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2부 5막 : 제(齊) 對 관(瓘) #01~#03)

J.B.G2005.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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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영웅 (2부 5막 : 제(齊) 對 관(瓘) #01~#03)

 

제국력 1343년.
마침내 제는 북방의 완전한 통일을 위해 원정길에 올랐다. 그리고 그 원정에는 황후인 운란이 동행했다. 원정군은 관의 서쪽 관문인 열후(悅厚)를 하루 만에 복속하고 다시 3일만에 관의 황도인 광도(廣川)에 진을 쳤다.

제의 진영.
지금 제의 수뇌부는 황제와 황후를 비롯한 군의 수장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군사 양의찬을 중심으로 관을 복속할 전략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작과 같이 관도 이번에 그 관문이 되는 열후를 쉽게 포기하고 황도에 그 군사력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 연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그의 이 물음에 동부군 사령관인 대장군 창로(昌路)가 답했다.

“그야… 작과 같이 관의 광도 또한 그에 못지않은 천의 요새이기 때문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양의찬이 계속 말을 이었다.

“지난날 작의 황도 통천이 난공불락의 요새였듯이 이곳 광도 또한 난공불락의 요새 입니다. 그 이유는 광도는 황도를 가로지는 강의 물길을 조정해서 인공적인 저수를 만들어 황도가 마치 거대한 바다 위에 떠 있는 섬과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를 어찌 공략할지 묻고자 합니다.”

양의찬의 말이 끝나자 장수들이 소란스러워졌다.

“이것은 마치 해전이 아닙니까?”
“정말 난감하군요. 그렇다고 저 인공호수가 바다와 연결된 것도 아니고… 수군을 불러들일 수도 없지 않습니까?”

논쟁은 그 이후로 여러 시간 동안 진행 되었으나 아무도 딱히 답을 내어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무익한 시간이 계속 흐르자 황제 영윤기가 군사에게 말했다.

“군사. 그만 답을 내어 놓으시게.”

황제의 이 물음에 양의찬은 뜻밖에 황후 운란에게 물었다.

“황후마마! 마마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그러자 양의찬의 의견을 듣기 위해 조용해 졌던 제장들이 다시 소란스러워 졌다.

“황후마마께?”
“군사?”

제장들이 군사의 물음에 의문을 품으며 수군거리자 다시 황제 영윤기가 군사에게 말했다.

“군사. 내 황후의 뜻이 하도 간곡하여 이 원정에 동참하도록 허락했으나, 황후에게 병법에 대해 묻다니? 황후의 지혜가 출중함은 알지만, 이것은 전쟁이오. 도대체, 어찌하자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군사. 그것은…”

그러자 이러한 상황에서 운란이 굳을 얼굴로 황제를 비롯한 제장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정말… 듣자 하니 한심하기 그지 없군요.”
“네?”
“황후!”

운란의 이 갑작스러운 발언에 그 곳에 모인 모든 자들이 크게 당황하면서 또 어떤 이는 심한 모욕감을 느끼는 자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분위기를 너무 잘 알기에 지금 황제 영윤기는 황후 운란을 책하고 있었다.

“말을 삼가시오. 황후!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오?”
“말 그대로 입니다.”
“황후!”
“이러고도 어찌 지난날 작을 복속했는지 참으로 의문입니다.”

계속되는 예의를 벗어는 황후 운란의 발언에 이번에는 노기를 감추지 않고 서부군 사령관인 대장군 염오(炎悟)가 말했다.

“마마! 심히 듣기에 거북합니다. 어찌 이러시는 것입니까?”
“흥! 이래서야 언제 북방을 통일하고 남방을 도모할지…”
“마마!”

운란의 제장들을 향한 힐책은 계속 되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양의찬에게 따지듯 물었다.

“군사! 이것이 정말 제나라의 정예 전력이란 말입니까?”
“송구합니다. 마마!”
“군사?”

뜻밖에 양의찬이 운란의 말에 동조하자 막사는 갑자기 싸늘해져서 모두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자 다시 양의찬이 말했다.

