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대 29살 (15편)

운비2005.05.17
조회584

"오빠는 하나도 안 변했어요"

"너도 그래"

 

거짓말.. 거짓말.. 예전 같으면 오빠의 이런 말 믿었을거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남자들의 뻔한 거짓말이 보인다.

내가 하나도 안 변했다고 웃기시네. 눈 옆에 주름과 조금씩 빠지는 볼살. 그리고 조금씩 늘어나는 뱃살. 확실히 한해.. 한해.. 틀리다.

 

"요즘 어떻게 지내. 한국에 와서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바로 너더라"

"잘 지내고 있어요. 오빠는 결혼 안 했어요"

"할 뻔했지. 한번... 영국에 살면서 이상하게 한국이 많이 그립더라. 보고 싶은 사람도 많고, 생각나는 사람도 많고, 이젠 정착하고 싶어"

 

그 동안 영국에 있었구나.  결혼도 안했고.. 한국에 와서 살고 싶다고.. 난 이제 한국에 없는데.. 아쉽다. 해외에 나가 있으면 모든 사람이 다 애국자가 된다고 하더니.. 나도 그럴까? 나도 한국이 많이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결혼은 했어"

"아직 결혼 못 했어요"

"이렇게 이쁜 여자를 남자들이 가만히 놔뒀다고... 믿을 수가 없는데... 남자 친구는?"

"없어요"

"그때 본 그 남자애는 누구지"

"그냥 아는 동생..이지 뭐"

"그렇구나.. 그럼 나에게도 기회는 있는거네"

 

 

이런 말 장난 반갑지 않다.  오빠는 지금 나와 무슨 게임을 하자는 걸까?  많이 능구렁이가 된 것 같다. 사람이 한결 같을 수는 없는갑다. 나도  그렇겠지...

 

"왜 한번도 묻지 않았어"

"뭘요"

"우리가 헤어지게 된 이유 말이야. 왜 한번도 거기에 대해 말하지 않지. 난 너에게 말하고 싶은게 많은데 넌 피하기만 했어.. 왜 그랬어"

"이제와서 그게 왜 중요해요. 이젠 다 과거일뿐이데.. 오빠도 나도.. 이젠 다 과거가 되어 버렸어요"

"만약에 내가 아니라면... 난 과거가 아니라면... 지금은 현재 진행형이라면..."

 

그게 생뚱 맞은 일이란 말인가? 지금 내가 18살인 줄 아나.... 내가 그렇게 순진해 보였나.  사람갖고 장난치는 것도 정도가 있다. 날 뭘로 보고...

 

"그만해요. 내가 오빠를 만난 이유는... 한때 내가 정말 좋아했고,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어떻게 변했는지.. 그게 궁금했을뿐이에요. 오빠에 대한 감정 예전에 다 정리했어요. 그때... 다.. 정리 했어요. 오빠가 결혼했다고 해서도 저 아무렇지도 않아요. 사람 잘 못 봤어요'

"넌 안 변했어. 지금도 상대방의 입장과 감정은 한번도 생각해주지 않는 이기적인 사람이야. 그때 난 널 매일 찾아갔어. 오해한거야.. 그때일 충분히 해명하고 오해 풀 수도 있었어. 그런데 넌 날 만나주기도 우리에 대한 문제를 풀지도 않았어. 그저 도망만 다녔지. 그리고 니 멋대로 상상하고 결정내렸어. 그 동안 난 아니라고 그게 아니라고 외치고 있었어. 그 소리 한번이라도 들을 준비는 했니"

"왜 제가 그런 말을 들어야하죠. 오빠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내가 오해해서 나 때문에 유학 간거라는 말이에요. 그 여자는.. 그 여자는 뭔데... 그 여자와 내가 달라서 나와 사긴거라고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 할 수 있어. 그렇게 나에게 말 할 수 있냐고... 그 여자랑 유학 같이 간것 아니야.. 아니냐구"

"유림이랑 유학 같이 간것은 맞아. 그러나 같이 있지는 않았어. 정말이야... 수십번 너에게 말하고 싶었어. 처음에는 그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널..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해주고 싶었어. 그런데 다 소용없는 짓이야. 넌 결코 다른 사람의 소리는 듣지 않으려고 하잖아"

 

 

내가 그랬나.. 내가 그런 사람이었나..  한번도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듣지 않았나... 난 결코 이기적인 사람이 아닌데... 내가 피해자라고만 생각해왔다.

