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 올라오는 서늘한 기운이 모포를 뚫고 스며들었다. 노숙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 숲의 기운은 유난히 차가웠다. 이 숲은 페드인 왕국과 접해 있는 센트라의 서쪽 국경선에서 사흘거리 정도 떨어져 있는 시우리스 숲이었다.
하지만 시우리스 숲이라는 이름보다 묘지의 숲이라고 불렀다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에 이곳은 큰 도시였다고 한다. 그런데 전쟁이 일어나 성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모조리 몰살당하고, 그 후로 이곳에 나무가 자라나 숲이 되었다는 것이다. 정말로 이밑이 시체가 있는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는 숲이라 빛이 잘 들지 않았다.
선잠을 자던 나는 오싹한 기분에 벌떡일어났다. 나는 재빨리 창을 집어 들고 전방을 주시했다. 기사들도 전투태세를 취했고, 미나도 얼마전에 산 검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그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낮게 울면서 썩은 내를 풍기는 인영의 정체는 좀비였다. 하나 죽은 지 오래된 시체들인지 살점이 대부분 썩어나가 절반 정도는 뼈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정상적인 사람들은 대략 20명 정도 있었다. 그런데 몇명을 제외한 사람들 또한 이상했다.
"여기 계시는 분이 누구신지 아는 것이냐? 당장 물러가라!" 우드랜이 호통 치자 노인이 웃음이 딱 멈췄다.
"물론알지. 마리엔 공주가 아니더냐? 평민을 벌레 취급하는 그 위대하신 왕족 중 한 분을 내가 모를 리 없지"
"평민인 내가 왕조을 죽여 보고 싶어서 그런다. 재미있지 않겠느냐? 붉은 피바다에서 꿈틀대는 왕족을 직접 짓뭉갤 수 있다는 것이."
말을 마친 노인은 다시낄낄댔다. 이렇게 반즘 정신이 나가버린 인간이 완전히 돌아버린 인간보다 더 무서운 법이다.
"하지만 네놈들에게도 기회를 주지. 너희가 대신 공주를 처치해준다면 목숨은 살려주마. 어떠냐?"
"피드라 님, 명령은 몰살이었습니다."
노인의 옆에 서 있던 자 중 하나가 끼어들며 말하자 노인이 매섭게 노려보았다
"생각할 시간은 충분했겠지?어떠냐?:"미친놈~!!! 작작해라!"
그 말이 신호가 되어 좀비떼가 달려들기 시작했다.
"트웨브 다이어!"
나는 피드라가 낄낄대는 사이 외워놨던 마법을 재빨리 사용했다.곧 넘실거리는 지옥의 불꽃이 모든 것을 불살라버릴 기세로 앞으로 쏘아졌다. 불길이 걷히자 동작이 느린 좀비들은 몇마리를 제외하고는 재로 화해있었다.
"7서클? 분명히 6서클이라고 했는데.썩을 놈. 돌아가면 그 자식 목을 따서 돼지들 먹이로 주고 말겠다"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사라져버리자 피드라가 이를 뿌드득 갈면서 누군지 모를자를 저주했다
"하지만 마법을 연속으로 사용할순없지. 마지막 발악이구나. 죽여버려라"
확실히 피드라의 말처름 7서클 마법을 주문도 없이 연속으로 사용할수만 있따면 세상천지에 마법사의 적이 어디있겠는가? 이럴줄 알았으면 신관이라도 하나 붙여달라고 할걸. 아니꼽긴 하지만 언데드를 상대할 땐 신성 마법이 효가가 좋긴했다.
"제길! 공주님!"
"왜불러?"
씨스가 버서커의 검을 능숙하게 막으면서 나를 불렀다.
"아닙니다! 열심히 싸우십시오."
"알았어. 다들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잘 싸워요!"
처음에는 걱정스러워하던 기사들도 상황이 다급해지
고 내가 예상 외로 잘 싸우자 각자 막고 있는 상대에게 정신을 집중했다.
