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화장, 짙은 향수 냄새, 그리고 짧은 미니스커트와 높은 하이힐 난 그런 차림으로, 골목 어귀에서 담배를 피워댔다. 한가치가 다 빨려 들어 갈 때 쯤 반대쪽에서 히히 덕 거리는 여자 아이 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난, 담배를 버리고, 그것을 발로 짓이기기 시작했다.
밟아 주리라 .아주 힘껏 밟아 주리라. 더 이상 발 디딜 곳 없게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도록 짓밟아 주리라.
“바비퀸께서 손수 우리를 다 보자고 하다니
이거 너무 영광스러워 눈물이 다 난다 씨발“
어느새 내 앞으로 다가온 여자아이들 무리 중 한 애가 나에게 말한다. 난, 그 애의 말에 관심 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그중에 우두머리라고 하는 박지민 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다 같이 덤빌 거니?”
내 물음에 지민은 어이없는 실소를 터트리더니, 아니 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리고 난 그만이 끝남과 동시에 지민의 배에 발길질을 해댔다. 뜻밖의 선제공격에 잠시 당황한 지민이 이내 몸을 추스르고 일어나 나에게 덤벼들었다. 난, 좀 전에 담배꽁초를 짓이긴 거 같이 지민의 머리를 휘어잡고서. 그 애의 머리를 벽 쪽에 서너 번 박은 다음 바닥에 자빠트리고, 쉬지 않고 발길질을 해댔다.
지민의 얼굴에서 피가 흐르고, 나의 끔찍하고 잔인한 행동에 지민의 패거리들은 겁을 먹고 하나, 둘 도망을 가기 시작했다.
“사 살려줘. 그 그만해. 제발 부 부탁이야”
지민의 입을 통해 새어나오는 말과 행동처럼 그날 밤 그 남자에게 보였던 내모습도 이런 거 였으리라. 살려달라고 부탁하는 그만이 그만 보내달라고, 애원하던 나의 비참한 모습을 다시금 보게 하는 듯 했다. 그래서 멈출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 지민의 몸을 만신창이가 될 때까지 짓밟고, 아프게 했다.
나처럼, 내 자신을 스스로 지키지 못할 바엔 차라리 다른 사람을 망가트려 서라도 그 욕구를 채우고 싶은 이기적인 마음이 그렇게 지시한다.
내가 호소했던 처절한 몸부림이 오히려 내게 비수로 꼽힌 것처럼. 나의 지민에 대한 무차별 공격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더 지민의 몸에 잔인한 상처로 각인된다.
‘박지민 나를 너무 원망하지 마 원래 씨앗은 뿌린 만큼 더 많은
씨앗을 매달고, 결실을 맺는 것이니까 그러니까 불쌍한 표정
짓지 마라 날 더 이상 자극하지 마 너에게 더 깊은 상처를 남기지
않도록 날 그만 자극하란 말이다. 나중에 네가 다시 나에게
이빛을 갚는다면 난, 얼마든지 받아줄 용의가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렇게 불쌍한 표정 짓지 말라고 난, 봐주지 않을 거니까
측은하고, 아파해도. 난 봐주지 않을 거니까......’
내 마지막 발길질에, 내가 그랬던 것과 같이 지민이도 정신을 잃었다.
* * * *
지민의 사건으로 인해 난 학교에서 무기정학을 받았다. 그리고 지민이 부모의 신고로 경찰서까지 가게 됐으나, 유연의 오빠 유빈이 내 부모를 대신해 그들에게 넉넉한 합의금을
주고, 나를 그곳에서 빼내왔다. 역시, 사람은 돈이 많고 봐야 한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유빈을 통해 가슴속에 새겨 두었다.
“부탁이 있어 꼭 들어줘야 하는 거야”
나의 부탁이란 단어에 유빈은 순간 자신의 귀를 한번 파더니, 눈을 크게 뜨고 날 쳐다보며 의아한 눈빛을 자아낸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웬만해선 남에게 부탁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누군가 나에게 도움을 주면 처음엔 무조건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화를 냈었는데, 어느 순간부턴 나에게 뻗어오는 도움의 손길을 거절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부탁이란 것도 하고 말이다.
“뭔데?”