“지난날 용의 군사 미란이 적청을 얻을 때, 그는 수만의 병사들에 사이에 섞인 10대의 소년 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를 눈 여겨 본 그녀는 자신이 귀족의 신분이었음에도 적청을 얻기 위해 수 많은 병사들 앞에서 천민출신인 적청에게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녀는 또한 벽제성에서 수추국을 물리칠 때는 전군을 지휘하는 군사임에도 병법은 고사하고 글도 모르는 한 노인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목진의 장수 적령은 또한 어떻습니까? 그녀는 중림의 한 기방에서 약관 15세의 소년을 등용하여 단 5천의 군사로 수만의 병사와 대적하여 아무 희생 없이도 용국 동쪽의 주요 성들을 모두 얻었습니다. 그 소년의 기지는 실로 놀라워서 그때 그 소년이 개발한 무기가 이제는 통일제국 용의 주력 무기가 되었습니다. 이를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양의찬의 말의 의중을 알 수 있기에 좌중은 모두 침묵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감히 황후마마의 진 면목을 알아보지 못하니 그 동안 제장들이 전장에서 소경이 되어 보지 못해 묻혀있는 보옥같은 자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양의찬의 이 말에 장수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계속 침묵했다. 그리고 그날의 전략회의는 제장들에게는 너무나 부끄럽게 막을 내렸다.

그날 저녁 군사 양의찬의 막사에 운란이 찾았다.

“마마…”
“예의는 되었어요. 아저씨와 이리 만나니 좀 불편하네요. 그냥 옛날이 좋았어요.”
“별 말씀은…”

그녀는 자리에 앉았고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용국의 군사 미란이 가장 두려운 것이 무엇인지 아세요?”
“인재를 보는 눈과 그 인재를 얻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것. 그리고 그렇게 얻은 인재는 반드시 최적의 장소에 배치하고 최적의 시기에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맞아요. 그녀가 실수를 한적이 있다면 그것은 딱 한번. 여인의 투기로 인해 적령을 알아보지 못한 것이죠.”
“실망하셨습니까? 그런 강적과 싸워야 할 터인데, 지금의 제장들이 아직 아둔한 것에…”
“조금은…”
“그래서 황후마마가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
“용에 미란 같은 군사가 감히 둘이 있겠습니까? 그러니 우리 제도 황후마마면 족한 것입니다. 마마께서 지금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사용하시면 되는 일입니다.”
“그거야… 아저씨가 있잖아요.”
“저로서는 아직 부족합니다. 내일은 마마의 힘을 빌려 주시지요. 때로는 인정을 받기 위해 그들에게 자신을 드러내 보일 필요도 있는 것입니다.”
“…알았어요.”

그렇게 그날이 저물었다.

 

 

#02

 

다음날.
제장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다시 전략회의가 시작 되었다. 그렇게 모두 모이자 갑자기 대장군 염오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황후 운란의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는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마마! 지난날의 무례를 용서하시지요. 제가 무지했습니다.”

그러자 운란은 크게 놀라서 말았다.

“장군? 모두가 보고 있습니다. 대장군께서 이리 쉽게 무릎을 굽히시면 어찌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자 운란도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갖추었다.

“마마?”
“어찌하시겠습니까? 계속 그러고 계시어 저를 곤란하게 하실 것입니까?”
“…!”

염오는 황망하게 자리에서 일어났고, 운란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리하여 작은 불미스러운 사태가 원만하게 마무리 되자, 곧 운란이 말을 이었다.

“사실은 제 미약한 지혜로 밤새 지혜를 짜 보았습니다. 그래서…”

관의 황도 광도.
문, 무 대신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황제 지천후(智川后)가 군사 장이(帳理)에게 물었다.

“이번 사태를 어찌 하면 좋겠소? 군사!”
“이곳은 천의 요새이니 적이 쉽게 도모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다만, 약점이 있다면 이곳 황도는 호수로 성을 보호하기 위해 축조되어서 그 크기가 매우 작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부에 병사가 적은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현재 도성 내에 있는 병사들로는 외부의 도움이 없이 일시에 적을 도모할 수는 없을 듯 합니다.”
“허면, 이대로는 도저히 적을 몰아낼 방법이 없다는 말인가?”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이리 될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소신은 이미 며칠 전에 황도 밖의 대장군 연길(延佶)에게 파발을 띄웠습니다. 우리가 성 안에서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그가 성 밖에서 대군을 규합하여 제의 원정군을 칠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그 혼란한 틈에 성 문을 열고 나갈 것입니다.”

제의 진영.
운란이 계속 자신의 전략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이곳 관의 황도 광도는 그리 크지 않은 성 입니다. 또 내성과 외성이 분리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저수지가 외성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상 백성은 저수지 외곽의 도시에서 주거합니다. 그래서 평상시에는 저 저수지에 성과 주변의 도시를 연결하는 다리가 드러난다 합니다. 다만, 전시에는 물의 수위를 조절하여 이렇게 다리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밀물과 썰물이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때, 한 장수가 물었다.

