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주일 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기사들을 각자의특성에 따라 A.B.C.D.E조로 나누랴 조장뽑으랴 각 조에 맞는 훈련방침을 짜랴. 내수련에 집중하랴.덤으로 플라워 드러를 배우겠다고 우기는 미나에게 기초훈련부터 시키랴.몸이 열개라도 부족할 판이었다.그래도 기사들이 내 지시대로 잘 따라줘서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하루만에 힘들다고 포기할 줄 알았던 미나도 제법 열심히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제가 오늘 공주님께 일찍 돌아오시라고 하신 건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이리로 가져오너라."
캐롤의 말에 시녀들이 여러 개의 상자들을 가져오기 시작했다.마지막으로 가져온 붉은 색의 작은 상자까지 합쳐서 모두 수십 개는 될것 같은 상자가 내앞에 놓였다.
"이게 다 뭐지?"
"이건 플로라 공주님의 생일 파티에 입고 가실 드레스와 액세서리입니다. 전에 주문했었는데 얼마 전에 완성이 돼서 어제 도착했습니다. 이 중에서 공주님께 가장 어울리시는 드레스와 액세서리를 고를 예정입니다"
저게 조금? 캐롤 눈에는 저게 조금으로 보인단 말이야?옷장에 쌓인 게 드레스고 액세서리 상자 안에서 뒹굴고 있는게 모두 액세서린데 뭣하로 저걸 다 주문한거야?
"공주님께서 별루 관심이 없어 보이셔서 전보다 적게 주문했는데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다시 주문할가요? 무도회에 맞출지는 모르겠지만 힘써보면 가능할 겁니다."
캐롤이 시녀들에게 당장 디자이너들을 불러 오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잠깐! 내가 놀란 건 양이 너무 많아서야.그러니까 더 주문할 필요 없어.예전에는 어쨋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많아. 주문해버린 거야 어쩔수 없지만 앞으로는 몇 벌만 주문해. 그렇지 않아도 드레스가 쌓여잇는데 저건 낭비라고 .낭비!!!"
캐롤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흐뭇하게 고개를 그떡였다.
"아주 좋은 생각이십니다.그럼 지금부터 이것들 중에 뭐가 어울리는지 한번 입어보셔야 되겠습니다.설마 이 비싼 것들을 입어 보시지도 않고 아무 거나 입으시겠다는 말씀은 하지 않으시겠죠?"
일주일 동안 수많은 드레스와 액세서리를 맞춰보느라 오후에만 나갔던 훈련장을 오늘은 나갈 수 없었다.미나도옆에서 시중을 드느라 연습을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미나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그동안 내가 사람들 앞에 나타나지 않은 것에 대해 이상한 소문이 돌았었다고 한다. 독약의 영향으로 바보가 돼버렸다든지 , 자신이 데미나 공주나 플로라 공주에게 미치지 못하는 걸 깨닫고 조용히 지내고 있다든지. 저주를 받아 ㅈ추녀가 됐다는 소문까지 내용도 가지각색이었다.
하지만 오늘 이후로 그런 소문은 깨끗이 사라 질 것이다.내가 결코 예전의 마리엔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해주겠어.귀족들을 놀라게 만들 물건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금색의 보석 상자 안에 담긴 물건을 보고 있자니 이것을 보고 경악할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이 상자 안에 있는 물건은 플로라 공주에게 줄 축하 선물이었다.
그저 그런 선물이 아니었다. 마계에서 가져온 보물 중에서 레디안으로만들어진 목걸이와 그 목걸이와 한 세트인 반지였다.레디안은 홍염의 눈물이라고 불리는 팔각형의 결정에 타오르는 듯한 붉은 색의 보석이었다.가만히 들여다보면 보석 안에서 불꽃이 춤을 추며 일렁이는 착각이 들게 만드는 이 진귀한 보석은 같은 크기의 다이아몬드 20개의 가격과 같았다.