미나와 마부는 싸움이 시작되자 저 뒤쪽으로 피해 있어 현재 싸우고 있는 사람은 나까지 해서 모두 16명이었다. 한명씩 상대하면 수는 그런대로 맞는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좀비가 동작이 느린 덕택에 움지이면서 주문을 외울 수 있었던 나는 잠시 후에 마법을 완성했다.
"디스펠!"
마법으로 깨어난 좀비인 만큼 마법이 사라지면 그냥 시체에 불과했다. 역시 좀비 들은 휘적거리며 달려들던 기세 그대로 풀썩쓰러졌다.
아인은 나이에 걸맞지 않은 실력으로 혼자 상대하고 있었지만 막는 것이 고작이었다.상황이 우리쪽으로 길울어지자 피드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럴 순없어. 이럴 수는 없는거야. 흐흐흐 결국 나는 개같이 죽어야 하는거야?"
"피드라 님 진정하십시오. 아직 버서커들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좀비들도 아직 많이 남아 있지 안습니까?"
"맞아 . 그랬지. 아직 끝난게 아니었지.히히히히"
좀더 주의 깊게 숲 속을 살펴보려던 나는 공기를 가르며 돌진해오는 검을 보고 기겁해서 몸을 옆으로 비켰다. 되도록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고 이대로 끝이 났으면 했지만 그런 내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망자들이여 이제 일어나서 내뜻을 따르라! 모든 것을 죽음으로 물들여버려라"
피드라의 외침이 쩌렁쩌렁 숲 안에 울려퍼졌다.
"뒤로 물러나요!" 내말에 기사들이 힘겹게 버서커들을 떨치고 뒤로 물러났다.
"다콜저라스톰!"
콰르릉
하늘을 가리키던 손을 사선으로 내리긋자 찢어질 듯한 굉음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맑은 밤하늘이 울음을 터뜨리면서 검은 벼락을 토해냈다.
"이 빌억먹을 년아! 좀 죽어버리란 말이다. 그렇게 죽기가 싫으냐? 다른 사람은 죽어도 상관없고 고귀한 네 놈들은 죽으면 안 된다는 거냐?!"
좀비들이 죽자 피드라는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
"죽여버릴 테다. 갈가리 찢어버리겠어. 너는 피비를 본 적이 없겠지? 보여주지. 망자들이여 깨어나라!"
그리고 다시 땅 속에서 괴화들이 피어났다.설마 15-년전에 여기에서 사람이 죽었다는게 정말이었나?
"소. 용없어, 여기 묻힌 시체들은 모두 파내서 내가 좀비로 만들어버렸거든. 덤으로 다른 곳에서 데려온 좀비까지 모조리 묻어났지"
피드라의 말에 욕지거리가 목구멍까지 치솟아 올랐다.
기사들이 한두 명 쓰러지는 것을 보면서도 어찌 해볼 도리가 없었다.
이대로 안되겟어. 되든 안 되든 조종자를 노려볼 수밖에. 이대로 가다가는 피해가 너무 커진다.
나는 재빨리 피드라르 ㄹ향해 다가갔다.그러나 조금만 뻗으면 피드라의 정수리에 구멍으 ㄹ뚫을 수 있을 거리까지 왔을때 그의 옆에 있던 네사람이 움직였따.
싸움은 달이 산 너머로 숨으려고 기울어질 때까지 계쏙 됐다.
게다가 벌써 기사 3명이 희생되었다. 더 이상의 싸움은 무리일 정도로 다친 사람도 있었다.
어느새 미나와 마부가 있는 곳까지 밀려난 우리는 서로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운 곳에 서 있었다.
"마리엔 님."
"왜요?"
두드랜이 속삭이듯 말을 걸자 나도 작게 중얼거렸다
"아직 마법을 사용하 실 수 있겠습니까?"
"할 수 있긴 하지만 죽여도 죽여도 기어 나오니.."
"이번엔 죽일 필요는 없습니다 . 다만 한순간이라도 앞을 못 보게 하실수 있습니까?"
"라트레 브라인!"
