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페이스의 얼굴로, 감정 없는 목소리로, 그리고 뒷짐을 쥔 행동으로, 사과를 권유하는 내 말에 그 아이 어이없는 표정을 하고 웃어 버린다.
“이거, 아주 웃긴 년이네. 사과 받을 사람은 나고, 사과 할 사람은 너다. 그리고 뭐 좋게 말 할 때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네년이 어쩔 건데?”
내 말에 콧방귀를 뀌고,또다시 나에게 손을 올리는 그 아이 난 그 아이 손목을 확 비틀어 버렸다.
“아악 아 너 이거 안 놔. 빨리 놔. 썅.”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난 그 아이 머리채를 휘어잡고, 식탁 위에 연거푸 내리쳐댔다. 한참을 그렇게 쳐대고, 그 아이 고개를 내 쪽으로 들어 올렸을 땐 그 아이 얼굴이 피범벅이 되 있었고, 난 거기서 멈추지 않고 이번엔 주먹으로 얼굴을 마구 때렸다.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는 그 아이 편에 서서 거두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잔인한 내 행동을 바로잡는 사람 역시 아무도 없었다. 밥을 먹던 선생들도, 학생들도 그저 놀란 눈으로 바라만 볼 뿐 이었고, 개중엔 혼비백산 하여 달아나는 애들도 여럿 있었다. 한번 미치기 시작하면 감당 할 수 없는 내 발작을 제자리로 돌려놓은 건 태후였다. 어느 새 내 양팔을 꽉 잡고 놔주지 않는다. 그리고 나 역시 놓으라고 발버둥치지 않는다. 어쩌면 이렇게 태후처럼 용기 있는 사람이 나서서 날 잡아주길 은연중에 바랬는지도 모른다. 비난이나, 손가락질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후안이 겁나서가 아니라. 단지, 갈수록 퇴폐해져 가는 내 자신이 사무치게 싫을 뿐이었다. 내 감정하나 제대로 컨트롤 못하고, 느끼는 대로, 기분대로 내뱉는 말이나 행동이 싫을 뿐이었다.
“그만해, 충분하니까.”
내 등 뒤에서 나즈막히 속삭이는 태후 목소리. 거기엔, 어떤 비난도 들어있지 않았다. 또한, 어떤 놀라움도 없었다. 태후의 목소린 걱정 그거 하나였다. 무엇 때문에 날 바로 잡는 건지. 무엇 때문에 날 걱정 하는 건지. 알 수 없지만 난 태후의 한마디에 그리고 그 행동 하나에 잔인 하고도, 잠시 미쳤었던 행동을 접었다.
“너! 지독히 운이 좋구나. 이 시간 이후 내 눈에 띄면 나 또다시 미쳐 버리니까 앞으로는 알아서 피해 다녀. 살고 싶다면.”
바닥에 주저앉아 떨고 있는, 그리고 울고 있는 그 아이에게 경고 하듯 차갑게 한마디 내 뱉고는 내 양팔을 감싸고 있는 태후를 툭 치고 뒤를 돌아 식당을 나왔다. 앞에서 팔짱을 끼고 수수방관 하던 혜미는 아무 말 없이 그저 나를 노려만 볼 뿐이었다.
* * * *
“그쳐, 뭘 잘했다고 울어? 그깟 년 하나 못 이겨서 이런 망신이나 당하고 앞으로 내 옆에 얼씬도 하지마!”
사실, 제일 겁을 먹은 건 혜미 였다. 앞뒤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덤벼드는 준희를 보고 섬뜩한 기분에 혜미도 사지가 떨려 왔다. 그 마음을 숨기기 위해 얼마나 힘껏 어금니에 힘을 줬던가. 일을 마친 준희가 혜미 옆을 지나 갈 때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혹시라도, 나에게도 손을 대지 않을까? 하는 기우가 순간 혜미의 머리 속을 꽉 채웠기 때문이다. 이준희. 악랄한 계집애.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전학 온 첫 날부터, 맘에 들지 않았다. 권승하 선생님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도, 또, 태후가 준희 에게 관심을 갖는 것도.
“혜미 너 최하야.”
혜미 앞으로 다가와 오른손엄지를 밑으로 내리며 태후가 한마디 하고 지나갔다. 뭐라 반박을 하기도 전에 빠른 걸음으로 준희 뒤를 따라 나가 버린 태후에게 화가났다. 주체 할 수 없는 기운이 확 밀려왔다. 달리 분풀이 할 곳이 없었다. 애꿎은 식판만이 그 순간 혜미의 상대였을 뿐. 준희 뒤를 따라 나온 태후는 준희를 잡을 수가 없었다. 어디서 나타 났는지, 승하가 준희에게 말을 걸었으나 승하의 질문은 들리지도 않은 채 준희의 부정만이 들릴 뿐이었다. 문득, 그들의 대화가 궁금해진 태후는 좀더 가까이 다가가 귀를 쫑긋 세웠다. 염탐꾼 마냥 그렇게 온 신경을 두 사람의 대화에 쏟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엔 양호선생과 뭘 보여주려고?”
