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 나쁜 녀석! ★8★ 아슬아슬 하룻밤

샤랄라2005.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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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으로 들어간 나는 평소와는 다르게 방 문을 잠그고 옷을 갈아 입었다. 집 안에 나 아닌 사람, 그것도 남자가 있다는 것이 묘하게 거북하고 약간은 흥분되기도 하는 것이었다.

나는 헐렁한 티셔츠에 파자마 바지를 입고 밖으로 나왔다. 이현은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욕실로 들어가 문을 잠궜다. 딸깍, 하는 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렸다. 이현은 코미디 프로를 보고 있는 지 웃음 소리가 간간히 들렸다.

 

상쾌한 물 냄새에 기분이 절로 좋아진 나는 콧 노래까지 흥얼거린며 샤워를 마쳤다. 뿌옇게 김이 서린 거울을 닦고 나니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 나는 대중 머리를 말리고 밖으로 나왔다. 방으로 들어가다 쇼파를 보니 녀석은 자는 것 같았다.

 

-자나? 

 

나는 중얼거리면서 쇼파 너머를 흘깃 내려다 보았다.

 

-안자요. 

 

녀석의 말에 나는 화들짝 놀랐다.

 

-나 담배 한 대만 펴도 되요?

 

이현의 당돌한 말에 나는 녀석의 머리에 주먹을 날렸다.

 

-야, 너 죽을래?

 

내 말에 이현은 손을 내 저으며 하하, 웃었다. 그때였다. 이현의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을 꺼내 든 그는 얼굴을 찌뿌리더니 전화를 받았다. 이현은 매우 불친절한 태도로 왜? 하고 말했고 저쪽에서 뭐라고 말하자 버럭 화를 내며 영어로 뭐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짧은 영어 실력으로 엿들어 보니 대충, 엄마와의 대화 같았는데, 나보고 어쩌라는 거냐, 나 찾지 마라, 그와 잘 살아라 하는  내용이었다. 뻔 하구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엄마가 재혼한다고 하니까 어린 마음에 집을 뛰쳐나왔구나.

 

-shit! I don't give damn!

 

이현은 전화기를 바닥에 던져버렸다.

 

-뭐가 그렇게 불만이야?

 

-Don't mind me.

 

이현은 나보고 가라는 듯 손을 저었다. 나는 은근히 화가 나 말했다.

 

-너 지금 내 집에서 시위하는 거니?

 

나는 내 집이라는 단어에 힘을 줘서 발음했다. 그러자 이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 거 아니에요. 엄마랑 싸운 것 뿐이에요.

 

-너 21살이라며?

 

-...

 

-그 정도 나이를 먹었으면 정신적으로 성숙해야 하는 거 아냐? 어디, 엄마한테 그딴식으로 말을 해?

 

-그런 거 아니에요..

 

이현은 침울해져서 말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나는 이현이 갑자기 풀이 죽자 신이 나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아니라니까요!

 

이현이 벌떡 일어났다. 순간 나는 움찔 했다. 그가 일어서자 갑자기 내가 너무 작아진 느낌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렇게 이야기 하지 마세요.. 나, 그렇게 멋대로 사는 놈 아니라구요.

 

우울하게 이야기 하는 이현의 푸른 눈동자가 더욱 짙어져 갔다. 나는 우울한 이현의 눈동자와 그를 힐난하던 석주의 모습이 겹쳐지는 것을 느꼈다.  묘하게 둘은 닮았다. 나는 갑자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그만하자.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은 집에 들어가는 걸로 해.

 

-미안해요.

 

미안하다는 말이 왠지 마음 아프게 들렸다. 뭔가 사연이 있는 데. 이현은 그 아픈 마음을 내게 이야기 하고 싶은 것 같은데. 나는 머뭇거리다 말을 이었다.

 

-술이나 한 잔 더할래?

 

이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냉장고로 가서 캔 맥주를 두 개 들고 나왔다. 그리고 말 없이 이현에게 건넸다. 나는 소파에 앉았고, 이현은 소파 아래 앉았다. 텔레비전에서는 별로 의미없는 웃음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재미없다. 음악이나 듣자.

 

내 말에 이현이 리모콘을 들어 엠티비로 채널을 바꿨다.

 

-무슨 일이 있었는 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오늘은 봐줄게.

 

-너무 착한 척 하지마요. 나 그런 거 싫어해요. 날 위하는 척 하지말라구요.

 

-내가 착한 척을 한다고?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내가 제일 경멸하는 사람이 위선자인데. 내가 그런 위선자로 이현에게 비춰지고 있다니. 내 웃음에 이현이 뒤를 돌아봤다.

 

-왜 웃어요?

 

-아니, 그냥. 술이나 먹어. 담배 있니?

 

-여기요.

 

이현이 담배를 내밀었다. 디스였다.

 

-너두 이것만 피네?

 

-독해서.. 그냥. 담배답잖아요.

 

말이 좀 웃긴 듯, 이현도 웃었다. 담배에 불을 붙인 나는 천장을 바라보며 연기를 내 뿜었다. 이현이 물었다.

 

-그 사람이랑 사귀는 거에요?

 

-누구? 최석주씨?

 

나의 되물음에 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현의 뒤통수를 한 대 쳤다. 그러자 녀석은 뒤통수를 만지며 뒤를 돌아봤다.

 

-남의 사생활에 뭔 관심이 그리 많아?

 

-치.. 그냥 물어본건데!

 

-그럼 나도 뭐 하나 물어봐도 되냐?

 

-뭔데요?

 

-너도 여자 친구 있다며?

 

이현은 일어나서 내 옆으로 와서 앉았다.

 

-누구요? 하람이요?

 

-내가 어찌 알아?

 

나는 맥주를 한모금 들이켰다. 맥주 맛이 좀 썼다.

 

-친구일 뿐이에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죠, 뭐.

 

벌써 맥주를 다 마신 이현은 캔을 구겨서 아래에 내려 놓고는 쇼파 팔걸이에 비스듬히 몸을 기댔다. 너무나 편하게 나를 대하는 이현과는 달리 나는 몸이 굳은 듯 뻣뻣하게 맥주만 마시고 있었다.

 

-나도 마찬가지야. 동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냐.

 

 

그 녀석, 나쁜 녀석! ★8★ 아슬아슬 하룻밤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구요~^^ 늘 행복하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