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통유리 창문 너머로 배가 잔뜩 부른 임산부가 힘겹게 걸어가고 있었다. 신애가 그녀의 모습을 부러운 듯 쳐다보자, 화장을 고치던 진아가 신애에게 물었다.
“언니도 애기 가지고 싶죠?”
“응.”
신애가 웃으며 대답하자 진아가 종알거리며 말했다.
“며칠 전에 아는 사람 결혼식에 갔었는데 친구가 애를 안고 왔더라고요. 결혼을 일 찍했었거든요. 애가 이제 돌 지났는데 얼마나 예쁘던지. 친구들이 다 애 낳고 싶어서라도 빨리 결혼해야겠다고 했다니깐 요.”
진아의 말을 들으면서도 신애의 시선은 연신 창 밖에 있는 임산부에게 향했다. 파스텔톤 노란색 임신복이 부러워 죽을 것만 같았다. 신애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배가 남산 만해져 걷기조차 힘든 자신의 옆에서 부축을 해 주는 한 강의 얼굴을 떠올렸다. 상상만 해도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머무는 일이었다. 그때 한 걸음 한 걸음 내 딛던 임산부가 산기가 있는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신애가 밖으로 총알같이 뛰어나갔다.
“괜찮으세요?”
“벼, 병원에 좀. 사거리에 있는 우리 산부인과에요.”
산모는 땀을 뻘뻘 흘리며 빠르게 읊조렸다. 주기적으로 산통이 오기 시작했는지 산모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주기를 세고 있었다. 신애는 일단 산모를 은행 안으로 모셨다. 그리고 재빠르게 우리산부인과 전화번호를 찾아 응급차를 불렀다. 그 사이 유대리가 소파를 이어 붙여 산모를 눕히고 있었다. 역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유대리는 침착하게 상황을 대처해 나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진아가 물수건을 적셔와 산모의 땀방울을 닦아 내리고 있었다.
“아, 아악…….”
양수가 터졌는지 산모의 연 노랑색 임부복이 붉게 물들었다. 피를 보자 놀란 진아가 연신 ‘어떻게 해.’를 남발하고 있었고, 신애는 산모의 손을 잡고 그녀를 진정시키고 있었다.
“걱정 마세요! 금방 올꺼예요!”
신애의 말에 산모가 땀을 뻘뻘 흘리며 고개만 끄덕였다. 지독한 산통 탓에 말할 기운조차 소진되어버린 것 같았다. 유대리가 아기 아빠인 마냥 은행 안을 왔다 갔다 하며 ‘왜 이렇게 안와!’ 라며 신경질을 내고 있었다. 그때, 은행 문이 열리며 한 강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피를 흘리며 누워있는 산모를 보더니 한 강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한 강의 물음에 신애가 ‘안 되겠어.’ 라고 중얼거리며 한 강에게 산모를 병원으로 데리고 가야겠다고 빠르게 말했다. 신애의 말에 유대리와 한 강이 산모를 부축하고 그의 차로 이동시켰다. 한 강이 차를 모는 사이, 산모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미, 미.......미안해서 휴. 어떻게 해요. 시트가 다 버릴 텐데…….”
“지금 시트가 문제인가요. 괜찮아요!”
한 강이 재빠르게 차를 몰며 산부인과에 전화를 넣어둔 통에 차가 산부인과에 도착하자마자, 의료진들이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산모가 들어가고 잠시 후 택시에서 한 남자가 헐레벌떡 내려 그녀가 들어간 곳으로 뛰어 들어가고 있었다.
“남편인가 보네.”
한 강이 중얼거리며 흘러내린 땀방울을 닦아냈다. 신애와 한 강이 다시 은행으로 돌아가며 한 강이 부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부럽다. 부러워!”
“뭐가 그렇게 부러워요?”
잔뜩 오바스러운 표정으로 말하는 한 강에게 핀잔을 주며 신애가 물었다. 신애의 물음에 한 강이 말했다.
“부럽지. 세상에 자기 핏줄이 하나 더 생기는 거잖아.”
