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민석이 맥주가 잔뜩 든 비닐봉투를 소파에 던지듯 내려놓으며 말했다. 민석의 말에 한 강은 대답할 의사가 없어 보였다. 다만 좁은 오피스텔이 떠나가라 타자치는 요란한 소리만 울릴 뿐이었다. 그런 한 강의 태도에 채민석은 익숙하다는 듯 소파에 앉아 먼저 맥주 한 캔을 땄다. 한 모금 가득 들이킨 민석이 스쳐지나가는 말투로 말했다.
“나 소연이랑 다시 시작했어! 형.”
“뭐?”
채민석은 신경 쓰지 않은 채 기사 쓰기에만 열중하던 한 강이 쓰고 있던 검은색 뿔테 안경을 벗어 던지며 의자를 빙그르르 돌려 채민석을 향했다. 한 강의 태도 따위는 애초에 감안 했다는 듯 채민석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런 그가 답답한 한 강이 채민석 앞 소파에 앉아 그를 설득시켰다.
“너 소연이가 어떤 여자인지 몰라서 그래? 또 상처 받는 건 너란 말이야!”
“글쎄. 생각했던 것처럼 나쁜 여자가 아니라는 건 알았어.”
한 강의 말에 전혀 동요 없이 채민석이 말했다. 그의 말에 한 강이 가슴을 툭툭 쳐 댔다. 그리곤 채민석이 사온 맥주 한 캔을 따 들이키며 말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길래 채민석이 이렇게 나오시나?”
확실히 비꼬는 말투였다. 한 강의 물음에 채민석의 표정이 자뭇 진지해 졌다. 아마도 그 이유를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한 강이 치우라는 표정을 지으며 채민석을 툭 쳤다.
“뭐, 어쨌든 축하한다.”
한 강은 호탕한 사람이었다. 채민석도 그걸 알고 있었고, 어쩜 채민석이 한 강을 그토록 따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 강의 오피스텔에서 나와 채민석은 소연의 집으로 차를 몰았다. 시간이 조금 남았고, 그래서 소연을 보는 거야. 라고 애써 정당화 시켰지만, 사실 채민석의 머릿속에 자꾸만 소연의 모습이 아른거려 견딜 수가 없었다. 채민석은 소연의 집 근처에 차를 세우고 조금 걸어 올라가며 핸드폰을 들었다. 그때, 채민석의 눈에 환하게 웃으며 저 만치 걸어가고 있는 소연과 한 남자가 보였다. 남자는 싸구려 검은색 양복차림이었다. 키는 180정도에 등치가 있어서 그 싼티나는 검은색 양복이 고급스러워 보일 지경이었다. 소연이 웃으며 그 남자의 등을 쳤다. 친근감 없이는 나올 수 없는 행동이었다. 채민석은 그 둘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아는 척 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채민석은 소연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20발자국 앞쪽에서 벨소리가 들리고 소연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흘러나왔다. 어디냐고 묻는 채민석의 물음에 소연이 대답했다.
“집이예요.”
그녀의 말에 채민석은 핸드폰을 귓가에서 뗀지 오래였다. 그녀는 집이 아니었고, 또한 바로 근처에서 들리는 새빨간 그녀의 거짓말이 미치도록 얄미웠다. 채민석은 잔뜩 화가 오른 표정으로 핸드폰 플립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재빠르게 뛰듯이 걸어 소연과 나란히 걷는 그 남자의 팔을 휙 잡아 돌려 세웠다. 채민석과 키가 엇비슷한 그 남자의 얼굴을 향해 채민석이 정통으로 주먹을 날렸다. 예전부터 복싱을 배워 왔던 채민석의 펀치였다. 일반인들이 맞으면 그만큼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되도록이면 주먹을 내두르지 않았던 그였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채민석은 뒤돌아 소연을 바라보았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있는 소연의 뺨을 한대 갈기고 싶은 주먹을 채민석이 억지로 내리며 그녀의 손을 잡고 어딘 론가 향했다.
“어디 가는 거예요?”
“입 닥쳐!”