"으악!"
"누ㅡ눈이"
미리 눈을 감은 우리와는 달리 피드라들은 혼란에 빠졌다.
한참 동안 달음박질하던 우리는 당장은 쫓아오는 사람이 없자 발을 멈춰었다
"아무래도 둘로 나누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모두 함께 행동하는 것보다 차라히 두 패로 나눠어서 행동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적도 그만큼 분산될 겁니다. 그리고 무사히 숲을 빠져나가면 처음 계획대로 대로 아페다의 [음유 시인의 눈물]이라는 여관에서 만나도록하죠"
"그러면 각개격파당할 수도 있잖아요"
"그렇겠지요. 하지만 지금 이대로 있다가 한꺼번에 당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우드랜이 말을 마치자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입을 열었찌만 그이상은 말하지 못했다.
"부디살아남으시길"
6명의 기사들을 남겨둔 채 우리들은 다시 서둘러 움직였다.
뛰어가던 나는 주춤거리며 뒤를 돌아봤다. 왠지 뒤에서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공주님 무슨일입니까"
"아니야 , 아무것도."
나는 다시 몸을 돌려 기사들의 뒤를 따라갔다. 지금은 우리 생각만 할때였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가? 미나도 마부도 불평한마디 않았다.
무거운 침묵의 망토에 둘러싸여 움직이던 우리들은 어느 순간에 멈춰섯따
앞쪽에서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 것이다
상대는 어찌 된 일인지 단 3명뿐이였다
"너는?"
"수제노? 당신이 어떻게 여기 있는거죠?"
"우선 기사들에게 검이나 치우라고 하지"
"당신이 또 나를 노리고 왔을지도 모르는데"?
"시끄러워 . 계속 이대로 있다가는 버서커들이 쫓아온단 말이다"
"모두 검을 치워요 적은 아닌 듯하니까"
"우선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숨지. 이대로 서 있다가는 금방 발각 되고 말겠군"
우리들은 앞장 선 수제노들을 따라 움직였다.그리고 그들이 찾아낸 장소는 그냥 봐서는 매우 찾기 힘든 곳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여기 있는거지 수제노?"
"어던 대부호의 암살을 의뢰 받았었다. 그인간이 센트라로 여행을 간다는 바람에 이곳에서 잠복하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그때 이상한 놈들과 마주치게 된거다. 숨어 있다가 놈들이 브러버드라는걸 들어버려서 이렇게 쫓기고 있는거지"
"브러버드?"
"브러버드는 암사자들 사이에서 그들을 부르는 이름이다."
"설마 십년 전의 그 살인마들이 우리를 쫓고 있는 브러버드란 말이오?"
"확실한건 모르지만 그좀비들도 이곳에 묻힌 시체고 절반은 그들이 죽인 사람들이겠지"
그러나 우리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서로에게 시선을 거두고 덤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얼른 주위를 살펴보니 미나와 마부를 제외하고는 긴장하긴 했지만 혹시 생길지 모르는 전투를 대비해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꺅!"
높은 톤의 비명소리가 바로옆에서 들렸다. 놀라서 고개를 돌려보니 미나가 벌벌떨고 있엇고 그녀의 발목은 푸른 살점이 조금 붙어 있는 앙상한 손에 잡혀있었따
"쳐라!" 명령이 떨어지자 버서커들이 눈에서 붉은 광기르 ㄹ뚝뚝떨어뜨리면서 달려들었따
"인새너티스 윈드(광기의 바람)"
이것이 당장 주문을 외우지 않고 사용할수 있는 주문중가장 먼저 생각이 났다. 바람의 칼날은 버서커의 피부를 가르고 파고들었찌만 괜히 죽음의 전사라고 불리지 않는지 버서커는 쓰러지지 않았다.
나는 틈을 보다 재빨리 검은 옷의 남자에게 다가갔다. 이자를 죽이면 적어도 좀비는 행동을 멈출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크억" 그자는 눈을 크게뜨고 자신의 몸에 절반정도 박힌 창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우리들은 버서커의 수를 차근차근 줄여나가 고 잇었다.