“나, 학교를 옮기고 싶어 물론, 지금시점에서 상당히 어려운거
알아, 고3때는 쉽게 전학이 안 되는 것도 알고.그렇지만 꼭 가야하는
학교가 있어 그러니까 부탁하는 거야 오빠가 가진 돈의 위력 좀 보여줘”
난, 거짓 없이 말했다. 그렇지만, 왜 전학을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유빈은 그 이유를 앞으로도 묻지 않을 것이고, 그리고 내 부탁을 분명히 들어줄 것이다. 유빈은 나를 아는 극소수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디니?”
“제일이고!”
“알았어.”
* * * *
그를 찾아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연희는 단 한번에 그의 인적사항을 캐치해왔고, 지금
그것을 내 앞에 내밀었다.
“제일고등학교 날라리 선생이라 후훗
거기다 아버지가 그 학교 이사장이라고? 하…….”
그의 신상을 확인한 나는 그 학교로 전학가기로 마음을 먹고, 지체 없이 바로 유빈에게 부탁을 한거시다.
날 망가트린 것처럼 그도 똑같이 만들어 주기 위해서,
날 처참히 무너뜨리고 짓밟아버린 그 남자가 선생으로 있는고.
날 유린하고, 나에게 치욕스런 오점을 남긴 사람이 선생이란 위선된 모습으로 있는 곳,
가식이란 가면을 쓰고 있는 가증스런 사람 그곳으로 가서 그의 위선을 벗겨버리고, 벼랑 끝으로 내몰 기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학교를 가기위해 유빈을 동반했다.
“준 희야, 다른 방법도 있지 않을까? 잘못하면 너도
다치는 거야 난 그건 원치 않거든”
“어차피, 그 사람으로 인해 한번 다쳤어 두 번 다친다고
죽지 않아 반드시 되돌려 줄 거야 내가 받은 배로”
“아휴…….휴”
윤희의 계속된 긴 한숨에는 날 향한 근심과 걱정이 녹아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윤희와 헤어지고 난 집으로 들어왔다. 사람 사는 집이라고 볼 수 없는 난잡한 곳. 여기저기 널린 술병이며 화투장들 그리고 매니큐어들 널부러져 있는 옷가지들 밥을 해먹은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주방 이 모든 것들이 나를 미치게 한다. 숨 막히는 이 공간이 나를
미치광이로 만든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일탈을 꿈꾼다.
화려한 네온사인의 도시를 꿈꾼다.
* * * *
내 부모를 대신해, 나의 학부형이 된 사람은 다름 아닌 유빈이었다. 유빈은 반듯한 정장을 차려입고, 나를 데리고 제일고등학교의 교장실로 향했다. 교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하얀 백발의 교장선생님께서 나와 유빈을 반가이 맞아 주신다.
“아, 어서와요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던 참입니다.
자, 이쪽으로 앉으시지요. 허허허”
“네, 안녕하십니까? 김유빈 이라고 합니다.
아버님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애는
저희 사촌동생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나를 사촌동생 이라고 소개한 유빈은 교장선생님의 지시대로 쇼파에 앉으며 내손목도 함께 잡아끌었다. 난, 교장선생님을 향해 “안녕하세요? 이 춘희 입니다.” 라는 내 소개를 마치고 살며시 쇼파에 앉았다.
그리고 교장선생님과 유빈의 형식적인 몇 마디 대화가 오간다. 그리 길지 않은 대화를 마치고 교장선생님은 나와 유빈을 교무실로 인도하신다.
그분의 안내에 따라 교무실에 들어서니, 나를 보는 남자 선생님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3학년1반으로 전학 온 이 준희란 학생입니다.”
교장선생님의 소개가 끝나고, 난 가볍게 목례로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곧 3학년1반의 담임선생님이 내 앞에 다가왔다.
“반갑다. 이 준희 라고? 난, 너의 담임 권 승하 선생님이야.”
콩닥콩닥.
자신을 권승하 라고 소개한 앞에 남자를 바라보았다. 아주 이성적으로 천천히 그를 짓밟겠노라 다짐을 했건만, 그 다짐보다 더 먼저 나를 엄습해오는 그날의 악몽이 깊게 소용돌이쳐 날 미치게 하고, 추악스런 기억에 몸서리가 쳐진다. 치욕스런 모욕감이 성난 파도 마냥 거세게 몰려왔다.
