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의 달콤 쌉싸름한 초콜렛(11) 야누스, 질투는 사랑의 다른 얼굴이다.

瓚禧2005.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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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개의

                     달콤 쌉싸름한 초콜렛

 

 

 



(11) 야누스, 질투는 사랑의 다른 얼굴이다.



모든 것이 달라 보이는 아침이었다. 항상 느끼던 햇살과, 아침 공기마저 오늘은 특별하게 제조된 것 같은 그런 날이었다. 한 강은 이렇게 사랑이 사람의 기분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것인지, 이 분야에 관해 논문이라도 하나 쓰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 강은 여전히 침대에 누운 채로 천장에 붙어있는 신애의 사진을 바라보며 웃었다.



“이봐, 박신애.”



한 강의 부름에 사진 속 신애는 대답이 없었다. 다만 빙긋 웃고 있을 뿐이었다.



“이봐, 박신애! 이봐, 한 강 애인!”



한 강이 그렇게 사진 속 신애를 부르고선 자신도 쑥스러운지 침대에 고개를 박고 발을 동동 거렸다. 갑자기 수줍음이 밀려오기도 하고 갑자기 주체 못할 정도의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가만히 있다가도 신애의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도 슬며시 히쭉거리기도 하고 있었다. 한 강은 창문을 열고, ‘박신애는 내 여자다’ 라고 외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 아니 지나가는 사람들 만이라도 붙잡고, 그렇게 외치고 다니고 싶을 정도였다. 작고 고집센 여자가 자신의 마음속에 이렇게 크게 자리 잡을 줄은 몰랐었다. 클럽에서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묘하게 끌렸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천하의 자신이 아니 천하의 한 강이 한 여자에게 이렇게 목을 매게 될 줄 은 몰랐었다.




“사랑의 노예라고 누가 말했던가!”



한 강이 이상한 음률을 가져다 붙이며 중얼거렸다. 흥얼흥얼 자꾸만 나오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한 강은 옷장을 열었다. 종류별로 가지런하게 정리되어 있는 옷가지들 중에서 한 강은 신중하게 생각해 두었던, 하얀 통바지에 같은 흰색의 남방과, 분홍색 카디건을 신속하게 꺼내어 화장실 문 앞에 가지런히 내려두었다. 기분이 좋은 날이었다. 한 강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급하게 컴퓨터 책상으로 달려가 굴러다니던 형광펜 하나를 집어 들어 벽에 걸려있던 작은 꽃무늬 달력에 적힌 오늘 날짜에 동그라미를 쳤다.




“오늘이 당신과 사귀고 처음 해가 뜨는 날입니다.”



한 강은 신애가 앞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신사적인 인사를 하며 말했다. 그러다가 생각이 난 듯 한 강이 가지고 있던 형광펜을 입에 가로로 물고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달력을 쳐다보았다. 몇 달 전에 사귀던 달력 전문 디자이너 이었던 성주가 선물해 준 것이었다. 그것도 한 강을 위해 오직 한 강 한 사람만을 위해 특별히 그녀가 디자인 한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달력이었다. 



“정말 신기하지? 당신이 이 달력을 나한테 선물하면서 알았었겠냐고. 이 달력위에 다른 여자와의 기념일을 새길 줄을 말이야.”