떨리는 소연의 목소리에 채민석이 낮게 읊조렸다. 평소와는 다른 그의 모습을 느꼈는지 소연이 아무 말 없이 그의 이끌림에 따라 걸음을 옮겼다. 채민석은 근처 모텔로 향했다. 주인이 주는 키를 아무렇게나 받아 챙겨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소연을 내팽겨 치듯 침대에 내동댕이쳤다. 소연이 빨개진 자신의 팔목을 주무르며 무어라 말 하려 할 때 채민석의 거친 손길에 의해 그녀의 옷이 벗겨졌다. 핑크색 긴 티셔츠가 돌돌 말린 채 침대 밑으로 던져졌으며, 하얀색 긴 스커트는 잔뜩 구겨진 채 그의 손길에 의해 던져졌다. 하얀색 브래지어와 팬티 차림의 소연을 채민석이 뚫어질 듯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표정에 소연이 거의 울 듯한 표정으로 무어라 입술을 움찔거릴 때, 채민석의 입술이 그녀를 향해 밀어붙여졌다. 달콤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입맞춤이었다. 애초 채민석의 행위가 다감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오늘처럼 무차별 적으로 다가온 적은 없었었다. 그의 낯선 모습에 소연은 몸이 떨려 왔다. 그녀에게 입술을 맞추면서 채민석은 자신의 옷을 신속하게 벗어버렸다. 탄탄한 구릿빛 피부의 나체로 그녀를 타고 올랐다. 거친 그의 손길에 하얀 나체차림의 소연을 향해 그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들어왔다. 불도저처럼 그녀의 몸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아, 아악. 아파…….”
아프다고 소리치는 소연은 애초 상관없다는 표정이었다. 채민석은 무표정으로 연신 그녀의 비명과는 상관없이 허리를 놀렸다. 강간과 다름없는 정사였다. 채민석은 몇 번이고 그녀의 몸 안에 자신의 정액을 사정없이 밀어 넣었다. 지칠 법도 하건만 그는 그걸로 자신의 화를 풀 듯 그렇게 그녀의 몸을 유린하고 짓밟았다. 몇 번의 행위가 끝나고 채민석이 쓰러지듯 침대에 누웠다. 그가 눕자, 소연이 하얀 침대시트로 자신의 몸을 가리며 일어났다. 그녀의 행동에 그가 침대 시트를 신경질 적으로 빼앗으며 말했다.
“왜? 한두 번 본 것도 아닌데 새삼스레 왜 그래?”
채민석의 말투에 소연의 등이 흠찔 하고 움직였지만,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등이 가늘게 떨려왔다. 채민석이 그런 그녀를 보더니 감정 없는 말투로 말했다.
“울지 마. 짜증나니깐.”
쉰 그의 목소리에서 이상한 억양으로 말이 흘러나왔다. 채민석이 나체 그대로 일어나 양복 안쪽 주머니에 있는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한대 더 꺼내어 소연에게 내밀자, 소연이 고개를 저으며 사양했다. 그녀의 모습에 채민석이 우습다는 표정으로 키득댔다.
“왜 그래? 새삼스럽게 요조숙녀처럼............”
“나한테 왜 이러는 거예요?”
갈라지고 가라앉은 목소리고 소연이 겨우 그 말을 내 던졌다. 그녀의 말에 채민석이 모르겠냐는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왜 거짓말 해?”
그의 말에 소연이 그제야 뒤를 돌아 그를 보다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태도에 채민석이 벌떡 일어나 그녀의 얼굴을 잡아들었다.
“고개 숙이지 마! 말해봐. 어서.”
“집에 들어가려던 찰나였어요. 집이라고 말할 법도 했잖아요. 바로 코앞인걸요.”
소연이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말에 채민석이 원하는 대답이 아니라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향해 조소를 퍼부었다.
“그 남자는 누구야?”
소연은 채민석을 뚫어질 듯 쳐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질투심에 이글거리고 있었다. 소연은 가만히 채민석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대학 과대예요. 학교 휴학 문제로 잠깐 왔다 간 것 뿐이에요.”
나지막한 그녀의 말에 채민석이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순간 자신이 너무 치졸했구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냉철하다고 소문난 자신이 어떻게 소연의 일에 그렇게 이성을 잃었을까? 채민석의 마음을 안다는 듯 소연이 빙긋이 웃으며 되물었다.
“날 사랑해서 그런 거죠? 나 정말 아팠다고요.”