“허면 어찌 공략해야 하겠습니까?”
“빈 저수지의 물을 채우는데 상류에서 흘러오는 강물로는 사실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럼…”
“저들은 아마 우리가 열후에서 전투를 하고 있을 때 이미 빠져나가는 물의 흐름을 닫았을 것입니다.”
“그럼…”
“그렇습니다. 저 물은 한번 빠지면 다시 채우는데 족히 3일을 걸린다는 계산이 나오는 것입니다. 단, 물이 빠지는 것은 일시에 진행 될 것이라 판단됩니다.”
“어찌 그리 생각하시죠?”
“방어만으로 승전할 수 있겠습니까? 공격을 하기 위해 성 문을 열고 나오려면 물이 일시에 빠져야 할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그 비밀만 안다면…”
“방법은 두 가지가 될 것 같습니다. 하나는 물을 빼는 비밀을 밝히는 것! 또 하나는 스스로 물을 빼고 나오도록 만드는 것 입니다.”
“과연…”

제의 전략회의는 그렇게 길어지고 있었다.

광도의 남부에 위치한 관의 주력군이 있는 진.
관의 수장들이 막사에 모여 전략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장군님! 정말 주력군이 이리 황도에서 멀리 대기만 하고 있어도 되는 것입니까? 이러다가 황도가 어찌 되기라도 한다면…”
“어차피 광도는 주력군이 주둔하기에는 너무 좁네. 그곳은 그냥 미끼일세.”
“미끼?”
“그들이 그곳에 정신을 팔고 있는 사이에 우리가 외곽에서 치는 것이네. 그리고 우리 주력군이 여기에서 군세를 정비하고 나아가면 제도 어쩔 수 없이 우리 쪽으로 군세를 돌릴 것이네. 다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때에 제의 주력군을 어찌 물리칠까 하는 것이네.”
“그럼… 장군님의 생각은…”
“전략이라면 이미 황도의 군사에게 받아 두었네. 우리는 다만 그대로 따르면 되는 것이네.”

제의 진영.
전략회의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 되고 있었다.

“틀림없이 관의 주력군은 성 밖에 있을 터. 언제 어디에서 얼마나 많은 군사가 올 것인가가 관건 입니다.”
“그것은 척후병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그래도 알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건…”
“그들이 어떤 전략을 사용할까 하는 것이지요.”
“…”

운란의 이 말에 장수들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관의 주력군은 틀림없이 우리가 자신들에게 나아올 때 우리를 물리칠 계책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군사를 돌린 우리 제군이 관의 주력군과의 싸움에서 밀리게 되면 성에서 일제히 광도의 군사가 밀려나와 우리를 양쪽에서 치려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선은 나아가지 않은 것이…”
“그렇다면 광도의 수문은 열리지 않을 것입니다.”

장수들은 침묵한 채 계속 운란의 전략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광도의 문이 열리게 하려면 우리 제군은 저들의 의도대로 패하되 그것이 거짓 패배여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럼… 마마의 대책은…”
“저들의 전략을 모르기에 거짓 패배란 것은 사실 있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임기응변 입니다.”
“임기응변?”
“그렇습니다. 첫 대결에서 우리 제군은 틀림없이 준비된 관의 주력군에게 패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다만, 저는 관의 주력군의 움직임을 보고 그 전술을 파악하여 역으로 대처할까 합니다.”
“네? 그것이 가능한 것입니까?”
“그것은 장군님들이 제 명을 얼마나 잘 따라 주는가에 달린 것입니다.”
“그런…”
“지난번과 같은 태도로는 이 전쟁에서 패합니다. 그럴 것이라면 첫 번째 방법인 수문의 비밀을 첩보병을 통해 알아내는 전략을 택해야 할 것입니다.”

그때 한 장수가 물었다.

“혹, 적도 임기응변으로 대치한다면…”
“임기응변이란 지휘하는 자의 능력에 달린 것. 이 전쟁의 승패는 전적으로 장군님들이 저를 믿는 것에 달려 있습니다.”
“…”

그렇게 그날의 전략회의는 막을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운란은 군사 양의찬의 막사를 다시 찾았다.

“마마.”
“한가지 더 확실히 해 둘 것이 있어 왔습니다.”
“어떤…”
“양동작전을 써야겠습니다.”
“양동작전?”
“네.”

두 사람은 그렇게 밤을 지새웠다.

