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빈의 차를 타고 오는 내내 줄곧 다른 생각에 몰두해 있던 나는 집 앞에 다다르고 나서야, 유빈의 말에 현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유빈에게 고개만 살짝 끄덕이고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섰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나를 반긴 건 미간을 절로 찡그려야 할 만큼 지독한 술 냄새였다.
“준희 왔니? 주, 준희야”
술 취한 엄마의 목소리, 듣기 싫다. 하지만, 내 이름을 부르는 애절한 엄마 목소리에 미어지는 가슴이 날 무너지게 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널 부러진 술병들. 그리고 매니큐어. 그 모든 것들이 나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주, 준희야. 내, 내 딸 준희야”
비틀비틀 걸어오는 결코 미워 할 수 없는 이 여자. 이은미. 바로 나의엄마. 불쌍한 나의엄마. 내 숨통을 조이는 가여운 나의엄마.
“주, 준희야 미, 미안해. 내, 내가 자, 잘못했어. 미안해. 네 아빠. 네. 네 아빠 좀 불러줘. 제, 제발 나, 나좀 데, 데려가라고. 내, 내가 다, 다 자, 잘못했다고. 흑흑.”
내 발아래 엎드려 무릎을 꿇고 싹싹 비는 나의 엄마. 측은하다. 알콜이 온 몸을 흡수하면 일으키는 발작증세. 감정이 복받쳐 눈물을 흘리고, 참을 수 없는 괴로움을 토하는 이 여자. 어느 순간 더듬더듬 당신 남편을 불러 달라고 애원 하신다.
“주, 준희 아, 아빠. 주, 준희 아, 아빠. 내, 내가. 자, 잘못 해, 했어요. 제, 제발. 흑흑흑”
통곡을 하며 우시는 나의엄마. 자신의 두 손으로 가슴팍을 마구 할퀴어 엄마의 목 밑으로 붉은 생채기가 났다. 지금 이 모습을 십 년이 넘게 봐왔다. 나로선 보기 싫은 모습 이지만, 그렇다고 외면 할 수도 없는 이것이 나의 엄마 본래 모습인 것이다.
“제발, 제발 그만해. 이젠 나도 신물 난다고. 지친단 말야.”
참다못해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더 이상 그 구역질나는 곳에 머무를 수가 없었다. 엄마의 모습. 다른 사람들이 엄마의 냄새를 느끼는 따뜻하고, 포근한 그러한 엄마가 아닌, 항상 저런 이질적인 모습으로 날 마주하는 엄마와는 잠시도 더 같이 있을 수가 없었다. 지금 엄마의 모습을 두 눈뜨고 지켜 볼 수 없었다.십년 넘게 아무 말 없이 지켜만 보다가, 오늘 처음으로 엄마에게 큰 소리를 쳤다. 놀란 엄마의 모습이 내 앞에 훤히 그려지지만, 더 이상 방관 할 수만은 없는 노릇 이었고,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다. 쏟아지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쳐내고 앞만 보며 계속 내달린다. 무작정 목적 없이 뛰었다.한 참을 그렇게 뛰었다.
* * * *
‘탁’ 쉴 새 없이 뛰던 내 앞길이 누군가로 인해 막혀버렸다. 난, 살며시 고개를 들어 앞에 있는 사람을 올려다본다. 어느 새, 대 여섯 명의 무리들이 뒤에서 나와 그 사람을 에워싼다. 어이없는 그들의 행동에 나는 내 앞을 가로막은 그들을 지나쳐 내 갈 길을 가려했다. 허나, 조용히 지나가고픈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느 순간 그들이 나를 포위했다.
“사람을 치고 그냥 간다?”
그들의 포위망을 뚫고 팔짱을 끼고 들어오는 나와 부딪힌 그 사람. 역겨운 미소를 잔뜩 띄우고, 내 얼굴에 큼직한 손을 올려 쓰다듬는다.
‘퉤.’ 이 상황에, 그 사람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건 침 이외의 것은 그 무엇도 없었다.
“이, 썅”
내 얼굴에 손을 올려 때리려는 그 사람의 두 눈을 난 피하지 않고 주시했다.
‘쳐보라지. 네깟 놈의 주먹 따위. 맞아 보자. 그래’
그러자, 올렸던 손을 다시 내려놓는 그 사람 나를 포위하고 있는 무리들에게 눈짓을 하자, 그들 중 두 명이 내 양팔을 하나씩 잡는다.