한 강이 피식 중얼거렸다. 그러다 시계를 보더니 늦은 듯 황급히 욕실로 향했다. 향기 좋은 바디크렌져로 몸을 닦고, 선물 받은 뒤 한번도 쓰지 않은 고급 향수를 꺼내 머리 위에서 몸을 향해 칙칙 두 번을 뿌렸다. 마돈나가 향수를 뿌린 방법이었다. 맨 몸에 샤워하듯 향수로 몸을 샤워하는 이 방법. 그 기사를 읽은 뒤부터 한 강은 줄곧 그 방법을 고수해 오고 있었다. 맨 몸에 닿는 시원한 향이 그의 코끝을 스쳐 그의 몸을 감싸 안았다. 한 강에게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 신애와 사귀고 처음 있는 데이트였기에 한 강은 최대한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날이었다. 자신을 최대한 포장하고 한 강은 신애가 근무하는 은행으로 향했다. 항상 세워 놓는 곳에 차를 주차 해 놓고 한 강은 차에서 내려 통 유리 너머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무엇이 자신을 이다지도 흥분시키는지 궁금했다. 한 강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을 매달았다. 10개월 할부로 겨우 장만한 고급 시계를 보아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팔 올리던 한 강의 눈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한 강은 잔뜩 굳은 표정으로 그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신애는 조금 전 받은 문자로 한껏 들떠있었다. 신애의 들뜬 기분이 전해 졌는지 진아가 신애를 의아한 눈으로 연신 쳐다보고 있었다. 신애가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자 진아가 궁금증을 참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신애에게 조급하게 물었다.



“언니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

“응…….”



신애가 진아의 물음에 수줍게 대답했다. 신애는 한 강에게서 온 문자를 벌써 10번도 더 읽어보았다.



[일 끝나고 데이트 하자! -한 강-]



몇 마디 없는 문자였지만, 한 강이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다는 것도, 그리고 한 강에게 처음 온 문자가 데이트 신청 문자인 것도 신애에게는 온통 특별함 투성이었다. 신애는 떨리는 마음으로 은행 안에 큰 괘종시계를 쳐다보았다. 이제 10분후면 퇴근 시간이고, 10분후면 그를 만날 수 있으리라. 신애는 떨리는 마음으로 화장을 고치면서도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신애의 행동을 보던 진아가 피식 웃으며 신애를 놀리듯 말했다.




“언니, 연애 처음 시작하는 사람 같아요. 얼굴은 발그스름해 져서는. 얼굴 여기저기에 나 연애해요! 라고 광고하고 다니는 사람 같다고요!”



진아의 말에 신애가 자신의 볼을 만져 보았다. 따스하게 미열이 올라오고 있는 볼을 매만지면서 신애가 놀란 표정으로 ‘정말?’ 이라고 되묻자 진아가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신애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아녜요. 농담이에요.”



귓가에서 속삭이는 진아의 대답을 듣고서야 신애가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며 근처에 있는 종이게 빠르게 날려 글씨를 적었다.




-나 저번에 그 사람이랑 사귀게 됐어.




신애의 글씨를 보던 진아의 표정이 개구지게 변하더니 근처에 있던 볼펜으로 빠르게 종이에 적어 나갔다.




-아깝다. 그런 핸섬가이 제가 먼저 찜했었는데…….



신애가 진아의 말을 읽고 진아를 걱정스레 쳐다보자, 진아가 손 사레를 치며 말했다.



“무슨 말을 못해요. 농담이에요. 농담. 언니! 퇴근시간이다!”



진아의 말에 신애가 황급히 핸드백을 챙겨 나갔다. 나가면서 은행 문 앞에 있는 커다란 전신거울 앞에서 자신을 비추어 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은행 유니폼 차림인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한 강을 만나 집에 들려 나올 심산이었다. 신애는 은행 앞에서 여기 저기 두리번거렸지만, 어디에도 한 강의 멀쑥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신애는 다만 맞은편 동사무소 주차장에 곱게 세워져 있는 한 강의 차만 발견했을 뿐이었다. 신애는 핸드백 속에 있는 핸드폰을 뒤져 한 강의 문자를 찾아내 통화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가는 동안 신애의 심장 박동수는 기하학적으로 늘어나 잘못하면 터져버릴 풍선과 같았다. 신애는 애써 심호흡을 하면 한 강이 받기만을 기다렸다. 전화 신호음이 한참을 울려도 신애가 들으려고 하는 한 강의 달콤한 케러멜향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신애는 할 수 없이 전화를 끊고 다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혹시라도 한 강의 그림자라도 볼까 신애의 두 눈동자는 연신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때 은행 뒤편으로 돌아가는 골목 쪽에서 한 강의 음성인 듯한 목소리 한 줄기가 흘러 나왔다. 신애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히 은행 뒤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걸어가던 신애는 순간 발걸음을 멈추었다. 우현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렸기 때문이었다.