소연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자 짐짓 아픈 표정을 짓자 채민석이 어찌 할 바를 모르며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표정관리가 되고 있지 않았다. 포커페이스는 무너진 지 오래였다. 그녀의 말에 채민석은 둔기로 머리를 한대 맞은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앞뒤 상황 재지 않고 무차별 적으로 그녀를 오해했다는 것이 수치스럽게 다가왔다. 이런 실수를 범하다니. 채민석은 침대에 걸터앉아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런 그를 보던 소연이 조심히 그에게 다가가 그를 안으며 말했다.
“미안하죠? 미안하면 우리 다시해요. 당신이 날 사랑하고 있구나 느낄 수 있게 해줘요.”
마녀와 같은 여자였다. 한 없이 그를 추락의 나락을 빠트리다가 또 그를 향해 끝없는 유혹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여자였다. 소연이 무릎을 꿇고 앉아 채민석의 사타구니 사이를 살며시 매만졌다.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용암처럼 채민석의 그것은 부풀어 올랐다. 몇 번의 관계가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채민석은 자신의 그것이 수치스러웠다. 자신의 남성을 빤히 쳐다보는 소연의 시선을 막아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채민석은 다리를 걸 터 앉은 채 몸을 침대로 내 던졌다. 기하학적인 무늬의 천장 벽지가 그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고 있었다.
짜릿한 느낌이 사타구니를 타고 흘러내렸다. 강한 흡입력에 아픔이 느껴졌지만, 자신의 아래를 애무하고 있는 소연의 모습이 상상되자 주체 할 수 없을 정도로 흥분감이 올라왔다. 그의 엉덩이와 사타구니 사이를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그녀의 보드라운 손길이 그를 황홀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녀의 작은 손길이 그의 가슴 돌기를 가지고 놀 듯 놀고 있었다. 잡아당기기 도하고, 물기도 하고 강하게 빨아 당기기도 하는 그녀의 입술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미치기는 처음이었다. 숱한 여자와 자왔던 그로써 섹스는 단지 욕구 분출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전라의 나체로 자신을 유혹하는 여신은 그에게 그 이상의 것을 안겨주고 있었다. 머릿속이 찌릿하고 사리분별 따위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채민석은 그대로 소연을 침대로 쓰러트렸다. 소연은 행복했다. 채민석과의 섹스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오늘의 그것은 여느 날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소연은 그가 진정 자신을 사랑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작은 구멍 속에 손가락이 왔다 갔다 하고 이내 그의 그것이 들어오겠구나 싶어 눈을 질끈 감았을 때, 채민석의 낮은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아른댔다.
“들어가도 돼?”
처음이었다. 남자와 섹스를 하면서 자신의 의사를 물어보는 이는 없었다. 그의 물음에 너무 감격스러워 소연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의 눈물을 보고 있던 채민석이 혓바닥으로 할딱였다. 그녀의 눈에 키스를 하고, 그녀의 볼에 키스를 하고 그녀의 몸 구석구석 채민석의 흔적을 남겨 가고 있었다. 몇 일전 자신을 유혹했던 다리와 복숭아 뼈에게 까지 그 어느 구석에도 채민석의 입술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부끄러워 다리를 빼려는 소연을 강하게 붙잡고 채민석은 무릎을 꿇고 앉아 그녀의 발가락 하나하나를 강하게 흡입했다. 그녀의 몸 어느 구석 더러운 곳이 없었다. 신성한 여신을 향한 존경처럼, 채민석은 그녀에게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었다. 잔뜩 열려버린 그녀의 몸 사이로 채민석이 살며시 들어왔다.
“아, 아악.”
휘어진 그녀의 허리 사이로 채민석이 재빠르게 베게를 집어넣었다. 살며시 피스톤질 하면서 그의 입술은 연신 그녀의 입술과 그녀의 가슴과 그녀의 귓불에 몰려있었다. 아찔한 유혹에 소연은 머리끝이 쭈빗 설 지경이었다. 혼미한 정신 속에 야한 교성이 그녀의 목을 타고 흘러나왔다.
“아, 아아......”