“네가 너무 예의가 없어서, 이 오빠가 손수 너에게 그 예의 란걸 가르치려 하니까, 겁먹지 말고 따라와라. 조용히 아가리 닥치고!”
“좋게 말 할때 놔! 니들 같은 쓰레기 상대하는 거 내손이 더렵혀져서 주먹쓰기 싫으니까.”
“도저히, 말로는 안 되는 계집이구만 그 입방정 얼마나 가나 보자.”
그 사람이 다시 눈짓을 하자 그들이 나를 번쩍 들어 올린다. 그리고 내가 있는 힘껏 발길질을 하려는 찰나 건장한 사내한명이 나타나 그 사람의 어깨를 잡았다. 자신의 일에 방해를 받은 그 사람은 오만가지 인상을 쓰고 그 사내를 돌려다 봤고, 곧, 그 사람의 얼굴이 굳어지는 걸 확인했다. 덩달아 그 사람의 패거리도 두려운 눈빛을 자아내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날 채비를 갖추었다. 지금, 나타난 그 사내가 그들에겐 꾀나 위협적인 존재인 모양이다. 궁금한 마음에 나도 고개를 반쯤 내밀어, 그 사내를 봤다. 내 두 눈에 익숙한 그 사내가 점점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어느 순간 그 사람의 무리들은 나를 다시 제자리에 내려놓는다. 슬그머니 그 사내의 눈치를 보며 달아나는 그 사람과 그의 무리들. 그리고 내 앞으로 다가온 그 사내. 그 사내는 태후였다. 어이없는 우연에 순간 아무생각 도 머리 속에 들지 않았다.
“훗. 건방진 말투나, 태도는 여전 하구나 이럴 땐 최소한 고맙다는 말 정도는 해야지.”
갑가기 나타난 태후의 모습에 잠시 당황한 나는, 가만히 태후를 쳐다만 보고 있었다.
“너한테 도와 달라고 한적 없어!”
기껏, 내 입에서 나온 말 이란게 도와준 사람의 성의를 짓밟고, 그 행동에 사기를 저하시키는 차갑게 쏘아 붙인 말이었다. 어이없는 웃음을 짓던 태후가 갑자기 내 손목을 힘껏 잡는다. 태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쓸수록, 태후의 힘은 점점 더 내 손목으로 진하게 느껴져 왔다.
‘내게 어린아이 같은 웃음을 지어 보이는 태후의 모습 뭐란 말인가.’
학교에서와 틀린 태후의 행동에 난 또다시 당황스러웠다.
“잡아달라고 말하지 않아서, 또 내 마음대로야. 후훗.”
내 손목을 잡은 채로 자연스럽게 앞으로 걸어 나가는 태후. 잠시 아무 말 없이 태후의 행동에 이끌려 가던 나는 걸음을 멈추고, 손목을 힘껏 빼냈다. 좀 전과 같이 아이 같은 웃음을 보이는 태후가 가까이 내 앞으로 다가온다.
“앞으로, 내일에 관여 하지 마. 어떤 이유로도 너 같은 거랑은 연관되기 싫어.”
싸늘한 내말에 피식, 웃어버리는 태후. 그리고 다시 내 손목을 움켜잡는다. 한참을 그렇게 미동도 없었다. 난, 억지로 빼내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나와 태후의 두 눈은 서로 탐색만 할 뿐이었다. 얼마간의 탐색전이 끝이 났는지 태후가 내 손목을 꽉 힘주어 다시잡고,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기 시작했다. 앞서가는 태후의 뒤로, 내가 잡혀있는 손목을 빼 내려하자, 가던 길을 멈추고, 태후가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본다.
“불쾌해!”
진심이었다. 싫었다. 연관되기 싫다고 말했는데도 지금 태후의 행동은 내 말을 무시 하고,자기 멋 대로였다. 다시 한참을 내 얼굴에 시선을 묻고, 빤히 날 들여다보는 태후.
“너 같은 거랑 엮이는 거 나에겐 오점이야. 될 수 있음 너하고는 마주 치고 싶지 않아.”
같은 말을 되풀이해서, 신랄하게 비아냥거리는 내 말에 태후는 어떤 내색도 하지 않고, 그저, 전과 동일한 미소를 띄우고 나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
“참, 이상하지? 한대 패주고 싶을 정도로 건방진데, 왜 자꾸 너한테 시선이 멈추는지 모르겠다. 고양이처럼 앙칼진데 말야.”
