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족의 계약]6부

다일리아2005.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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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번 두리번, 살금 살금.

 

이것은 다름 아닌 왕궁을 몰래 빠져나가기 위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말들이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몰래 공주 궁을 빠져나왔다.

이제 조금만 가면 성문이었다.고지가 코앞이다.힘내자.여기만 통과하면 축제에 갈수있다.

 

나는 수풀 뒤에 숨어서 이동하다가 멀지 않은 곳에서 사람의 음성이 들리자 그대로땅바닥에 엎드렸다.

음, 얼마 되지도 않은데 없애버릴까? 아니면 전부 다 세뇌시켜버릴까?

이들을 없애버리면 일이 너무 커지고, 세뇌시키면 나중에 뒤처리하는 것이 귀찮아진다.

결국 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을 선택해서 실행에 옮겼다. 투명화 마법으 럴어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도록 한 후에 그 상태로 하늘을 날아올라 성벽을 가뿐하게 넘었다.그리고 나는 주위에 사람이 없음을 확인한 다음 투명화 마법을 해제하고 콧노래를 부르며 유유히 발걸음을 옮겼다.

 

 

아렌테의 모습은 절로 감탄성을 자아냈다.축제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화려하고 구경거리도 많았다.

나에게는 거리에 잇는 모든 것들이 새로웠다. 궁궐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흥겨운 분위기에 휩쓸려 나는 어린아이처럼 들떴다.이쪽을 봐도 , 저쪽을 봐도 온통 신기한 것 투성이였다.

어차피 이곳에는 잘 보여야할 사람도,적수도. 내가 공주라는걸 아는 사람도 없었다.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면 되는 것이다.

한참 동안 여기저기 구경을 다니던 나는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아침도 먹지 않고 나왔다는 것이 생각났다.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근처에 있는 간이 음식점으로 걸어갔다

 

인상 좋아 보이는 아줌마가 지붕이 없는 바퀴가 달린 작은 수레에서 음식을 팔고 잇었다

그런데 저게 뭘까? 나무 막대기 위에 양념한 고기를 꽂아 구워서 파는 음식이었는데 나로서는 처음 보는 음식이었다.

 

"이거 하나만 주세요"

맛을 알 수 없으니 일단 하나 먹어보자는 심산이었다.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이런 죄송하지만 아가씨께는못 팔겠는데요/"

"네?왜요. 저 돈있는데요"

 

왕궁에서 몰래 빠져나올 때 돈을 한 움큼 집어들고 왔으니 돈 걱정은 없었다.

"그런게 아니라 이렇게 길거리에서 파는 꼬치는 귀족 아가씨 입에는 맞지 않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식사를 하시려면 저쪽 모퉁이에 있는 식당으로 가세요."

 

귀족 아가씨? 신분에 관한 언급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앗는데 그렇게 말하자 어리둥절해졌다.

그래도 이게 내가 가진 옷 중에 제일루 수수한건데. 역시 보통 옷으로 보아 넘기기엔 무리였나? 그래서 아까 사람들이 그렇게 쳐다봤구나.

그러나 옷을 사는 것은 일단 허기를 해결한 다음으로 미루었다.그래서 나는 아줌마가 친절히 식당까지 알려주었지만  바락바락 우겨 기어이 꼬치를 하나 사먹었다.

 

"아줌마 ,5개추가요."

내말이 그렇게 황당했던가.꼬치를 파는 아줌마는 물론. 주변에 있던 장사꾼들과 구경꾼들까지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줌마. 저 귀족아니에요. 우리 아빠가 상인인데 이 옷은 다른 나라에서 사온거예요."

"아,그랬구나. 네가 워낙 예뻐보여서 실수를 했구나.그런데 이름이 뭐니? 이 근처에서는 처음 보는것같구나.우리집이 이 근처거든. 다른 곳에서 구경온거니?"

"그건 아니고 아빠가 집 밖으로 못나가게 하는 바람에,쩝 오늘은 몰래 나온 거예요. 이름은 마리엔이..."

