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듣기에도 궁색한 변명이었다. 이현은 믿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 역시 웃긴다는 표정을 지었다.
-근데 엄마하고는 왜 싸웠니?
-그거.. 말하고 싶지 않은데요.
이현은 일어나 냉장고 쪽으로 걸어갔다. 냉장고 문을 연 이현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거 kgb아냐? 나 이거 마셔도 되요?
-마셔라. 나중에 채워넣고.
내 말에 이현은 기분 좋은 듯 말했다.
-나중에 또 집에 놀러와도 된다는 뜻이에요?
-웃기시네.
나는 말도 안된다는 듯 담배를 입에 물고는 엿 먹으라는 재스춰를 보였다. 그러자 이현이 마음이 아프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 옆에 앉았다.
-선생님, 정말 특이해.
-뭐가?
뜽금없는 말에 나는 이현을 돌아봤다. 순간, 눈이 마주쳤고 나는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왜 내 시선을 그렇게 피하는 지.
-뭐? 피하는 거 아니야.
내가 당황해서 말하자 이현이 내 말투를 따라했다.
-피하는 거 아니야.
-너.. 진짜. 쫒아낸다.
나는 단호한 말투로 말했지만, 이현은 혀를 쏙 내밀고는 쇼파에 몸을 기댔다. 나는 이현을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그는 느긋한 표정으로 kgb만 마시고 있었다. 나는 이현을 흘겨 보다가 일어서서 냉장고에서 똑 같은 kgb를 꺼냈다. 어쨌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술이었다. 이현은 내 술병에 자기 술병을 부딪히고는 생긋 웃어보였다. 그의 미소는 아무리 기분나쁜 사람도 웃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이 녀석, 매력있다. 나는 씩 웃어보였다.
-어, 웃었다! 웃었다!
이현이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신기하다는 듯 말했고 나는 잠자코 그저 술만 들이켰다. 창밖으로 뿌연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분명 쇼파에서 잠이 든 것 같은데, 일어나보니 침대였다. 이현은 없었다. 나는 후련했지만, 한편으로는 알싸하게 서운함이 밀려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더 많이 이야기 해 보고 싶었는데... 나는 시계를 보고 출근을 준비했다.
출근을 한 나는 교무회의 내내 핸드폰이 울려서 다른 강사들 눈치를 봐야 했다. 전화번호를 보니 모르는 전화였다. 뭐, 잘못 걸린 전화겠지 했다. 어차피 전화를 거는 사람은 아빠나 엄마였기 때문에 신경쓰지는 않았다.
금요일 하루가 너무 무료하게 지나갔다. 석주는 내내 내 옆에서 재미없는 농담도 건네고 커피도 타다주고 했지만, 내 심드렁한 기분을 풀어주지는 못했다.
-무슨 일 있어요?
-아뇨. 왜요?
-그냥. 무슨 일 있는 것 같아서.
석주는 끝내 내게 물어보고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결석생을 적는 칠판을 보니 이현의 이름이 보였다. 나는 턱을 괴고 앉아서 이현의 이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렇게 가버리다니. 나쁜 녀석.
-퇴근 안해요?
석주가 내 자리까지 와서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가야죠.
-오늘은 차 한잔 어때요?
나는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
-미안해요. 어제 날을 샜더니 너무 피곤해서. 내일까지 죽은 듯이 자야할 것 같아.
내 말에 석주는 아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천천히 가방을 꺼내고 아주 천천히 자켓을 걸쳤다. 집에 가봤자 아무도 없고 죽은 듯이 잠만 자야 할 것이었다.
나는 집으로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서 어제 마셔버린 kgb 두병과 밀러 세병을 샀다. 그리고 프링글스 양파맛도 골랐다. 밥을 하기 싫어서 햇반과 라면도 번들로 샀다. 점원이 계산을 하는 동안 나는 디스도 한 갑 추가했다. 맥주 병 때문인 지 꽤 무거운 짐을 낑낑대며 아파트까지 날랐다. 나는 정말 너무 피곤해서 쓰러지기 일보직전에 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분명 불을 다 끄고 집에서 나왔는 데, 내 방에 불이 켜져 있었다.
나는 긴장을 하고 조용히 짐을 식탁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방 문을 열었다. 여차하면 소리를 지르고 뛰어나가야지 하는 생각과 함께.
-야!
나는 내 침대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는 이현을 발견하고는 소리를 꽥 질렀다. 그러자 이현이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너 뭐야? 어떻게 들어왔어!
이현은 부드럽게 웨이브 진 다갈색의 머리카락을 다듬으며 말했다.
-열쇠로 따고.
-뭐? 니가 도둑이야?
나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이현의 귀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이현은 비명을 질렀고, 나는 그 상태로 이현을 거실 쇼파까지 끌고 나왔다.
-아니에요! 열쇠집 아저씨 불러서 땄다구요!