“이 준희, 이럴 땐 그냥 네 하고 따라오면 되는 거야 알겠니?”
쉽게 해석 할 수 없는 말들. 같은 언어를 구사하지만 태후 귀엔 영어보다도 더 지독한 외국어로 들릴 따름이다. 서로 알고 있는 듯한 말투나 행동 분명 뭔가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이 태후의 머리 속을 스친다.
“그날 내 질문에 왜 대답안하지?”
“응?”
준희의 말에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 하며 되묻는 승하. 그리고 피식 하고, 웃어버리는 준희.
“이봐, 선생 아니, 권승하씨! 당신은 선생이기 전에 한 남자야. 그걸 명심하라고. 그리고 나 역시 학생이기 전에 한 여자야.”
다소 건방지고, 당돌한 준희 말. 승하는 자신을 하대(下待)하는 준희의 행동에도 나무라지 않고, 그저 멍한 표정으로 바라만 본다. 제 할말을 다 마친 듯, 준희가 승하를 등지고 태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 준희.”
준희의 뒤에 대고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승하 그리고 가던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승하에게 등을 돌리는 준희.
“너 하고, 나 만난 적 있지?”
다시 승하에게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준희를 향해 질문을 하는 승하. 태후는 다시 고개를빼꼼히 내밀고 준희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승하앞에 가까이 다가간 준희가 승하의 넥타이를 한번 매만진다.
“틀렸어 그럴 땐 ‘우리’라고 하는 거야.”
“우리?”
“그래, 우리. 그 안에 당신하고 내가 같이 묵인거야.”
승하의 넥타이를 매만지던 손을 그의 입술로 옮기고, 그위에 자신의 검지 손 가락을 흔들어 보이며 ‘우리’라고 말을 정정하는 준희. 승하의 반문에 그 안에 둘이 묵인 거라고 설명하는 준희. 그리고 나사 하나가 풀린 듯 축 늘어지는 태후는 다리에 힘이 풀리고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설마, 설마, 설마, 가슴 한켠이 저려온다. 가슴 한켠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그리고 가슴 한켠 에서 외친다. 이 준희와 ‘우리’에 묵이고 싶은 거 서태후 라고.
원나잇 스탠드[9]
원나잇 스탠드.[제9화]
포커페이스의 얼굴로, 감정 없는 목소리로, 그리고 뒷짐을 쥔 행동으로, 사과를 권유하는 내 말에 그 아이 어이없는 표정을 하고 웃어 버린다.
“이거, 아주 웃긴 년이네. 사과 받을 사람은 나고,
사과 할 사람은 너다. 그리고 뭐 좋게 말 할 때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네년이 어쩔 건데?”
내 말에 콧방귀를 뀌고,또다시 나에게 손을 올리는 그 아이 난 그 아이 손목을 확 비틀어 버렸다.
“아악 아 너 이거 안 놔. 빨리 놔. 썅.”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난 그 아이 머리채를 휘어잡고, 식탁 위에 연거푸 내리쳐댔다.
한참을 그렇게 쳐대고, 그 아이 고개를 내 쪽으로 들어 올렸을 땐 그 아이 얼굴이 피범벅이 되 있었고, 난 거기서 멈추지 않고 이번엔 주먹으로 얼굴을 마구 때렸다.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는 그 아이 편에 서서 거두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잔인한 내 행동을 바로잡는 사람 역시 아무도 없었다.
밥을 먹던 선생들도, 학생들도 그저 놀란 눈으로 바라만 볼 뿐 이었고, 개중엔 혼비백산
하여 달아나는 애들도 여럿 있었다.
한번 미치기 시작하면 감당 할 수 없는 내 발작을 제자리로 돌려놓은 건 태후였다. 어느 새 내 양팔을 꽉 잡고 놔주지 않는다.
그리고 나 역시 놓으라고 발버둥치지 않는다.
어쩌면 이렇게 태후처럼 용기 있는 사람이 나서서 날 잡아주길 은연중에 바랬는지도
모른다. 비난이나, 손가락질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후안이 겁나서가 아니라.
단지, 갈수록 퇴폐해져 가는 내 자신이 사무치게 싫을 뿐이었다.
내 감정하나 제대로 컨트롤 못하고, 느끼는 대로, 기분대로 내뱉는 말이나 행동이 싫을
뿐이었다.
“그만해, 충분하니까.”
내 등 뒤에서 나즈막히 속삭이는 태후 목소리. 거기엔, 어떤 비난도 들어있지 않았다.
또한, 어떤 놀라움도 없었다. 태후의 목소린 걱정 그거 하나였다.