얼마후 약간 안심하고 있떤 우리들의 마음을 섬뜩하게 하는 비명이 울렸다
"아악!"
버서커의 검이 미나의 몸을 뚫고 지나가고 있엇따. 놀란 나는 재빨리 상대하고 있던 버서커를 찌르고 그쪽으로 달려갔다.
미나의 곁에 무릎을 끓고 앉아서 보니 얼굴 가득 고통스러운 표정이 가득했따
"죄송해요" 미나가 입술을 바들바들 떨면서 말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해주지 못하고 그저 바라보기만했다.
"저 때
문에 이렇게 됐는데 도움이 못 됐어요"
미나는 상처의 고통때문인지 아니면 죄책감 때문인지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 사이에 다른 살마들이 남은 버서커들을 처치했는지 주위로 몰려들었다
"당장 치료를 받으면 살게찌만 아무래도 힘들겠군"
일단 수제노가 능숙한 솜씨로 상처를 봉햇지만 그런 보람도 없이 피는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상태에서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고 수제노가 말해찌만 그럴 수는 없었다. 숲 저편에서 환한 빛이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떤 것이다.
이상한 일이다. 이보다 덜 다친 기사들도 버려두고 왔는데 마르크가 미나를 업은것이다. 나때문일까?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않았는데. 이미 죽었을 기사가 서운해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이상의 생각은 들지 않았다.
"공주님의 시녀가 돼서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사헤트에 같이 갈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공주님은 사헤트로 가는 것이 싫으셨을지 몰라도. 저는 둘이 영행하는 기분이라 즐거웠어요."
"공주님 정말 ...좋아했어요...정말로"
미나가 말하는 도중에 말을 끊는 횟수가 늘어났따. 내손에 잡힌 미나손이 딱딱한 굳은 살이 서글프게 느껴졌다
"언제나 잊지 않을 거예요. 마리엔 공주님을. 공주님도 절기억해 주실 건가요?"
"응.그렇게 할게" 나는 계쏙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꼭 행복해지세..미나가 빌게요..제 몫까지 행복.."
"미나?"
나는 작은 목소리로 미나의 이름을 불렀지만 언제나 쾌활하게 돌아오던 대답이 오늘은 없었따.
미나에게 정신이 팔려 어느 누구도 발자국 소리가 주변을 가득메웠지만 몰랐다
"드디어 찾았다. 숨박꼭질은 다 하셨나 우리 공주님? 멀리서 보고 불을끄고 다가온 보람이 있군"
"이런 시녀가 죽었나보지? 얼마나 슬프겠어 하지만 걱정하지마. 곧 같은 곳으로 보내줄 테니"
이젠 모르겠다.그냥 박터지게 싸우고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는거다.기사든 우드랜과 아인 마르크 씨슬 제외하고는 모두 죽었다.암살자들은 수제노와 젊은 암살자가 살아남았지만 그 암살자는 허벅지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미친 늙은이 제 4기사단이 어떻게 해서 망나니에서 벗어났는지 보여주마"
세 사람이 말을 한 것과 동시에 수제나가 품속에서 스펠 비드를 하나꺼내던졌따
그리고 누군가 내손목을 잡고 뛰기 시작했다. 당황해서 돌아보니 수제노가 나를 끌고 뛰고있었다.
"뭘 하는거야? 아직 기사들이 남아 있잖아!"
"이게 그들이 원하는거다"
수제노는 짤막하게 ㄷ대답하고 그대로 뛰기 시작했다. 나는 그제야 모든 상황으 ㄹ알아챘따. 우드랜이 수제노에게 눈짓으로 말한게 뭔지 세사람이 내기 보낸 웃음이 무슨 의미인지. 나는 발버둥 치면서 수제노를 따라가지 않으려 했지만 그 행동에는 힘이없어따. 자꾸 멀어져간다. 나의기사들이. 미나의 마지막 흔적이....
