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족의 계약]4부

다일리아200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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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마리엔 vs 오펠리우스 왕비

 

 

한 나라의 궁궐은 왕족이 살고, 모든 정사가 이루어지는 장소이면서, 다른 나라의 귀빈을 맞이하는 그 나라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인간들 역사의 공통점'이라는 책(마족이 쓴 책)에서도 아무리 가난한 나라라도 왕궁만은 번지르르하게 지어놓는다고 적혀있었다.

 

과거 ,정원에서 길을 잃고 헤맨 점으로 미루어보아 내가 길을 잘 찾으리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 자기 나라 왕궁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최조의 공주가 될지도 모른다. 창피하게 그럴 순 없지.그래서 지금 이렇게 미나를 대동하고 왕궁을 구경하고 있는 것이다. 공주가 자기 나라의 광궁을 구경하는게 이상하게 들ㄹ리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난 겉만 공주인 가짜였다.

 

"마리엔 공주님, 어서 오세요!"

 

과연 신이 나서 앞장서는 저 여인이 예전에 내가 무서워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부들부들 떨던 그 여인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하긴 변한 인간이 비단 미나만은 아니었다. 제1공주 궁의 사람들 대부분이 서서히 미나를 닮아가고 있었다. 물론 미나가 가장 정도가 심했지만. 인간들은 역시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잘한다.나로서는 이해가 안 가는 점이지만 종족마다 차이는 있겠지.하지만 그리 싫은 것은 아니었다.웃는 모습이 더 보기 좋은 점도 있었지만 일단 내 편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좋니,미나?어차피 같은 왕궁인데 뭘그렇게 호들갑이니?" 자엽스럽게 부드러운 말투가 나왔다. 나를 아는 마족들이 이 모습을 봤다면 거품을 물고 기절 했으리라.  말하는 나 역시 팔뚝에 소름이 돋았지만 14일간의 맹훈련으로 습관이 돼버렸다.

 

"공주님과 함께 있어서 너무 기뻐요! 전 마리엔 공주님이 너무좋아요!"

"호호호,고마워 .나도 미나가 좋아"

'난 여자 취향없어. 남자가 더좋아.'

 

미나는 시녀 경력이 얼마 되지 안하 진짜 마리엔 공주의 횡포를 자세히 알지 못했다.

 

"앗, 이제 제1공주 궁에서 벗어났어요. 여기서부터는 다른 나라에서 오시는 귀빈들이 머무시는 곳이에요.그리고 조금만 더가면.."

 

분명히 미나는 내가 기억상실증이라는 것을 모른다.

"어머, 아주 잘알고있네. 그럼 서쪽에 보이는 하얀 건물은 뭔지 아니?"

"네 그곳은 왕궁 기사님들이 머무르는 곳이에요! 기사단 단장님들이 각종 군업무를 보시기도 하고 훈련장도있어요."

 

미나는 훈련장에 가고 싶은지 애원의 눈초리를 보냈다. 마침 나도 한번 가보고 싶었던 터라 못 이기는 척하고 기사들의 훈련장으로 향했다. 페드인 왕국은 기사의 나라로 유명한 만큼 기사들의 실력은 대륙 제일이었다.

훈련장에 가까워질수록 힘찬 기합소리가 들려왔다.기사들이 한번식 움직일 때마다 은빛 파도가 출렁이며 춤을 추고있었다.

눈이 부시긴 했지만 나는 그 모습을 계속 바라보았다.

기사들은 훈련에 열중한 나머지 우리의 등장을 눈치채지 못했다. 나도 그들의 훈련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훈련장 안으롣 ㅡㄹ어갔다.

두명의 기사가 격렬히 맞붙고 있었지만 금세 실망하고 말았다.뭐랄까.공격이 화끈한 맛이 없다고나 할가.

 

거참, 답답하네! 방금 전 찌르기를 피하지 않고 그대로 상대편 목을 향해 휘둘렀으면 이겼을텐데.

