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 이었다. 얼굴 붉어지는 지독히도 우스운 착각 이었다. 으레, 태후가 바래다 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을 몹시 비웃듯 태후는 택시를 타고 먼저 사라졌다.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을 한건지, 얼마나, 쓸데없는 망상 이었는지, 또 얼마나, 앞서 판단한건지, 마음껏 나를 비웃으며 사라지는 태후의 뒷모습이 나를 한순간 바보로 만들어 버린다. 못내 아쉬운 발걸음으로 허탈하게 집으로 돌아 왔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동물 중 가장 나약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필시 인간일 것이다. 큰 소리로 화를 내고 뛰쳐 나갔었지만, 편안한 모습으로 잠 들어있는 엄마의 얼굴을 들여다보니 다시 가슴 한쪽이 뭉클해져 온다. 난, 엄마 옆에 조심히 누워 가만히 엄마 얼굴을 들여다본다. 불혹(不惑)의 나이지만, 아직까지 세상만사 다 알지 못하고, 세상 이치 얼추 꿰뚫어 보지 못하고, 사소한 일에 흔들리고, 감정의 기복도 심해 이해라는 것을 잘 모른다.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달빛으로 인해 엄마의 얼굴이 더욱 새하얗다. 난 왼팔을 들어올려 엄마를 꼬옥 감싸 안는다. 진한 술 냄새가 풍겨 오지만, 더욱 꼭 끌어안는다. 그렇게 엄마의 목덜미와 가슴사이에 내 머리를 묻고, 밖에서 어렴풋이 들여오는 자동차 경적소리와 함께 내 숨소리에 맞춰 들려오는 엄마의 심장소리와 함께 편하고, 깊은 잠의 나락으로 빠져 들었다.
* * * *
나 만보면 귓속말을 하는 아이들. 간혹, 나에게 단도직입적인 말을 던지는 반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기분 나쁠 만큼 내 눈치를 힐끔 보아가며 귓속말을 한다.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거는 반 아이는 없다. 점심시간이 되면 저 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식당으로 내려가지만, 난 모든 아이들이 다 나가고 나서야 혼자 쓸쓸히 교실을 빠져 나온다. 거의 그 시간을 옥상에서 혼자 보내 지만오늘은 나도 오기가 생긴다. 언젠가 나에게 밥 만한 보약이 없다고, 밥을 먹어야 싸울 힘도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던 윤희의 말이 불현듯 내 머리를 스쳤다. 식판을 들고 햇빛이 잘 들어오는 창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식당안의 모든 눈이 나에게 향한다. 싫다, 나를 보는 무수한 눈빛들. 싫다, 황홀한 듯한 남자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빛들. 싫다, 이유 없는 적개심의 눈빛들. 싫다, 싫다, 싫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싫 은건 승하와 태후를 사이에 두고 밥을 먹는 혜미였다. 왜 그 모습이 싫은 건지, 왜 그들이 함께 인건지, 왜 이유 없는 화가 나는지, 승하 때문인지, 태후 때문인지, 분간 할 수 없는 이 어리석은 감정을 뒤로하고 창가 쪽으로 걷는 내 발에 무언가 걸려왔다.
‘콰당’
들고 있던 식판과 함께, 바닥에 넘어졌다. 난, 몸에 묻은 이물질을 떼어내고 천천히 일어서 나에게 발을 걸어왔던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금방 범인을 색출해 냈다. 늘, 혜미의 뒤를 강아지 마냥 졸졸 따라 다니는 아이였다. 혜미 에게 무언의 눈짓을 하며 히히덕 거리며 웃고 있는 그 아이의 고의적인 행동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여기저기서 비웃음 소리가 잔뜩 들려온다.
“칠칠 맞기는 쿡”
“쪽팔리지도 않나? 나 같음 쥐구멍 찾겠다.하하”
“왜 저러고 서 있니? 밥맛 떨어지게.”
“누가 아니래? 진짜 얼굴 두껍다니까.”
혜미와 나에게 발을 걸어온 그 아이의 수준 낮은 대화 그들은 내게 들으라는 듯, 의기양양 한 채 큰소리로 떠든다.
‘탁’ 밥숟가락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며 웃고 있는 그 아이의 식판을 바닥으로 팽겨쳐 버렸다. 순간적인 나의 행동에 혜미도, 그 아이도 아닌 승하가 놀란 눈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반면, 입 고리를 말아 올리며 살짝 웃는 태후의 얼굴엔 재밌는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눈빛을 자아낸다.
“이게 미쳤나? 무슨 짓이야?”
“무슨 짓은,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리는데, 개만도 못한 인간 밥상 해 없는 짓이지!”
“뭐? 뭐라고?”
“다시말해줘? 개만도 못한 인간 밥상 해.“
“이 준희!”
어느 순간 저지당한 내말 그리고 그 속엔 승하가 서있다. 내 이름을 부른 승하로 인해 그 아이의 위신이 한층 위로 올라간 듯, 팔짱을 낀 채로 나를 흘겨보던 그 아이가 내 앞으로 다가온다.