[마족과의 계약]8부와 9부사이에 생략한부분 올립니다
땅에서 올라오는 서늘한 기운이 모포를 뚫고 스며들었다. 노숙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 숲의 기운은 유난히 차가웠다. 이 숲은 페드인 왕국과 접해 있는 센트라의 서쪽 국경선에서 사흘거리 정도 떨어져 있는 시우리스 숲이었다.
하지만 시우리스 숲이라는 이름보다 묘지의 숲이라고 불렀다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에 이곳은 큰 도시였다고 한다. 그런데 전쟁이 일어나 성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모조리 몰살당하고, 그 후로 이곳에 나무가 자라나 숲이 되었다는 것이다. 정말로 이밑이 시체가 있는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는 숲이라 빛이 잘 들지 않았다.
선잠을 자던 나는 오싹한 기분에 벌떡일어났다. 나는 재빨리 창을 집어 들고 전방을 주시했다. 기사들도 전투태세를 취했고, 미나도 얼마전에 산 검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그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낮게 울면서 썩은 내를 풍기는 인영의 정체는 좀비였다. 하나 죽은 지 오래된 시체들인지 살점이 대부분 썩어나가 절반 정도는 뼈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정상적인 사람들은 대략 20명 정도 있었다. 그런데 몇명을 제외한 사람들 또한 이상했다.
"여기 계시는 분이 누구신지 아는 것이냐? 당장 물러가라!" 우드랜이 호통 치자 노인이 웃음이 딱 멈췄다.
"물론알지. 마리엔 공주가 아니더냐? 평민을 벌레 취급하는 그 위대하신 왕족 중 한 분을 내가 모를 리 없지"
"평민인 내가 왕조을 죽여 보고 싶어서 그런다. 재미있지 않겠느냐? 붉은 피바다에서 꿈틀대는 왕족을 직접 짓뭉갤 수 있다는 것이."
말을 마친 노인은 다시낄낄댔다. 이렇게 반즘 정신이 나가버린 인간이 완전히 돌아버린 인간보다 더 무서운 법이다.
"하지만 네놈들에게도 기회를 주지. 너희가 대신 공주를 처치해준다면 목숨은 살려주마. 어떠냐?"
"피드라 님, 명령은 몰살이었습니다."
노인의 옆에 서 있던 자 중 하나가 끼어들며 말하자 노인이 매섭게 노려보았다
"생각할 시간은 충분했겠지?어떠냐?:"미친놈~!!! 작작해라!"
그 말이 신호가 되어 좀비떼가 달려들기 시작했다.
"트웨브 다이어!"
나는 피드라가 낄낄대는 사이 외워놨던 마법을 재빨리 사용했다.곧 넘실거리는 지옥의 불꽃이 모든 것을 불살라버릴 기세로 앞으로 쏘아졌다. 불길이 걷히자 동작이 느린 좀비들은 몇마리를 제외하고는 재로 화해있었다.
"7서클? 분명히 6서클이라고 했는데.썩을 놈. 돌아가면 그 자식 목을 따서 돼지들 먹이로 주고 말겠다"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사라져버리자 피드라가 이를 뿌드득 갈면서 누군지 모를자를 저주했다
"하지만 마법을 연속으로 사용할순없지. 마지막 발악이구나. 죽여버려라"
확실히 피드라의 말처름 7서클 마법을 주문도 없이 연속으로 사용할수만 있따면 세상천지에 마법사의 적이 어디있겠는가? 이럴줄 알았으면 신관이라도 하나 붙여달라고 할걸. 아니꼽긴 하지만 언데드를 상대할 땐 신성 마법이 효가가 좋긴했다.
"제길! 공주님!"
"왜불러?"
씨스가 버서커의 검을 능숙하게 막으면서 나를 불렀다.
"아닙니다! 열심히 싸우십시오."
"알았어. 다들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잘 싸워요!"
처음에는 걱정스러워하던 기사들도 상황이 다급해지
고 내가 예상 외로 잘 싸우자 각자 막고 있는 상대에게 정신을 집중했다.