그런데 내가 선물로 건네줄 목걸이는 지름이 7cm가 넘는 레디안이 정중앙에 박혀있고, 그 주위를 불꽃모양의 백금 세공이 감싸고 있었다.이 정도 보물이라면 쉽게 구하기 힘든 보물이었다. 이런 선물을 덥석 준다면 사람들은 나의 어마어마한 재력에 놀랄게 분명했다.
무도회가 시작할 시간이 가까워지자 시녀들의 도움을 받아 고심 끝에 고른 드레스를 입었다
은실로 드레스 자락과 소매 끝에 수가 놓여져 있는 것을 제외하면 장식이 전혀 없었지만 위에 걸치는 숄이 워낙 화려해서 단순해 보이지 않았다.머리는 길게 늘어뜨려 붉은 색의 보석들이 박혀있는 서클렛을 썻고, 백은으로 만들어진 목걸이와 팔찌를 찼다. 이보다 더 화려한 드레스와 액세서리들도많았지만 그동안 마리엔이 사치스럽고낭비가 심하다고소문이 났으니 이 기회에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심산이었다.
"아주 마음에 드는걸.모두 수고했어. 어? 다들 표정이 왜그래?어디 이상해?"
"................"
"꺄아아! 공주님. 너무 너무 아름다우세요"
"저희가 해드린 거지만 너무 잘 어울리세요"
꺅꺅 거리는 시녀들의 옆에서 캐롤가지 매우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손에 봉을 들고 보석함을 미나의 손에 들린 후에 나는 시종의 안내를 받아 무도회가 열리고 있는 홀로 향했다.
무도회는 한창 분위기가 달아올랐는지 밖까지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상당히 많은 수가 모였기 때문인지 귀족들이 평소에 주장하는 품위있는 것보다는 왁자지껄하게 들렸다.
왕비도 이 안에 있으렸다. 오늘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한번 보도록할까?
나는 무도회장에 들어가기 전에 시험삼아 살짝 웃어보았다. 주변 사람들의 얼굴이 빠개지는 것으로 보아 효과만점인 것 같았다.그러나너무 효과가 좋았는지 시종이 내가 온 사실을 알릴 생각은 하지않고, 멍하니 내 얼굴만 쳐다보는 결과를 초래하고말았다.
"이봐요!언제까지 마리엔 공주님만 보고 있을거예요?빨리 공주님이 왔따는걸 알려요"
미나는 귀여운 얼굴과 어울리지 않게 멍해잇는 시종을 노려보면서 소리쳤다
애가 갈수록 드세지는 것 같단 말이야.
"마리엔 오페나 드간 페드인 공주 전하 드십니다!"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이 이름을 들으면서 생각한 것은 역시 길다는 것이다.
홀의 문이 열리자 무도회장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모두회장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나의 등장에 술렁였다.
오늘은 레프스터 국왕이 참석하지 않아 현재 이곳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오펠리우스 왕비였다. 굳이인사를 할 필요는 없었지만 윗사람에게 예의바른 사람이란 설정은 다른 사람들 눈에는 좋은 모습으로 보인다. 내가 오펠리우스 왕비에게 다가가자 사람들이 더욱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건강하셨나요, 어마마마?"
"네가 염려해준 덕분에 잘 지내고 있단다. 마리엔도 건강해 보여서 기쁘구나."
어느새 홀에 있던 귀족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나와 왕비 쪽을 보고 있었다.
"소문이 사실었나보군."
"마리엔 공주님이 왕비님을 어마마마라고 부르다니.도저희 내귀를 믿을수가없어!"
오늘 여기 모인 사람들의 숫자가 상당하니 소문이 퍼저니는 건 시간 문제였다.귀족들의 반응에 신나는 나와는 달리 오펠리우스 왕비는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있었다
나에 대해 좋은 소문이 나면 날수록 내입지가 강해 지기 때문이다.
주변을 살피던 나는 귀족 청년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플로라 공주를 발견할수 있었다.