 

"다 먹고 말해라.그러다 체하겠다. 너 얼굴은 예쁘장에게 생겨서는 하는 행동은 전혀 딴판이구나. 참, 내이름은 헤라야. 헤라 아줌마라고 불러.  피톤씨. 주스좀 줘봐요.어, 뭐예요? 지금 주스 한 잔이 아까워서 못 주겠다는 거예요?  남자가 그렇게 쫀쫀하게 굴 거예요?"헤라 아줌마는 옆에서 주스를 파는 비쩍 마른 피톤씨에게서 주스를 거의 강탈하다시피 해서 건네주었다.  순식간에 꼬치 6개를 해치우고 사과주스로 입가심까지 한 나는 만족스러워하며 입가를 닦았다.

 

이제 배도 든든해졌고 해서 헤라 아줌마가 아려준 옷 가게로 가서 몇가지 옷가지와 모험가들이 흔히 입는 로브를 하나샀다.주인이 나를 철모르는 귀족 아가씨로 보고 바가지를 씌웠기에 바락바락 물고 늘어져 원가보다 더 싸게주고샀다.

 

저녘늦게까지 축제를 구경하면서 돌아다니던 나는 한밤증이 돼서야 궁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재미는 잇었다. 내일도 꼭 축제에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사이 생각보다 많이 피곤했는지 스르르 잠이 들어버렸다

 

오늘도 무사히 왕궁을 빠져나온 나는 언제나처럼 축제를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축제라는건 언제 봐도 재미있었다.

두리번 거리며 주변을 둘러보던 나는 간이 무대에서 굿빛 피부를 자랑하는 건장한 남자가 입에서 불을 뿜어내자 화들짝 놀랐다.

 

뭐, 뭐야? 저게 뭐야. 드래곤도 아닌데 입에서 불을 뿜었어!인간들의 새로운 능력을 알아냈다는 생각에 기뻐하며 걷던 나는 유난히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곳을 볼 수있었다.

나역시 호기심 많고 시간 많은 자답게 그쪽으로 다가갔다.

억지로 사람들 틈을 헤집고 간신히 맨앞까지 가보니 뭔가 거창한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두 사람이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보통의 정상적인 말다툼과 달랐다.

우선 두사람이 싸우고 있는 것이 간이무대 위라는것. 그리고 말리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곳.

 

"이봐, 브로드. 힘내라고! 저 입만 살아있는 녀석을 뭉개버려!"

"잭, 오늘도 너한테 걸었다.절대 지지마!"

"젠장, 한 싸움하게 생겨서 걸었떠니 돈만 날리게 생겼잖아"

 

말리기는 커녕 누가 이길지 내기까지 걸고 있었다.

"싸움이 났는데 왜 아무도 말리지 않죠?"

"처음 보는 건가 보지? 이건 누가 말빨이 센가 겨루는 시합이야 . 저 두사람은 정말로 싸우는건아니야/"

"축제의 명물중 하나지. 저기 왼쪽 뺨에 흉터가 있는 사람이 잭인데 저 사람을 이기면 참가비 열 배를 받을 수 있어. 참가비는 자기맘대로 내니까 잘만하면 큰 돈을 벌수있지.하지만 그만두는게 좋아. 어제부터 계속 지켜봤는데 잭이 지는건 한번도 보지 못했어"

 

시합이 끝나자 무대 옆에서 두 사람을 지켜보던 사람이 사회자였는지 앞으로 나와 소리쳤다

 

"다음 도전자 없습니까? 잭을 이기면 자신이 낸 돈의 열배를 받을 수 있습니다! "

그러나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잭과 브로드의 시합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나는 구미가 당겨 손을 번쩍 들었다

 

"저요! 내가 할게요!"

내가 외치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시선이 내게 쏠렸다.그리고 잠시후 여기저기서 가당치도 않다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사회자는 달랐다.처음에는 어이없는 눈이었지만 더 이상 나서는 사람이 없자 잽사게 내 신청을 받아들였다.