한 강의 말끝에는 쓸쓸함이 베어 나왔다. 천애 고아인 한 강으로써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 경솔한 자신이 조금 부끄러웠다. 그날 저녁 저녁식사를 마친 신애에게 한 강이 자신의 집에서 후식을 하자고 요청했다. 한 강의 말에 신애가 잠시 주춤 하는 듯 하더니 이내 승낙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 강과 처음 싸운 날 이후 한 강의 집은 처음 이었다. 신애는 소파에 앉아 한 강이 내민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다. 그런 신애에게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무언가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앨범이었다.
“앨범이네요?”
“응. 내꺼야. 봐봐.”
한 강이 작은 유리 탁자위에 앨범을 펼치며 신애가 앉은 소파 옆쪽 바닥에 앉았다. 앨범 속에는 한 강의 일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태어 날 때부터 개 구진 모습까지 신애가 보지 못한 한 강과, 그의 가족들이 앨범 속에는 살아있었다. 한 강이 웃으며 한 여자사진에 가리켰다.
“우리 어머니야. 미인이지?”
“그러네요.”
“신애 너와 귀가 닮았어. 그치?”
한 강이 대단한 것을 말해 준다는 듯 속삭이며 말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는 신애의 마음은 아프다 못해 아려오기 까지 했다. 자기만 아픈 줄 알았었다. 항상 웃고 호탕한 한 강에게 그런 아픔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한 강과 있으니 자신의 아픔이 한없이 초라해져 마치 별것 아닌 상처에 아프다고 떼쓴 아이가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그런 신애의 시선을 느낀 한 강이 신애의 머리카락을 흩트려 놓으며 말했다.
“그렇게 불쌍한 표정으로 쳐다보지 말라고. 자꾸 그러면 나잇값 못하고 기댈지도 모르니깐.”
“그래도 되요.”
한 강의 말에 신애가 나지막이 답했다. 그런 신애의 다리에 한 강이 투정부리듯 머리를 비볐다.
“당신이랑 있으면 내가 자꾸 애가 되어버려.”
한 강의 투정이 싫지만은 않은 듯 신애가 가만히 그의 투정을 받아주고 있었다. 부드러운 갈색 머리카락이 한 올 한 올 신애의 가느다란 손가락 사이로 흩어져 나갔다.
“예전에 할머니가 날 보면 입버릇처럼 그랬어요. 딸 팔자는 엄마를 닮는 다고. 잔뜩 못마땅한 시선으로 할머니가 그러실 때면, 죽고 싶을 정도로 가슴이 아팠죠. 엄마처럼 되기는 싫었거든요. 엄마처럼 반항 한번 못하고 꺾기는 꽃이 되기는 싫었어요. 근데 있잖아요. 웃기게도 어느 날 날 보니 엄마를 닮아 있더라고요. 엄마처럼 아무 말 못하고, 소심하게 자신을 움츠리고만 있더라고요.”
“.............”
신애의 고해성사에 한 강은 신애의 손을 꽉 잡아주었을 뿐 다른 말은 없었다. 만약 한 강이 거기서 신애에게 어쭙잖은 위로를 건넸다면 신애는 말을 멈추었을지도 모른다.
“그때, 당신이 와 주었어요. 결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엄마처럼 살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두려웠던 내가 이제는 당신과 그러고 싶어졌어요. 자꾸 희망을 품게 되고 자꾸만 행복을 꿈꾸게 되어요.”
신애의 말에 한 강이 그녀의 다릿사이에 묻었던 얼굴을 들여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거 지금 프러포즈인거 알아?” “.............”
그녀의 말에 한 강이 부스스 일어나 책상 맨 마지막 서랍에서 작은 보석함을 꺼내었다. 그 보석함 안에서 한 강이 다이아몬드가 박힌 심플한 반지하나를 꺼내었다. 그리곤 아까처럼 신애의 옆에 앉아 그녀를 향해 반지를 내밀었다.
“뭐 예요?”
“어머니 유품이야. 아버지와의 결혼반지이기도 하고. 당신에게 주고 싶어졌어.”
“이거야 말로 프러포즈 아닌가요?”
신애의 물음에 한 강이 ‘그런가?’ 하고 웃음을 지었다. 신애는 한 강이 내민 반지를 쳐다보았다. 껴 달라고 신애를 유혹하는 것처럼 반지는 반짝거리며 빛이 났다. 신애는 조심스레 자신의 네 번째 손가락에 그 반지를 밀어 넣었다. 맞춘 것 같이 꼭 맞아 떨어졌다.