원나잇 스탠드[7]
원나잇 스탠드.[제7화]
“준희야, 힘들면 기대 항상 여기 있을게.”
유빈의 차를 타고 오는 내내 줄곧 다른 생각에 몰두해 있던 나는 집 앞에 다다르고
나서야, 유빈의 말에 현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유빈에게 고개만 살짝 끄덕이고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섰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나를 반긴 건 미간을 절로 찡그려야 할 만큼 지독한 술 냄새였다.
“준희 왔니? 주, 준희야”
술 취한 엄마의 목소리, 듣기 싫다. 하지만, 내 이름을 부르는 애절한 엄마 목소리에
미어지는 가슴이 날 무너지게 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널 부러진 술병들. 그리고
매니큐어. 그 모든 것들이 나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주, 준희야. 내, 내 딸 준희야”
비틀비틀 걸어오는 결코 미워 할 수 없는 이 여자. 이은미. 바로 나의엄마. 불쌍한
나의엄마. 내 숨통을 조이는 가여운 나의엄마.
“주, 준희야 미, 미안해. 내, 내가 자, 잘못했어. 미안해.
네 아빠. 네. 네 아빠 좀 불러줘. 제, 제발 나, 나좀 데, 데려가라고.
내, 내가 다, 다 자, 잘못했다고. 흑흑.”
내 발아래 엎드려 무릎을 꿇고 싹싹 비는 나의 엄마. 측은하다. 알콜이 온 몸을 흡수하면 일으키는 발작증세. 감정이 복받쳐 눈물을 흘리고, 참을 수 없는 괴로움을 토하는 이
여자. 어느 순간 더듬더듬 당신 남편을 불러 달라고 애원 하신다.
“주, 준희 아, 아빠. 주, 준희 아, 아빠. 내, 내가.
자, 잘못 해, 했어요. 제, 제발. 흑흑흑”
통곡을 하며 우시는 나의엄마. 자신의 두 손으로 가슴팍을 마구 할퀴어 엄마의 목 밑으로 붉은 생채기가 났다. 지금 이 모습을 십 년이 넘게 봐왔다.
나로선 보기 싫은 모습 이지만, 그렇다고 외면 할 수도 없는 이것이 나의 엄마 본래 모습인 것이다.
“제발, 제발 그만해. 이젠 나도 신물 난다고. 지친단 말야.”
참다못해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더 이상 그 구역질나는 곳에 머무를 수가 없었다.
엄마의 모습. 다른 사람들이 엄마의 냄새를 느끼는 따뜻하고, 포근한 그러한 엄마가
아닌, 항상 저런 이질적인 모습으로 날 마주하는 엄마와는 잠시도 더 같이 있을 수가
없었다. 지금 엄마의 모습을 두 눈뜨고 지켜 볼 수 없었다.십년 넘게 아무 말 없이
지켜만 보다가, 오늘 처음으로 엄마에게 큰 소리를 쳤다. 놀란 엄마의 모습이 내 앞에
훤히 그려지지만, 더 이상 방관 할 수만은 없는 노릇 이었고,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다.
쏟아지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쳐내고 앞만 보며 계속 내달린다. 무작정 목적 없이 뛰었다.한 참을 그렇게 뛰었다.
* * * *
‘탁’
쉴 새 없이 뛰던 내 앞길이 누군가로 인해 막혀버렸다.
난, 살며시 고개를 들어 앞에 있는 사람을 올려다본다. 어느 새, 대 여섯 명의 무리들이 뒤에서 나와 그 사람을 에워싼다. 어이없는 그들의 행동에 나는 내 앞을 가로막은 그들을 지나쳐 내 갈 길을 가려했다.
허나, 조용히 지나가고픈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느 순간 그들이 나를 포위했다.
“사람을 치고 그냥 간다?”
그들의 포위망을 뚫고 팔짱을 끼고 들어오는 나와 부딪힌 그 사람. 역겨운 미소를 잔뜩
띄우고, 내 얼굴에 큼직한 손을 올려 쓰다듬는다.
‘퉤.’
이 상황에, 그 사람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건 침 이외의 것은 그 무엇도 없었다.
“이, 썅”
내 얼굴에 손을 올려 때리려는 그 사람의 두 눈을 난 피하지 않고 주시했다.
‘쳐보라지. 네깟 놈의 주먹 따위. 맞아 보자. 그래’
그러자, 올렸던 손을 다시 내려놓는 그 사람 나를 포위하고 있는 무리들에게 눈짓을
하자, 그들 중 두 명이 내 양팔을 하나씩 잡는다.