연신 그녀가 아픈지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채민석의 목을 휘어잡고 그를 좀더 자신의 깊숙한 곳으로 끌어당겼다. 그녀의 마음을 느꼈는지 채민석이 있는 힘껏 그녀를 안았다. 완벽히 하나가 된 몸이었다. 섹스 이후 느껴지는 불안감과, 치욕감은 어디에도 없었다. 채민석과 소연은 쓰러지듯 그렇게 잠이 들었다. 얼마동안이나 잤는지, 어두컴컴한 실내는 시간을 가늠할 수 없었다. 소연은 고개를 돌려 채민석을 바라보았다. 아까 격정적이었던 남자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채민석은 아이같이 곤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었다. 소연은 그가 깨지 않게 살며시 젖은 그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 주었다. 자꾸만 입술을 비집고 웃음이 흘러나왔다. 본성을 들어내며 그녀의 몸을 유린할 때 그의 표정은 무섭기 까지 해, 소연은 자신이 사랑을 느꼈던 냉철한 채 민석이 맞나 의심스러웠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자신에 대한 사랑과 질투심에 눈에 먼 남자의 행동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가 한 없이 사랑스러워 졌다. 소연은 채민석의 팔에 조용히 머리를 베고 누웠다. 쌔근한 그의 콧바람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소연은 발끝부터 찌릿하게 올라오는 가슴 벅참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쌀쌀한 공기마저 채민석과 소연의 사이를 따스하게 덥히고 있었다. 온 몸에 열이 나고 미열이 돌았다. 너무 좋아 얼굴에 연신 미소가 흘러나왔다.
“사랑이 이런 건가요?”
소연은 작은 목소리로 그에게 속삭였다. 새삼 진정한 사랑을 알아감에 소연은 새로 태어난 기분이었다.
30개의 달콤쌉싸름한 초콜렛(21) 섹스는 두 사람에게 또 다른 반전을 만들어 준다. (19세 미만 구독 불가)
이번 편은 좀 야합니다. 고로 19세 미만 독자님께서는 살포시 창을 닫아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이 소설도 거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지금 에피소드 적고 있는 중입니다.
앞으로도 많이 사랑해 주시구요! 리플, 추천 안하면 내일부터 한개만 올릴꺼예요~ (협박)
좋은 하루 되시구요! 글에 대한 비평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쓰다 보면 잘 안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 물어봐 주심 성심껏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 싸이월드에 클럽이 있습니다.
주소는 jina1206.cyworld.com 랍니다.
소설 좋아하시는 분들 여기가면 많은 소설 있으니깐 한 번 들려보세요!
오늘도 화이팅!!!!!
(21) 섹스는 두 사람에게 또 다른 반전을 만들어 준다.
간만에 일에 몰두하는 한 강의 뒤편으로 채민석의 모습이 삐쭉 들어났다.
“일해?”
채민석이 맥주가 잔뜩 든 비닐봉투를 소파에 던지듯 내려놓으며 말했다. 민석의 말에 한 강은 대답할 의사가 없어 보였다. 다만 좁은 오피스텔이 떠나가라 타자치는 요란한 소리만 울릴 뿐이었다. 그런 한 강의 태도에 채민석은 익숙하다는 듯 소파에 앉아 먼저 맥주 한 캔을 땄다. 한 모금 가득 들이킨 민석이 스쳐지나가는 말투로 말했다.
“나 소연이랑 다시 시작했어! 형.”
“뭐?”
채민석은 신경 쓰지 않은 채 기사 쓰기에만 열중하던 한 강이 쓰고 있던 검은색 뿔테 안경을 벗어 던지며 의자를 빙그르르 돌려 채민석을 향했다. 한 강의 태도 따위는 애초에 감안 했다는 듯 채민석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런 그가 답답한 한 강이 채민석 앞 소파에 앉아 그를 설득시켰다.
“너 소연이가 어떤 여자인지 몰라서 그래? 또 상처 받는 건 너란 말이야!”
“글쎄. 생각했던 것처럼 나쁜 여자가 아니라는 건 알았어.”
한 강의 말에 전혀 동요 없이 채민석이 말했다. 그의 말에 한 강이 가슴을 툭툭 쳐 댔다. 그리곤 채민석이 사온 맥주 한 캔을 따 들이키며 말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길래 채민석이 이렇게 나오시나?”