“맞을 줄 알았어.”
한 강이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그녀의 네 번째 손가락에 껴진 반지를 황홀하게 쳐다보았다.
“흠흠. 뭐 멋대가리 없다고 해도 할 수 없지만, 지금 이야기 하고 싶어졌어. 내게 가족을 만들어 줘.”
한 강의 느닷없는 말에 신애가 그를 쳐다보았다. 쑥스러운 듯 빨개진 얼굴로 그녀의 대답만 기다리는 표정이었다. 그런 한 강을 향해 신애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대답에 한 강이 가슴 벅찬 표정으로 그녀를 힘껏 껴안았다.
“난, 난 당신이 거절할 줄 알았어.”
“내가 왜 거절을 해요……. 그동안 당신에게 받은 거 이제 갚아야지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한 강을 더욱 감싸며 신애가 답했다. 막상 신애는 자신이 망설일 줄 알았다. 하지만 때가 다가오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승낙의 말이 먼저 튀어나와 버렸다. 누군가의 프러포즈를 받고 일순의 망설임도 없이 YES라고 대답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랑한다는 뜻이 아닐까? 신애의 머릿속에는 한 강, 그의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었다. 그녀의 대답에 한 강의 입술이 조심히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달콤한 그의 입술을 받으며 신애는 지난날 아픔 기억들이 사그라지는 느낌이었다. 커다란 베란다 통유리 너머로 해가 빨갛게 지고 있었다. 신애는 달콤한 그의 입술을 흠뻑 머금었다. 누군가의 몸짓 손짓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흥분이 된다는 사실에 한 강은 문득 논문이라도 하나 작성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그녀의 입술에 쉴 새 없이 빠져들어 가는 자신을 주체할 수 없었다. 키스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흥분된다는 사실에 한 강은 지난 자신의 과거들과 기록들이 깡그리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그녀의 키스에 그의 것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고개를 쳐들었다. 한 강은 황급히 신애에게서 몸을 떼어내었다.
“하, 하악.”
짧은 숨들이 몰아져 나왔다. 그의 모습에 신애가 피식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한 강은 잔뜩 발기되어 팬티 속을 빠져 나오려 발버둥치는 그것을 손으로 가렸다. 그녀에게 이런 추태는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런 그를 향해 신애가 조심히 다가가 그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쳐 올려놓았다.
“이, 이러지 말라고. 자꾸만 이러면 나도 못 참는다고. 제발 다가오지 마.”
한 강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그의 말에 신애가 생긋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매력이 없나요?”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매력이 너무 많아서 탈이지. 그래서 지금 내가 이러는 거 아니냐고.”
한 강이 떨리는 목소리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신애는 한 강이 사랑스러웠다. 자신의 앞에서 사춘기 소년처럼 구는 한 강의 진실한 마음이 느껴졌다. 신애는 오늘이라고 생각했다. 그를 위해 자신을 주는 날로 오늘만큼 적합한 날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애가 뒤로 떨어져 있는 그의 곁으로 살며시 다가가 입술을 마주 대었다. 그리곤 그의 입술 위에 자신의 입술을 올려놓고 중얼거렸다.
“어차피 결혼 할 사이잖아요. 당신에게 주고 싶어요. 오늘만큼은........ 특별한 날이니깐.”
말을 마친 신애가 열이 오르는 듯 잔뜩 미열이 남아 있는 그의 입술을 입안 가득 빨아들였다. 그녀의 말에 한 강이 그녀를 애써 떨어트려 놓으며 되물었다.
“정말이야? 후회 안할 자신 있어?”
“당신과 함께라면 후회 하지 않아요.”
단호한 그녀의 말에 한 강의 굳었던 얼굴이 슬슬 풀리면서 히죽거렸다. 금방이라도 만세 삼창을 외칠 기세로 그가 그녀를 덥석 안아 들어 올려 침대로 향했다. 하얀 시트위에 누워있는 신애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숱한 여자와 섹스를 나누어 봤지만, 침대위에 있는 여자를 두고 아름답다고 느낀 적은 처음이었다. 한 강이 조심스레 그녀의 붉은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녀의 옷가지들을 벗겨 내고 하얀색 브래지어와 팬티만이 그녀의 작은 몸을 가리고 있을 때, 한 강이 감상하듯 그녀의 나체를 넋 잃고 바라보았다.