"플로라 생일축하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친한 척하는 것도 상당한 기술이 요하는 일이었다
"고맙습니다.축하하러 와주셔서 너무 기뻐요"
단순한 것.이렇게 단순할 수가 있는가. 플로라 공주는 내가 여러말 할것도 없이 단번에 넘어왔다
"플로라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특별히 준비한 거야.마음에 들면 좋겠는데.한번 열어봐.":
플로라 공주는 내가 선물까지 준비해오자 고마워서 어쩌 줄 몰라하다가 살짝 상자를 열었다.
이제부터가 재미있는 순간이다.
"이,이거.."
플로라 공주는 왕족이라 그런지 한눈에 레디안을 알아보았다.
"레, 레디안!"
"이건 홍염의 눈물이잖아!"
"저렇게 큰 레디안이 존재했단 말이야?"
오, 반응좋고.그들의 입에서 나온 경악성은 멀리 떨어져있떤 귀족들 까지 나와 플로라 공주 주위로 몰려들게 만들었다.심지어 오펠리우스 왕비까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슬그머니 다가왔다.
"마음에 드니? 플로라"
"이걸 저에게 주시는 거예요?"
"물론이지 .플로라의 17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선물이야."
시간이 지나면서 플로라 공주는 언니라는 호칭으로 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무도회가 끝날 때까지 남아있을 수없었다.신비한 이미지를 위해서라는 생각도 없잖아 있었지만 무엇보다 얼마 후에 댄스타임이 시작되었따.춤이라면 보는 것만으로 어질어질하고, 도대체 저렇게 빙글빙글 도는 행동을 왜 좋아하는지 이해할수없었다.
오늘은 건국 기념일 축제와 왕궁 주최 건국 기념 무도회가 열리는 날이다. 무도회는 저녁 무렵에 열리기 때문에 그때가 될 때까지 나는 아무도 몰래 공주 궁 지붕으로 올라가 언뜻 보이는 수도의 정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휴우...재미있게다.나도 축제에 가고 싶은데.히잉."
그러나 무도회 탓에 수도에 나갈 엄두는 내지도 못하고 이렇게 지붕위에서 구경하는 것이 다였다. 뷰잉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이나마도 보지 못하고 높디 높은 광궁의 성벽을 원망했겠지.
이대로 축제 구경은 하지도 못하고 끝나는 거 아냐? 불길한 생각이 들자 나는 그 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해 머리를 흔들었다.
그럴 순 없지! 내가 무엇 때문에 인간 세상에 왔는데! 마리엔과의 계약을 이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 세상에서 신나게 놀자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렇게 다짐하면서 빛나는 눈으로 수도를 바라보던 나는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좀 더 구경하고 싶었지만 캐롤의 필산 잔소리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아는 나는 순순히 지붕에서 내려왔다.
무도회장에 도착해보니 조금 늦었는지 벌써 무도회가 시작되고 있었다
이번엔 의도한 것도 아니었는데 늦은 걸 보면 역시 난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인듯 싶었다.
그러나 이 많은 사람 중 내가 아는 얼굴은 거의 없었다.원래 내가 아는 얼굴이 얼마 되지 않은 점도 있었지만 이번 궁전 무도회는 귀족이라도 모두 참석할 수 있는게 아닌 탓도 있었다.
남작이나 자작같은 하급 귀조근 애초에 초대장이 가지도 않고, 백작이라 힘없는 사람은 올수 없는 곳이었다.
오늘 홀릴 대상이 거물들이라 더 의욕이 넘치는 건지도 모르겠다.그러나 나는 생각과는 달리 바로 작업에 들어가지 못했다.내게 인사해오는 두 남녀 덕분이었다.
내 앞을 가로막은 채 싱글거리는 이 두사람은 플로라 공주와 르미엘 왕자였다. 플로라 공주는 제법 친해져서 그렇다치지만 넌 또 왜이래, 르미엘 왕자? 르미엘 왕자는 플로라 공주와 막상막하로 친하게 굴고 있었다.
"마리엔 , 어서와. 왜 이렇게 늦은거야? 내가 얼마나 기다렷는데."