“네가 너무 예의가 없어서, 이 오빠가 손수 너에게 그 예의 란걸
가르치려 하니까, 겁먹지 말고 따라와라. 조용히 아가리 닥치고!”
“좋게 말 할때 놔! 니들 같은 쓰레기 상대하는 거 내손이
더렵혀져서 주먹쓰기 싫으니까.”
“도저히, 말로는 안 되는 계집이구만 그 입방정 얼마나 가나 보자.”
그 사람이 다시 눈짓을 하자 그들이 나를 번쩍 들어 올린다. 그리고 내가 있는 힘껏 발길질을 하려는 찰나 건장한 사내한명이 나타나 그 사람의 어깨를 잡았다. 자신의 일에 방해를 받은 그 사람은 오만가지 인상을 쓰고 그 사내를 돌려다 봤고,
곧, 그 사람의 얼굴이 굳어지는 걸 확인했다.
덩달아 그 사람의 패거리도 두려운 눈빛을 자아내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날 채비를
갖추었다. 지금, 나타난 그 사내가 그들에겐 꾀나 위협적인 존재인 모양이다.
궁금한 마음에 나도 고개를 반쯤 내밀어, 그 사내를 봤다. 내 두 눈에 익숙한 그 사내가 점점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어느 순간 그 사람의 무리들은 나를 다시 제자리에
내려놓는다.
슬그머니 그 사내의 눈치를 보며 달아나는 그 사람과 그의 무리들.
그리고 내 앞으로 다가온 그 사내. 그 사내는 태후였다. 어이없는 우연에 순간 아무생각
도 머리 속에 들지 않았다.
“훗. 건방진 말투나, 태도는 여전 하구나
이럴 땐 최소한 고맙다는 말 정도는 해야지.”
갑가기 나타난 태후의 모습에 잠시 당황한 나는, 가만히 태후를 쳐다만 보고 있었다.
“너한테 도와 달라고 한적 없어!”
기껏, 내 입에서 나온 말 이란게 도와준 사람의 성의를 짓밟고, 그 행동에 사기를
저하시키는 차갑게 쏘아 붙인 말이었다.
어이없는 웃음을 짓던 태후가 갑자기 내 손목을 힘껏 잡는다. 태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쓸수록, 태후의 힘은 점점 더 내 손목으로 진하게 느껴져 왔다.
‘내게 어린아이 같은 웃음을 지어 보이는 태후의 모습 뭐란 말인가.’
학교에서와 틀린 태후의 행동에 난 또다시 당황스러웠다.
“잡아달라고 말하지 않아서, 또 내 마음대로야. 후훗.”
내 손목을 잡은 채로 자연스럽게 앞으로 걸어 나가는 태후. 잠시 아무 말 없이 태후의
행동에 이끌려 가던 나는 걸음을 멈추고, 손목을 힘껏 빼냈다.
좀 전과 같이 아이 같은 웃음을 보이는 태후가 가까이 내 앞으로 다가온다.
“앞으로, 내일에 관여 하지 마.
어떤 이유로도 너 같은 거랑은 연관되기 싫어.”
싸늘한 내말에 피식, 웃어버리는 태후. 그리고 다시 내 손목을 움켜잡는다.
한참을 그렇게 미동도 없었다.
난, 억지로 빼내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나와 태후의 두 눈은 서로 탐색만 할 뿐이었다.
얼마간의 탐색전이 끝이 났는지 태후가 내 손목을 꽉 힘주어
다시잡고,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기 시작했다.
앞서가는 태후의 뒤로, 내가 잡혀있는 손목을 빼 내려하자, 가던 길을 멈추고, 태후가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본다.
“불쾌해!”
진심이었다. 싫었다. 연관되기 싫다고 말했는데도 지금 태후의 행동은 내 말을 무시 하고,자기 멋 대로였다.
다시 한참을 내 얼굴에 시선을 묻고, 빤히 날 들여다보는 태후.
“너 같은 거랑 엮이는 거 나에겐 오점이야.
될 수 있음 너하고는 마주 치고 싶지 않아.”
같은 말을 되풀이해서, 신랄하게 비아냥거리는 내 말에 태후는 어떤 내색도 하지 않고,
그저, 전과 동일한 미소를 띄우고 나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
“참, 이상하지?
한대 패주고 싶을 정도로 건방진데, 왜 자꾸 너한테
시선이 멈추는지 모르겠다. 고양이처럼 앙칼진데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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