그리고 내 앞에 오른손을 내밀고 있는 그 남자의 모습에 순간 그날의 악몽이 다시 되 살아났다. 난,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날의 사건을 되살리지 않기 위해 온갖 신경을 분산 시키고, 그에게 다소곳이 인사를 한다. 내 앞의 이 남자는 그는 나를 몰라본다.
다행인지, 아니면 불행인지, 알 수 없지만 그날 야수 같던 그 얼굴 지금의 모습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나를 정말 몰라보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솟구치지만, 그의 눈빛은 오로지 학생을 대하는 선생의 모습을 갈구했다.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나에게 생긋 웃어 보이는 그 모습이 그날의 성난 맹수의 모습과 너무도 상반되었다.
“자, 선생님을 따라와 교실로 안내해 줄께”
유빈이 이번에도 나를 권승하 에게 부탁을 하고 저 멀리 사라져 갔다. 그리고 난 권승하의 뒤를 따라 3학년1반이란 팻말이 달린 교실로 들어갔다. 떠들썩한 교실에 그와 내가 들어서자 일순 조용해 졌다. 남자아이들은 나를 보고는 환호성을 질러댔고, 반면에 여자아이들은 차가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자자, 조용하고 요번에 우리 반에 전학 온 이 준희다.
앞으로 몇 개월 안남은 3학년 이니까, 모두 친절하게 잘 대해줘라”
“3학년인데 어떻게 전학을 올수 있죠? 보아하니
사고치고, 돈 꾀나 뿌리고 들어 온 거네 쳇”
나를 소개한 권승하의 말에 유난히 나에게 적개심을 뿜어내는 한 여자아이가 서스럼 없이 말했다.
“권혜미, 우리 학교는 강제전학을 받아주지 않는 곳이야
그런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이 애는 먼저 학교에서
탑을 놓쳐 본적이 없단다. 그러니까 잘 새겨둬!”
“후훗”
권승하의 말에 난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분명 그 혜미 라는 아이 말대로 난 강제전학이 맞았다. 그런데 권승하는 강하게 부정을 했다. 누구보다 본인이 가장 잘 알면서 말이다. 느닷없는 나의 웃음에 권승하는 물론 반 아이들 까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나를 그렇게 빤히 쳐다보는 시선은 그만 걷어줘. 질리니까”
나에게 향하는 모든 시선이 이젠 정말 지겨웠다. 그냥 본척만척 하며 지나가면 좋겠는데 워낙 출중한 미모라 모든 사람들의 눈길을 잡는다.
나의 약간은 건방 진 듯한 발언에 여자아이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권승하는 크게 한번 웃고 말더니, 나에게 자리를 소개해준다 그의 지시대로 나는 창가 쪽 제일 끝자리에 가 앉았다. 내 짝으로 지정된 아이는 남자아이 였다. 그 아인 아무감정 없는 눈으로
내가 그 자리로 걸어가는 내내 팔짱을 끼고 앉아서 나를 주시한다.
“말 했을 텐데 질리니까, 그만 쳐다보라고”
좀 전과 같은 말을 짝이 된 아이에게 차갑게 경고하듯 내 뱉었다. 그러나 이아인 내말에 아무대꾸도 없이 그저 계속해서 나를 응시한다.
권승하는 제 할일을 다 마친 모양인지 반 아이들에게 뒤돌아서서 오른손을 흔들어 보이며 교실을 빠져나갔다.
“얼굴이 예쁘면, 건방지게 말해도 되니?”
한쪽 팔을 턱에 괴고 온유한 표정을 지어 보이던 짝이 된 아이가, 경거망동한 내 행동에 엷은 미소와 함께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어온다.
“너희 모두 잘 들어 태후를 대신해 내가 선포한다.
내 옆에 앉은 싸가지 전학생을 오늘부로 공식 왕따로 지정한다. 쿡”
분명 부드러운 음성 이었는데, 분명 다정한 미소를 머금은 얼굴이었는데, 짝이라는 아이가 내뱉은 말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였다.
그 아이 말에 반 아이들, 특히 여자아이 모두는 내 안하무인의 작태에 그것보란 식으로 하나같이 나를 비웃으며, 혀를 끌끌 차고, 동정어린 눈길을 보내왔다.