“아름답다. 세상에서 최고로 아름답다.”
“부끄럽잖아요.”
신애가 옆에 있던 시트로 몸을 가리며 말했다. 그녀는 살며시 떨고 있었다. 떨고 있는 그녀의 살결에 따스한 그의 입술이 스쳐지나갔다. 지나간 곳 마다 빨간 꽃들이 어지러이 수 놓였다. 신애는 난생처음 겪어보는 흥분에 몸 전체가 부르르 떨렸다. 한 강이 떨리는 그녀의 몸에 입술을 맞췄다. 한 강이 스쳐지나 간 곳마다 찌릿하고 전기가 오르는 것 같았다. 신애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한 강에 의해 완벽한 나체가 되었다. 곧이어 한 강의 다부진 몸이 신애의 눈에 비춰졌다. 신애는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눈을 가렸다. 한 강이 그런 그녀를 보며 살짝 미소 지었다. 그리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소곤거렸다.
“손 내리고 날 봐.”
한 강이 신애의 손을 내리며 그녀에게 눈을 맞추었다. 떨리는 그녀의 얼굴을 하나하나 매만지며 그가 말했다.
“불안 하면 그만 하자.”
한 강의 말에 신애가 고개를 흔들었다. 신애의 행동에 한 강이 쪽 소리 나게 그녀의 이마에 키스를 날렸다.
“좋아. 그럼 간다.”
한 강의 손이 그녀의 사타구니 사이로 들어갔다. 연약한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붉은 색 꽃을 수놓으며 그녀를 유혹해 갔다. 신애는 발꼬락이 찌릿해져 쥐가 오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 지경이었다. 한 강의 혀 놀림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여서,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될 지경이었다. 한 강의 혀가 한번도 들어온 적 없는 그녀의 몸 안으로 살며시 들어왔다. 작은 그의 자극에도 민감한 그녀의 몸은 아픔을 호소했다.
“아, 아팟. 아”
그녀의 말에 한 강이 베게를 그녀의 허리에 가만히 받쳐 주었다. 그리곤 조금 벌려진 그녀의 안으로 그의 것이 살며시 들어갔다.
“악!”
방금 전 환희는 온데 간데없고, 강한 하체의 고통만의 그녀를 조여 왔다. 한 강이 그런 그녀의 허리를 한 손으로 매만지고 있었고, 그의 입술은 연신 그녀의 입술과 볼을 애무하고 있었다. 한 강은 하체에 조여 오는 강한 자극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숱한 여자와 잠자리를 해 왔지만, 이렇게 감도가 좋은 여자는 처음이었다. 최상의 여자였다. 금방이라도 그의 것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한 강은 신애를 바라보았다.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는 그녀의 얼굴이 사랑스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한 강은 연신 허리를 놀리면서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사랑해. 신애야.”
한 강의 말에 신애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머리끝이 쭈빗서고 하체의 감각이 없어질 때 즈음 한 강의 따스한 정액이 그녀의 안으로 들어왔다. 한 강은 그녀를 꼭 껴안아 주었다. 아픔이 가시지 않은 그녀의 얼굴을 보며 한 강이 잔뜩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한 강의 머리칼을 엄마처럼 신애가 쓸어 넘겨주며 말했다.
“난 괜찮아요. 좋은걸요. 당신과 비로소 하나가 된 거잖아요.”
신애의 말에 한 강이 다시 한 번 그녀를 꼭 껴안았다. 신애는 한 강의 팔을 베고 그의 가슴에 안겨 있었다. 지던 해는 어느새 달빛에 가려져 있어 밖은 온통 어둠뿐이었다. 신애는 한 강의 체취를 맡으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비로소 여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한 강과 신애는 서로 나란히 누워 행복감에 빠져 들었다. 한 강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시를 속삭였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시가 달콤한 그의 목소리와 어우러져 낭만적이었다. 한 강은 땀으로 번벅된 신애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며 말했다.
30개의 달콤쌉사름한 초콜렛(23) 가족이 있었으면 좋겠다.
(23) 가족이 있었으면 좋겠다.
은행 통유리 창문 너머로 배가 잔뜩 부른 임산부가 힘겹게 걸어가고 있었다. 신애가 그녀의 모습을 부러운 듯 쳐다보자, 화장을 고치던 진아가 신애에게 물었다.