사람들은 잠시 나와 잭을 비교해보더니 대부분이 잭에게 돈을 걸었고, 나에게 건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폭력을 사용하는것은 금지고 , 상대를 노골적으로 모욕하는 행위를하면 자동적으로 패하게 된다는 사회자의 말이 끝나고 나와 잭은 서로를 마주보았다

 곧 깨질 텐데 선제공격은 양보해줄게. 시작해보렴.

 

"이렇게 곱~상~ 하게 생긴 아가시께서 상대라니 영광이군요."

"알고 있으니 다행이군요"

"하하하 이거 당찬 아가씨군요.하지만 성격이 그 .모.양.이면 남자들이 좋아하지 않을 텐데요. 성격을 조금 고쳐보는게 어떨가요?"

 

한 마디로 니 성격 더럽다는 말이다. 이정도에 꿈쩍이라도 하겠는가. 날 보통 소녀로 생각하면 큰 코 다치지.

"사양하겠어요. 그렇지 않아도 남자들이 너무 쫒아다녀서 골친데 더이상 불어나면 곤란하죠."

"근거없는 자신감은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하죠"

 

나와 잭의 치열한 말싸움은 계속 되었다.

"아가씨 부모님들이 정말 존경스럽군요. 저 같으면 아가씨 같은 딸이 있따면 당장 쓰러지고 말 겁니다.화병으로 말이죠" 짜식 ,부모까지거들먹거리네.하지만 넌 안 돼. 나는 생글거리던 표정을 지우고 정녕 걱정스럽다는 얼굴로 잭을 보았다.가히 연기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생생한 표정 연기였다.

 

"어머, 그렇게 몸이 안좋으세요?그러게 평소에 운동 좀 하시지 그러셨어요입운동만 하면 운동이 되지를 않는답니다.그런 몸으로 나라에  충성하고, 가족을 부양하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을지 심히 걱정이 되는군요."

 

"하 하 하  그래도 아가씨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데요."

그는 억지 웃음을 띠며 대꾸했지만 이어지는 내 말에 침몰하기 시작했다.

"지금 신체 건장한 성인 남자가 아직 어리고 가녀린 소녀와 비교해서 마족하는건가요?"

그냥 들으면 묻는 말이지만 그 속에 담긴 뜻은 이렇다.

 

[이간아, 나 같은 소녀랑 비교하고 싶냐?그렇게 살려면 왜사니?나같으면 꽉 죽어버리겠다.]

잭은 어버버거리며 뭔가 말은 하고싶은데 말을 할수없는 답답한 얼굴을 하고있었다. 이대가 바로 결정타를 날리기 좋은때였다.

 

"그런데 말이죠. 세상에는 실실 웃으며 다른 사람들 열받게 하는 사람이 있는것같아요. 아직 어리다면 세상 경험이 없고  워~낙 순진해 서 그럴수도 있지만 다 큰 사람이 그러는건 보기 좋지 않은것같아요

이 세상 혼자 사는 것도 아닌데 다른 사람의 마음도 헤아려주는게 인간으로서 기본도리죠. 그런 인간 이하의 행동은 참으로 나쁜것같아요"

 

내가 이기자 내게 돈을 걸엇던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여어 예쁜아가씨.멋졌어!"

"덕분에 아까 날린돈으 세배는 벌었다고."

 

훗, 뭐 이정도 가지고. 나는 그들의 환호에 흐뭇해하며 돈벼락 맞은 몇 명의 운 좋은 사람들과 필연적으로 질 수밖에 없었떤 다수의 사람들의 대조적인 표정을 느긋이 감상했다.내 승리로 인해 생긴 결과를 찬찬히 구경하던 나는 우연히 구경꾼들 속에있는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 남자를 보자 득의양양하게 웃던 내얼굴에는 웃음기가 싹 가셨다.

검은 머리의 미청년은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

고 있었다. 으악! 에릭 리트 라디폰!!!!!

 

그러나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에릭을 보고 패닉상태에 빠져있던 나는 그의 옆에 있는 사람이 계속 손을 흔들자 기계저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디선가 본 파란 머리의 여자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아는 척하고 있었다. 세린스.예전에 정원에 몰래 숨어있떤 그때 그여자다. 정말 재수도 없지. 어째서 여기서 저 둘을 만나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