 

 

#03

 

날이 밝자 곧 척후병의 첩보가 날아들었다. 그것은 관의 대군이 진격해 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계획대로 일을 진행하겠습니다. 다만, 제 명을 다라 주셔야 합니다. 만약, 제 명을 거역한다면 군법에 따라 참수 될 것입니다.”

운란이 이 마지막 명과 함께 제군은 광도를 에워 쌓던 군대를 정비해서 곧 관의 주력군을 맞으러 나아갔다. 그리고 곧 양 군은 결전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러한 전황은 그대로 운란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포차부터 공격을 시작했군요.”
“거리가 좀 더 가까워지면 궁수가 동원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전차겠죠.”
“의외로 정석적인 공격입니다.”
“그들은 이곳 지리에 익숙합니다. 어떤 복병이 있을지…”

그때 저 멀리에서 새로운 변화가 보였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를 감지하자 곧 척후병의 보고가 들어왔다.

“마마!”
“무엇이냐?”
“대지가 불타고 있습니다.”
“대지가?”

운란의 전방을 보고를 통해 급히 자신의 전략을 수정해서 수립하기 시작했다.

“아직 늦은 겨울… 말라버린 초원에 불을 질렀군요. 그들은 우리가 진격해서 자신들과 맞서기를 기다렸어요.”
“어찌 하시겠습니까?”

그녀는 다시 물었다.

“성 문은 아직입니까?”
“네.”
“기다립니다.”
“알겠습니다.”

그 시각 제는 불타는 초원에서 군세를 잃어가면서 서서히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소식은 곧 광도에도 전해졌다.

“군사 때가 된 것이 아닙니까?”
“아직입니다. 그들이 비록 불타는 초원에서 죽어가고는 있지만 밀집된 진을 퍼트리면서 불길을 잡으면 그만 입니다. 아직은 대군 입니다.”
“그러기에 불길을 잡기 전에 지금 나아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군세가 꺾인 군대가 많으면 무엇 하겠습니까?”
“…”
“군사?”

군사 장이는 심각하게 망설이고 있었으나, 황제 지천후가 황급하게 명을 내렸다.

“군사는 어서 나가 적을 섬멸하시오!”
“폐하! 조금만 더 상황을 지켜보심이…”
“그러다가 적이 불길을 잡는다면 더 큰일이 아니겠는가?”
“…”

장이는 더욱 고민에 빠져 들었다. 불길이 잡히기 전에 진격해야 한다는 황제의 말도 지극히 맞는 타당한 의견이기 때문이었다.

“군사는 어서 성의 군대를 이끌고 나가 적을 양동으로 섬멸하도록 하시오!”

계속되는 황제의 명에 장이도 그 명을 따르기로 결정을 내렸으며, 곧 광도의 물이 빠지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물이 급속히 빠져 나가면서 길이 드러났으며, 그 길로 광도에서 대군이 몰려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소식은 제의 수뇌부에 전달 되었다.

“광도가 열렸습니다.”
“되었습니다. 이제는 내가 직접 나가 군령을 내리겠습니다.”
“황후!”
“맡겨 주시지요.”

그렇게 해서 운란은 혼비백산한 전장으로 직접 나아갔다. 그리고 고수를 통해 군령을 전하기 시작했다.

“이건…”
“군령 입니다.”

불을 잡기 위해 안간힘인 가운데 적전에서 화살과 포탄은 계속 날아들었다. 그때 군령이 전달된 것이었다.

“이 뜨거운 불길로 달려들라는 것입니까?”
“과연…”
“네?”
“불길을 잡기 위한 물을 말과 전차에 붓도록 해라.”
“그럼 불길은 어찌하고…”
“마마의 군령을 듣지 못한 것이냐?”
“네. 알겠습니다.”

북 소리의 의미를 잘 알고 있는 대장군 창로는 곧 명을 내렸다.

“보병은 뒤로 물러서도록 해라. 그리고 기마와 전차는 불길로 말을 달려라.”
“하지만 괜찮을까요?”

그의 부장이 다시 되묻자 대장군 창로가 말했다.

“거역하면 참수하겠다는 명을 듣지 못한 것인가?”

이리하여 불길을 잡기 위한 물을 뒤집어 쓴 제의 기병과 전차가 불길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노도 같은 질주에 불길은 그들을 삼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군령은 계속 전해졌다.

“이럴수가… 장군?”

그리고 이러한 사태에 놀란 것은 관의 군부였다.

“당황할 것 없네. 곧 후방에서 군사가 저들을 칠 것이니. 우리는 움직이지 않고 다른 명이 있을 때까지 나아오는 앞의 적만 막으면 될 일이네.”