확실히 비꼬는 말투였다. 한 강의 물음에 채민석의 표정이 자뭇 진지해 졌다. 아마도 그 이유를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한 강이 치우라는 표정을 지으며 채민석을 툭 쳤다.
“뭐, 어쨌든 축하한다.”
한 강은 호탕한 사람이었다. 채민석도 그걸 알고 있었고, 어쩜 채민석이 한 강을 그토록 따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 강의 오피스텔에서 나와 채민석은 소연의 집으로 차를 몰았다. 시간이 조금 남았고, 그래서 소연을 보는 거야. 라고 애써 정당화 시켰지만, 사실 채민석의 머릿속에 자꾸만 소연의 모습이 아른거려 견딜 수가 없었다. 채민석은 소연의 집 근처에 차를 세우고 조금 걸어 올라가며 핸드폰을 들었다. 그때, 채민석의 눈에 환하게 웃으며 저 만치 걸어가고 있는 소연과 한 남자가 보였다. 남자는 싸구려 검은색 양복차림이었다. 키는 180정도에 등치가 있어서 그 싼티나는 검은색 양복이 고급스러워 보일 지경이었다. 소연이 웃으며 그 남자의 등을 쳤다. 친근감 없이는 나올 수 없는 행동이었다. 채민석은 그 둘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아는 척 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채민석은 소연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20발자국 앞쪽에서 벨소리가 들리고 소연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흘러나왔다. 어디냐고 묻는 채민석의 물음에 소연이 대답했다.
“집이예요.”
그녀의 말에 채민석은 핸드폰을 귓가에서 뗀지 오래였다. 그녀는 집이 아니었고, 또한 바로 근처에서 들리는 새빨간 그녀의 거짓말이 미치도록 얄미웠다. 채민석은 잔뜩 화가 오른 표정으로 핸드폰 플립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재빠르게 뛰듯이 걸어 소연과 나란히 걷는 그 남자의 팔을 휙 잡아 돌려 세웠다. 채민석과 키가 엇비슷한 그 남자의 얼굴을 향해 채민석이 정통으로 주먹을 날렸다. 예전부터 복싱을 배워 왔던 채민석의 펀치였다. 일반인들이 맞으면 그만큼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되도록이면 주먹을 내두르지 않았던 그였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채민석은 뒤돌아 소연을 바라보았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있는 소연의 뺨을 한대 갈기고 싶은 주먹을 채민석이 억지로 내리며 그녀의 손을 잡고 어딘 론가 향했다.
“어디 가는 거예요?”
“입 닥쳐!”
떨리는 소연의 목소리에 채민석이 낮게 읊조렸다. 평소와는 다른 그의 모습을 느꼈는지 소연이 아무 말 없이 그의 이끌림에 따라 걸음을 옮겼다. 채민석은 근처 모텔로 향했다. 주인이 주는 키를 아무렇게나 받아 챙겨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소연을 내팽겨 치듯 침대에 내동댕이쳤다. 소연이 빨개진 자신의 팔목을 주무르며 무어라 말 하려 할 때 채민석의 거친 손길에 의해 그녀의 옷이 벗겨졌다. 핑크색 긴 티셔츠가 돌돌 말린 채 침대 밑으로 던져졌으며, 하얀색 긴 스커트는 잔뜩 구겨진 채 그의 손길에 의해 던져졌다. 하얀색 브래지어와 팬티 차림의 소연을 채민석이 뚫어질 듯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표정에 소연이 거의 울 듯한 표정으로 무어라 입술을 움찔거릴 때, 채민석의 입술이 그녀를 향해 밀어붙여졌다. 달콤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입맞춤이었다. 애초 채민석의 행위가 다감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오늘처럼 무차별 적으로 다가온 적은 없었었다. 그의 낯선 모습에 소연은 몸이 떨려 왔다. 그녀에게 입술을 맞추면서 채민석은 자신의 옷을 신속하게 벗어버렸다. 탄탄한 구릿빛 피부의 나체로 그녀를 타고 올랐다. 거친 그의 손길에 하얀 나체차림의 소연을 향해 그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들어왔다. 불도저처럼 그녀의 몸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아, 아악. 아파…….”