“사과해! 이게 무슨 배워먹지 못한 행동이니?”
“훗.”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그 아이의 되먹지 못한 행동에 난, 어이없는 웃음만 나온다.
“이 준희, 너 무릎에서 피가 난다. 태후 네가 양호실 좀 데려가라.”
의외였다. 승하 입을 통해 나온 그 말 그는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식판을 들고 반납을 한 후 식당 안에서 나가버렸다.
‘한번만,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참아보자.’
그리고 바닥에 제멋대로 널린 잔반을 손으로 주워 담고, 승하가 그랬던 것과 같이 식판을 들고 반납구로 가는 길. 다시 한번 바닥으로 내 처진 식판. 또 그 아이다.
“내꺼도 같이 치우고 와!”
나에게 명령을 하고, 팔짱을 낀 채 혜미와 함께 밖으로 나가는 그 아이. 낄낄거리며 대화를 주고받는 그들의 모습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난 바닥에 팽개쳐진 식판을 들고서 그 아이 뒤통수에 날려 버렸다.
‘탁’
그 아이 머리를 맞고 바닥으로 떨어진 식판. 예상치 못한 일에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인 혜미와 그 아이 그리고 뒤를 돌아 나를 본다. 양쪽 팔에 팔짱을 끼고 삐딱한 시선으로 나를 흘겨보는 혜미를 뒤로 하고 그 아이가 성난 황소 마냥 씩씩 거리며 나에게 다가온다.
‘쫘악’
그리고 내 볼에 느껴지는 경미한 통증 또 다시 올라오는 그 아이 손을 어느 샌가 내 옆으로 다가온 태후가 잡아 버렸다. 그 아이는 놀란 눈으로 태후를 올려다보고는, 곧 뒤를 돌아 혜미에게 암호의 눈빛을 보낸다.
“서태후, 이런거 하나도 안 고맙다고 했지? 끼어 들지마, 내일은 내가 알아서해.”
하지만, 혜미보다 내가 먼저 태후의 행동에 불만을 토로하고 태후를 제외한 모두는 뜻밖의 내 행동에 어리둥절해 했다. 그리고 태후는 내 말대로 그 아이의 손을 놓아주고는 한 발치 떨어진 곳에서 혜미와 같은 자세로 나와 그 아이에게 시선을 두었다.
“좋게 말 할 때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그 후에 일어난 행동에 대해선 나도 책임지지 못하니까.”
원나잇 스탠드[8]
원나잇 스탠드.[제8화]
착각 이었다.
얼굴 붉어지는 지독히도 우스운 착각 이었다.
으레, 태후가 바래다 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을 몹시 비웃듯 태후는 택시를
타고 먼저 사라졌다.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을 한건지,
얼마나, 쓸데없는 망상 이었는지,
또 얼마나, 앞서 판단한건지,
마음껏 나를 비웃으며 사라지는 태후의 뒷모습이 나를 한순간 바보로 만들어 버린다.
못내 아쉬운 발걸음으로 허탈하게 집으로 돌아 왔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동물 중 가장 나약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필시 인간일 것이다.
큰 소리로 화를 내고 뛰쳐 나갔었지만, 편안한 모습으로 잠 들어있는 엄마의 얼굴을
들여다보니 다시 가슴 한쪽이 뭉클해져 온다.
난, 엄마 옆에 조심히 누워 가만히 엄마 얼굴을 들여다본다.
불혹(不惑)의 나이지만, 아직까지 세상만사 다 알지 못하고, 세상 이치 얼추 꿰뚫어 보지 못하고, 사소한 일에 흔들리고, 감정의 기복도 심해 이해라는 것을 잘 모른다.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달빛으로 인해 엄마의 얼굴이 더욱 새하얗다.
난 왼팔을 들어올려 엄마를 꼬옥 감싸 안는다.
진한 술 냄새가 풍겨 오지만, 더욱 꼭 끌어안는다. 그렇게 엄마의 목덜미와 가슴사이에
내 머리를 묻고, 밖에서 어렴풋이 들여오는 자동차 경적소리와 함께 내 숨소리에 맞춰
들려오는 엄마의 심장소리와 함께 편하고, 깊은 잠의 나락으로 빠져 들었다.
* * * *
나 만보면 귓속말을 하는 아이들. 간혹, 나에게 단도직입적인 말을 던지는 반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기분 나쁠 만큼 내 눈치를 힐끔 보아가며 귓속말을 한다.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거는 반 아이는 없다.
점심시간이 되면 저 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식당으로 내려가지만, 난 모든 아이들이 다 나가고 나서야 혼자 쓸쓸히 교실을 빠져 나온다. 거의 그 시간을 옥상에서 혼자 보내 지만오늘은 나도 오기가 생긴다. 언젠가 나에게 밥 만한 보약이 없다고, 밥을 먹어야
싸울 힘도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던 윤희의 말이 불현듯 내 머리를 스쳤다.
