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나잇 스탠드[12]

크레이지쑥e2005.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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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잇 스탠드.[제12화]


열정적인 준희의 몸놀림에 더 이상 그 모습을 보고 있기가 힘들었다.

뿌리 채 흔들리는 자신이 싫었고, 심장을 송두리째 내 준 것만 같아 더 싫었다.

그리고 준희의 모습에 흐느적거리며 자신의 머리 속을 멤 도는 알 수 없는 기억 하나는 더더욱 싫었다. 승하는 넋 나간 자신을 바로 잡고 밖으로 나왔다.

혼란한 마음을 접고 승하가 들어선 곳은 그의 본가(本家)였다.

그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제일 먼저 그를 반긴 건 혜원 이었다.


“오빠, 왜 이렇게 늦었어요?

얼마나 기다렸는데.”


어느새 현관 앞으로 다가와 그의 팔에 팔짱을 끼고, 환한 웃음으로 그를 올려다본다.

매일 같이 한결 같은 혜원의 마음이 승하는 늘 부담이었다.

거실에서 바둑을 두고 계시던 승하의 부친은 그를 본체만체 하고는 계속해서

바둑을 두는 일에 집중을 했고, 그의 모친만이 승하의 존재를 인지했을 따름이다.


“혜원 이가 아침부터 와서 기다렸다.

오늘, 늦는다는 말 없었잖니?무슨 일이라도 있던 거니?”


“어머니, 이런 건 제가 할게요. 오빠 것이잖아요.”


승하모친이 받아드는 승하의 물건을 혜원이 대신해 거머쥐고, 그의 모친을 향해

밝게 웃어 보인다. 승하 또한 작은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저 왔습니다. 아버지.”


“너 온 거 알고 있다. 실력 좀 키우고 온 게냐?”


“아뇨, 더 이상 향상 되지 않던데요.”


“이런, 싱거운 놈. 자 한판 두자구나.”


쇼파에 앉자마자, 승하 부친은 그에게 바둑을 권했고, 늘 지기만 했던 승하는 오늘도 역시 내키지가 않았다. 하지만, 싫은 내색 한번 하지 않고 한 수 한 수 둬 내려갔다.

아버지와 바둑을 두려 했던 건 바둑 자체가 두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상념.......잠시 상념에 빠질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똑....... 똑....... 지루 하리 만치 이따금씩 들리는 바둑돌의 소리와 함께 잠시나마

깊은 상념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싶었던 차에 권유된 바둑이어서 응했던 승하였다.


“뭐 하는 게냐. 바둑 두는 사람 화장실에 간 게야?

대마가 잡히게 생겼어. 허허.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는 게냐.

학교에서 문제라도 생긴 게야?“


떼구르르르.

놀란 승하의 손에서 떨어저 나간 바둑알 하나가 거실의 대리석 바닥을 하염없이 뒹굴다가 멈추었다.


“정신을 어디다 놓은 게야? 너 정말 무슨 일 있는 게냐?”


“아, 아닙니다. 별일이야 있겠어요.”


승하는 이내 반색하며 미소 지은 얼굴로 바둑알을 다시 집었고, 전병과 차를 준비한

혜원이 거실로 왔다. 혜원의 다과가 테이블 위에 놓여지고 나서야 바둑판은 치워졌고

승하는 안도의 한숨을 지을 수가 있었다.


“아버님, 잎 녹차에요. 피로가 많이 가실 거에요.

오빠꺼는 홍차로 준비했어요.”


“오냐, 고맙구나. 허허허.”


“Thank you.”


혜원과 함께 승하의 가족들이 정찬을 하려 했지만 승하의 늦은 등장으로 인해 무산

되었고, 간단한 다과로 그들의 모임이 조촐하게 갖추어졌다.

피곤한 기색을 감추고 있던 승하는 집에서 나와 차에 올라 탈 때 까지 아무 말이 없었다.


“저, 오늘 집에 안 갈래요.

오빠랑 함께 있을게요.”


“집으로 가. 너 이러는 거 보기 안 좋아.”


“그래도......”


느닷없이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혜원의 말에 승하가 차갑게 내 뱉었고,그런 승하의

반응에 혜원은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승하는 망설임 없이 혜원의 집 앞으로 운전대를 돌렸다.

*                    *                    *                    *                   


자신의 오피스텔로 돌아온 승하는 냉장고에서 차가운 맥주 하나를 꺼내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뭔가 모자란 듯한 해갈되지 않는 갈증이 맥주의 거품마냥 마구 위로 솟아올랐다.

순식간에 맥주 한 캔을 다 비운 그는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마쳤다.

혼자 지내게 된 후로 줄곧 그래왔듯, 샤워타올 하나만을 허리 밑으로 살짝 걸친 채

캔 맥주 하나를 더 꺼내어 그것을 마시려 했다.

‘딩동.’

초인종 소리에 시계를 들여다봤다.

12시 10분전.

올 사람도 없거니와 찾는 사람이 있다 한들 쉽게 찾아와서도 안 되는 시각이었다.

의아함에 문을 열었지만 그의 눈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계속 이렇게 세워 둘 건가?

보기 싫어도 손님이잖아.”