아프다고 소리치는 소연은 애초 상관없다는 표정이었다. 채민석은 무표정으로 연신 그녀의 비명과는 상관없이 허리를 놀렸다. 강간과 다름없는 정사였다. 채민석은 몇 번이고 그녀의 몸 안에 자신의 정액을 사정없이 밀어 넣었다. 지칠 법도 하건만 그는 그걸로 자신의 화를 풀 듯 그렇게 그녀의 몸을 유린하고 짓밟았다. 몇 번의 행위가 끝나고 채민석이 쓰러지듯 침대에 누웠다. 그가 눕자, 소연이 하얀 침대시트로 자신의 몸을 가리며 일어났다. 그녀의 행동에 그가 침대 시트를 신경질 적으로 빼앗으며 말했다.
“왜? 한두 번 본 것도 아닌데 새삼스레 왜 그래?”
채민석의 말투에 소연의 등이 흠찔 하고 움직였지만,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등이 가늘게 떨려왔다. 채민석이 그런 그녀를 보더니 감정 없는 말투로 말했다.
“울지 마. 짜증나니깐.”
쉰 그의 목소리에서 이상한 억양으로 말이 흘러나왔다. 채민석이 나체 그대로 일어나 양복 안쪽 주머니에 있는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한대 더 꺼내어 소연에게 내밀자, 소연이 고개를 저으며 사양했다. 그녀의 모습에 채민석이 우습다는 표정으로 키득댔다.
“왜 그래? 새삼스럽게 요조숙녀처럼............”
“나한테 왜 이러는 거예요?”
갈라지고 가라앉은 목소리고 소연이 겨우 그 말을 내 던졌다. 그녀의 말에 채민석이 모르겠냐는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왜 거짓말 해?”
그의 말에 소연이 그제야 뒤를 돌아 그를 보다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태도에 채민석이 벌떡 일어나 그녀의 얼굴을 잡아들었다.
“고개 숙이지 마! 말해봐. 어서.”
“집에 들어가려던 찰나였어요. 집이라고 말할 법도 했잖아요. 바로 코앞인걸요.”
소연이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말에 채민석이 원하는 대답이 아니라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향해 조소를 퍼부었다.
“그 남자는 누구야?”
소연은 채민석을 뚫어질 듯 쳐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질투심에 이글거리고 있었다. 소연은 가만히 채민석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대학 과대예요. 학교 휴학 문제로 잠깐 왔다 간 것 뿐이에요.”
나지막한 그녀의 말에 채민석이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순간 자신이 너무 치졸했구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냉철하다고 소문난 자신이 어떻게 소연의 일에 그렇게 이성을 잃었을까? 채민석의 마음을 안다는 듯 소연이 빙긋이 웃으며 되물었다.
“날 사랑해서 그런 거죠? 나 정말 아팠다고요.”
소연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자 짐짓 아픈 표정을 짓자 채민석이 어찌 할 바를 모르며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표정관리가 되고 있지 않았다. 포커페이스는 무너진 지 오래였다. 그녀의 말에 채민석은 둔기로 머리를 한대 맞은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앞뒤 상황 재지 않고 무차별 적으로 그녀를 오해했다는 것이 수치스럽게 다가왔다. 이런 실수를 범하다니. 채민석은 침대에 걸터앉아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런 그를 보던 소연이 조심히 그에게 다가가 그를 안으며 말했다.
“미안하죠? 미안하면 우리 다시해요. 당신이 날 사랑하고 있구나 느낄 수 있게 해줘요.”
마녀와 같은 여자였다. 한 없이 그를 추락의 나락을 빠트리다가 또 그를 향해 끝없는 유혹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여자였다. 소연이 무릎을 꿇고 앉아 채민석의 사타구니 사이를 살며시 매만졌다.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용암처럼 채민석의 그것은 부풀어 올랐다. 몇 번의 관계가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채민석은 자신의 그것이 수치스러웠다. 자신의 남성을 빤히 쳐다보는 소연의 시선을 막아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채민석은 다리를 걸 터 앉은 채 몸을 침대로 내 던졌다. 기하학적인 무늬의 천장 벽지가 그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고 있었다.