"아, 죄송해요. 어떻게 하다보니 좀 늦었네요"
"미안할 것까지는 없지. 나는 마리엔의 얼굴을 보는 걸로 만족이야"
르미엘 왕자는 귀여워 죽겠다는 시선을, 플로라 공주는 존경의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두 사람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나는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이름을 모른다는 것이 좀 아쉬웠지만 큰 상관은 없었다.
그리고 두명의 남자가 다가옴으로 내얼굴에는 처음으로 미소가 사라졌다
윽, 이인간이 왜 여기 있는거지?라디폰 공작과 그 옆에 서 있는 공작을 닮은 검은 머리의 미청년을 보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다. 마리엔 공주님"
"지금까지는 잘 지냈어요.그러는 공작은 어떤가요?"
'지금까지는' 이란 말은 방금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댁이 나타나서 좋지 않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 능구렁이 같은 라디폰 공작이 내가 비꼬는 것을 모를 리 없는데도 그는 싫은 소리는 전혀 듣지 못한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공주님 덕분에 아무 일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는 제 아들인 에릭이라고 합니다"
"에릭 리트 라디폰이라고 합니다.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어쩐지 얼굴이 닮았다고 했더니 아들이었군. 하지만 나는 에릭이라는 미청년의 말에 기가찼다.무표정한 얼굴에다 느릿느릿한 어조로 만나서 영광이라는 그런 당치도 않은 말을 했던 것이다.
아비나 아들이나 어디 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없어! 라디폰 공작이 항시 웃으며 능글맞다게 군다면, 그의 아들은 에릭은 무표정한 얼굴로 매사가 귀찮다는 식이었다.
응?그러고보니 에릭 리트 라디폰?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이 이름을 언제 들어보았나 이리저리 생각해보는 동안 불연 듯 작년도 글로리 라이언의 우승자 이름을 떠올랐다.덤으로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이 3년동안 계속 글로리 라이언에서 우승한 누구나 인청하는 최고의 검사라는 사실도 생각이 났다.
"아앗! 설마 페드인 광국 제일의 검사라는 그 에릭?로얄 기사라는 그사람??"
"네"
보통은 뭔가 뒤에 많은 말이 따르지 않던가.'운이 좋았을 뿐입니다'또는 '제가 맞긴 하지만 제일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습니다;라는 겸양의 말이 따르는 것이 정상이다.그런데 이 인간은 어떻게 된 건지 자신이 왕국 제일의 검사라는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하도 어이가 없어 에릭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지만 그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마리엔 공주님께서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실 테니 제가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공작은 내가 기억상실증이라고 알고 있으니 여기 있는 사람들을 잘 소개해줄 것이다.
"레이디. 저에게 그대와 춤을 출 수 있는 영광을 주시겠습니까?":
지금 정중히 춤을 신청하는 사람은 하이덴 제국의 둘째 왕자 레이만 엘가브 유리에스 하이덴이라는 외우기 힘든 이름의 소유자였다.하이덴 제국이라면 요새 시끄럽긴 하지만 그래도 소피린 3대강국 중 하나며 하이덴 제국의 둘째 왕자라면 뛰어난 능력으로 황태자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인물이었다. 그런 사람이 내게 춤을 신청하는 것은 나의 가치가 올라가는 일이기에 반가운 일이었다.
이제 궁전 무도회가 7일째가 되었다
레이만 왕자와 춤을 추고 난 후, 나는 누군가 다시 춤을 신청할가 두려운 마음에 재빨리 테라스로 나갔다.테라스로 나가자 미풍이 살랑살랑 불어와 얼굴을 살며시 쓰다듬어 주었다.
[마족의 계약]5부
- 제5장 -
무 도 회
나는 이주일 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기사들을 각자의특성에 따라 A.B.C.D.E조로 나누랴 조장뽑으랴 각 조에 맞는 훈련방침을 짜랴. 내수련에 집중하랴.덤으로 플라워 드러를 배우겠다고 우기는 미나에게 기초훈련부터 시키랴.몸이 열개라도 부족할 판이었다.그래도 기사들이 내 지시대로 잘 따라줘서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하루만에 힘들다고 포기할 줄 알았던 미나도 제법 열심히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제가 오늘 공주님께 일찍 돌아오시라고 하신 건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이리로 가져오너라."