원나잇 스탠드[3]
선생과의 원나잇 스탠드.[제3화]
진한화장, 짙은 향수 냄새, 그리고 짧은 미니스커트와 높은 하이힐 난 그런 차림으로, 골목 어귀에서 담배를 피워댔다. 한가치가 다 빨려 들어 갈 때 쯤 반대쪽에서 히히 덕 거리는 여자 아이 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난, 담배를 버리고, 그것을 발로 짓이기기 시작했다.
밟아 주리라 .아주 힘껏 밟아 주리라. 더 이상 발 디딜 곳 없게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도록 짓밟아 주리라.
“바비퀸께서 손수 우리를 다 보자고 하다니
이거 너무 영광스러워 눈물이 다 난다 씨발“
어느새 내 앞으로 다가온 여자아이들 무리 중 한 애가 나에게 말한다. 난, 그 애의 말에 관심 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그중에 우두머리라고 하는 박지민 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다 같이 덤빌 거니?”
내 물음에 지민은 어이없는 실소를 터트리더니, 아니 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리고 난 그만이 끝남과 동시에 지민의 배에 발길질을 해댔다. 뜻밖의 선제공격에 잠시 당황한 지민이 이내 몸을 추스르고 일어나 나에게 덤벼들었다. 난, 좀 전에 담배꽁초를 짓이긴 거 같이 지민의 머리를 휘어잡고서. 그 애의 머리를 벽 쪽에 서너 번 박은 다음 바닥에 자빠트리고, 쉬지 않고 발길질을 해댔다.
지민의 얼굴에서 피가 흐르고, 나의 끔찍하고 잔인한 행동에 지민의 패거리들은 겁을 먹고 하나, 둘 도망을 가기 시작했다.
“사 살려줘. 그 그만해. 제발 부 부탁이야”
지민의 입을 통해 새어나오는 말과 행동처럼 그날 밤 그 남자에게 보였던 내모습도 이런 거 였으리라. 살려달라고 부탁하는 그만이 그만 보내달라고, 애원하던 나의 비참한 모습을 다시금 보게 하는 듯 했다. 그래서 멈출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 지민의 몸을 만신창이가 될 때까지 짓밟고, 아프게 했다.
나처럼, 내 자신을 스스로 지키지 못할 바엔 차라리 다른 사람을 망가트려 서라도 그 욕구를 채우고 싶은 이기적인 마음이 그렇게 지시한다.
내가 호소했던 처절한 몸부림이 오히려 내게 비수로 꼽힌 것처럼. 나의 지민에 대한 무차별 공격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더 지민의 몸에 잔인한 상처로 각인된다.
‘박지민 나를 너무 원망하지 마 원래 씨앗은 뿌린 만큼 더 많은
씨앗을 매달고, 결실을 맺는 것이니까 그러니까 불쌍한 표정
짓지 마라 날 더 이상 자극하지 마 너에게 더 깊은 상처를 남기지
않도록 날 그만 자극하란 말이다. 나중에 네가 다시 나에게
이빛을 갚는다면 난, 얼마든지 받아줄 용의가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렇게 불쌍한 표정 짓지 말라고 난, 봐주지 않을 거니까
측은하고, 아파해도. 난 봐주지 않을 거니까......’
내 마지막 발길질에, 내가 그랬던 것과 같이 지민이도 정신을 잃었다.
* * * *
지민의 사건으로 인해 난 학교에서 무기정학을 받았다. 그리고 지민이 부모의 신고로 경찰서까지 가게 됐으나, 유연의 오빠 유빈이 내 부모를 대신해 그들에게 넉넉한 합의금을
주고, 나를 그곳에서 빼내왔다. 역시, 사람은 돈이 많고 봐야 한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유빈을 통해 가슴속에 새겨 두었다.
“부탁이 있어 꼭 들어줘야 하는 거야”
나의 부탁이란 단어에 유빈은 순간 자신의 귀를 한번 파더니, 눈을 크게 뜨고 날 쳐다보며 의아한 눈빛을 자아낸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웬만해선 남에게 부탁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누군가 나에게 도움을 주면 처음엔 무조건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화를 냈었는데, 어느 순간부턴 나에게 뻗어오는 도움의 손길을 거절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부탁이란 것도 하고 말이다.
“뭔데?”