그렇게 해서 이 전투에서 양 군이 처음으로 철갑을 조우하게 되었다. 그리고 곧 제는 후방에서도 관의 군사를 맞게 되었다. 그렇게 황도에서 나와 노도같이 달려드는 관의 기마대를 보며 운란이 명했다.

“대열을 유린시키시지요.”
“알겠습니다.”

관의 기마대를 주력으로 한 성내의 대군이 제의 진영을 후방에서부터 흩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군은 운란의 명에 따라 마치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지금 관군은 제군의 정 중앙을 꿰뚫고 있었으며, 그렇게 제가 많은 희생을 감수하는 동안 관군은 이미 제군의 후방에서부터 전방까지 다다르고 있었다.

“이제 흩어진 모래를 다시 모아야겠습니다.”

운란의 명에 따라 흩여졌던 군사들이 다시 점 조직처럼 모이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은 너무나 정연한 것이어서 마치 모래가 진흙이 된 것 같았다.

“이건?”

관의 군사 장이는 여러 명이 짝을 이루어 뭉치는 제군을 보며 잠시 당황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궁수와 창, 칼, 방패로 조를 이룬 그들은 하나의 원을 형성하면서 기마의 말발굽과 전차의 바퀴에 대항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작은 방어진 속에서 궁수가 자신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함정?”

군사 장이는 주변을 살펴 보았다. 틀림없이 제의 진은 흐트러져 있었지만, 그들은 그 속에서 조직을 형성하고 있었다. 작의 대군은 이미 거대한 제의 진에 침식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작은 날아드는 화살을 피해 이미 어디로인가 내몰리고 있었다.

“불길?”

관의 정예 기마대와 전차부대는 그렇게 불길 속으로 내몰리고 있었으며, 그 와중에 잘 짜여졌던 기마와 전차의 대형이 흩어지고 있었다.

“길을 열어라! 길을…”

멀리에서 이러한 광경을 보고 있는 관의 주력군은 아직도 진격을 미루고 있었다. 그것은 그들의 전방에서 제의 기마와 전차가 그 길을 막고 있기 때문이었다.

“장군! 나아가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저 불길 너머의 상황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군사의 다른 군령이 없이 나아갈 수는 없네.”
“하지만, 불길 너머의 상황이 좋지 않음이 분명합니다.”
“젠장…”

이미 불길 너머에서는 관군은 불타고 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관의 군사 장이는 크게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럴수가…”

그리고 바로 그때 관의 황도인 광도에서 불길이 솟았다. 그것은 물 속에 숨어 있던 제의 병사들이 일제히 성 내로 진입한 것이었다.

“황도에 불길이 솟았다!”

이 광경을 보는 후방의 관의 주력군은 심히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한 주력군이 일제히 노도같이 진군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주력군이 움직입니다.”
“이제 되었습니다. 기마와 전차를 후퇴시키되 좌, 우로 나누시지요. 그리고 주력군이 접근하면 포차를 사용합니다.”

필연적으로 포차의 이동은 보병이나 궁수, 전차, 기마보다 느리기에 일단 진군이 시작되면 전력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었으며, 황도가 불타는 것을 본 화급한 관의 주력군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악재인 것이었다.

“이 전쟁은 승전한 것 같습니다.”

전황을 지켜보던 군사 양의찬이 이리 말하자 황제 영윤기가 물었다.

“황도에서 불길로 혼란을 주어 제의 주력군을 움직이게 하려는 것도 황후의 계책이었소?”
“그렇습니다. 폐하.”

황제는 선두에서 전투를 일사불란하게 지휘하는 황후 운란을 보며 말했다.

“나는 여인을 원했는데 두 사람의 생각은 내 뜻과는 다른 것 같소.”
“폐하…”
“되었네. 이것으로 족하네.”
“…”

이 전투에서 운란이 군사를 일사불란하게 지휘한 것은 사실 전초전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다. 그녀는 더욱 빛을 발할 것이었다.

“적이 가까워질 때 까지 기다려라! 서두르지 마라!”

그녀의 명은 일사분란하게 전달 되었다.

“포탄과 화살을 쏘아라!”

계속 전해지는 군령. 그리고 이에 조우하는 제의 대군…

“좌, 우의 기마와 전차를 진격시켜라!”

전투는 급격히 제로 기울고 있었다. 틀림없는 완전한 승리인 것이었다. 운란은 그러한 전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제 곧 내가 갈 것이다. 기다려라. 용!’

제국력 1343년 마침내 제가 관을 복속하면서 북방제국을 통일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황후 운란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