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땡아!뚱땡아!-7

하이수2005.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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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땡아!뚱땡아! - 7

 

 

 

 

 

 

 

 

눈썹맨은 펑펑 우는 나를 한동안 빤히 바라보더니 갑자기 손을 홰액 빼버렸다!

 

갑자기 허전해진 두 손의 빈 공간을 느낀 나는 얼떨결에 울음이 뚝 그쳤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나를 무시한채 다시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는 눈썹맨.

 

다른 놈들 같았으면 울음을 그치고,

 

..이런 싸가지없는 새끼~!!

 

라고 욕이라도 퍼부었겠지만, 눈썹맨에게는 화를 낼 수가 없었다.

 

그 모습이 나에게는 굉장히 안타깝게만 느껴질 뿐이었다.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눈썹맨의 예쁜 옆모습.

 

눈썹맨은 정말 옆모습이 예뻤다.

 

날카로운 눈매에 어울리지 않은 짙고 길다란 속눈썹 때문인지 몰라도 나에게는 외롭게 느껴졌다.

 

사실 아주 살짝, 정말 살짝 느낀 게 있었다.

 

눈썹맨도 한싸가지 하는 놈인 것 같다고 말이다.

 

뭐 말을 못하든, 듣지를 못하든 저 정도 매끈한 외모라면 싸가지없어도 모든 게 용서될 듯 했다.

 

물론 그래서 내가 용서를 해줬다는 것은 아니다.

 

조심스럽게 눈썹맨의 옆에 앉아 턱을 괴고 눈썹맨을 바라봤다.

 

 

 

 

 

 

“눈썹맨 너도 싸가지는 좀 없는 것 같다, 그치?

 

 뭐 그래도 넌 괜찮아.

 

 지금 내 말 듣지도 못하겠지만 아까 재수없다고 해서 정말 미안해.

 

 그런데...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아까는 정말 진심으로 눈썹맨 니가 재수없다고 느꼈어.”

 

 

 

 

 

 

혼잣말이라는 거 알지만 사실 이렇게 말하는 게 더 편했다.

 

그런데 갑자기 눈썹맨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혹시.. 혹시 들리는 거 아니야~!!

 

눈썹맨의 눈동자는 굉장히 맑았다.

 

갑자기 눈썹맨이 청각 장애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식은 땀이 쫘악 났다.

 

그럼 나 혼자 쌩쑈한거잖아~!

 

눈썹맨이 갑자기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무언가를 내밀었다.

 

 

 

 

 

 

“......?”

 

 

 

 

 

 

손수건이었다.

 

뜻밖의 물건에 당황스러워서 손수건만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눈썹맨이 손수건으로 내 눈물을 약간은 성의없는 듯 하게 쓰윽 한번 닦아주더니 내 손에 손수건을 쥐어주었다.

 

이 놈...이 놈 의외로 정말 괜찮은 놈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형적으로 외모 매끈한 것들은 싸가지가 없는 게 당연한건데,

 

 이 눈썹맨은 외모도 매끈~ 성격도 매끈한 놈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들자 나는 눈썹맨을 향해 씨익 웃어주었다.

 

내 웃음에 눈썹맨이 갑자기 인상을 파악 찌푸린다.

 

 

 

 

 

 

“왜 인상 써? 내가 웃으니까 싫어?”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눈썹맨은 여전히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분명히 내가 웃으니까 맘에 안든다는 게 분명했다!

 

 

 

 

 

 

“그래, 알았다! 알았어! 안 웃으면 될 거 아냐..진짜 치사하게.

 

 나도 내가 웃으면 안 이쁜 거 안다 이말이야...”

 

 

 

 

 

 

정말 못 듣는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답답한 일이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오히려 거짓말하지 않아도 되고, 가식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되고,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내 마음에서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말 그대로를 꾸미지 않고 말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뭐 여하튼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었다.

 

이화봉, 눈썹맨이 싫어해도 따악 한번만 더 웃자.

 

통성명할 때 미소는 지어야지..

 

 

 

 

 

 

“만나서 반가워. 난 21살이고 이름은 이화봉이야..”

 

 

 

 

 

 

눈썹맨이 날 멀뚱멀뚱 바라봤다.