미나와 마부는 싸움이 시작되자 저 뒤쪽으로 피해 있어 현재 싸우고 있는 사람은 나까지 해서 모두 16명이었다. 한명씩 상대하면 수는 그런대로 맞는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좀비가 동작이 느린 덕택에 움지이면서 주문을 외울 수 있었던 나는 잠시 후에 마법을 완성했다.
"디스펠!"
마법으로 깨어난 좀비인 만큼 마법이 사라지면 그냥 시체에 불과했다. 역시 좀비 들은 휘적거리며 달려들던 기세 그대로 풀썩쓰러졌다.
아인은 나이에 걸맞지 않은 실력으로 혼자 상대하고 있었지만 막는 것이 고작이었다.상황이 우리쪽으로 길울어지자 피드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럴 순없어. 이럴 수는 없는거야. 흐흐흐 결국 나는 개같이 죽어야 하는거야?"
"피드라 님 진정하십시오. 아직 버서커들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좀비들도 아직 많이 남아 있지 안습니까?"
"맞아 . 그랬지. 아직 끝난게 아니었지.히히히히"
좀더 주의 깊게 숲 속을 살펴보려던 나는 공기를 가르며 돌진해오는 검을 보고 기겁해서 몸을 옆으로 비켰다. 되도록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고 이대로 끝이 났으면 했지만 그런 내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망자들이여 이제 일어나서 내뜻을 따르라! 모든 것을 죽음으로 물들여버려라"
피드라의 외침이 쩌렁쩌렁 숲 안에 울려퍼졌다.
"뒤로 물러나요!" 내말에 기사들이 힘겹게 버서커들을 떨치고 뒤로 물러났다.
"다콜저라스톰!"
콰르릉
하늘을 가리키던 손을 사선으로 내리긋자 찢어질 듯한 굉음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맑은 밤하늘이 울음을 터뜨리면서 검은 벼락을 토해냈다.
"이 빌억먹을 년아! 좀 죽어버리란 말이다. 그렇게 죽기가 싫으냐? 다른 사람은 죽어도 상관없고 고귀한 네 놈들은 죽으면 안 된다는 거냐?!"
좀비들이 죽자 피드라는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
"죽여버릴 테다. 갈가리 찢어버리겠어. 너는 피비를 본 적이 없겠지? 보여주지. 망자들이여 깨어나라!"
그리고 다시 땅 속에서 괴화들이 피어났다.설마 15-년전에 여기에서 사람이 죽었다는게 정말이었나?
"소. 용없어, 여기 묻힌 시체들은 모두 파내서 내가 좀비로 만들어버렸거든. 덤으로 다른 곳에서 데려온 좀비까지 모조리 묻어났지"
피드라의 말에 욕지거리가 목구멍까지 치솟아 올랐다.
기사들이 한두 명 쓰러지는 것을 보면서도 어찌 해볼 도리가 없었다.
이대로 안되겟어. 되든 안 되든 조종자를 노려볼 수밖에. 이대로 가다가는 피해가 너무 커진다.
나는 재빨리 피드라르 ㄹ향해 다가갔다.그러나 조금만 뻗으면 피드라의 정수리에 구멍으 ㄹ뚫을 수 있을 거리까지 왔을때 그의 옆에 있던 네사람이 움직였따.
싸움은 달이 산 너머로 숨으려고 기울어질 때까지 계쏙 됐다.
게다가 벌써 기사 3명이 희생되었다. 더 이상의 싸움은 무리일 정도로 다친 사람도 있었다.
어느새 미나와 마부가 있는 곳까지 밀려난 우리는 서로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운 곳에 서 있었다.
"마리엔 님."
"왜요?"
두드랜이 속삭이듯 말을 걸자 나도 작게 중얼거렸다
"아직 마법을 사용하 실 수 있겠습니까?"
"할 수 있긴 하지만 죽여도 죽여도 기어 나오니.."
"이번엔 죽일 필요는 없습니다 . 다만 한순간이라도 앞을 못 보게 하실수 있습니까?"
