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나잇 스탠드[11]

크레이지쑥e2005.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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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잇 스탠드.[제11화]



“권선생,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그런 겁니까?

추후 일어나는 일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이사장님께서

이일을 아시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그 아이가

가만히 있겠어요? 이 늙은일 죽일 작정입니까?”


쉴 새 없이 몰아 부치는 교장선생님의 말에도 승하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의 머리 속은 오로지 준희의 행동에 의문을 품고 있었다. 수업시간에 영어로 나누었던 대화도 그랬고, ‘우리’라는 단어에 자신과 승하를 하나로 묵은 것도 그랬고,

오늘 자신을 먼저 유혹하고 난처한 상황을 만들어 버린 행동은 더욱 그랬다.

완전한 농락 이었다.

문득,

준희의 의심스런 행동에 승하의 머리를 스치는 한 여자가 있었으나,

승하는 복잡하고, 혼란한 마음에 고개를 저어 버렸다.


“권선생! 내 말을 듣고 있는 겁니까?

뭐라고 말 좀 해보세요.”


답답 한 듯 자신의 가슴을 쳐가며, 좀 더 큰소리로 교장선생님이 말하자, 그제 서야

승하는 자신이 꽤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는 현실을 직시했다.


“교장 선생님, 우선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변명은 핑계일 뿐이죠. 어떠한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준희는 그 일에 대해 들고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그건 제가 보장하죠. 교장 선생님만 눈 감아 주신다면

아무 문제 없습니다.교장 선생님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이고 또, 저와 준희 사이에도 아무 일도 없던 겁니다.”


“그럼, 그 아이 입은 권선생이 직접 막겠다는 말이요?”


승하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한시름 놓았는지, 아니면 한번 믿어 보겠다는 마음인지

교장 선생님이 알았다는 말과 함께 그만 나가보라는 손짓을 승하에게 해 보인다. 넥타이를 반쯤 풀어 헤치고, 깊은 한숨과 함께 와이셔츠 윗 단추 하나도 풀어냈다.

단정한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하기엔 답답함이 너무도 깊게 밀려왔기 때문이다.

어느덧, 수업 종을 알려오는 소리에 서둘러 자신의 교실로 들어갔다.

떠들썩했던 교실은 승하의 등장에 조용해지고, 금 새 승하의 굳은 표정에 숙연해졌다.


“어디 갔어? 이 준희랑 태후 어디 갔어?”


“.......”


“찾아와!”


교실에 들어온 직후 제일 먼저 준희의 자리에 시선을 두었으나, 이빠진 참 빛 마냥 텅

비어버린 작은 공간이 승하를 화나게 했다.

큰 소리로 명령을 하는 승하의 모습에 누구 하나도 토를 달거나 대답을 하지 못했다.

반 아이들은 그저 서로 눈치만 보며 동정을 살폈고, 승하는 창밖의 먼 곳만 응시 한 채

뒤돌아서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고요속의 적막함을 깨고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드르르륵. 승하와 반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문으로 향했다.

“태후, 이리 나와.”


준희와 같이 들어 올거란 승하의 생각과는 반대로, 혼자 덤덤히 들어선 태후를 보자,

뭔지 모를 감지 할 수 없는 기분이 승하의 애간장을 태웠다.


“내가 납득 할 수 있게 설명해.”


교실로 들어선 태후는 승하의 말대로 앞으로 나가 그의 앞에 마주했다.


“건방진 애 주의 좀 주고 오느라 늦었습니다.”


“주먹질 하지 말랬지?”


“아뇨, 주먹은 쓰지도 않았습니다.

아주 쉽고, 좋은 방법을 하나 찾았거든요. 쿡.”


“이 준희는 어딨어? 왜 안 들어오는 거야?”


“부끄러울 겁니다.

누군가의 얼굴을 마주하기가 아. 마. 도.”