한참후에 두 사람의 대련은 끝이 났다.별루 움직인 것도 없는것같은데 두사람 모두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그런데 내 쪽으로 등을 돌리고 있던 기사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이봐,미안한데 물 좀 집어주겠어?"그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말했기 때문에 나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지못하고 물을 찾았다.

 

"자.여기"

"고마워.""

"아니 , 뭐 이정도 가지고/"생긋 웃으며 말한 나는 갑자기 기사가 물병을 툭 떨어뜨리자 별 생각없이 주워서 다시 건네주려 했다

"이거 떨어뜨렸는데."

 

그는 멍하니 내 얼굴과 물병을 번갈아 보았다.그리고.

"크아악!!"

나는 난데없는 괴성에 깜작놀라 뒤로 껑충물러섯다.

 

"마리엔 공주님 , 제가 알아보지 못하고 크나큰 불경을 저질렀습니다!부디 죽여주십시오!"

 

그는 땅에 무릎을 꿇고 외쳤다.아쉬운 마음에 입맛을 다시고 있는데 그는 내가 단단히 화가 나서 아무 말도 하지않는 것이라 생각했는지 얼굴이 더욱 새하얗게 질렸다.

어느새 주변에는 다른 기사들이 훈련을 중단하고 몰려들었다. 저마다 '쯧쯧쯧 어쩌다 저 마녀에게 걸렸을꼬'내지는 '정말 운도 지지리도없지'라는 표정을 짓고 있엇다.

 

"딱히 화가 난것도 아니었지만 상대가 이렇게 나오자 괜히 골려주고싶었다.

"경의 잘못은 알고 계시겠지요"

"네 알고잇습니다."

 

그는 침울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럼 경의 잘못을 말해보세요."

"감히 아름다우시고 고귀하신 공주마마를 알아보지 못한 죄입니다."

"제가 아름답다고요?"

"물론이지요! 저는 마리엔 공주님처럼 아름다우신 분은 본 적이 없습니다"

 

기사는 나의 아름다움에 대해 줄줄이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공주님처럼 아름다우신 분은 없다는 겁니다! 이건 가스톤이라는 제 이름을 걸고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비록 속은 느글거리지만 다른 기사들도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 얼굴이었다.

자. 이제 나락으로떨어질 차례야.오홋홋호~!

 

"그 말 정말인가요?"

정말로 기쁘다는 듯이 말했더니 가스톤의 얼굴이 활짝 퍼졌다.

"과분한 칭찬이네요! 그렇지만 기뻐요."

 

얼굴에 홍조를 띠며 수줍은 듯이 말하는나.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경이야말로 용모가 정말 출중하군요.정말 감탄을 금할수가없어요.그렇죠 여러분?"

"네?네. 물론입니다."

 

기사들은 내 말에 얼떨결에  맞장구쳤다.

"역시 모두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군요. 같은 생각이라니 기쁘네요.가스톤 경, 정말 부러워요.어쩜 피부가 이렇게 매끄럽고 부드러운 거죠?"

 

피부가 곱긴 뭐가고와?나이도 나이지만 힘든 수련 덕분에 그의 피부는 나무껍질처럼 꺼칠꺼질했다.

"그 침묵은 긍정이라는 뜻이겠죠? 그동안 많은 미인들을 봐왔지만 경보다 아름다운 사람은 본 적이 없어요!"

 

"하아ㅡ 가스톤 경이 여자로 태어났다면 좋았을걸. 안타깝네요.그래서 말인데 부탁이 하나있어요. 큰 일은 아니니 그렇게 긴장하지 말아요.경이 여장만 한 번 해주면 돼요. 너무 쉽죠?"

 

"공주마마 전...."

"경의 아름다움을 이대로 보아 넘기자니 가슴이 너무 아파서 그래요.해줄거죠?"

"어머 ,이 여름에 웬 식은땀을 그렇게 흘리는거죠?어디 아픈가요.가스톤경"

"아, 아닙니다"

가슴을 부여잡고 절망스런 얼굴로 힘업이 대답하는 가스톤.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가축마냥 축 처져서 뒤따라오는 가스톤은 마지막으로 내게 애원의 눈길을 보냈찌만 외면했다.이런 좋은 구경거리를 놓칠 수는없었다.