 

..아, 맞다! 들을 수가 없지, 어쩌지..

 

어떻게 내 이름을 알릴까 하다 퍼뜩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굿 아이디어~

 

눈썹맨의 손을 덥썩 잡았다.

 

눈썹맨이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손을 빼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이래뵈도 나 이화봉 힘 하나는 죽음으로 셌다!

 

 

 

 

 

"짜샤~ 니 좋아서 잡는 거 아냐.. 이구~~ 오바하기는..“

 

 

 

 

 

 

내 힘이 더 센 것 같았다.

 

내 손에 이끌려 눈썹맨이 내 옆에 풀썩 쭈그리고 앉았으니까.

 

으헬헬~! 힘 센 것은 역시 좋다니까..

 

뾰족한 돌멩이를 찾아 땅바닥에 깊게 내 이름을 팠다.

 

-이화봉-

 

이라고 말이다.

 

눈썹맨은 물끄러미 계속 바라봤다.

 

땅바닥에 다시 깊게 글씨를 팠다.

 

-니 이름은 뭐야-

 

눈썹맨은 처음처럼 대답이 없었다.

 

땅바닥에 새겨진 글씨를 지우고 다시 글을 팠다.

 

- 이름이 없는 거야? 이름을 말하기 싫은 거야?-

 

역시나 대답이 없었다.

 

그래..어머니가 말씀하신 대로 깊은 상처가 있는 거야.

 

원래 상처가 깊은 애들은 자기 스스로를 알리기를 꺼려하잖아..

 

다시 글씨를 지우고 썼다.

 

-대답하기 싫으면 내가 이름 지어줄까?-

 

이번에도 씹힐 줄 알았는데 눈썹맨이 돌멩이를 하나 집더니 동그라미를 그렸다.

 

드디어 눈썹맨이 대답을 했다!

 

..좋아! 좋아! 눈썹맨이 대답을 했어! 아주 이쁜 이름을 지어주는 거야!~

 

열심히 머리를 굴렸지만 도저히 눈썹맨에게 어울리는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떤 이름이 좋을까. 눈썹맨 너한테 따악 어울리는 이름...뭘까? 뭘까? 음....”

 

 

 

 

 

 

내가 고민하는 것도 모르는지 눈썹맨은 땅바닥에 쓰여진 글씨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너 하는 것 보면....멍맨~~이라고 하고 싶거든, 계속 멍하니 하늘만 보니까.

 

 아니면 그냥 눈썹맨이라고 부르고 싶은데 사람 이름에 맨자를 붙힐 수도 없고.

 

 사실 니가 약간 싸가지가 없다고 느끼기는 했는데 그래도 난 니가 굉장히 순수하고 맑은 이미지로 느껴지거든.

 

 그러니까 니 이름은....하늘이, 구름, 나비, 이슬, 아~! 미치겠다!

 

 좋아! 내가 번호를 매겨줄테니까 니가 골라!”

 

 

 

 

 

 

땅바닥에 다시 글씨를 썼다.

 

-1.하늘이 2. 동화 3. 파도 4. 나비 5. 이슬 -

 

써놓고도 내가 이상했다.

 

정말 유치하고 말도 안되는 이름만 지어놓은 것 같았다.

 

눈썹맨 또한 말도 안되는 이름에 깊은 고민에 빠지는 듯 했다.

 

하긴..나 같아도 고르기 힘들겠다~! 아니, 고르기도 싫겠다~!

 

갑자기 생각난 이름 또 하나.

 

조심스레 바닥에 6.자를 썼다.

 

- 6. 가브리엘 -

 

이라고 말이다.

 

눈썹맨이 천천히 돌멩이로 6자를 가르켰다.

 

가브리엘? 가브리엘 좋아~!

 

 

 

 

 

“그래, 잘 선택한거야! 가브리엘은 천사들 중에서도 제일 높은 대빵 엔젤이라고~”

 

 

 

 

 

 

내가 봐도 정말 어울리는 것 같았다.

 

..가브리엘..가브리엘이라...

 

 

 

 

 

 

“그런데 이름이 너무 길다. 줄여서 가비라고 부를게.”

 

 

 

 

 

 

- 가브리엘은 너무 길다.  가비..라고 부를게.-

 

라고 적었다.