캐롤의 말에 시녀들이 여러 개의 상자들을 가져오기 시작했다.마지막으로 가져온 붉은 색의 작은 상자까지 합쳐서 모두 수십 개는 될것 같은 상자가 내앞에 놓였다.
"이게 다 뭐지?"
"이건 플로라 공주님의 생일 파티에 입고 가실 드레스와 액세서리입니다. 전에 주문했었는데 얼마 전에 완성이 돼서 어제 도착했습니다. 이 중에서 공주님께 가장 어울리시는 드레스와 액세서리를 고를 예정입니다"
저게 조금? 캐롤 눈에는 저게 조금으로 보인단 말이야?옷장에 쌓인 게 드레스고 액세서리 상자 안에서 뒹굴고 있는게 모두 액세서린데 뭣하로 저걸 다 주문한거야?
"공주님께서 별루 관심이 없어 보이셔서 전보다 적게 주문했는데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다시 주문할가요? 무도회에 맞출지는 모르겠지만 힘써보면 가능할 겁니다."
캐롤이 시녀들에게 당장 디자이너들을 불러 오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잠깐! 내가 놀란 건 양이 너무 많아서야.그러니까 더 주문할 필요 없어.예전에는 어쨋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많아. 주문해버린 거야 어쩔수 없지만 앞으로는 몇 벌만 주문해. 그렇지 않아도 드레스가 쌓여잇는데 저건 낭비라고 .낭비!!!"
캐롤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흐뭇하게 고개를 그떡였다.
"아주 좋은 생각이십니다.그럼 지금부터 이것들 중에 뭐가 어울리는지 한번 입어보셔야 되겠습니다.설마 이 비싼 것들을 입어 보시지도 않고 아무 거나 입으시겠다는 말씀은 하지 않으시겠죠?"
일주일 동안 수많은 드레스와 액세서리를 맞춰보느라 오후에만 나갔던 훈련장을 오늘은 나갈 수 없었다.미나도옆에서 시중을 드느라 연습을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미나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그동안 내가 사람들 앞에 나타나지 않은 것에 대해 이상한 소문이 돌았었다고 한다. 독약의 영향으로 바보가 돼버렸다든지 , 자신이 데미나 공주나 플로라 공주에게 미치지 못하는 걸 깨닫고 조용히 지내고 있다든지. 저주를 받아 ㅈ추녀가 됐다는 소문까지 내용도 가지각색이었다.
하지만 오늘 이후로 그런 소문은 깨끗이 사라 질 것이다.내가 결코 예전의 마리엔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해주겠어.귀족들을 놀라게 만들 물건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금색의 보석 상자 안에 담긴 물건을 보고 있자니 이것을 보고 경악할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이 상자 안에 있는 물건은 플로라 공주에게 줄 축하 선물이었다.
그저 그런 선물이 아니었다. 마계에서 가져온 보물 중에서 레디안으로만들어진 목걸이와 그 목걸이와 한 세트인 반지였다.레디안은 홍염의 눈물이라고 불리는 팔각형의 결정에 타오르는 듯한 붉은 색의 보석이었다.가만히 들여다보면 보석 안에서 불꽃이 춤을 추며 일렁이는 착각이 들게 만드는 이 진귀한 보석은 같은 크기의 다이아몬드 20개의 가격과 같았다.
그런데 내가 선물로 건네줄 목걸이는 지름이 7cm가 넘는 레디안이 정중앙에 박혀있고, 그 주위를 불꽃모양의 백금 세공이 감싸고 있었다.이 정도 보물이라면 쉽게 구하기 힘든 보물이었다. 이런 선물을 덥석 준다면 사람들은 나의 어마어마한 재력에 놀랄게 분명했다.