무엇 때문에 날 바로 잡는 건지. 무엇 때문에 날 걱정 하는 건지.
알 수 없지만 난 태후의 한마디에 그리고 그 행동 하나에 잔인 하고도, 잠시 미쳤었던
행동을 접었다.
“너! 지독히 운이 좋구나.
이 시간 이후 내 눈에 띄면 나 또다시 미쳐 버리니까
앞으로는 알아서 피해 다녀. 살고 싶다면.”
바닥에 주저앉아 떨고 있는, 그리고 울고 있는 그 아이에게 경고 하듯 차갑게 한마디 내 뱉고는 내 양팔을 감싸고 있는 태후를 툭 치고 뒤를 돌아 식당을 나왔다.
앞에서 팔짱을 끼고 수수방관 하던 혜미는 아무 말 없이 그저 나를 노려만 볼 뿐이었다.
* * * *
“그쳐, 뭘 잘했다고 울어? 그깟 년 하나 못 이겨서
이런 망신이나 당하고 앞으로 내 옆에 얼씬도 하지마!”
사실, 제일 겁을 먹은 건 혜미 였다.
앞뒤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덤벼드는 준희를 보고 섬뜩한 기분에 혜미도 사지가
떨려 왔다. 그 마음을 숨기기 위해 얼마나 힘껏 어금니에 힘을 줬던가.
일을 마친 준희가 혜미 옆을 지나 갈 때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혹시라도, 나에게도 손을 대지 않을까? 하는 기우가 순간 혜미의 머리 속을 꽉 채웠기
때문이다.
이준희. 악랄한 계집애.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전학 온 첫 날부터, 맘에 들지 않았다.
권승하 선생님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도, 또, 태후가 준희 에게 관심을 갖는 것도.
“혜미 너 최하야.”
혜미 앞으로 다가와 오른손엄지를 밑으로 내리며 태후가 한마디 하고 지나갔다.
뭐라 반박을 하기도 전에 빠른 걸음으로 준희 뒤를 따라 나가 버린 태후에게 화가났다.
주체 할 수 없는 기운이 확 밀려왔다.
달리 분풀이 할 곳이 없었다. 애꿎은 식판만이 그 순간 혜미의 상대였을 뿐.
준희 뒤를 따라 나온 태후는 준희를 잡을 수가 없었다. 어디서 나타 났는지, 승하가 준희에게 말을 걸었으나 승하의 질문은 들리지도 않은 채 준희의 부정만이 들릴 뿐이었다.
문득, 그들의 대화가 궁금해진 태후는 좀더 가까이 다가가 귀를 쫑긋 세웠다. 염탐꾼 마냥 그렇게 온 신경을 두 사람의 대화에 쏟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엔 양호선생과 뭘 보여주려고?”
“이 준희, 이럴 땐 그냥 네 하고 따라오면
되는 거야 알겠니?”
쉽게 해석 할 수 없는 말들. 같은 언어를 구사하지만 태후 귀엔 영어보다도 더 지독한
외국어로 들릴 따름이다.
서로 알고 있는 듯한 말투나 행동 분명 뭔가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이 태후의 머리 속을
스친다.
“그날 내 질문에 왜 대답안하지?”
“응?”
준희의 말에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 하며 되묻는 승하. 그리고 피식 하고,
웃어버리는 준희.
“이봐, 선생 아니, 권승하씨!
당신은 선생이기 전에 한 남자야.
그걸 명심하라고. 그리고 나 역시
학생이기 전에 한 여자야.”
다소 건방지고, 당돌한 준희 말. 승하는 자신을 하대(下待)하는 준희의 행동에도 나무라지 않고, 그저 멍한 표정으로 바라만 본다. 제 할말을 다 마친 듯, 준희가 승하를 등지고
태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 준희.”
준희의 뒤에 대고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승하 그리고 가던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승하에게 등을 돌리는 준희.
“너 하고, 나 만난 적 있지?”
다시 승하에게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준희를 향해 질문을 하는 승하. 태후는 다시 고개를빼꼼히 내밀고 준희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승하앞에 가까이 다가간 준희가 승하의 넥타이를 한번 매만진다.
“틀렸어 그럴 땐 ‘우리’라고 하는 거야.”
“우리?”
“그래, 우리. 그 안에 당신하고 내가 같이 묵인거야.”
승하의 넥타이를 매만지던 손을 그의 입술로 옮기고, 그위에 자신의 검지 손 가락을 흔들어 보이며 ‘우리’라고 말을 정정하는 준희.
승하의 반문에 그 안에 둘이 묵인 거라고 설명하는 준희. 그리고 나사 하나가 풀린 듯 축 늘어지는 태후는 다리에 힘이 풀리고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설마, 설마, 설마,
가슴 한켠이 저려온다.
가슴 한켠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그리고 가슴 한켠 에서 외친다.
이 준희와 ‘우리’에 묵이고 싶은 거 서태후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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