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앞에서
첫사랑이며 유일한 후원자인 아버지
갑자기 코스모스핀 길 따라 하늘로 떠났다.
푸른 내 꿈은 여지없이 박살이 났다.
더 이상 세상을 믿지 않았으며, 내면으로만 침잠했다.
내가 원하는 가장 소박한 하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세상이라는 것을 알고는 막연한 전율에 휩싸였다.
운수납자가 머문다는
깊은 구름으로 쌓인 절로 갔다.
비구니 스님들은 한여름의 뙤약볕 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운력을 하는 한편
정자에 앉아서 신선처럼 책을 읽고 있었다.
광대무변의 대자유와 진리 앞에서
비구니는 비구보다 지켜야 할 계율이 많다니
분별심을 버려야 함이 마땅한데도
세상의 잣대로 밖에 볼 수 없는 나는
가슴 한 켠이 쏴한 느낌이 들면서
절 앞에서 발길을 돌리고야 말았다.
한발은 세상에 담그며
다른 한발은 다른 세상에 담그며 살자고 했다.
세상에 살면서도
세상에 살지 않는 마음으로 살기를 원했다.
사랑이 채 뭔지도 모르는
풋풋한 내 인생에 대한 미련은 혹 아니었을까.
새벽 산사
쓸쓸하여 눈감는다.
바람은 불자마자 바람아니며
사랑도 사랑하자마자 사랑아닌 것을.
스님의 법문
또 참선
무심한 할머니는 잠에 떨어졌다.
구름타는 그믐달
법문은 코 고는 소리요
화두는 쏟아지는 인생이라.
흔들리는 풍경소리
따르는 빈 그림자
죽을 힘으로 참아 볼 일이다.
붓꽃아씨
새벽산사
절 앞에서 첫사랑이며 유일한 후원자인 아버지 갑자기 코스모스핀 길 따라 하늘로 떠났다. 푸른 내 꿈은 여지없이 박살이 났다. 더 이상 세상을 믿지 않았으며, 내면으로만 침잠했다. 내가 원하는 가장 소박한 하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세상이라는 것을 알고는 막연한 전율에 휩싸였다. 운수납자가 머문다는 깊은 구름으로 쌓인 절로 갔다. 비구니 스님들은 한여름의 뙤약볕 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운력을 하는 한편 정자에 앉아서 신선처럼 책을 읽고 있었다. 광대무변의 대자유와 진리 앞에서 비구니는 비구보다 지켜야 할 계율이 많다니 분별심을 버려야 함이 마땅한데도 세상의 잣대로 밖에 볼 수 없는 나는 가슴 한 켠이 쏴한 느낌이 들면서 절 앞에서 발길을 돌리고야 말았다. 한발은 세상에 담그며 다른 한발은 다른 세상에 담그며 살자고 했다. 세상에 살면서도 세상에 살지 않는 마음으로 살기를 원했다. 사랑이 채 뭔지도 모르는 풋풋한 내 인생에 대한 미련은 혹 아니었을까. 새벽 산사 쓸쓸하여 눈감는다. 바람은 불자마자 바람아니며 사랑도 사랑하자마자 사랑아닌 것을. 스님의 법문 또 참선 무심한 할머니는 잠에 떨어졌다. 구름타는 그믐달 법문은 코 고는 소리요 화두는 쏟아지는 인생이라. 흔들리는 풍경소리 따르는 빈 그림자 죽을 힘으로 참아 볼 일이다. 붓꽃아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