어디선가 들여오는 여자 목소리에, 승하의 몸이 경직 되었다. 그리고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을 땐 벽에 팔, 다리를 꼬고 서있는 준희를 보았다.

냉정하게 돌려보낼 재간이 없었고, 차갑게 내 뱉은 그 말이 유독 승하의 귀에 달콤하게

들려왔다. 승하는 아무 말 없이 힘차게 준희의 손목을 잡아끌어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사람 뒤 밟는 취미 있어?”


“...........”


“앞으로 나만큼만 해.”


“너, 언제부터 따라 온 거야?”


“훗.”


방금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물기서린 그의 모습에, 준희는 그를 만지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올랐다. n그의 작은 손놀림 하나에도 가슴 근육이 불쑥거리고, 허리 밑으로 걸쳐진 샤워 타올이 벗겨질 것만 같아 아슬아슬 했다.


“선생님!”


“지금 선생님을 외치고 싶어 이렇게 온 거야?

차라리 이런 상황에선 선생님이라고 하지마.

그냥 승하라고 불러도 좋아.”


자신이 내 뱉고도 믿기지 않는 말 이었다. 무엇이 그렇게 그를 종용 했는지 알 수 없지만,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그 말은 이미 엎질러진 물 이었다.

준희는 마치 박물관의 전시품을 바라보는 양 승하의 주변을 빙빙 맴돌고 있었다.

차가운 시선이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준희의 눈길은 뜨겁다못해 활활 타올랐다.


“당신을 만지게 해주세요.”


준희가 샤워타올 한 장만 걸치고 있는 승하에게 가까이 다가온다. 또다시 준희의 유혹이 시작된다.

이건 시험이다. 그리고 모험이다. 끝을 알 수 없는 미로 속을 헤매는 느낌과도 같았다.

결코 뿌리칠 수 없는 너무도 사악하고 교활한, 독약처럼 쓰지만 뱉어낼 수 없는, 하지만 너무도 감미로운. 그의 가슴을 녹이는 차갑고 가슴시린 유혹 이었다.

준희가 움직일 때 마다 그녀의 체취가 승하의 주변을 맴돌고, 곁에 머물러 그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었다.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


“이 준희. 당신의 여자.”


장난기 어린 표정이었지만 손끝만은 거침없는 준희. 그녀의 손길이 승하의 가슴에 와

닿고, 어느새 승하의 허리를 끌어 안았다.

안아주고 싶다. 승하의 몸과 뇌는 이미 그녀를 안고 싶다는 욕망에 얽매어 있었다.

그녀의 머리 속에 자신의 얼굴을 묻고 준희를 느끼고 싶었다.


“도대체 나한테 뭘 바라는 거니?

너 이러는 이유가 뭐야?”


“당신 느낌대로 날 안아줘.

감정을 숨기지 말고 솔직히 표현해.

이미 당신도 날 원하고 있잖아.”


자극적이다. 냉소적인 그녀의 말투. 감출 수 없는 그의 욕망.


"날 봐. 당신 앞에 있는 날 보라고.”


그녀를 피하는 승하의 시선을 바로잡으며 준희가 가까이 다가와 귓속말로 속삭인다.


“당신하고 나 만난 적 있냐고 물었었지?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아. 후훗.”


장난기 가득한 준희의 짧은 미소가 비웃음처럼 느껴졌지만, 그는 등한시 했다.

승하의 턱을 잡고 그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며 또다시 속삭이는 준희의 말이 그의 숨통을 조여 왔다.

피할 수 없는 유혹.

거부할 수 없는 유혹.

하지만, 금기시된 유혹.

그리고 아쉬움.

준희가 고개를 갸우뚱 하는가 싶더니, 승하의 목을 두르고 살며시 입술을 포개온다.

한 손을 들어 올려 그의 얼굴을 감싸고 좀 더 깊은 키스를 해온다.

두 손 놓고 멍해있던 승하는 스스로 이성의 끊을 놓아 버렸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준희를 더 이상 버려두지 않고, 그녀의 입을 열고 마음껏 그녀를 유린했다.


“이 준희.”


승하는 떨리는 목소리로 준희를 부르며 바싹 끌어 당겨서 열성적인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다, 준희의 손가락이 승하의 머리 속을 힘차게 휘어 감았다.

숨결이 뒤엉키고, 거치른 호흡이 빠르게 펌프질 한다.

승하는 서서히, 자리를 침대 쪽으로 옮겨가며 준희의 옷가지를 하나씩 벗겨냈다.


‘난, 오늘 너의 선생이 아니야.’


주문을 걸듯 승하의 머리에서 그렇게 외친다.

그리고 아슬 하게 승하의 허리춤에 감겨있던 샤워 타올이 풀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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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리는 크레이지쑥e라고 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조회수와 댓글에 힘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정말 많이 미흡한 제 글에 관심과 재미를 느껴주셔서 진심으로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지금 2편 올리고 12시가 넘었으니 오늘이네요 이따 오후에 2편 더 올리겠습니다. 부디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댓글달아 주시는 모든님들 다시한번 깊은감사드립니다.^^

부족하지만 늘 노력하기 위해 애쓰겠습니다. 좋은 밤 편안한 밤 되세요. 이따 오후에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