“너 꽤나 자신 만만한데, 그래봐도 나랑 신애는 10년 세월이야! 너 같은 놈이 끼어든다고 해서 없어질 시간이 아니란 말이지!”




우현의 목소리는 꽤나 자신만만했고, 또한 거만했다. 신애는 빠르게 걸어가 우현에게 착각하지 말라고 외쳐주고 싶은 욕구가 일어났지만, 애써 참았다. 그러기에는 순간 한 강의 진심을 들을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신애는 자신의 마음속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한 강에 대한 불신을 떨쳐 버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 뭔가 대단히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신애씨 같은 여자는 너한테 과분한 여자야! 그리고 이제 와서 너 같은 놈한테 다시 가게 놔두지 않아!”

“뭐라고? 이자식이!”



우현은 한 강의 면상에 정확히 주먹을 날렸다. 한 강이 선 채로 우현의 주먹을 가뿐히 피하면서 그의 팔을 잡고 비틀었다.



“으으윽…….”

“이제 와서 신애씨 주변에 맴도는 의도가 뭐야!”

“의도 같은 건 없어. 윽 좀 놓고 말해!”



한 강이 비틀어 잡고 있던 우현의 팔을 힘껏 밀치면서 팔을 툭툭 털었다. 주머니 속에 있던 담배를 꺼내어 한대 빼어 물었다. 빨갛게 불이 붙자 한 강이 우현을 향해 한대 건네었다. 그런 한 강을 한참 바라보던 우현이 한 강이 내민 담배를 물어 깊게 들이마셨다. 후 하고 긴 담배연기가 하늘을 향해 흩어 사라졌다.



“그만큼 힘들게 했으면 됐지. 이제 와서 어쩌자는 거냐? 남자답게 한번 물어보자.”



한 강이 주변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으며 묻자, 우현 역시 조금 망설이다 그의 곁에 걸터앉으며 대답했다.



“신애 같은 여자, 너 같은 놈은 이해 못할 거다. 지금은 네 녀석이 그 여자 겉만 보고 좋아할지 모르지만, 짝사랑이랑 연애랑은 아주 다르단 말이다.”

“.............”

“너도 남자니깐 이해하겠지만, 섹스 없는 사랑이 어디 사랑이냐?”

“.........”

“너도 솔직해져봐. 솔직히 그 여자랑 한번 자보고 싶어서 이렇게 안달 하는 것 아니야?”




우현의 비웃음 섞인 말투에 한 강이 물고 있던 담배를 그대로 바닥으로 던지면서 우현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한 강의 선방에 우현 역시 한 강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둘은 한참을 바닥에 엉겨 붙어 싸우고 있었다. 그때 신애가 모퉁이를 돌아 나타나 바닥에 엉겨 붙어 주먹을 휘두르는 그 둘을 향해 소리쳤다.




“그만해요!”



날카롭게 외쳐는 신애의 비명에 가까운 고함소리에 둘은 서로 떨어져 옷에 붙은 먼지들을 툭툭 털어냈다. 멀쩡한 한 강과는 달리 우현의 얼굴은 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우현은 일어나 흐르는 코피를 팔로 쓱 문지르고 신애를 쳐다보았다. 신애는 우현의 시선을 느끼면서도 그를 향해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신애는 한 강만 바라보고 있었다. 잔뜩 화가 난 시선으로 한 강을 보며 신애가 말했다.



“왜 애들처럼........ 정말인지 실망스러워요!”

