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찬바람2005.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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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만에 늦은 시간의 여유다.
내일 낮의 일이 다행히 없는 관계로( 그 탓은 아니지만..)
밤의 일을 마치고 들어오는 길, 맥주를 한 병 사가지고 들어 왔다.
비도 오고 기분도 그렇고 해서……. 노래가사가 오늘은 딱 맞아 떨어진다.
내 신세와…….

아침부터 기분이 안 좋았다. 응암동의 모 병원 리모델링 현장
무척이나 막히는 길을 무척이나 무거운 눈꺼풀로 무척이나
이 악물고 갔건만 병원 주차장 관리인이 차를 주차 못하게 한다.
이 병원 원장님 부탁으로 작업을 하러 왔습니다.
50줄 돼 보이는 아저씨가 …….
한참을 씨름 한 후에 차를 주차했다.
예전에 완장이라는 TV 베스트셀러 극장을 본적이 있다. 완장…….
꼭 그 짝이다…….완장을 찼다고……. 왜 그 완장을 채워 주면 힘이 막강 해지는 걸까…….
아침부터 기분이 끓어 넘치기 일보 전…….

그래도 참고 일을 끝냈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 음료수 한 병을 사들고
그 완장 찬 아저씨께 드렸다. 아침엔 죄송했습니다. 아냐 뭘…….
나름대로 미안 하셨던지 음료수를 내밀자 선뜻 받지 못하신다.
고개를 숙이며 음료수 병을 드민다.

저녁도 못 먹은 체 집에 도착 하자마자 부리나케 씻고 두 번째 일을 하러
나서는 길…….비가 온다. 일기예보에 제법 많은 비에 바람도 분다더니…….
와우~! 딱 맞아 떨어진다. 음…….우리나라 많이 컸군…….

비가 오면 기타에 악보 가방에 우산들 손이 모자라 정말 일하러 가기 싫다.
누구나 마찬 가지이겠지만……. 그러고 보니 학교 다닐 때도 그런 거 같다.
괜히 만화방이나 가고 싶고 술이나 마시고 싶고 빗소리 들으며…….

비가 온 탓에 평소 보다 막히는 길을 나름대로 룰루 랄라 하며 간신히 5분전에
도착 했다. 휴…….지각은 아니다.
그랬건만……. 누가 내 시간에 노래를 하고 있다.
여자가수…….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지배인과 사모가 카운터 앞에 서서 내 인사를 받는다.
일단 커피를 한잔 따라 들고 바에 앉았다. 10분이 지났다.
기분이 안 좋다. 슬슬 식었던 아침의 찌게 뚜껑이 들썩인다.
차분하게 일어나 차분하게 지배인에게 말을 했다. 오디션 입니까?
그렇단다. 그럼 지금 나보러 그만 두란 얘기 입니까?
아니 그런 게 아니고…….당황해 하며 시계를 보더니 무대로 간다.
모라고 노래하는 가수에게 말을 한다.
이걸 참아야 하나 아니면 막말로 뒤 집어 엎어야 하나…….
커피를 일단은 다 마셨다.
기본…….기본을 모른다…….
오디션이면 비는 시간에 보면 되는 거고 …….그 정도로 급한 거였으면 오는 중인
내게 이러이러 하니 조금 천천히 오라고 전화를 해주던가…….
일단은 아무 말 없이 세팅을 하고 노래를 했다.
노래하는 내내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노래를 입으로 했는지 코로 했는지
모르게 하고 내려 왔다. 악기를 정리하며 생각을 했다.
워낙 많은 가수들에게 소문이 안 좋게 난 업소인 줄 알지만 그래도 정을 부쳐보려
인사해도 인사도 제대로 안받는 사장 사모에게 노력 하고
내가 겪어보지 않았으니 일단은 이말 저말 귀에 담지 않기로 했건만…….

무대를 내려오니 지배인이 미안 했는지 서너 살 어린 내게 머리를 숙여
수고 하셨습니다. 한다. 그 정도 연륜 이면 알만도 할 텐데…….
설사 사모가 몰라서 그랬다면 지배인이 알려줘야 하는 건데…….
기분이 참 더럽다. 고급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노래 할 때도.
심지어 허름한 주점 구석에서 노래 할 때도 이런 일은 없었는데…….
기본이 안 돼있다……. 기본이…….
차를 몰고 집으로 오는 길 내가 나를 죽인다.
기본이 안 돼 있는 사람들 때문에 내가 나를 또 죽인다.
내가 노래를 못해서 그런 가보다. 내가 잘나지 못해서 그런가 보다........ 

오랜 만의 술.

싸하게 식도를 지나 위로 전달 된다. 내일 다행히 첫 번째 일이 없다.
한잔 마시고 늦잠을 자는 여유를 부려도 된다.
그래서인가 보다…….
한여름 장마 같은 비가……. 결국 끓어 넘친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