무도회가 시작할 시간이 가까워지자 시녀들의 도움을 받아 고심 끝에 고른 드레스를 입었다
은실로 드레스 자락과 소매 끝에 수가 놓여져 있는 것을 제외하면 장식이 전혀 없었지만 위에 걸치는 숄이 워낙 화려해서 단순해 보이지 않았다.머리는 길게 늘어뜨려 붉은 색의 보석들이 박혀있는 서클렛을 썻고, 백은으로 만들어진 목걸이와 팔찌를 찼다. 이보다 더 화려한 드레스와 액세서리들도많았지만 그동안 마리엔이 사치스럽고낭비가 심하다고소문이 났으니 이 기회에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심산이었다.
"아주 마음에 드는걸.모두 수고했어. 어? 다들 표정이 왜그래?어디 이상해?"
"................"
"꺄아아! 공주님. 너무 너무 아름다우세요"
"저희가 해드린 거지만 너무 잘 어울리세요"
꺅꺅 거리는 시녀들의 옆에서 캐롤가지 매우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손에 봉을 들고 보석함을 미나의 손에 들린 후에 나는 시종의 안내를 받아 무도회가 열리고 있는 홀로 향했다.
무도회는 한창 분위기가 달아올랐는지 밖까지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상당히 많은 수가 모였기 때문인지 귀족들이 평소에 주장하는 품위있는 것보다는 왁자지껄하게 들렸다.
왕비도 이 안에 있으렸다. 오늘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한번 보도록할까?
나는 무도회장에 들어가기 전에 시험삼아 살짝 웃어보았다. 주변 사람들의 얼굴이 빠개지는 것으로 보아 효과만점인 것 같았다.그러나너무 효과가 좋았는지 시종이 내가 온 사실을 알릴 생각은 하지않고, 멍하니 내 얼굴만 쳐다보는 결과를 초래하고말았다.
"이봐요!언제까지 마리엔 공주님만 보고 있을거예요?빨리 공주님이 왔따는걸 알려요"
미나는 귀여운 얼굴과 어울리지 않게 멍해잇는 시종을 노려보면서 소리쳤다
애가 갈수록 드세지는 것 같단 말이야.
"마리엔 오페나 드간 페드인 공주 전하 드십니다!"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이 이름을 들으면서 생각한 것은 역시 길다는 것이다.
홀의 문이 열리자 무도회장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모두회장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나의 등장에 술렁였다.
오늘은 레프스터 국왕이 참석하지 않아 현재 이곳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오펠리우스 왕비였다. 굳이인사를 할 필요는 없었지만 윗사람에게 예의바른 사람이란 설정은 다른 사람들 눈에는 좋은 모습으로 보인다. 내가 오펠리우스 왕비에게 다가가자 사람들이 더욱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건강하셨나요, 어마마마?"
"네가 염려해준 덕분에 잘 지내고 있단다. 마리엔도 건강해 보여서 기쁘구나."
어느새 홀에 있던 귀족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나와 왕비 쪽을 보고 있었다.
"소문이 사실었나보군."
"마리엔 공주님이 왕비님을 어마마마라고 부르다니.도저희 내귀를 믿을수가없어!"
오늘 여기 모인 사람들의 숫자가 상당하니 소문이 퍼저니는 건 시간 문제였다.귀족들의 반응에 신나는 나와는 달리 오펠리우스 왕비는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있었다
나에 대해 좋은 소문이 나면 날수록 내입지가 강해 지기 때문이다.
주변을 살피던 나는 귀족 청년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플로라 공주를 발견할수 있었다.
"플로라 생일축하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친한 척하는 것도 상당한 기술이 요하는 일이었다
"고맙습니다.축하하러 와주셔서 너무 기뻐요"
단순한 것.이렇게 단순할 수가 있는가. 플로라 공주는 내가 여러말 할것도 없이 단번에 넘어왔다
"플로라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특별히 준비한 거야.마음에 들면 좋겠는데.한번 열어봐.":
플로라 공주는 내가 선물까지 준비해오자 고마워서 어쩌 줄 몰라하다가 살짝 상자를 열었다.
