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만 해도 초여름 같은 뜨거운 날씨가 계속되었으나 오늘은 구름이 짙게 드리우면서 선선한 바람까지 불어와 한결 시원함을 느끼게 하는 날씨로 변해있습니다. 보성 녹차 밭을 향하는 도로에는 오늘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지 차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토요 휴무제가 실시되면서 이제는 토요일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보성을 찾아오고 계십니다. 그러나 아직은 녹차 밭으로 가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자칫 길이 막힐 우려가 있어 한편으로는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이곳 보성까지 오셨으니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고 돌아가십시오!”하는 마음으로 저는 녹차 밭 입구를 지나 회천면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빨간 오토바이에 행복이 가득 담긴 우편물을 싣고 천천히 우체국 문을 출발합니다. 시골마을로 향하는 도로 위쪽 감자밭에는 이제 수확할 때가 얼마 남지 않아서 인지 하얀 감자 꽃들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저의 어린시절에는 하지(夏至) 감자라고 하여 초여름이 되어서야 감자를 수확하였는데 이제 농업의 발달로 빠른 곳은 벌써 감자를 수확하고 있으니 “세상은 참 많이 변했구나!”
하는 것을 느끼며 도착 한곳은 전남 보성 회천면 율포리 장목마을입니다. 장목마을의 세 번째 아담한 양옥집 할머니 댁에 라면박스보다 조금 더 큰 반투명 플라스틱 상자하나를 오토바이에 싣고 할머니 댁 마당으로 들어가 “할머니! 저 왔어요! 어디계세요?”하고 할머니를 부르자 할머니께서는 얼른 현관문을 열고 활짝 웃는 얼굴로 “우메! 아저씨가 오늘은 일찍 오셨네!”하시며 저를 반기십니다. “할머니! 따님에게서 선물이 왔나 봐요!” 하면서 오토바이 적재함에서 플라스틱 상자를 꺼내려고 하였으나 상자의 무게 때문에
얼른 꺼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할머니! 따님이 무엇을 보낸다고 하던가요?” “그거? 내가 몸이 안 좋아 집에서 쉬고 있다고 집에 혼자 있으문 심심하다고 나 먹으라고 무슨 과일을 사서 보낸다고 그러데!” “그래요! 그래서 이렇게 상자가 무겁군요!”하며 상자를 번쩍 들어 할머니 댁 현관 문 앞으로 가져가는데 할머니께서 “이리 줘! 내가 받어야제!”하시며 두 팔을 내미십니다. “할머니! 이 상자가 너무 무거워 할머니는 못 들어요! 얼른 현관문이나 열어놓으세요!” 하였더니 “아니 뭣이 들었간디 그라고 무거워?”
하시며 얼른 현관문을 열어놓으십니다. “상자 내용물이 참외라고 적혀있네요!” “오~오! 그래~에! 우리 막내딸이 이라고 나를 생각한단께! 그란디 아저씨는 딸이 몇이나 있어?” “딸이요? 저는 딸은 없고 아들만 둘이에요! 할머니!” “우메! 그래~에! 그라문 안된디 딸이 부모를 생각한디 딸이 없어서 안 되것구만!” 하시며 찬찬히 저의 얼굴을 들어다보시더니 “아저씨는 아직 젊었은께 딸 하나 낳아서 키우제 그래!” “아이고 할머니도 제 나이가 벌써 오십이 넘었는데 이제 딸을 낳아서 언제 키우겠어요?”
“하긴 그러기는 그러네! 그나저나 우리 딸이 덩치는 작은디 뭣 하는 것은 영 야물어!” 하시며 따님이 보내온 플라스틱 상자의 테이프를 뜯어내기 시작합니다. “할머니! 그래서 작은 고추가 더 맵다고 그러잖아요!” “금메 그래서 그런지 어쩐지는 몰라도 이라고 상자를 야물게 싸서 보냈으까? 그나저나 아저씨! 이리 들어와 우리 딸이 참외를 보낸다고 했은께 한개 깎아 잡수고 가~아! 어서 이리 들어 오란께!” “할머니! 저 바빠서 그만 가 볼게요! 참외는 잘 두셨다가 할머니 심심하시면 한 개씩 깎아 잡수세요!”
“와따~아! 내가 우체부 아저씨 참외 한개 깎아 줬다고 무슨 큰일 나간디! 어서 들어오란께!” “그런데 할머니는 어디가 편찮으세요?” “내가 심장이 안 좋아갖고 무슨 일만 조금 할라고 그라문 가슴이 벌렁벌렁 뛰어 싼단께! 지금은 많이 좋아졌는디 의사 선생님이 일은 하지 말고 가만이 있으문 된다고 그래서 요새 바쁜디 일도 못하고 이라고 집에서 놀고 있단께!”하시며 플라스틱 상자를 열어보니 노랗게 잘 익은 참외가 진한 향기를 풍기며 새 주인을 보며 빙긋이 웃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할머니! 저 바빠서 그만 가 볼게요!
안녕히 계세요!”하며 막 돌아서려는 순간 “아저씨! 그라문 여기 바나나 있응께 바나나 한 개만 자시고 가!”하시며 어느새 바나나 한 개를 집어 들어 껍질을 벗기더니 저의 손에 쥐어주십니다. “할머니!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세요!”하고 마당으로 나와 바나나를 입에 물고 오물오물 먹고 있는데 할머니께서“아저씨! 가만있어봐!” 하시더니 어느새 참외 한 개를 가지고 나와 저의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 넣으시며 “그래도 귀한 참외가 왔는디 아저씨도 한 개 맛을 봐야제~에! 그란디 아저씨는 딸이 없어서 이런
재미도 못 볼 것 인디 어짜까?”하시며 빙그레 웃으십니다. “딸이 없으니 앞으로 저의 집에 들어올 며느리를 딸처럼 여기면 되겠지요! 안 그래요? 할머니!” “아이고! 그래도 딸이 최고여! 알았어?”하십니다. 아직 시골마을에서는 귀한 참외 한 개를 저에게 꼭 주고 싶어 하시는 할머니의 정성에 고마움을 느끼며 다음 마을로 향하는 저의 마음속에 무언가 저도 모를 서운함 같은 것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아! 딸이 있으면 좋기는 정말 좋겠는데 이 나이에 딸을 낳아서 키울 수도 없고 정말 갈등이 생기는 구나!”
"딸이 최고여!"
“딸이 최고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