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족의 계약]2부

다일리아2005.05.13
조회618

[마족의 계약]2부"꺄아아악! 공주님께서 깨어나셨다."

"어서 어의를 모셔와!"

"맙소사!"

여기저기서 접시도 충분히 깨뜨릴 수 있을 것 같은 소음이 들려왔다. 몸이 좋지 않아서 그런지 비명들은 더욱 크게 들렸고, 그 소리에 골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자들의 찢어질 듯한 고음의 비명소리는 단 한 명이 지른다면 귀엽게 들릴지 모르겠지만(물론 외모가 받쳐주는 여자의 경우에만 그렇다)이렇게 여러 명이 합주로 외치면 괴롭기 그지없는 소음에 불과했다

 

"공주마마 정신이 드십니까?허허허" 방으로 들어온 무리들은 내가 누워있는 침대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인간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계속 나를 진찰하는 것으로 봐서 그가 어의인 모양이엇다.눈이 약간 밑으로 쳐져 양의 눈처럼 순해 보이는 데다 주름이 곱게 져있어 인상이 좋아보였다.

"오오! 정말 다행이군요! 공주님은 일주일 동안이나 의식이 없으셨답니다.허허허!!"

"다행입니다 .어서 국왕 폐하께 이 소식을 전해드려야겠군요. 틀림없이 기뻐하실 겁니다. 요즘 공주님 걱정으로업무를 제대로 보지 못하셨습니다"

마리엔 공주가 깨어나면서 제1공주 궁은 활기에 넘쳤다. 비록 마리엔 공주가 아랫사람들을 업신여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손찌검도 서슴지 않는 버릇없는 공주였지만, 제1공주 궁의 시녀들은 그녀의 회복이 반갑기만 했다. 물론 마리엔이 좋아서는 아니었다. 다만 이제 처벌당할 위험이 사라졌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다.

 

레프스터 국왕은 마리엔 공주가 독을 마시고 쓰러지자 그야말로 불같이 화를 냈다. 그에게 있어 마리엔 공주는 사별한 이리와 왕비가 이 세상을 살았다는 흔적이며 그와 이리와 왕비의 사랑의 결정체였던 것이다.

그런 마리엔이 영영 깨어나지 못했다면 레프스터 국왕은 책임을 물어 제1공주 궁의 모든 시녀들을 처벌했을 것이다.

 

그리고 마리엔이 깨어난 지 이틀 후에 그라냔 백작이 오펠리우스 왕비를 찾아왔다. 그라냔 백작은 오펠리우스 왕비의 오빠였고, 과거에도 자주 찾아왔기 때문에 누구도 그 일을 가지고 뭐라고 하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할가요?다시 한번...."

"아닙니다. 어차피 마리엔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요. 우리 라이언과 르미엘의 방해가 될 정도의 인물은 아닙니다.그저 폐하의 총애를 믿고 날뛸 뿐이죠. 당분간은 지켜보기로 하죠. 하지만 방해가 된다고 느껴질 때는 확실히 없애버리겠어요."

 

일주일 정도 되자 어느 정도 몸을 가눌 수 있게 되었다.밖을 나다닐 정도는 아니었지만 적오도 내 방은 돌아다닐 수 있을 정오로 회복되었다.

 

"국왕 폐하 드십니다!"

국왕이란 말은 바로 이 나라의 지배자를 말하는것이다. 그리고 마리엔 공주의 아버지이기도 했다.앗! 마리엔의 아빠가 왔다고?그런 내 예상은 너무도 당연해서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였지만 지금은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마리엔의 가족들과 대면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광관의 유무에 모든 관심을 쏟고 있던 나는 곧 국왕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본다는 사실을 눈치챘다.인사하길 바라는건가? 하긴 국왕이니 내가 먼저 인사를 해야겠지. 나는 국왕에게 아주 예의바르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일단 이 인간이 나보다 높은 사람이라니까 내 딴에는 엄청 예의를 갖춰서 말했다. 그러나 깍듯이 인사했다는 내 생각과는 달리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내인사가 너무 짧았나? 그렇게 생각한 나는 조금 더 긴 인사를 했다.

"흠, 제가 마리엔이거든요.훌륭하신 국왕 폐하께서 이렇게 소녀를 몸소 찾아주셔서 영광입니다."

 

"......."

"마리엔, 그 무슨 소리냐? 내가 네 이름을 모를 리 없지 않느냐. 그리고 왜 처음 보는 사람처럼 딱딱하게 구는 것이냐?"

실수를 깨달은 나는 대충 얼버무렸다

"그,그랬죠? 오랜만에 뵙는 거라 장난을 쳐본 거예요. 뒤에 계신 분들도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요."