 

갑자기 가비가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봤다.

 

 

 

 

 

 

“왜 가비는 싫어? 너무 애기 같아?”

 

 

 

 

 

 

눈썹맨은 아니 가브리엘은..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하더니, 내 머리를 갑자기 쓰다듬었다.

 

..가브리엘도 웃으면 멋지구나..

 

가브리엘의 가지런한 이가 드러나면서 눈부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심장이 콩닥거리고 온 몸에서 열이 났다.

 

..왜 이러지!..

 

하루동안 잠을 안잤더니 진짜 몸 상태가 안좋나 보다!

 

이렇게 잘난 가브리엘이 듣지 못하고 말도 못한다는 게 마음이 아팠다.

 

사실....한편으로는 안심이 되는 나쁜 마음도 들었다.

 

왜냐면...만약 가브리엘이 말을 할 수 있고 들을 수도 있다면.. 마음 깊은 상처도 없었을 테고,

 

이런 곳에 오지도 않았을 테고 무엇보다도 나와 이렇게 만날 일도 없었을 테니까..

 

덩달아 나도 가브리엘을 바라보며 웃었다.

 

정말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우러나와 웃은 적은 처음이었다.

 

문득 시계를 바라보니 10시가 거의 다 되어 있었다.

 

...어! 베이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가비, 나 가봐야겠다!”

 

 

 

 

 

 

가비가 들을 리가 없었다.

 

나만 바라볼 뿐이었다.

 

잽싸게 땅바닥에 글씨를 썼다. 

 

- 가비, 나 이만 가봐야해. 내일 9시에 다시 여기서 볼 수 있을까? -

 

가비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가비가 대답을 하지 않자 나는 일어날 수 없었다.

 

이대로 더 이상 가비를 볼 수 없다면..

 

오늘 처음 봤지만 나처럼 깊은 상처를 마음에 품고 있는 외로운 천사였다.

 

외로운 천사가....계속 상처에 둘러쌓여 있기를 나는 바라지 않았다.

 

조그만 도움이라도 주고 싶었다.

 

끝까지 대답을 하지 않는 가비.

 

..가비는 내가 보기 싫나 보지..

 

힘없이 일어나는데 가비가 내 손목을 덥썩 잡았다.

 

 

 

 

 

 

“......?”

 

 

 

 

 

 

내가 돌아보자,  가비 자신도 놀랐는지 흠칫하며 내 손목을 놓았다.

 

 

 

 

 

 

“내일 보는 거야!”

 

 

 

 

 

 

 

가비는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내 말을 알아들었다고 분명히 믿는다. 

 

나는 활짝 웃으며 한울 보육원을 나왔다.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지는 몰랐다.

 

그냥....그냥 오늘의 하늘도 굉장히 푸르러보였고, 날아갈 것만 같이 기분이 좋았다.

 

가비의 피식 웃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았다.

 

집으로 가는 길, 사실 베이비가 일어나서 가버렸음 어쩌나..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슈퍼마켓에 들려 콩나물과 계란을 사서 집으로 갔다.

 

정말 얄미운 놈이기는 했지만 술을 그렇게 왕창 먹었으니 해장은 시켜야겠다는 나의 갸륵한 마음 때문이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깊은 어둠이 나를 둘러쌌다.

 

조심스레 방에 들어가 스탠드를 약하게 켰다.

 

아직까지도 곤히 잠들어 있는 베이비가 보였다.

 

베이비의 잠든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항상 집에 들어올때마다 혼자라는 느낌이었는데,

 

내가 돌아왔을 때 내 집에 누군가가 있다는 게 이렇게 든든할 줄은 몰랐다.

 

정말 귀여운 놈.. 자는 모습도 왜 저렇게 이쁘냐~..

 

봉지를 든 채, 쭈그리고 앉아 베이비의 자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갑자기 베이비가 눈을 번쩍 떴다!

 

..헉! 깜짝이야!..

 

순간 베이비와 눈이 마주친 나.

 

베이비는 놀라지도 웃지도, 울지도, 화내지도 않고 눈만 똥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어 일어났니, 베이비?”

 

 

 

 

 

 

어색스레 씨익 웃어주었다.

 

나와 눈을 빤히 마주하던 베이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누가 납치하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