“실망? 저 자식이 어떤 소리를 했는지 알면 그런 소리 안 나올 꺼다!”

“뭐라고 했는데요?”

“그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주먹질을 해요?”

“왜 나한테 화를 내는 거야! 나는 널 위해서 그런 거라고!”



신애의 질책에 한 강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신애는 그런 한 강의 시선을 외면했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사람을 저 꼴로..........”



그제야 신애가 처음으로 우현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우현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그들의 행동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우현을 두둔하는 거야? 아직도 저 자식을 잊지 못하는 거야?”

“도대체 당신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지금 내가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래요! 유치해요!”

“그래, 나 유치하다. 박신애라는 여자 때문에 유치원생처럼 유치해 졌다. 어쩔래! 박신애라는 여자 때문에 사리 분별 못하는 애가 되어버렸다! 그래!”



한 강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신애를 지나쳐 건물을 빠져 나갔다. 그는 정말 단단히 화가 난 모양으로 뒤도 안돌아 보고 가 버렸다. 한 강의 모습이 사라지자 우현이 신애에게 천천히 다가오며 말했다. 



“고마워. 그래도 날 생각 해주는 건 너 밖에 없다.”

“고마워 할 필요 없어.”



아까 한 강과 대화할 때와는 달리 아무 감정 없는 목소리로 신애는 대답했다. 신애의 말에 우현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래도 고맙다. 아직까지 날 생각해 주고…….”

“착각하지 말라고! 난 널 위해서 말린 게 아니었어. 한 강이 너랑 똑같은 부류가 되는 게 싫어서 그랬을 뿐이야!”

“뭐야?”
“아직도 내가 네 말 한마디에 울고 웃는 멍청한 여자인줄 아나본데 이젠 아니야. 앞으론 아는 척도 하지 마.”



신애는 우현에게 싸늘한 말 한마디를 남기고는 한 강이 사라져간 곳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시동을 걸고 있는 한 강의 차를 향해 신애는 뛰다 시피 걸어가 조수석에 올라탔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는지 한 강의 표정이 순식간 묘하게 변했다.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이 뒤 섞여 무어라 말할 수 없는 표정으로 한 강이 그렇게 멈추어 있었다.



“왜 왔어…….”



쉰 목소리로 한 강이 그녀에게 물었다. 그의 말에 신애는 대답하지 않은 채 한 강의 옆모습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애써 신애를 외면했던 한 강이 한참동안이나 말이 없는 신애를 그제야 바라보았다. 한 강의 시선이 신애에게 머물자 신애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 마치 한 강이 자신을 바라봐 주길 기다렸다는 사람처럼.



“당신답지 않게 왜 그렇게 흥분했어요…….”



핀잔이 아니었다. 진정 가슴속으로부터 밀어온 걱정스러운 말투였다. 그런 그녀의 말투에 한 강이 슬쩍 고개를 숙였다. 어머니에게 혼나는 아이마냥 잔뜩 기가 죽은 듯 어깨 까지 축 떨어뜨리고 있는 그의 머리칼을 신애가 살짝 매만져 주었다.




“모르겠어. 그 자식의 얼굴을 보는 순간, 아직도 그 자식이 네 곁에 맴돈다는 사실에 질투가 죽을 것 같았어.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도 생각할 수도 없었어.”

".........."




한 강의 혼잣말스러운 말에 신애는 아무 말 없이 계속 한 강의 머리칼을 매만져 주고 있을 뿐이었다.




“실망 했지?”



불안감이 어려 있는 그의 눈빛을 보던 신애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질투도 사랑의 다른 모습인걸요. 그것도 날 사랑해서 나타나는 것인걸요. 아녜요. 당신에게 실망하지 않았어요.”



