을 바라보았고, 발이 붙은 듯 서 있는 것은 신애였다. 그런 신애에게 한 강은 다시 한번 소리 높여 외쳤다.
“박신애! 사랑한다고!”
그제야 신애는 벌벌 떨리는 몸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그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의 시선을 받은 적은 태어나고 한번도 없었다. 신애는 여전히 떨리는 몸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재빨리 한 강을 향해 걸어갔다.
“우, 우린……. 친구 하기로 했잖아요.”
떨린 목소리였지만 정확하고 또렷한 말투였다. 그런 신애에게 한 강이 말했다.
“알고 있었잖아. 내가 널 사랑한다는 거. 알고 있잖아. 그런 내가 친구로 지내자고 한 것은 당신이 부담스러워 할 것 때문이었어. 너랑 친구할 마음 난 눈곱만큼도 없어. 다만 네 마음이 열릴 때 까지 친구 해 준다는 거야. 그러니깐! 다른 사람한테 친구라고 단정 지어 말하지 말아줘!”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거 뻔히 알면서 그렇게 부정하지 말란 말이야. 나도 사람이라고. 그렇게 진짜 친구라고 똑 부러지게 말할 것 까지는 없잖아!”
“하지만 우린 친구로......”
“그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네가 가 버릴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한 것뿐이라고!”
한 강의 용기가 멋있어 보여서 였을까? 주변에 모인 몇몇의 남자들이 한 강을 향해 응원의 휘파람과 박수를 보내고 있었고, 몇몇의 여자들이 신애를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신애의 귓가에는 윙윙대기만 할뿐 들리지 않았다. 그런 신애의 팔을 흔들어 깨운 것은 윤정이었다. 윤정은 신애를 향해 윙크를 한번 하더니, ‘나 먼저 간다.’ 라며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윤정은 신애가 편히 결정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준 것이었다. 한참동안을 신애와 한 강, 서로 마주보고 서있었다. 신애는 지금 결정할 수 없었다. 신애의 성격상 그럴 수 없다는 것을 한 강이 더 잘 알고 있었다. 한 강이 신애의 손을 낚아채듯 부여잡고 차를 주차해 놓은 곳을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의 뒤편으로 군중들의 야유 섞임과 부러운 함성들이 울리고 있었다.
“왜? 갑작스럽다고 생각하니?”
조용한 차 안에서 숨소리라고는 둘 뿐이었다. 다른 어떠한 소리도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신애는 한 강의 말소리와 숨소리에, 한 강은 신애의 말소리와 숨소리에 집중할 뿐이었다. 한 강의 말에 신애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은 내가 다른 사람 만날 여력이 없어요. 그동안 너무 힘들어서, 그래서.......”
“이기적인 거 알지?"
“알아요. 내가 이러면 안 되는 거 알아요. 그럼 우리 그만…….”
“됐어. 그만 만나자는 말이 하고 싶은 거라면 그만해!”
“하지만…….”
“남자는 변덕스러운 동물이라서 친구라 해도 애인 될 수 있는 기회만 노리게 되어있어. 지금 당장 어떻게 하자는 거 아니야. 당분간 친구! 그래. 좋아. 친구로 지내. 하지만 말이야. 다른 사람에게 진. 짜 친구라고 그렇게 단정 짓지는 말아 달라는 거야.”
신애는 한 강의 마음을 알 것 같았기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다만 그의 눈빛이 상당히 진지하다는 것을 느꼈다.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었다. 한 없이 자신을 기다려줄 아량을 가진 듯하다가 이렇게 조급히 다가오는 사람이기도 한 이 사람을 신애는 사랑할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둘은 그렇게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서로 맞닿은 숨소리 마냥 그렇게 서로의 가슴에 조금씩 스며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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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 비가 내리네요. 한 동안 좋은 날씨가 지속되다가 내리는 비라서 그런지 비 오는것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오늘 내리는 비는 어쩐지 특별해 보입니다.
좋은 할 되시구요.
저기 혹시, 노래 올리는 법 아시는 분들 있으시면 가르쳐 주시면 감사하겠어요.
노래 선물 드리고 싶은데 올리는 방법을 도통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