 

"어이, 가스톤 .그렇게 뜨거운 눈으로 바라보면 어떻게해?부끄럽잖아."

"우리가 너한테 반하면 어쩌려고 그러냐?"

"나에게는 사랑스런 아내가있다.유혹하려 들지마/"

"크윽, 네 놈들 두고보자!"

 

만약 멀리서 우리들을 본다면 참으로 멋진 광경일 것이다. 아름다운 공주와 귀여운 시녀.그 뒤를 따르는 멋진 기사들.

서서히 내 궁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마리엔 공주님, 이 분들께서는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신겁니까?"

"서로 간의 친목을 도모해보자는 차원이지.그렇죠?"

"물론입니다!"

 

캐롤의 말에 내가 한 쪽 눈을 찡긋 하며 말하자 가스톤을 제외한 기사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느덧 나와 기사들은 가스톤이라는 하나의 희생양의 힘으로 상당히 사이가 가까워졌다. 나는 말없이 보고 있던 드레스를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기사들은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하하하하"

"공주님의 안목에 감탄했습니다!"

"가스톤, 정말 잘어울리겠다."

 

나는 간의 탈의실까지 설치되자 기사들을 제외한 사람들은 물러나게 했다.

잠시후,

"가스톤 양, 여기도 봐주세요"

"오, 그대의 아름다움에 난 반해버렸다오!"

"누님. 너무 멋있습니다!저의 사랑을 받아주십시오"

"아이고.나죽네! 푸하하하"

 

기사들이란 정말이지 단순한 존재들이다.이렇게 잘 속아넘어가는 존재는 처음이었다.

가스톤 여장 사건 이후로 제4왕궁 기사단은 내 전용 장난감이 되었다.나는 그들을 놀려먹는 재미에 푹빠져버렸고, 미나는 매일 멋진 기사들을 볼 수 있어서 행복해했다.

 

"마리엔 공주님, 어딜 다녀오시는 길입니까?"

"제4기사단 훈련장에 갔다왔어"

"또 가신겁니까?가끔 방문하시는건 좋지만 그렇게 매일 찾아가시면 왕족으로서 위엄이 서지 않습니다"

 

또 시작이군.캐롤은 다 좋은데 한번 말이 다른 곳으로 새면 한정없이 빠지는 게 문제였다.

"그만.설마 그것 때문에 뛰어온 건 아니겠지?"

 

"아,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깜박했습니다."

"국왕 폐하께서 점심 식사를 같이 하자고 전갈을 보내셨습니다."

"아바마마께서?"

"네, 어서 준비하십시오."

무엇 때문에 부른거지?

"마리엔 공주님, 지금 어디를 가시는 겁니까?"

"응?아바마마께서 같이 식사하자고 부르신다며?당연히 그곳에 가는거지."

"그 옷으로 말입니까?"

 

캐롤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내가 입고 있는 옷을 보았다.

"그런 초라한 옷을 입고 가시려는 겁니까? 공주님께서 우기셔서 장식이 없는 옷을 준비하긴 했지만 국왕 폐하 앞가지 입고 가시는건 안 됩니다. 어서 다른옷으로 갈아입으십시오."

 

100% 실크로 만들어진 옷이 초라하다고? 그럼 레이스가 줄줄이 달리고 나풀거리기만 하는 옷이 정산이란 말이야? 그런건 옷감 낭비다.

 

"캐롤"

"네 말씀하십시오."

"이 옷 만든 사람이 슬퍼할 거야."

"........."

 

한순간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해 어벙한 얼굴로 서 있던 캐롤은 곧 잔소리를 해댔다.

"지금 그런 말이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오늘 점심 식사는 공주님뿐 아니라 다른공주님과 왕자님,왕비 전하까지 참석하신단 말입니다."

 

캐롤의 말에 나는 생각을 바꺼 먹었다.다른 사람도 온다는데 그냥 갈수없는 없었다. 게다가 마리엔 공주의 최대 라이벌인 오펠리우스 왕비까지 온다지 않는가!