“언니도 애기 가지고 싶죠?”
“응.”
신애가 웃으며 대답하자 진아가 종알거리며 말했다.
“며칠 전에 아는 사람 결혼식에 갔었는데 친구가 애를 안고 왔더라고요. 결혼을 일 찍했었거든요. 애가 이제 돌 지났는데 얼마나 예쁘던지. 친구들이 다 애 낳고 싶어서라도 빨리 결혼해야겠다고 했다니깐 요.”
진아의 말을 들으면서도 신애의 시선은 연신 창 밖에 있는 임산부에게 향했다. 파스텔톤 노란색 임신복이 부러워 죽을 것만 같았다. 신애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배가 남산 만해져 걷기조차 힘든 자신의 옆에서 부축을 해 주는 한 강의 얼굴을 떠올렸다. 상상만 해도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머무는 일이었다. 그때 한 걸음 한 걸음 내 딛던 임산부가 산기가 있는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신애가 밖으로 총알같이 뛰어나갔다.
“괜찮으세요?”
“벼, 병원에 좀. 사거리에 있는 우리 산부인과에요.”
산모는 땀을 뻘뻘 흘리며 빠르게 읊조렸다. 주기적으로 산통이 오기 시작했는지 산모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주기를 세고 있었다. 신애는 일단 산모를 은행 안으로 모셨다. 그리고 재빠르게 우리산부인과 전화번호를 찾아 응급차를 불렀다. 그 사이 유대리가 소파를 이어 붙여 산모를 눕히고 있었다. 역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유대리는 침착하게 상황을 대처해 나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진아가 물수건을 적셔와 산모의 땀방울을 닦아 내리고 있었다.
“아, 아악…….”
양수가 터졌는지 산모의 연 노랑색 임부복이 붉게 물들었다. 피를 보자 놀란 진아가 연신 ‘어떻게 해.’를 남발하고 있었고, 신애는 산모의 손을 잡고 그녀를 진정시키고 있었다.
“걱정 마세요! 금방 올꺼예요!”
신애의 말에 산모가 땀을 뻘뻘 흘리며 고개만 끄덕였다. 지독한 산통 탓에 말할 기운조차 소진되어버린 것 같았다. 유대리가 아기 아빠인 마냥 은행 안을 왔다 갔다 하며 ‘왜 이렇게 안와!’ 라며 신경질을 내고 있었다. 그때, 은행 문이 열리며 한 강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피를 흘리며 누워있는 산모를 보더니 한 강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한 강의 물음에 신애가 ‘안 되겠어.’ 라고 중얼거리며 한 강에게 산모를 병원으로 데리고 가야겠다고 빠르게 말했다. 신애의 말에 유대리와 한 강이 산모를 부축하고 그의 차로 이동시켰다. 한 강이 차를 모는 사이, 산모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미, 미.......미안해서 휴. 어떻게 해요. 시트가 다 버릴 텐데…….”
“지금 시트가 문제인가요. 괜찮아요!”
한 강이 재빠르게 차를 몰며 산부인과에 전화를 넣어둔 통에 차가 산부인과에 도착하자마자, 의료진들이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산모가 들어가고 잠시 후 택시에서 한 남자가 헐레벌떡 내려 그녀가 들어간 곳으로 뛰어 들어가고 있었다.
“남편인가 보네.”
한 강이 중얼거리며 흘러내린 땀방울을 닦아냈다. 신애와 한 강이 다시 은행으로 돌아가며 한 강이 부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부럽다. 부러워!”
“뭐가 그렇게 부러워요?”
잔뜩 오바스러운 표정으로 말하는 한 강에게 핀잔을 주며 신애가 물었다. 신애의 물음에 한 강이 말했다.
“부럽지. 세상에 자기 핏줄이 하나 더 생기는 거잖아.”
한 강의 말끝에는 쓸쓸함이 베어 나왔다. 천애 고아인 한 강으로써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 경솔한 자신이 조금 부끄러웠다. 그날 저녁 저녁식사를 마친 신애에게 한 강이 자신의 집에서 후식을 하자고 요청했다. 한 강의 말에 신애가 잠시 주춤 하는 듯 하더니 이내 승낙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 강과 처음 싸운 날 이후 한 강의 집은 처음 이었다. 신애는 소파에 앉아 한 강이 내민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다. 그런 신애에게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무언가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앨범이었다.
