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마음에...

hope200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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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 이제 곧 있으면 2년 되겠군요. 같은 회사에서 만나 2년 정도 연애하다 처가집의 반대에도 결국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사회 생활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으나 몸이 좀 남들과는 다릅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처가집에서, 특히 장모님의 반대가 심하셨습니다. 제가 처가집에 허락을 받으려 내려가면 절로 도망가다시피하셨죠. 우여곡절 끝에 상견례를 하게 되었고,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상견례 당일날에도 울 아버지 집에 들어오시다 어머니 먼저 들여보내시고 당신은 그 쪽 사람들이 너무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해서인지 혼자서 시장 어귀에서 소주 한 잔 드시고 오시더군요. 그 당시 누나가 전화를 해서는 그 결혼 꼭 해야겠냐고, 가급적이면 지금 접자고 하더군요. 그래도 전 휘둘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며 밀고 나갔습니다.

 

결혼한 후, 제일 먼저 부딪힌 것은 신혼 여행에서였습니다. 당시 사스의 여파도 있고, 개인적으로 해외 여행에 대해 별로 안 좋게 생각해서, 돈도 없고, 제주도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랬는데 집사람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농담이겠지만, 우리가 잘나지도 못했는데 질 낮은 인간들이나 가는 제주도엘 우리가 가게 될 줄은 몰랐다는 식으로 얘기하더군요. 신혼 여행 4일 동안 하룻밤밖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 신혼여행의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집니다.

 

우연히 임대아파트를 분양 받아, 결혼 전에 집사람과 집사람 형제가 그 집에서 먼저 살았었습니다. 그래서 형제들이 다 열쇠를 갖고 있었죠. 그래서인지 처형이 다른 곳에서 살다가 울 아파트 같은 동 바로 위층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고, 장모님이 직장에 나가는 처형 애를 봐 주느라 윗집에 같이 살게 되었습니다. 우리만의 시간은 없었습니다. 주말이면, 장모님 혼자 애 보시기 힘드시다며 집사람을 위로 불러들였고, 저 혼자 보낸 시간이 태반이었죠. 가끔 저녁 먹으러 올라가면 서로 식습관이 같지 않아 서로 힘들고...제가 생선 종류를 못 먹거든요. 장모님은 그러십니다. 네가 먹고 싶은 거 네가 가져오라고...또, 한 번은 새벽 12시에 문 따는 소리가 들려 누군가 했더니 학생이던 처남이더군요. 그 와중에 전 잠시 실직 상태에 빠졌었고, 물론 장모님에게는 말씀 못 드렸죠. 집에서 쉬고 있을 때 누군가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 침대방에 몇 분을 숨어 있던 적도 있었습니다. 밤에 난리가 났다더군요. 너희 집에 도둑 들었다며....이렇듯 1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시간 속에 집사람은 일 끝나고 들어 오면 골아 떨어지기 일쑤였고, 밤일은 2달에 한 번 할까말까였습니다. 가끔 그런 문제로 투덜거리면, 짐승 취급을 하고, 내가 안 바쁘니 그런 생각이나 한다 그러고, 드라마에서 나오는 장면 같이 무드를 안 만들어 준다 그러고 그러더군요. 살림에도 전혀 관심이 없고...예전에는 그런 문제 때문에 심하게 다툰 적이 있는데 제게 보낸 메일에 앞으로 밥할 생각도 없고, 그러면서 인생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고, 니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시집에 가서 먹고 오든가 저보고 해 먹으라더군요. 기가 찼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다. 그러고 말겠지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쨌든 금욕 아닌 금욕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지난 주에 부부 싸움을 하다가 한 번 크게 붙었습니다. 말이라는 게 참 그렇더군요. 나도 뭐 잘한 것은 없지만, 말 도중에 '제가 특수한 상황이니 우리 부모님이 장인, 장모한테 상견례때 미안하다는 말, 고맙다는 말해 줄 줄 알았는데 너무 당당하시다.'라는 말을 하더군요. 순간 당황스럽더군요. 울 부모님에게 죄송스럽고...그러다 그저께인가 집에 혼자 들어와 밥을 앉히고 밥상을 차릴려고 냉장고를 여는 데 이상한 냄새가 나서 보니 냉장고 안의 김치에 곰팡이가 쓸어 있더군요. 때마침 집사람이 전화를 해서는 반상회에 나가라더군요. 그냥 밥 먹어야 해서 안 나간다고 했더니 왜 안나가냐고 그러길래 성질이 나서 일도 중요하지만 제발 집안일에 신경좀 쓰면 안되겠냐고 소리를 버럭 질렀습니다. 그렇게 말다툼을 하는데 갑자기 한마디 던지더군요. '집에 가서 김치같은 거 받아오지 마. 냉장고 꺼 버리게.' 그 말을 듣는 순간 피가 거꾸로 쏟았습니다. 저 장남입니다. 울 부모님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장모님 지방에 계시지만, 장모님이 윗집에 계실 때만 해도 애 보느라 힘들어 하시는 것 같아 몇 번 모시고 등산도 다녔었습니다. 여지껏 살면서 울 부모님 모시고 등산이란 걸 해 본 적이 없는 불효자가 말입니다. 그런데, 다툼이 있을 때마다 '네가 울 엄마한테 해 준 게 뭐냐?' '난 네가 그렇게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으니 더 잘해 줄 거라 생각했다.' 이런 식의 얘기를 합니다. 밤마다 혼자 멍하니 있다 잠들고. 남자들 스포츠 무지 좋아하는데, 그걸 보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거에 대해서도 치를 떱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드라마를 볼 때면 꿈쩍도 못하게 하면서...

 

그냥 답답합니다. 답답한 마음에 이런 곳에 이런 글을 올리게 됩니다. 지금은 이혼이란 거 남의 얘기가 아닐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 분하고, 억울하고, 부모님께 죄송한 맘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