식판을 들고 햇빛이 잘 들어오는 창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식당안의 모든 눈이 나에게 향한다.
싫다, 나를 보는 무수한 눈빛들.
싫다, 황홀한 듯한 남자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빛들.
싫다, 이유 없는 적개심의 눈빛들.
싫다, 싫다, 싫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싫 은건 승하와 태후를 사이에 두고 밥을 먹는 혜미였다.
왜 그 모습이 싫은 건지, 왜 그들이 함께 인건지, 왜 이유 없는 화가 나는지,
승하 때문인지, 태후 때문인지, 분간 할 수 없는 이 어리석은 감정을 뒤로하고 창가
쪽으로 걷는 내 발에 무언가 걸려왔다.
‘콰당’
들고 있던 식판과 함께, 바닥에 넘어졌다. 난, 몸에 묻은 이물질을 떼어내고 천천히 일어서 나에게 발을 걸어왔던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금방 범인을 색출해 냈다.
늘, 혜미의 뒤를 강아지 마냥 졸졸 따라 다니는 아이였다.
혜미 에게 무언의 눈짓을 하며 히히덕 거리며 웃고 있는 그 아이의 고의적인 행동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여기저기서 비웃음 소리가 잔뜩 들려온다.
“칠칠 맞기는 쿡”
“쪽팔리지도 않나? 나 같음 쥐구멍 찾겠다.하하”
“왜 저러고 서 있니? 밥맛 떨어지게.”
“누가 아니래? 진짜 얼굴 두껍다니까.”
혜미와 나에게 발을 걸어온 그 아이의 수준 낮은 대화 그들은 내게 들으라는 듯,
의기양양 한 채 큰소리로 떠든다.
‘탁’
밥숟가락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며 웃고 있는 그 아이의 식판을 바닥으로 팽겨쳐
버렸다. 순간적인 나의 행동에 혜미도, 그 아이도 아닌 승하가 놀란 눈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반면, 입 고리를 말아 올리며 살짝 웃는 태후의 얼굴엔 재밌는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눈빛을 자아낸다.
“이게 미쳤나? 무슨 짓이야?”
“무슨 짓은,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리는데,
개만도 못한 인간 밥상 해 없는 짓이지!”
“뭐? 뭐라고?”
“다시말해줘? 개만도 못한 인간 밥상 해.“
“이 준희!”
어느 순간 저지당한 내말 그리고 그 속엔 승하가 서있다. 내 이름을 부른 승하로 인해
그 아이의 위신이 한층 위로 올라간 듯, 팔짱을 낀 채로 나를 흘겨보던 그 아이가 내
앞으로 다가온다.
“사과해! 이게 무슨 배워먹지 못한 행동이니?”
“훗.”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그 아이의 되먹지 못한 행동에 난, 어이없는 웃음만 나온다.
“이 준희, 너 무릎에서 피가 난다.
태후 네가 양호실 좀 데려가라.”
의외였다. 승하 입을 통해 나온 그 말 그는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식판을 들고 반납을
한 후 식당 안에서 나가버렸다.
‘한번만,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참아보자.’
그리고 바닥에 제멋대로 널린 잔반을 손으로 주워 담고, 승하가 그랬던 것과 같이 식판을 들고 반납구로 가는 길. 다시 한번 바닥으로 내 처진 식판. 또 그 아이다.
“내꺼도 같이 치우고 와!”
나에게 명령을 하고, 팔짱을 낀 채 혜미와 함께 밖으로 나가는 그 아이. 낄낄거리며 대화를 주고받는 그들의 모습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난 바닥에 팽개쳐진 식판을 들고서 그 아이 뒤통수에 날려 버렸다.
‘탁’
그 아이 머리를 맞고 바닥으로 떨어진 식판. 예상치 못한 일에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인 혜미와 그 아이 그리고 뒤를 돌아 나를 본다.
양쪽 팔에 팔짱을 끼고 삐딱한 시선으로 나를 흘겨보는 혜미를 뒤로 하고
그 아이가 성난 황소 마냥 씩씩 거리며 나에게 다가온다.
‘쫘악’
그리고 내 볼에 느껴지는 경미한 통증 또 다시 올라오는 그 아이 손을 어느 샌가 내
옆으로 다가온 태후가 잡아 버렸다. 그 아이는 놀란 눈으로 태후를 올려다보고는, 곧
뒤를 돌아 혜미에게 암호의 눈빛을 보낸다.
“서태후, 이런거 하나도 안 고맙다고 했지?
끼어 들지마, 내일은 내가 알아서해.”
하지만, 혜미보다 내가 먼저 태후의 행동에 불만을 토로하고 태후를 제외한 모두는 뜻밖의 내 행동에 어리둥절해 했다.
그리고 태후는 내 말대로 그 아이의 손을 놓아주고는 한 발치 떨어진 곳에서 혜미와 같은 자세로 나와 그 아이에게 시선을 두었다.
“좋게 말 할 때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그 후에 일어난
행동에 대해선 나도 책임지지 못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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