“나, 학교를 옮기고 싶어 물론, 지금시점에서 상당히 어려운거
알아, 고3때는 쉽게 전학이 안 되는 것도 알고.그렇지만 꼭 가야하는
학교가 있어 그러니까 부탁하는 거야 오빠가 가진 돈의 위력 좀 보여줘”
난, 거짓 없이 말했다. 그렇지만, 왜 전학을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유빈은 그 이유를 앞으로도 묻지 않을 것이고, 그리고 내 부탁을 분명히 들어줄 것이다. 유빈은 나를 아는 극소수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디니?”
“제일이고!”
“알았어.”
* * * *
그를 찾아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연희는 단 한번에 그의 인적사항을 캐치해왔고, 지금
그것을 내 앞에 내밀었다.
“제일고등학교 날라리 선생이라 후훗
거기다 아버지가 그 학교 이사장이라고? 하…….”
그의 신상을 확인한 나는 그 학교로 전학가기로 마음을 먹고, 지체 없이 바로 유빈에게 부탁을 한거시다.
날 망가트린 것처럼 그도 똑같이 만들어 주기 위해서,
날 처참히 무너뜨리고 짓밟아버린 그 남자가 선생으로 있는고.
날 유린하고, 나에게 치욕스런 오점을 남긴 사람이 선생이란 위선된 모습으로 있는 곳,
가식이란 가면을 쓰고 있는 가증스런 사람 그곳으로 가서 그의 위선을 벗겨버리고, 벼랑 끝으로 내몰 기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학교를 가기위해 유빈을 동반했다.
“준 희야, 다른 방법도 있지 않을까? 잘못하면 너도
다치는 거야 난 그건 원치 않거든”
“어차피, 그 사람으로 인해 한번 다쳤어 두 번 다친다고
죽지 않아 반드시 되돌려 줄 거야 내가 받은 배로”
“아휴…….휴”
윤희의 계속된 긴 한숨에는 날 향한 근심과 걱정이 녹아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윤희와 헤어지고 난 집으로 들어왔다. 사람 사는 집이라고 볼 수 없는 난잡한 곳. 여기저기 널린 술병이며 화투장들 그리고 매니큐어들 널부러져 있는 옷가지들 밥을 해먹은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주방 이 모든 것들이 나를 미치게 한다. 숨 막히는 이 공간이 나를
미치광이로 만든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일탈을 꿈꾼다.
화려한 네온사인의 도시를 꿈꾼다.
* * * *
내 부모를 대신해, 나의 학부형이 된 사람은 다름 아닌 유빈이었다. 유빈은 반듯한 정장을 차려입고, 나를 데리고 제일고등학교의 교장실로 향했다. 교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하얀 백발의 교장선생님께서 나와 유빈을 반가이 맞아 주신다.
“아, 어서와요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던 참입니다.
자, 이쪽으로 앉으시지요. 허허허”
“네, 안녕하십니까? 김유빈 이라고 합니다.
아버님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애는
저희 사촌동생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나를 사촌동생 이라고 소개한 유빈은 교장선생님의 지시대로 쇼파에 앉으며 내손목도 함께 잡아끌었다. 난, 교장선생님을 향해 “안녕하세요? 이 춘희 입니다.” 라는 내 소개를 마치고 살며시 쇼파에 앉았다.
그리고 교장선생님과 유빈의 형식적인 몇 마디 대화가 오간다. 그리 길지 않은 대화를 마치고 교장선생님은 나와 유빈을 교무실로 인도하신다.
그분의 안내에 따라 교무실에 들어서니, 나를 보는 남자 선생님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3학년1반으로 전학 온 이 준희란 학생입니다.”
교장선생님의 소개가 끝나고, 난 가볍게 목례로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곧 3학년1반의 담임선생님이 내 앞에 다가왔다.
“반갑다. 이 준희 라고? 난, 너의 담임 권 승하 선생님이야.”
콩닥콩닥.
자신을 권승하 라고 소개한 앞에 남자를 바라보았다. 아주 이성적으로 천천히 그를 짓밟겠노라 다짐을 했건만, 그 다짐보다 더 먼저 나를 엄습해오는 그날의 악몽이 깊게 소용돌이쳐 날 미치게 하고, 추악스런 기억에 몸서리가 쳐진다. 치욕스런 모욕감이 성난 파도 마냥 거세게 몰려왔다.