"라트레 브라인!"
"으악!"
"누ㅡ눈이"
미리 눈을 감은 우리와는 달리 피드라들은 혼란에 빠졌다.
한참 동안 달음박질하던 우리는 당장은 쫓아오는 사람이 없자 발을 멈춰었다
"아무래도 둘로 나누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모두 함께 행동하는 것보다 차라히 두 패로 나눠어서 행동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적도 그만큼 분산될 겁니다. 그리고 무사히 숲을 빠져나가면 처음 계획대로 대로 아페다의 [음유 시인의 눈물]이라는 여관에서 만나도록하죠"
"그러면 각개격파당할 수도 있잖아요"
"그렇겠지요. 하지만 지금 이대로 있다가 한꺼번에 당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우드랜이 말을 마치자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입을 열었찌만 그이상은 말하지 못했다.
"부디살아남으시길"
6명의 기사들을 남겨둔 채 우리들은 다시 서둘러 움직였다.
뛰어가던 나는 주춤거리며 뒤를 돌아봤다. 왠지 뒤에서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공주님 무슨일입니까"
"아니야 , 아무것도."
나는 다시 몸을 돌려 기사들의 뒤를 따라갔다. 지금은 우리 생각만 할때였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가? 미나도 마부도 불평한마디 않았다.
무거운 침묵의 망토에 둘러싸여 움직이던 우리들은 어느 순간에 멈춰섯따
앞쪽에서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 것이다
상대는 어찌 된 일인지 단 3명뿐이였다
"너는?"
"수제노? 당신이 어떻게 여기 있는거죠?"
"우선 기사들에게 검이나 치우라고 하지"
"당신이 또 나를 노리고 왔을지도 모르는데"?
"시끄러워 . 계속 이대로 있다가는 버서커들이 쫓아온단 말이다"
"모두 검을 치워요 적은 아닌 듯하니까"
"우선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숨지. 이대로 서 있다가는 금방 발각 되고 말겠군"
우리들은 앞장 선 수제노들을 따라 움직였다.그리고 그들이 찾아낸 장소는 그냥 봐서는 매우 찾기 힘든 곳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여기 있는거지 수제노?"
"어던 대부호의 암살을 의뢰 받았었다. 그인간이 센트라로 여행을 간다는 바람에 이곳에서 잠복하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그때 이상한 놈들과 마주치게 된거다. 숨어 있다가 놈들이 브러버드라는걸 들어버려서 이렇게 쫓기고 있는거지"
"브러버드?"
"브러버드는 암사자들 사이에서 그들을 부르는 이름이다."
"설마 십년 전의 그 살인마들이 우리를 쫓고 있는 브러버드란 말이오?"
"확실한건 모르지만 그좀비들도 이곳에 묻힌 시체고 절반은 그들이 죽인 사람들이겠지"
그러나 우리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서로에게 시선을 거두고 덤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얼른 주위를 살펴보니 미나와 마부를 제외하고는 긴장하긴 했지만 혹시 생길지 모르는 전투를 대비해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꺅!"
높은 톤의 비명소리가 바로옆에서 들렸다. 놀라서 고개를 돌려보니 미나가 벌벌떨고 있엇고 그녀의 발목은 푸른 살점이 조금 붙어 있는 앙상한 손에 잡혀있었따
"쳐라!" 명령이 떨어지자 버서커들이 눈에서 붉은 광기르 ㄹ뚝뚝떨어뜨리면서 달려들었따
"인새너티스 윈드(광기의 바람)"
이것이 당장 주문을 외우지 않고 사용할수 있는 주문중가장 먼저 생각이 났다. 바람의 칼날은 버서커의 피부를 가르고 파고들었찌만 괜히 죽음의 전사라고 불리지 않는지 버서커는 쓰러지지 않았다.
나는 틈을 보다 재빨리 검은 옷의 남자에게 다가갔다. 이자를 죽이면 적어도 좀비는 행동을 멈출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크억" 그자는 눈을 크게뜨고 자신의 몸에 절반정도 박힌 창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우리들은 버서커의 수를 차근차근 줄여나가 고 잇었다.