이제부터가 재미있는 순간이다.
"이,이거.."
플로라 공주는 왕족이라 그런지 한눈에 레디안을 알아보았다.
"레, 레디안!"
"이건 홍염의 눈물이잖아!"
"저렇게 큰 레디안이 존재했단 말이야?"
오, 반응좋고.그들의 입에서 나온 경악성은 멀리 떨어져있떤 귀족들 까지 나와 플로라 공주 주위로 몰려들게 만들었다.심지어 오펠리우스 왕비까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슬그머니 다가왔다.
"마음에 드니? 플로라"
"이걸 저에게 주시는 거예요?"
"물론이지 .플로라의 17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선물이야."
시간이 지나면서 플로라 공주는 언니라는 호칭으로 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무도회가 끝날 때까지 남아있을 수없었다.신비한 이미지를 위해서라는 생각도 없잖아 있었지만 무엇보다 얼마 후에 댄스타임이 시작되었따.춤이라면 보는 것만으로 어질어질하고, 도대체 저렇게 빙글빙글 도는 행동을 왜 좋아하는지 이해할수없었다.
-----------------------------------------------------------------
오늘은 건국 기념일 축제와 왕궁 주최 건국 기념 무도회가 열리는 날이다. 무도회는 저녁 무렵에 열리기 때문에 그때가 될 때까지 나는 아무도 몰래 공주 궁 지붕으로 올라가 언뜻 보이는 수도의 정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휴우...재미있게다.나도 축제에 가고 싶은데.히잉."
그러나 무도회 탓에 수도에 나갈 엄두는 내지도 못하고 이렇게 지붕위에서 구경하는 것이 다였다. 뷰잉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이나마도 보지 못하고 높디 높은 광궁의 성벽을 원망했겠지.
이대로 축제 구경은 하지도 못하고 끝나는 거 아냐? 불길한 생각이 들자 나는 그 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해 머리를 흔들었다.
그럴 순 없지! 내가 무엇 때문에 인간 세상에 왔는데! 마리엔과의 계약을 이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 세상에서 신나게 놀자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렇게 다짐하면서 빛나는 눈으로 수도를 바라보던 나는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좀 더 구경하고 싶었지만 캐롤의 필산 잔소리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아는 나는 순순히 지붕에서 내려왔다.
무도회장에 도착해보니 조금 늦었는지 벌써 무도회가 시작되고 있었다
이번엔 의도한 것도 아니었는데 늦은 걸 보면 역시 난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인듯 싶었다.
그러나 이 많은 사람 중 내가 아는 얼굴은 거의 없었다.원래 내가 아는 얼굴이 얼마 되지 않은 점도 있었지만 이번 궁전 무도회는 귀족이라도 모두 참석할 수 있는게 아닌 탓도 있었다.
남작이나 자작같은 하급 귀조근 애초에 초대장이 가지도 않고, 백작이라 힘없는 사람은 올수 없는 곳이었다.
오늘 홀릴 대상이 거물들이라 더 의욕이 넘치는 건지도 모르겠다.그러나 나는 생각과는 달리 바로 작업에 들어가지 못했다.내게 인사해오는 두 남녀 덕분이었다.
내 앞을 가로막은 채 싱글거리는 이 두사람은 플로라 공주와 르미엘 왕자였다. 플로라 공주는 제법 친해져서 그렇다치지만 넌 또 왜이래, 르미엘 왕자? 르미엘 왕자는 플로라 공주와 막상막하로 친하게 굴고 있었다.
"마리엔 , 어서와. 왜 이렇게 늦은거야? 내가 얼마나 기다렷는데."
"아, 죄송해요. 어떻게 하다보니 좀 늦었네요"
"미안할 것까지는 없지. 나는 마리엔의 얼굴을 보는 걸로 만족이야"
르미엘 왕자는 귀여워 죽겠다는 시선을, 플로라 공주는 존경의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두 사람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나는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이름을 모른다는 것이 좀 아쉬웠지만 큰 상관은 없었다.