신애의 말에 한 강이 덥석 신애에게 어린아이처럼 안겼다. 아이처럼 안기는 한 강을 신애는 아무 말 없이 끌어안고 그의 등을 슬슬 매만져 주었다. 한 강은 어머니 품 같이 편한 그녀의 품에서 안도감을 느꼈다. 사실 아까 신애를 보고 그녀가 자신에게 실망해 떠나면 어쩌나 불안했던 그였었다. 한 강은 신애에게 신애는 한 강에서 서로 불안해하며 조금씩 다가서고 있었다. 한편 우현은 한 강이 간 곳을 따라 뛰다시피 사라진 신애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보고 있었다. 주머니를 뒤져 짓눌러진 담배를 한 개비 꺼내어 물면서 우현은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신애 너 뒷모습 보는 게 처음인 것 같다.”



우현은 피식거리며 웃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욕심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자꾸만 가슴속에서 찔끔거리며 나오는 질투심이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욕심이 많다는 것, 자신이 버린 사람 이렇게 매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수십 번 수백 번 더 생각했지만, 막상 신애의 매몰찬 목소리를 들으니 맥이 빠져버린 느낌이었다. 안타깝기만 했다. 아니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붙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황급히 뛰어가는 신애의 팔목을 붙잡고 싶어 하는 자신의 욕망을 누르며 우현은 깊은 한 숨을 내 쉬었다. 한참을 미련 때문에 머물던 우현은 쓸쓸히 상근이네 가게로 걸음을 옮겼다.



“어서…….무슨 일이야?”



딸랑거리는 현관 출입문 종소리를 듣고 인사하며 나오던 상근이 우현의 모습을 보며 물었다. 우현은 상근이의 물음에 고개만 절래 흔들고선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현의 모습에 상근은 더 묻지 않은 채, 그의 맞은편에 자리 잡고 앉았다. 한참을 말없이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우현이 쓸쓸히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며 중얼거렸다.



“나 진짜 신애 놓쳤나 보다.”

“진작 헤어졌었잖아. 이 제와서 그러면 뭐하냐?”

“그래도 나 한편으로는 내가 돌아가면 신애가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다. 물론 내 욕심인줄은 알지만, 그래도 그럴 줄 알았다.”

“미친놈.”



상근이 근처에 있던 주류 냉장고에서 소주 한 병을 들고 오며 중얼거렸다.



“오늘 신애의 마음이 돌아선걸 알았다.”

“..........”

“신애 옆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것 보면 이렇게 미칠 것 같은데……. 나 앞으로 어쩌냐?”

“벌 받는다고 생각해라. 아픔은 잠깐이다.”

“제길......”



우현이 낮게 욕지거리를 하며 상근이 가지고 온 소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자꾸만 눈앞에 신애와 한 강의 다정한 모습이 어른거리는 것 같았다. 할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눈알을 파버리고 싶을 정도로 우현은 미치게 그 둘이 질투가 났다.




“질투가 나, 내가 신애한테 질투가 난다.”

“..........사랑 했었냐?”

“아니라고 믿었지. 아니라고 생각했었지. 근데 아닌가 보다. 그게 아닌가봐. 후. 내 인생이 왜 이리 꼬이냐?”



취기가 올라오는지 빨개진 얼굴로 우현은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상근이 아무 말 없이 자리를 슬쩍 피해주었다. 상근이 부엌으로 들어가자 우현은 그동안 참고 있었던 눈물을 쏟아내었다. 참회의 눈물을, 반성의 눈물을, 그리고 그녀가 돌아오길 바라는 눈물을 쏟고 있었다. 비틀거리며 상근이네 가게를 나서는 우현의 뒤편으로 상근이 소리쳤다.



“야! 그렇게 못 잊겠으면 솔직해져! 그게 답이다!”



상근이의 걱정스러운 시선을 느꼈는지 우현이 팔을 흔들며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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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 날이라 집에 없을 예정입니다. 고로~ 글을 한 이틀정도 못올릴것 같네요. 

 

오늘 좋은 하루 되시구요! 어버이날 효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