그리고 내 앞에 오른손을 내밀고 있는 그 남자의 모습에 순간 그날의 악몽이 다시 되 살아났다. 난,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날의 사건을 되살리지 않기 위해 온갖 신경을 분산 시키고, 그에게 다소곳이 인사를 한다. 내 앞의 이 남자는 그는 나를 몰라본다.
다행인지, 아니면 불행인지, 알 수 없지만 그날 야수 같던 그 얼굴 지금의 모습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나를 정말 몰라보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솟구치지만, 그의 눈빛은 오로지 학생을 대하는 선생의 모습을 갈구했다.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나에게 생긋 웃어 보이는 그 모습이 그날의 성난 맹수의 모습과 너무도 상반되었다.
“자, 선생님을 따라와 교실로 안내해 줄께”
유빈이 이번에도 나를 권승하 에게 부탁을 하고 저 멀리 사라져 갔다. 그리고 난 권승하의 뒤를 따라 3학년1반이란 팻말이 달린 교실로 들어갔다. 떠들썩한 교실에 그와 내가 들어서자 일순 조용해 졌다. 남자아이들은 나를 보고는 환호성을 질러댔고, 반면에 여자아이들은 차가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자자, 조용하고 요번에 우리 반에 전학 온 이 준희다.
앞으로 몇 개월 안남은 3학년 이니까, 모두 친절하게 잘 대해줘라”
“3학년인데 어떻게 전학을 올수 있죠? 보아하니
사고치고, 돈 꾀나 뿌리고 들어 온 거네 쳇”
나를 소개한 권승하의 말에 유난히 나에게 적개심을 뿜어내는 한 여자아이가 서스럼 없이 말했다.
“권혜미, 우리 학교는 강제전학을 받아주지 않는 곳이야
그런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이 애는 먼저 학교에서
탑을 놓쳐 본적이 없단다. 그러니까 잘 새겨둬!”
“후훗”
권승하의 말에 난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분명 그 혜미 라는 아이 말대로 난 강제전학이 맞았다. 그런데 권승하는 강하게 부정을 했다. 누구보다 본인이 가장 잘 알면서 말이다. 느닷없는 나의 웃음에 권승하는 물론 반 아이들 까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나를 그렇게 빤히 쳐다보는 시선은 그만 걷어줘. 질리니까”
나에게 향하는 모든 시선이 이젠 정말 지겨웠다. 그냥 본척만척 하며 지나가면 좋겠는데 워낙 출중한 미모라 모든 사람들의 눈길을 잡는다.
나의 약간은 건방 진 듯한 발언에 여자아이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권승하는 크게 한번 웃고 말더니, 나에게 자리를 소개해준다 그의 지시대로 나는 창가 쪽 제일 끝자리에 가 앉았다. 내 짝으로 지정된 아이는 남자아이 였다. 그 아인 아무감정 없는 눈으로
내가 그 자리로 걸어가는 내내 팔짱을 끼고 앉아서 나를 주시한다.
“말 했을 텐데 질리니까, 그만 쳐다보라고”
좀 전과 같은 말을 짝이 된 아이에게 차갑게 경고하듯 내 뱉었다. 그러나 이아인 내말에 아무대꾸도 없이 그저 계속해서 나를 응시한다.
권승하는 제 할일을 다 마친 모양인지 반 아이들에게 뒤돌아서서 오른손을 흔들어 보이며 교실을 빠져나갔다.
“얼굴이 예쁘면, 건방지게 말해도 되니?”
한쪽 팔을 턱에 괴고 온유한 표정을 지어 보이던 짝이 된 아이가, 경거망동한 내 행동에 엷은 미소와 함께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어온다.
“너희 모두 잘 들어 태후를 대신해 내가 선포한다.
내 옆에 앉은 싸가지 전학생을 오늘부로 공식 왕따로 지정한다. 쿡”
분명 부드러운 음성 이었는데, 분명 다정한 미소를 머금은 얼굴이었는데, 짝이라는 아이가 내뱉은 말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였다.
그 아이 말에 반 아이들, 특히 여자아이 모두는 내 안하무인의 작태에 그것보란 식으로 하나같이 나를 비웃으며, 혀를 끌끌 차고, 동정어린 눈길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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