-뭐라고?
-선생님 동생이라고 좀 따달라고 했어요.. 미안해요. 너무 피곤해서..
나는 황당해서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진짜 미안해요.. 갈데가 없었어.
이현은 정말 미안해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갈 데가 없었다는 것은 말도 안돼는 핑계였고 내 아파트에 들어왔다는 것, 열쇠 수리공까지 불렀다는 것은 도저히 용서를 할 수가 없었다.
-한번 만 봐줘요..
이현은 눈물이 글썽거리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봤다. 그때였다. 내가 이현의 눈 속에 빠져버린 것 같다는 느낌에 사로잡힌 것은. 그 때문인지 녀석에게 느꼈던 적개심은 이슬이 날아가버리는 것처럼 사라져버렸다.
-내가 김치찌개 끓여놨어요. 샘 드시라고. 진짜로. 맛있어!
녀석은 눈치 빠르게도 내가 마음이 누그러졌다는 것을 알고는 애교를 피우기 시작했다. 이현은 내 팔짱을 끼고는 식탁으로 데려갔다.
-어? 이게 뭐지? 내가 정리할게요!
이현은 내가 사 온 물건을 보고는 재빨리 맥주는 냉장고에, 라면은 찬장에, 과자는 전자렌지 위에 올려 놓고는 밥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녀석은 언제 했는지 밥도 해 놓고 냄새가 그럴싸한 찌개까지 끓여놓고 있었다. 그리고- 정말로 맛은 예술이었다.
-야, 너 언제 이렇게 배웠냐?
내 말에 녀석은 어깨를 으쓱 해 보였다.
-외할머니한테 배웠어요. 미국에 있을 때도 곧 잘 끓여먹었는 걸?
-아, 맞다. 너 미국에서 살았다 그랬지?
나는 숟가락을 뜨다 말고 물었다. 녀석은 친절하게 물까지 떠다 주며 말했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살았어요.
-그래? 부모님은?
-아빠는, 백인이었는데 사고로 죽었어요. 정말 좋았는데.. 엄마가 거기 재산 다 정리해서 한국으로 와버렸지. 원래 고향이 여기래요. 난 잘 모르지만. 난 여기가 싫어요. 다들 나를 무슨 원숭이 보듯 해.
그 녀석, 나쁜 녀석! ★9★ 기묘한 동거
내가 듣기에도 궁색한 변명이었다. 이현은 믿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 역시 웃긴다는 표정을 지었다.
-근데 엄마하고는 왜 싸웠니?
-그거.. 말하고 싶지 않은데요.
이현은 일어나 냉장고 쪽으로 걸어갔다. 냉장고 문을 연 이현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거 kgb아냐? 나 이거 마셔도 되요?
-마셔라. 나중에 채워넣고.
내 말에 이현은 기분 좋은 듯 말했다.
-나중에 또 집에 놀러와도 된다는 뜻이에요?
-웃기시네.
나는 말도 안된다는 듯 담배를 입에 물고는 엿 먹으라는 재스춰를 보였다. 그러자 이현이 마음이 아프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 옆에 앉았다.
-선생님, 정말 특이해.
-뭐가?
뜽금없는 말에 나는 이현을 돌아봤다. 순간, 눈이 마주쳤고 나는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왜 내 시선을 그렇게 피하는 지.
-뭐? 피하는 거 아니야.
내가 당황해서 말하자 이현이 내 말투를 따라했다.
-피하는 거 아니야.
-너.. 진짜. 쫒아낸다.
나는 단호한 말투로 말했지만, 이현은 혀를 쏙 내밀고는 쇼파에 몸을 기댔다. 나는 이현을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그는 느긋한 표정으로 kgb만 마시고 있었다. 나는 이현을 흘겨 보다가 일어서서 냉장고에서 똑 같은 kgb를 꺼냈다. 어쨌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술이었다. 이현은 내 술병에 자기 술병을 부딪히고는 생긋 웃어보였다. 그의 미소는 아무리 기분나쁜 사람도 웃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이 녀석, 매력있다. 나는 씩 웃어보였다.
-어, 웃었다! 웃었다!
이현이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신기하다는 듯 말했고 나는 잠자코 그저 술만 들이켰다. 창밖으로 뿌연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분명 쇼파에서 잠이 든 것 같은데, 일어나보니 침대였다. 이현은 없었다. 나는 후련했지만, 한편으로는 알싸하게 서운함이 밀려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더 많이 이야기 해 보고 싶었는데... 나는 시계를 보고 출근을 준비했다.
출근을 한 나는 교무회의 내내 핸드폰이 울려서 다른 강사들 눈치를 봐야 했다. 전화번호를 보니 모르는 전화였다. 뭐, 잘못 걸린 전화겠지 했다. 어차피 전화를 거는 사람은 아빠나 엄마였기 때문에 신경쓰지는 않았다.