“앨범이네요?”
“응. 내꺼야. 봐봐.”
한 강이 작은 유리 탁자위에 앨범을 펼치며 신애가 앉은 소파 옆쪽 바닥에 앉았다. 앨범 속에는 한 강의 일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태어 날 때부터 개 구진 모습까지 신애가 보지 못한 한 강과, 그의 가족들이 앨범 속에는 살아있었다. 한 강이 웃으며 한 여자사진에 가리켰다.
“우리 어머니야. 미인이지?”
“그러네요.”
“신애 너와 귀가 닮았어. 그치?”
한 강이 대단한 것을 말해 준다는 듯 속삭이며 말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는 신애의 마음은 아프다 못해 아려오기 까지 했다. 자기만 아픈 줄 알았었다. 항상 웃고 호탕한 한 강에게 그런 아픔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한 강과 있으니 자신의 아픔이 한없이 초라해져 마치 별것 아닌 상처에 아프다고 떼쓴 아이가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그런 신애의 시선을 느낀 한 강이 신애의 머리카락을 흩트려 놓으며 말했다.
“그렇게 불쌍한 표정으로 쳐다보지 말라고. 자꾸 그러면 나잇값 못하고 기댈지도 모르니깐.”
“그래도 되요.”
한 강의 말에 신애가 나지막이 답했다. 그런 신애의 다리에 한 강이 투정부리듯 머리를 비볐다.
“당신이랑 있으면 내가 자꾸 애가 되어버려.”
한 강의 투정이 싫지만은 않은 듯 신애가 가만히 그의 투정을 받아주고 있었다. 부드러운 갈색 머리카락이 한 올 한 올 신애의 가느다란 손가락 사이로 흩어져 나갔다.
“예전에 할머니가 날 보면 입버릇처럼 그랬어요. 딸 팔자는 엄마를 닮는 다고. 잔뜩 못마땅한 시선으로 할머니가 그러실 때면, 죽고 싶을 정도로 가슴이 아팠죠. 엄마처럼 되기는 싫었거든요. 엄마처럼 반항 한번 못하고 꺾기는 꽃이 되기는 싫었어요. 근데 있잖아요. 웃기게도 어느 날 날 보니 엄마를 닮아 있더라고요. 엄마처럼 아무 말 못하고, 소심하게 자신을 움츠리고만 있더라고요.”
“.............”
신애의 고해성사에 한 강은 신애의 손을 꽉 잡아주었을 뿐 다른 말은 없었다. 만약 한 강이 거기서 신애에게 어쭙잖은 위로를 건넸다면 신애는 말을 멈추었을지도 모른다.
“그때, 당신이 와 주었어요. 결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엄마처럼 살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두려웠던 내가 이제는 당신과 그러고 싶어졌어요. 자꾸 희망을 품게 되고 자꾸만 행복을 꿈꾸게 되어요.”
신애의 말에 한 강이 그녀의 다릿사이에 묻었던 얼굴을 들여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거 지금 프러포즈인거 알아?”
“.............”
그녀의 말에 한 강이 부스스 일어나 책상 맨 마지막 서랍에서 작은 보석함을 꺼내었다. 그 보석함 안에서 한 강이 다이아몬드가 박힌 심플한 반지하나를 꺼내었다. 그리곤 아까처럼 신애의 옆에 앉아 그녀를 향해 반지를 내밀었다.
“뭐 예요?”
“어머니 유품이야. 아버지와의 결혼반지이기도 하고. 당신에게 주고 싶어졌어.”
“이거야 말로 프러포즈 아닌가요?”
신애의 물음에 한 강이 ‘그런가?’ 하고 웃음을 지었다. 신애는 한 강이 내민 반지를 쳐다보았다. 껴 달라고 신애를 유혹하는 것처럼 반지는 반짝거리며 빛이 났다. 신애는 조심스레 자신의 네 번째 손가락에 그 반지를 밀어 넣었다. 맞춘 것 같이 꼭 맞아 떨어졌다.
“맞을 줄 알았어.”
한 강이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그녀의 네 번째 손가락에 껴진 반지를 황홀하게 쳐다보았다.