난 피해자고... 오빠는 나에게 가해자라고 그렇게 생각해왔다. 그리고 그게 진실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그게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미칠 것 같다.

왜 난 항상 이 모양일까? 

 

"다시 만날 수 있니"

"모르겠어."

"널 다시 만나고 싶어"

 

 

난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오빠가 날 다시 만나고 싶다고 했다. 왜 .... 왜.... 날 왜....

너무나 혼란스럽다. 머리 속이 복잡해서 터질 것 같다. 동욱 오빠가 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여자와 같이 있지 않았다. 어쩜 좋아...

 

"대답은 천천히해도 괜찮아. 시간은 많아"

 

오빠는 시간이 많겠지만.. 난 시간이 없어. 난 곧 한국에 없을거니까?  남자냐... 일이냐... 아니지.. 결혼이냐.. 결혼. 오빠와 내가... 오빠와 헤어지지 않았다면 지금쯤 난 한 남자의 아내가 아니 오빠의 아내가 되어있겠지. 그리고 아들, 딸도 있고... 아줌마가 되어 있어겠지

 

"그만 가자. 집까지 데러다줄게"

"고마워"

 

집으로 오는 길이 이렇게 긴줄이야... 그 녀석하고 있을때는 솔직히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 만큼 재미있었다. 그런데..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미쳤어... 미쳤어.. 지금 그 녀석과 동욱 오빠를 비교하고 있는거야. 내가 이젠 제 정신이야. 생각하지 말자.

 

"무슨 생각을 그렇게해"

"아니야. .아무것도.."

"다 왔어"

"잘가 오빠"

"그래 너도 잘들어가고  좋은 꿈 꿔"

"응"

"내 꿈"

 

그런 말도 다 하다니.. 닭살이야.. 그러면서 여자들은 기분좋아한다. 나도 여자이므로 그렇게 나쁘지 않다.

 

"아줌마"

 

어디서 들러오는 아줌마소리.. 그것도 술 취한듯한 아줌마 소리. 그 녀석이다

 

"너 거기서 뭐해"

"아줌마 기다리고 있다 왜"

 

 

이게 미쳤나... 술 기운을 빌려서 지금 나한테 덤비는 저 어린 자식.. 너... 너.. 한대 때리고 싶지만.. 술취한 놈한테 내가 무슨 짓을 한들 저 자식이 알까? 나의 수난시대다

 

"술취한 것 같으니까 그만 집에 가라. 택시 잡아 줄게"

"나 안취했어"

"술 취한 놈이 나 안취했어 말하면 누가 믿어주나. 그만 가 지금 무지 피곤해"

"그 놈이랑 있으니까 좋아 좋았어"

"그 놈이라니.. 너보다 10년은 더 많아.. 말 조심해"

"싫어.. 싫다면 어떻게 할건데... 아줌마.. 아줌마..."

 

비틀거리면 다가오는 저 녀석.. 정말 정말 지랄같다.

 

"집에 가자"

"아줌마... 그 놈이 어디가 좋아.. 나보다 나이도 많고, 나보다 얼굴도 못 생겼는데.. 나보다 성격도 안 좋은데.. 나보다 모든 것이 다 미달인데.. 어디가 좋아"

"너보다 나이가 많아서 좋고, 회사적으로 성공해서 좋고, 너보다 성격이 좋아서 좋고, 나와 어울리니까 좋아 됐지"

"아니.. 아니.. 이건 아니야.. 아줌마"

 

땅바닥에 대자로 누워버리고 저 놈... 대책이 없다. 저 놈을 그냥... 한대만 패고 싶다. 그래서 대자로 누운 그 놈의 옆구리를 내가 발로... 약하게 찼다.

어쩔 수 없이 내가 그 어린 놈을 내 집으로 끌고 올라왔다. 아니 경비아저씨의 힘을 조금 빌렸다.

 

"감사합니다. 아저씨"

"조카가 너무 술을 많이 마셨나봐. 요즘 애들은 술에 대한 예의가 없어"

"그렇죠 뭐"

 

그래 모든 사람들은 저 놈과 나를 조카와 이모 사이.. 아님 동생과 누나 사이로 본다. 그리고 저놈은 요즘 애들이고.. 난 요즘 어른이다

에고... 이 년의 팔자는 왜이리 꼬이냐.. 20살 말년에... 이 어린 녀석하고.. 결혼문제로 고민하다니.. 이런 여자가 또 있을까? 나도 참.. 지랄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