금요일 하루가 너무 무료하게 지나갔다. 석주는 내내 내 옆에서 재미없는 농담도 건네고 커피도 타다주고 했지만, 내 심드렁한 기분을 풀어주지는 못했다.
-무슨 일 있어요?
-아뇨. 왜요?
-그냥. 무슨 일 있는 것 같아서.
석주는 끝내 내게 물어보고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결석생을 적는 칠판을 보니 이현의 이름이 보였다. 나는 턱을 괴고 앉아서 이현의 이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렇게 가버리다니. 나쁜 녀석.
-퇴근 안해요?
석주가 내 자리까지 와서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가야죠.
-오늘은 차 한잔 어때요?
나는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
-미안해요. 어제 날을 샜더니 너무 피곤해서. 내일까지 죽은 듯이 자야할 것 같아.
내 말에 석주는 아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천천히 가방을 꺼내고 아주 천천히 자켓을 걸쳤다. 집에 가봤자 아무도 없고 죽은 듯이 잠만 자야 할 것이었다.
나는 집으로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서 어제 마셔버린 kgb 두병과 밀러 세병을 샀다. 그리고 프링글스 양파맛도 골랐다. 밥을 하기 싫어서 햇반과 라면도 번들로 샀다. 점원이 계산을 하는 동안 나는 디스도 한 갑 추가했다. 맥주 병 때문인 지 꽤 무거운 짐을 낑낑대며 아파트까지 날랐다. 나는 정말 너무 피곤해서 쓰러지기 일보직전에 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분명 불을 다 끄고 집에서 나왔는 데, 내 방에 불이 켜져 있었다.
나는 긴장을 하고 조용히 짐을 식탁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방 문을 열었다. 여차하면 소리를 지르고 뛰어나가야지 하는 생각과 함께.
-야!
나는 내 침대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는 이현을 발견하고는 소리를 꽥 질렀다. 그러자 이현이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너 뭐야? 어떻게 들어왔어!
이현은 부드럽게 웨이브 진 다갈색의 머리카락을 다듬으며 말했다.
-열쇠로 따고.
-뭐? 니가 도둑이야?
나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이현의 귀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이현은 비명을 질렀고, 나는 그 상태로 이현을 거실 쇼파까지 끌고 나왔다.
-아니에요! 열쇠집 아저씨 불러서 땄다구요!
-뭐라고?
-선생님 동생이라고 좀 따달라고 했어요.. 미안해요. 너무 피곤해서..
나는 황당해서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진짜 미안해요.. 갈데가 없었어.
이현은 정말 미안해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갈 데가 없었다는 것은 말도 안돼는 핑계였고 내 아파트에 들어왔다는 것, 열쇠 수리공까지 불렀다는 것은 도저히 용서를 할 수가 없었다.
-한번 만 봐줘요..
이현은 눈물이 글썽거리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봤다. 그때였다. 내가 이현의 눈 속에 빠져버린 것 같다는 느낌에 사로잡힌 것은. 그 때문인지 녀석에게 느꼈던 적개심은 이슬이 날아가버리는 것처럼 사라져버렸다.
-내가 김치찌개 끓여놨어요. 샘 드시라고. 진짜로. 맛있어!
녀석은 눈치 빠르게도 내가 마음이 누그러졌다는 것을 알고는 애교를 피우기 시작했다. 이현은 내 팔짱을 끼고는 식탁으로 데려갔다.
-어? 이게 뭐지? 내가 정리할게요!
이현은 내가 사 온 물건을 보고는 재빨리 맥주는 냉장고에, 라면은 찬장에, 과자는 전자렌지 위에 올려 놓고는 밥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녀석은 언제 했는지 밥도 해 놓고 냄새가 그럴싸한 찌개까지 끓여놓고 있었다. 그리고- 정말로 맛은 예술이었다.
-야, 너 언제 이렇게 배웠냐?
내 말에 녀석은 어깨를 으쓱 해 보였다.
-외할머니한테 배웠어요. 미국에 있을 때도 곧 잘 끓여먹었는 걸?
-아, 맞다. 너 미국에서 살았다 그랬지?
나는 숟가락을 뜨다 말고 물었다. 녀석은 친절하게 물까지 떠다 주며 말했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살았어요.
-그래? 부모님은?
-아빠는, 백인이었는데 사고로 죽었어요. 정말 좋았는데.. 엄마가 거기 재산 다 정리해서 한국으로 와버렸지. 원래 고향이 여기래요. 난 잘 모르지만. 난 여기가 싫어요. 다들 나를 무슨 원숭이 보듯 해.
이현과 여운의 동거... 가 끝나면 1편이 끝납니다.
2편에서는 시점이 좀 달라지구요..
이야기도 좀 더 복잡해져요..^^
오늘도 좋은 하루되시구요~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