내 말에 국왕은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라디폰 공작은 몰라도 스미젠토 백작은 만난 적이 없을텐데..."

또 실수했다. 국왕은 완전히 굳은 얼굴로 내가 아니라 어의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분명히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했을텐데. 어째서 공주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거지.?"

국왕이 싸늘하게 묻자 다른 사람들은 어쩔 줄몰라했다

 

"미천한 저의 소견입니다만 마리엔 공주님께서 독약의 영향으로 부분적인 기억 상실증에 걸린 것이 아닐까 사료외옵니다. 사실 팡세를 마시고 살아난 사람들은 대부분 독기 때문에 머리가 조금씩 이상해집니다. 다행히 공주님께서는 그 정도는 아니시고 일부 기억이 손상되신 듯합니다."

어의의 말을 귀 기굴여 들은 국왕으 ㄴ다시 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마리엔"

화가 잔뜩 났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네 말씀하세요"

"내가 기억나지 않느냐?"

이 상황에서 뭐라고 해야 할까?사실대로 기억 안 난다고 할가?아님 대충 둘러댈가?

"후우, 아무래도 공주의 반응을 보니 정말로 기억 상실증에 걸린 모양이군. 이런 일이 내 주위에서 생길 줄은 몰랐는데. 앞으로 이 일을 어찌할고?"

"폐하, 제의견을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말해보시오,리디폰 공작"

라디폰 공작이라는 자느 ㄴ젊었을 때 여자 꽤나 울렸을 법한 준수한 용모였다.

 

"다행이 이 사실은 저희들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조금 전에 공주님께서 하신 말씀들을 들어보니 본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계시는것같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을 잊어버린 듯합니다.다시 공주로서의 기본적인 소양을 지닐 수 있도록 가르쳐드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지만 공주가 이미 배운 것을 ㄷ시 배운다면 이상한 소문이 돌지 않겠는가?"

"그점은 걱정하지 마십시오.제가 입이 무거운 자들을 알아보겠습니다"

"그럼 공작에게 맡기겠소"

공주가 기억을 잃어버린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여유롭게 말하는 것을 보니 라디폰 공작은 상당한 인물인듯싶었다. 그러나 나는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라면 난 공부를 해야만 하는것이다. 나는 인간계에 놀러나온 거지 공부하러 나온게 아니야! 저인간이 산통을 다깨놓고 있잖아. 이 괘씸한 인간!

나는 슬며시 라디폰 공작을 째려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라디폰 공작이 고개를 돌리는 것이 아닌가.재빨리 표정을 수습했지만 시선이 마주친 라디폰 공작은 다 안다는듯이 씩 웃었다. 왠지 고생길이 훤히 보이는 것 같았다.

 

2장

 

공주  수업

 

 

거울에 비친 소녀는 굉장한 미인이었다. 칠흑같이 검은 생머리가 허리까지 찰랑이고 있었고, 피부는 검은 머리색과는 대비되게 티 하나없이 새하얗다. 얼음을 연상시키는 차갑게 가라않ㅈ은 푸른 눈은 총기와 고집을 머금고 있었고, 붉은 입술은 매혹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단지 옥에 티라면 눈 꼬리가 올라가서 성깔이 있어 보인다는 것 정도였다

 꽤 괜찮네. 이 정도면 사는 데 지장은 없겠군. 마리엔의 외모에 대해 간단히 평을 내린 나는 이 몸이 내몸이라는 것이 신기해서 요리조리 돌아 보기도 하고손을 흔들어보기도 했다.

 

"저 마리엔 공주님. 레이스 남작님이 오셨습니다. 지금 밖에서 기다리시는데 어떻게 할까요?"

"레이스남작?"

"앞으로 공주님의 교육을 책임지실 분으로 특별히 라디폰 공작님께 서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라디포온-!!! 갑자기 능글맞은 미소를 짓던 라디폰 공작의 모습이 떠올랐다.

"당신이 레이스 남작?"

내 말에 레이스 남작은 차분하게 말했다.

"그렇습니다. 앞으로 공주님의 교육을 맡게 된 레이스입니다. 비록 많이 부족하지만 신은 공주마마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이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공주마마의 교육에 힘쓰겠습니다."

"레이스 남작, 그럼 앞으로 당신이 날 가르친단 말이죠?"

"네. 그렇습니다."

"좋아요 그럼 앞으로 예쁘게 봐줘요."

나는 내가 지을 수있는 미소중 가장 귀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나 내 애교에 레이스 남작은 얼어버렸다.그것은 방에 있는 시녀들도 마찬가지였다.싸가지 없기로 유명한 마리엔이 배시시 웃으면서 말했으니 놀랍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