“흠흠. 뭐 멋대가리 없다고 해도 할 수 없지만, 지금 이야기 하고 싶어졌어. 내게 가족을 만들어 줘.”
한 강의 느닷없는 말에 신애가 그를 쳐다보았다. 쑥스러운 듯 빨개진 얼굴로 그녀의 대답만 기다리는 표정이었다. 그런 한 강을 향해 신애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대답에 한 강이 가슴 벅찬 표정으로 그녀를 힘껏 껴안았다.
“난, 난 당신이 거절할 줄 알았어.”
“내가 왜 거절을 해요……. 그동안 당신에게 받은 거 이제 갚아야지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한 강을 더욱 감싸며 신애가 답했다. 막상 신애는 자신이 망설일 줄 알았다. 하지만 때가 다가오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승낙의 말이 먼저 튀어나와 버렸다. 누군가의 프러포즈를 받고 일순의 망설임도 없이 YES라고 대답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랑한다는 뜻이 아닐까? 신애의 머릿속에는 한 강, 그의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었다. 그녀의 대답에 한 강의 입술이 조심히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달콤한 그의 입술을 받으며 신애는 지난날 아픔 기억들이 사그라지는 느낌이었다. 커다란 베란다 통유리 너머로 해가 빨갛게 지고 있었다. 신애는 달콤한 그의 입술을 흠뻑 머금었다. 누군가의 몸짓 손짓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흥분이 된다는 사실에 한 강은 문득 논문이라도 하나 작성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그녀의 입술에 쉴 새 없이 빠져들어 가는 자신을 주체할 수 없었다. 키스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흥분된다는 사실에 한 강은 지난 자신의 과거들과 기록들이 깡그리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그녀의 키스에 그의 것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고개를 쳐들었다. 한 강은 황급히 신애에게서 몸을 떼어내었다.
“하, 하악.”
짧은 숨들이 몰아져 나왔다. 그의 모습에 신애가 피식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한 강은 잔뜩 발기되어 팬티 속을 빠져 나오려 발버둥치는 그것을 손으로 가렸다. 그녀에게 이런 추태는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런 그를 향해 신애가 조심히 다가가 그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쳐 올려놓았다.
“이, 이러지 말라고. 자꾸만 이러면 나도 못 참는다고. 제발 다가오지 마.”
한 강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그의 말에 신애가 생긋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매력이 없나요?”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매력이 너무 많아서 탈이지. 그래서 지금 내가 이러는 거 아니냐고.”
한 강이 떨리는 목소리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신애는 한 강이 사랑스러웠다. 자신의 앞에서 사춘기 소년처럼 구는 한 강의 진실한 마음이 느껴졌다. 신애는 오늘이라고 생각했다. 그를 위해 자신을 주는 날로 오늘만큼 적합한 날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애가 뒤로 떨어져 있는 그의 곁으로 살며시 다가가 입술을 마주 대었다. 그리곤 그의 입술 위에 자신의 입술을 올려놓고 중얼거렸다.
“어차피 결혼 할 사이잖아요. 당신에게 주고 싶어요. 오늘만큼은........ 특별한 날이니깐.”
말을 마친 신애가 열이 오르는 듯 잔뜩 미열이 남아 있는 그의 입술을 입안 가득 빨아들였다. 그녀의 말에 한 강이 그녀를 애써 떨어트려 놓으며 되물었다.
“정말이야? 후회 안할 자신 있어?”
“당신과 함께라면 후회 하지 않아요.”
단호한 그녀의 말에 한 강의 굳었던 얼굴이 슬슬 풀리면서 히죽거렸다. 금방이라도 만세 삼창을 외칠 기세로 그가 그녀를 덥석 안아 들어 올려 침대로 향했다. 하얀 시트위에 누워있는 신애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숱한 여자와 섹스를 나누어 봤지만, 침대위에 있는 여자를 두고 아름답다고 느낀 적은 처음이었다. 한 강이 조심스레 그녀의 붉은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녀의 옷가지들을 벗겨 내고 하얀색 브래지어와 팬티만이 그녀의 작은 몸을 가리고 있을 때, 한 강이 감상하듯 그녀의 나체를 넋 잃고 바라보았다.
“아름답다. 세상에서 최고로 아름답다.”