얼마후 약간 안심하고 있떤 우리들의 마음을 섬뜩하게 하는 비명이 울렸다
"아악!"
버서커의 검이 미나의 몸을 뚫고 지나가고 있엇따. 놀란 나는 재빨리 상대하고 있던 버서커를 찌르고 그쪽으로 달려갔다.
미나의 곁에 무릎을 끓고 앉아서 보니 얼굴 가득 고통스러운 표정이 가득했따
"죄송해요" 미나가 입술을 바들바들 떨면서 말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해주지 못하고 그저 바라보기만했다.
"저 때
문에 이렇게 됐는데 도움이 못 됐어요"
미나는 상처의 고통때문인지 아니면 죄책감 때문인지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 사이에 다른 살마들이 남은 버서커들을 처치했는지 주위로 몰려들었다
"당장 치료를 받으면 살게찌만 아무래도 힘들겠군"
일단 수제노가 능숙한 솜씨로 상처를 봉햇지만 그런 보람도 없이 피는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상태에서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고 수제노가 말해찌만 그럴 수는 없었다. 숲 저편에서 환한 빛이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떤 것이다.
이상한 일이다. 이보다 덜 다친 기사들도 버려두고 왔는데 마르크가 미나를 업은것이다. 나때문일까?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않았는데. 이미 죽었을 기사가 서운해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이상의 생각은 들지 않았다.
"공주님의 시녀가 돼서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사헤트에 같이 갈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공주님은 사헤트로 가는 것이 싫으셨을지 몰라도. 저는 둘이 영행하는 기분이라 즐거웠어요."
"공주님 정말 ...좋아했어요...정말로"
미나가 말하는 도중에 말을 끊는 횟수가 늘어났따. 내손에 잡힌 미나손이 딱딱한 굳은 살이 서글프게 느껴졌다
"언제나 잊지 않을 거예요. 마리엔 공주님을. 공주님도 절기억해 주실 건가요?"
"응.그렇게 할게" 나는 계쏙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꼭 행복해지세..미나가 빌게요..제 몫까지 행복.."
"미나?"
나는 작은 목소리로 미나의 이름을 불렀지만 언제나 쾌활하게 돌아오던 대답이 오늘은 없었따.
미나에게 정신이 팔려 어느 누구도 발자국 소리가 주변을 가득메웠지만 몰랐다
"드디어 찾았다. 숨박꼭질은 다 하셨나 우리 공주님? 멀리서 보고 불을끄고 다가온 보람이 있군"
"이런 시녀가 죽었나보지? 얼마나 슬프겠어 하지만 걱정하지마. 곧 같은 곳으로 보내줄 테니"
이젠 모르겠다.그냥 박터지게 싸우고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는거다.기사든 우드랜과 아인 마르크 씨슬 제외하고는 모두 죽었다.암살자들은 수제노와 젊은 암살자가 살아남았지만 그 암살자는 허벅지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미친 늙은이 제 4기사단이 어떻게 해서 망나니에서 벗어났는지 보여주마"
세 사람이 말을 한 것과 동시에 수제나가 품속에서 스펠 비드를 하나꺼내던졌따
그리고 누군가 내손목을 잡고 뛰기 시작했다. 당황해서 돌아보니 수제노가 나를 끌고 뛰고있었다.
"뭘 하는거야? 아직 기사들이 남아 있잖아!"
"이게 그들이 원하는거다"
수제노는 짤막하게 ㄷ대답하고 그대로 뛰기 시작했다. 나는 그제야 모든 상황으 ㄹ알아챘따. 우드랜이 수제노에게 눈짓으로 말한게 뭔지 세사람이 내기 보낸 웃음이 무슨 의미인지. 나는 발버둥 치면서 수제노를 따라가지 않으려 했지만 그 행동에는 힘이없어따. 자꾸 멀어져간다. 나의기사들이. 미나의 마지막 흔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