그리고 두명의 남자가 다가옴으로 내얼굴에는 처음으로 미소가 사라졌다
윽, 이인간이 왜 여기 있는거지?라디폰 공작과 그 옆에 서 있는 공작을 닮은 검은 머리의 미청년을 보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다. 마리엔 공주님"
"지금까지는 잘 지냈어요.그러는 공작은 어떤가요?"
'지금까지는' 이란 말은 방금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댁이 나타나서 좋지 않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 능구렁이 같은 라디폰 공작이 내가 비꼬는 것을 모를 리 없는데도 그는 싫은 소리는 전혀 듣지 못한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공주님 덕분에 아무 일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는 제 아들인 에릭이라고 합니다"
"에릭 리트 라디폰이라고 합니다.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어쩐지 얼굴이 닮았다고 했더니 아들이었군. 하지만 나는 에릭이라는 미청년의 말에 기가찼다.무표정한 얼굴에다 느릿느릿한 어조로 만나서 영광이라는 그런 당치도 않은 말을 했던 것이다.
아비나 아들이나 어디 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없어! 라디폰 공작이 항시 웃으며 능글맞다게 군다면, 그의 아들은 에릭은 무표정한 얼굴로 매사가 귀찮다는 식이었다.
응?그러고보니 에릭 리트 라디폰?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이 이름을 언제 들어보았나 이리저리 생각해보는 동안 불연 듯 작년도 글로리 라이언의 우승자 이름을 떠올랐다.덤으로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이 3년동안 계속 글로리 라이언에서 우승한 누구나 인청하는 최고의 검사라는 사실도 생각이 났다.
"아앗! 설마 페드인 광국 제일의 검사라는 그 에릭?로얄 기사라는 그사람??"
"네"
보통은 뭔가 뒤에 많은 말이 따르지 않던가.'운이 좋았을 뿐입니다'또는 '제가 맞긴 하지만 제일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습니다;라는 겸양의 말이 따르는 것이 정상이다.그런데 이 인간은 어떻게 된 건지 자신이 왕국 제일의 검사라는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하도 어이가 없어 에릭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지만 그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마리엔 공주님께서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실 테니 제가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공작은 내가 기억상실증이라고 알고 있으니 여기 있는 사람들을 잘 소개해줄 것이다.
"레이디. 저에게 그대와 춤을 출 수 있는 영광을 주시겠습니까?":
지금 정중히 춤을 신청하는 사람은 하이덴 제국의 둘째 왕자 레이만 엘가브 유리에스 하이덴이라는 외우기 힘든 이름의 소유자였다.하이덴 제국이라면 요새 시끄럽긴 하지만 그래도 소피린 3대강국 중 하나며 하이덴 제국의 둘째 왕자라면 뛰어난 능력으로 황태자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인물이었다. 그런 사람이 내게 춤을 신청하는 것은 나의 가치가 올라가는 일이기에 반가운 일이었다.
이제 궁전 무도회가 7일째가 되었다
레이만 왕자와 춤을 추고 난 후, 나는 누군가 다시 춤을 신청할가 두려운 마음에 재빨리 테라스로 나갔다.테라스로 나가자 미풍이 살랑살랑 불어와 얼굴을 살며시 쓰다듬어 주었다.
오늘 하루만 참으면 내일부터는 축제엿다.축제가 끝나려면 2주일이나 남았으니까 구경할 시간은 충분했다.
"뭐가 그렇게 즐거우십니까, 마리엔 공주님?"
"헛!라디폰 공작, 갑자기 말을 걸면 어떻게 해요?놀랐잖아요!"
"죄송합니다.하지만 공주마마께서 너무도 즐거워 보이셔서 말입니다.무슨 좋은 일이라도있으십니까?"
"아무것도 아닙니다."
사실대로 말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랬다가는 이 인간이 초를 칠 것은 명백한 일이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에릭은 양해를 구하고 나가버렸다.
그러려면 왜 온거야? 하여간 웃기는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