“부끄럽잖아요.”
신애가 옆에 있던 시트로 몸을 가리며 말했다. 그녀는 살며시 떨고 있었다. 떨고 있는 그녀의 살결에 따스한 그의 입술이 스쳐지나갔다. 지나간 곳 마다 빨간 꽃들이 어지러이 수 놓였다. 신애는 난생처음 겪어보는 흥분에 몸 전체가 부르르 떨렸다. 한 강이 떨리는 그녀의 몸에 입술을 맞췄다. 한 강이 스쳐지나 간 곳마다 찌릿하고 전기가 오르는 것 같았다. 신애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한 강에 의해 완벽한 나체가 되었다. 곧이어 한 강의 다부진 몸이 신애의 눈에 비춰졌다. 신애는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눈을 가렸다. 한 강이 그런 그녀를 보며 살짝 미소 지었다. 그리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소곤거렸다.
“손 내리고 날 봐.”
한 강이 신애의 손을 내리며 그녀에게 눈을 맞추었다. 떨리는 그녀의 얼굴을 하나하나 매만지며 그가 말했다.
“불안 하면 그만 하자.”
한 강의 말에 신애가 고개를 흔들었다. 신애의 행동에 한 강이 쪽 소리 나게 그녀의 이마에 키스를 날렸다.
“좋아. 그럼 간다.”
한 강의 손이 그녀의 사타구니 사이로 들어갔다. 연약한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붉은 색 꽃을 수놓으며 그녀를 유혹해 갔다. 신애는 발꼬락이 찌릿해져 쥐가 오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 지경이었다. 한 강의 혀 놀림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여서,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될 지경이었다. 한 강의 혀가 한번도 들어온 적 없는 그녀의 몸 안으로 살며시 들어왔다. 작은 그의 자극에도 민감한 그녀의 몸은 아픔을 호소했다.
“아, 아팟. 아”
그녀의 말에 한 강이 베게를 그녀의 허리에 가만히 받쳐 주었다. 그리곤 조금 벌려진 그녀의 안으로 그의 것이 살며시 들어갔다.
“악!”
방금 전 환희는 온데 간데없고, 강한 하체의 고통만의 그녀를 조여 왔다. 한 강이 그런 그녀의 허리를 한 손으로 매만지고 있었고, 그의 입술은 연신 그녀의 입술과 볼을 애무하고 있었다. 한 강은 하체에 조여 오는 강한 자극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숱한 여자와 잠자리를 해 왔지만, 이렇게 감도가 좋은 여자는 처음이었다. 최상의 여자였다. 금방이라도 그의 것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한 강은 신애를 바라보았다.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는 그녀의 얼굴이 사랑스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한 강은 연신 허리를 놀리면서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사랑해. 신애야.”
한 강의 말에 신애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머리끝이 쭈빗서고 하체의 감각이 없어질 때 즈음 한 강의 따스한 정액이 그녀의 안으로 들어왔다. 한 강은 그녀를 꼭 껴안아 주었다. 아픔이 가시지 않은 그녀의 얼굴을 보며 한 강이 잔뜩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한 강의 머리칼을 엄마처럼 신애가 쓸어 넘겨주며 말했다.
“난 괜찮아요. 좋은걸요. 당신과 비로소 하나가 된 거잖아요.”
신애의 말에 한 강이 다시 한 번 그녀를 꼭 껴안았다. 신애는 한 강의 팔을 베고 그의 가슴에 안겨 있었다. 지던 해는 어느새 달빛에 가려져 있어 밖은 온통 어둠뿐이었다. 신애는 한 강의 체취를 맡으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비로소 여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한 강과 신애는 서로 나란히 누워 행복감에 빠져 들었다. 한 강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시를 속삭였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시가 달콤한 그의 목소리와 어우러져 낭만적이었다. 한 강은 땀으로 번벅된 신애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며 말했다.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한 강의 말을 들으며 둘은 나란히 잠이 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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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늦게까지 잠이 안오는 하루네요. 제니 주노 다운 받아서 봤는데
재미있더라구요. (다른 사람들은 재미없다고 하더라구요.)
어쨌든 사랑 자체가 예뻐 보여서 너무 좋았답니다. 그런 소설 함 써봐야 할텐데......
다들 좋은 밤 되시구요~ 행복한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