태후가 말한 건방진 애가 준희일거란 생각은 추호도 하지 못했고, 애매모호한 태후의 끝말에 승하의 머리는 더욱 복잡해졌다. 태후와 준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말이

오갔는지 알 수 없는 승하는 그 원인이 자신이라고 단정 지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                    *                     *                    *                     

결국, 종례시간 까지 준희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승하는 준희의 연락처와 주소를 손에 쥐고, 자신의 차를 거칠게 학교에서 이탈 시키는

그 순간, 그의 시야에 우측 도로변에서 신호 대기 중인 준희를 보았다.

차에 태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준희의 뒤를 밟기로 했다.

전철역으로 들어가는 준희로 인해 승하는 몰고 가던 차를 도로주변에 아무렇게나 세워

두고 계속해서 준희 뒤를 따랐다. 준희는 보관함으로 가서 종이가방을 꺼내 화장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화장실에서 나온 준희는 교복을 입었을 때와 또 다른 모습이었고,

그 모습에 승하의 가슴에 잔잔한 파문이 일었다.

두근, 두근.

아름다운 준희의 모습에 매료 되어서 인지 아니면, 준희 몰래 뒤를 밟는 행동이 탄로

날가 두려워서 인지 승하는 알 길이 없었다.

자신의 손목에 채워진 시계를 한번 들여다보는 준희의 모습이,

기다란 준희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려 옆모습을 감싸고도는 그 모습이, 천진한 고갯짓으로 헝클어진 머리를 정돈하는 그 모습이 그 안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다 휩쓸었다.

남. 녀. 노. 소 할 것 없이 누구든 한번쯤은 준희 에게 시선을 묻고, 그녀의 아름다움에 찬사의 눈길을 보내온다.

그리고 승하 역시 준희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고, 지금 준희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익숙함으로 다가왔다.

어디서, 한번쯤 본 것 같은 알 수 없는 기억이 가물가물 떠올랐지만 생각해 내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한참을 넋 나간 듯 준희를 훔쳐보던 승하는 어느 새 목적지에서 내리는 준희의 뒤를

열심히 따랐고, 준희가 들어선 건물 앞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그곳은 승하가 소유한 강남의 호텔 이었다.

준희가 커피숍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 나서, 승하는 지배인에게 일러둔 뒤 자신의

사무실을 찾았다. 잠시 쉬기 위해 쇼파에 누운 승하를 방해한건 그의 핸드폰 이었다.

<윤혜원>

젠장, 핸드폰을 보자 저절로 구겨진 미간의 주름은 승하의 마음을 짐작하기 쉽게

만들었다.


“나야.”


[오빠, 오늘 저녁 집에서 함께 먹기로 했잖아요.

지금쯤 도착할 시간 인데, 많이 늦어서요.]


“늦을 거야, 먼저 먹어.”


수화기 너머에서 혜원의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승하는 간단명료한 대답과 함께 그녀의

목소리도, 핸드폰도 닫아 버렸다.

그리고, 그때. 준희가 호텔 나이트로 향했다는 지배인의 정보가 들어왔고, 승하는 서둘러 나이트로 내려갔다. 룸으로 들어간 모양이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준희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기위해 그 곳으로 향하는 그의 시선을 바로 바로잡은 건 어느 새 무대위에서 요염한 자태로 춤을

추고 있는 준희였다. 그녀의 몸놀림은 현란했다.

뭇 남성들의 심장을 뺏기에 충분 했고, 그녀의 눈빛이나, 손짓, 몸짓 하나 에서도 그곳의 남자들은 커다란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열광했다. 미친듯이, 쉽게, 강렬하게, 무섭게 빠져 들었다.

두근,두근.

전철역에서 느꼈던 떨림이, 알 수 없었던 그 두근거림이, 다시 승하의 가슴속에서

치밀어 올랐다. 커다란 음악의 진동에 의한 떨림이라고, 심미적 욕구에 의한 이끌림

이라고 치부하기엔 더없이 부족 했고, 그는 이미 이 준희 라는 한 여자에게

현혹되었음을 알지 못 한 채 그저 씁쓸한 웃음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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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