 

시종의 안내를 받아 식당으로 들어선 나는 식당의 규머에 놀라지 않을수없었다.

 

"마리엔 , 왔느냐?"

 

레프스터 국왕의 부름에 상념에서 깨어난 나는 그때에야 비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긴 식탁의 가장 상석에는 국왕이 앉아있엇고, 그의 오른쪽에 옅은 금발 머리의 미인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녀가 앉아잇는 자리나 예리한 직감으로 보건대 바로 그녀가 오펠리우스 왕비임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녀 옆에는 왕비보다 약간 젊어 보이는 여인이 앉아있엇다.곱슬곱슬한 붉은 머리가 어깨까지 닿고 머리색보다 옅은 붉은 눈동자가 무척이나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그녀는 강한 인상의 왕비에 비해 가녀린 인상의 소유자로, 내게 신경을 집중하는 왕비와는 달리 국왕을 살짝 훔쳐보면서 볼을 붉히고 있었다.인상 착의로 보아 그녀가 후궁인 아리란드인 모양이다.

 

두여인의 옆으로는 내 나이 또래의 아름다운 소녀들이 자리하고 있었다.황금을 녹여 만든듯한 진한 황금빛 머리가 물결치고, 바람이 세게 불면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아 남성들의 보호본능으 ㄹ일으키느 ㄴ소녀와 아리란드를 닮아서 커다란 눈망울이 귀여운 소녀였다

 

그리고 플로라 공주의 시선을 받고 있는 두 명의 잘생긴 청년들은 국왕의 왼쪽 편에 앉아 있었다.

짧은 금바에 날카로워 보이는 눈매의 라이언 왕자와 검은 장발의 르미엘 왕자가 바로 그들이었다

라이언 왕자는 페드인 왕국에서도 제법 뛰어난 기사로 알려져 있었다. 척 봐도 근육이 균형적으로 발달한 걸 알 수있었다. 그런데 저 놈은 왜 아까부터 살벌하게 노려보고 난리야?

라이언 왕자가 뛰어난 검술 실력으로 유명하다면 르미엘 왕자는 현자의 탑에 있는 현자에 뒤지지 않는 학식과 지혜로 유명했다.하지만 난 안믿는다. 저 나이에 현자르 뛰어넘는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지가 무슨 천재라도 돼?

적대감을 역력히 드러내는 라이언 왕자와 나를 반기는 르미엘 왕자는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빠르게 상대방에 대한 파악을 끝낸 나는 환한 웃음을 지었다.

 

"제가 좀 늦었습니다.죄송합니다."

"아니다. 우리들도 방금 도착했단다.그렇지 않소?"

"네,폐하. 마리엔 염려말고 어서 앉으렴."

 

레프스터 국왕의 시선을 받은 오펠리우스 왕비는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그 미소와 다정한 말투 때문에 나를 무척이나 사랑해주는 것처럼 보였다.그러나 나는 그 표정이 상당히 어설프다고 생각했다.

 

"네에 감사합니다.어마마마"

 

한순간 식당에는 정적이 흘렀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서 나와 왕비를 번갈아 보았다. 상당히 충격이었나보군. 하지만 상대를 속이려면 이 정도는 해야된다.어마마마라는 말은 얼마든지 써줄수있었다.

 

"허허허, 왕비와 마리엔 사이가 정말 좋아졌구려"

국왕은 나와 오펠리우스 왕비가 서로의 생각을 읽기 위해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즐거워했다. 후궁인 아리란드와 플로라 공주는 왕실의 걱정거리였던 나와 오펠리우스 왕비의 불화가 사라지자 기쁜 표정이었다. 데미나 공주와 라이언 왕자는 돌변한 자신의 어머니와 내 모습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르미엘 왕자는 조금 전보다 더욱 진한 미소를 지으면서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르미엘 왕자는 상대를 안 하는게 좋을 것같았다.

 

다음 편은 월요일날 올릴께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