짜릿한 느낌이 사타구니를 타고 흘러내렸다. 강한 흡입력에 아픔이 느껴졌지만, 자신의 아래를 애무하고 있는 소연의 모습이 상상되자 주체 할 수 없을 정도로 흥분감이 올라왔다. 그의 엉덩이와 사타구니 사이를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그녀의 보드라운 손길이 그를 황홀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녀의 작은 손길이 그의 가슴 돌기를 가지고 놀 듯 놀고 있었다. 잡아당기기 도하고, 물기도 하고 강하게 빨아 당기기도 하는 그녀의 입술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미치기는 처음이었다. 숱한 여자와 자왔던 그로써 섹스는 단지 욕구 분출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전라의 나체로 자신을 유혹하는 여신은 그에게 그 이상의 것을 안겨주고 있었다. 머릿속이 찌릿하고 사리분별 따위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채민석은 그대로 소연을 침대로 쓰러트렸다. 소연은 행복했다. 채민석과의 섹스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오늘의 그것은 여느 날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소연은 그가 진정 자신을 사랑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작은 구멍 속에 손가락이 왔다 갔다 하고 이내 그의 그것이 들어오겠구나 싶어 눈을 질끈 감았을 때, 채민석의 낮은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아른댔다.
“들어가도 돼?”
처음이었다. 남자와 섹스를 하면서 자신의 의사를 물어보는 이는 없었다. 그의 물음에 너무 감격스러워 소연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의 눈물을 보고 있던 채민석이 혓바닥으로 할딱였다. 그녀의 눈에 키스를 하고, 그녀의 볼에 키스를 하고 그녀의 몸 구석구석 채민석의 흔적을 남겨 가고 있었다. 몇 일전 자신을 유혹했던 다리와 복숭아 뼈에게 까지 그 어느 구석에도 채민석의 입술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부끄러워 다리를 빼려는 소연을 강하게 붙잡고 채민석은 무릎을 꿇고 앉아 그녀의 발가락 하나하나를 강하게 흡입했다. 그녀의 몸 어느 구석 더러운 곳이 없었다. 신성한 여신을 향한 존경처럼, 채민석은 그녀에게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었다. 잔뜩 열려버린 그녀의 몸 사이로 채민석이 살며시 들어왔다.
“아, 아악.”
휘어진 그녀의 허리 사이로 채민석이 재빠르게 베게를 집어넣었다. 살며시 피스톤질 하면서 그의 입술은 연신 그녀의 입술과 그녀의 가슴과 그녀의 귓불에 몰려있었다. 아찔한 유혹에 소연은 머리끝이 쭈빗 설 지경이었다. 혼미한 정신 속에 야한 교성이 그녀의 목을 타고 흘러나왔다.
“아, 아아......”
연신 그녀가 아픈지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채민석의 목을 휘어잡고 그를 좀더 자신의 깊숙한 곳으로 끌어당겼다. 그녀의 마음을 느꼈는지 채민석이 있는 힘껏 그녀를 안았다. 완벽히 하나가 된 몸이었다. 섹스 이후 느껴지는 불안감과, 치욕감은 어디에도 없었다. 채민석과 소연은 쓰러지듯 그렇게 잠이 들었다. 얼마동안이나 잤는지, 어두컴컴한 실내는 시간을 가늠할 수 없었다. 소연은 고개를 돌려 채민석을 바라보았다. 아까 격정적이었던 남자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채민석은 아이같이 곤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었다. 소연은 그가 깨지 않게 살며시 젖은 그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 주었다. 자꾸만 입술을 비집고 웃음이 흘러나왔다. 본성을 들어내며 그녀의 몸을 유린할 때 그의 표정은 무섭기 까지 해, 소연은 자신이 사랑을 느꼈던 냉철한 채 민석이 맞나 의심스러웠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자신에 대한 사랑과 질투심에 눈에 먼 남자의 행동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가 한 없이 사랑스러워 졌다. 소연은 채민석의 팔에 조용히 머리를 베고 누웠다. 쌔근한 그의 콧바람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소연은 발끝부터 찌릿하게 올라오는 가슴 벅참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쌀쌀한 공기마저 채민석과 소연의 사이를 따스하게 덥히고 있었다. 온 몸에 열이 나고 미열이 돌았다. 너무 좋아 얼굴에 연신 미소가 흘러나왔다.
“사랑이 이런 건가요?”
소연은 작은 목소리로 그에게 속삭였다. 새삼 진정한 사랑을 알아감에 소연은 새로 태어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