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튀었다. 그가 쓰러졌다. 나를 향하던 마법은 사라졌다. 단 몇 초 사이에 일어난 일인데도 아주 천천히, 누군가가 시간을 쭈욱 잡아 늘려버린 것처럼 느리게 보였다. 모든것이 자연의 흐름을 거슬러가고 있었다. 단순히 쓰러지는 것이 그리 시간을 잡아먹을 일도 아닌데 아무리 기다려도 내눈에서 그의 모습은 사라져주지 않았다. 땅에 쓰러지면 보이지 않을 텐데.....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 목소리 또한 너무 길게 늘여 빼 그저 소리로만 들릴 뿐이었따. 그리고 그가 이미 붉게 변해버린 땅 위로 풀썩 쓰러졌을 때에야 시간은 정상적인 흐름을 되찾았다.
나를 죽이지 못했따는 캐스나의 힘이 빠졌는지, 아니면 내가 난데없이 힘이 세졌는지 모르겠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나 나는 캐스나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 그에게 달려갓따
"오라버니"
르미엘 왕자를 안아 일으키자 처음부터 붉은색이었던 것 마냥 붉게 물든 그의 옷이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타인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르미엘"
오펠리우스 왕비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지금까지 근처에 있던 로튼의 기운에 곰짝도 못하던 그녀가 황급히 달려왔다.
'어머니는 강하다' 인가. 왕비는
로튼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듯 그의 옆을 스쳐 지나왔다. 하지만.
"꺄악!"
오펠리우스 왕비는 강한 힘에 밀려나갔다.그 강한 힘은 로튼이 날개르 ㄹ활짝 펼치면서 생긴 힘이었다. 그는 축 늘어져 있는 캐스나를 한번 바라보고는 험악하게 인상을 썼다.
"네놈들. 모두 어둠에 잡아먹혀 버려라!!"
로튼은 절규하듯 소리를 질렀다.
고오오오~,
로튼을 중심으로 거친 바람이 다시 몰아쳤다. 하지만 조금 전의 바람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따. 날개를 활짝 펼친 로튼의 주위로 마기가 자욱하게 끼었다. 그리고 이마기가 부른 듯 점점 어둠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얼마 후 로튼은 어둠에 묻혀 보이지 않게 되었고, 어둠만이 그 범위를 넓혀갈 뿐이었다.
하지만 감상도 잠시, 그 기쁨의 조각을 부숴버리고 르미엘 왕자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주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르미엘 왕자를 땅바닥에 조심히 눕혀놓고 벌떡일어났따
가만히 놔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반가운 어둠이라 해도 지금은 안된다. 결심을 한 나는 부풀어가는 검은 공간 속으로 냅다 뛰어들어갔다.
"마리엔, 안돼!"
"그만둬!"
"공주님!"
누군가의 손이 나를 잡으려는 듯 살짝 닿았지만 뿌리치고 그대로 뛰어들어갔다. 우리편 왕비편 할거 없이 집어삼키며 존재를 지워가던 어둠앞에 도착한 나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뛰어들었다. 이안에 그 빌어먹을 놈이 있겠지.
나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은 채 그속으로 들어갈수 있었다. 인간의 몸이라 걱정햇는데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넓고 고요한 곳. 그곳이 이곳이었다.
"안은 이렇게 생겼군요"
뜻밖에서 검은색 일색의 곳에서 나를 제외한 다른 색이 보였다. 옆을 돌아보니 루시가 서 있었다.
루시가 인간이 아니란 건 알고 있었찌만 여기까지 들어올 줄은 몰랐다.
하나 내가 뭔가를 묻기도 전에 이 공간과는 어울리지 않는 험악한 목소리가 울렸다.
"어떻게 너희들이 여기에 들어온 것이냐?!"
아무도 없던 어둠 속에서 굳은 얼굴의 로튼이 나타났다.
"인간은 이 어둠을 접하는 즉시 견디지못하고 사라진다! 너희는 인간이 아니었떠냐?@!"
로튼의 말에 루시는 조용히 윗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목걸이를 끌어냈다.
"티몬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니 이것을 아시겠군요"
"그건... 아니! 어떻게 그 목걸이를 네가 가지고 있는거냐?"
"이트라의 왕만이 가진다는 목걸이가 어떻게? 네놈은 도대체 누구냐?"
"그의 친구입니다. 이트라 마지막 왕의. 석판을 회수해 파괴하겠따는 것이 그와 한 약속입니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실수를 스습하고 싶어했습니다" 루시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그럼 그 약속은 지킬 수 없겠군. 이 자리에서 죽을 테니까"
루시의 정체를 궁금해했다 금방 흥미를 잃었다 하는 걸 보니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게 틀림없다.
인간이 마족의 힘을 견디지 못한건지도 모른다. 아니면 티몬이라는 놈 자체가 약간 맛이 간 걸지도.
"후,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가요? 나는 그렇다 쳐도 마리엔을 죽일수 있겠습니까? 아니, 감당이라도 할수 있겠습니까?"
루시는 웃으며 말했지만 그 웃음마저 차가운 눈동자를 가려주지는 못했다.
내가 누구 인지 알고 있었던 건가?
"눈치 챘었나?"
"조금 전에 혹시 그런게 아닐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이 곳으로 뛰어드는 것을 보고 확신했습니다" 내말에 루시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모든 힘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지금의 상태로는 로튼을 상대하기 벅찼다. 그러나 운 좋게도 이곳에는 눈을 속여야 할 인간이 없었다. 비록 내가 쓰고 있는 몸이 인간의 몸이라 불리했찌만 이곳은 어둠의 안이다. 내가 태어난 곳이다. 주변에 있는것이 나이고 나의히미고 나의 무기다.
"어떻게?"
주위에 퍼져 있떤 정적인 어둠이 내 주위로부터 요동치자 로튼이 대경실색했다.
"이유를 알려줄까? 넌 인간의 몸에서 태어났지만 난 어둠에서 태어났기 때문이지"
로튼은 이말의 의미를 알고있었.
"설마......그럴리가!! 그럴 리가 없다"
나는 굳이 입을 열어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주위를 부드럽게 감싸며 모여드는 어둠이 대답을 대신해주었다.
"이익, 죽어라!"
로튼은 이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듯 여러 개의 보랏빛 구를 날려보냈다.
"호프리스 윈드"
흑마법 최강의 마법중 하나인 마법이 어둠 안에서 그 진가를 발휘했다. 하지만 모든 것을 갈라버리는 바람이 내게 닿았을 때는 부드러운 미풍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로튼은 포기하지 않았다.
"핀드스 투스!" 마족의 힘을 약하나마 가진 자가 어둠 속에서 사용한 마법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위력을 가졌다. 만약 밖에서 이걸 사용했따면 나는 어찌어찌 몸을 보호한다 해도 다른 이들은 죽었을것이다.
나는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루시에게도 어둠을 덮어주었다. 우리가 몸을 감추었다는 걸 알면서도 로튼은 미친 드시 핀드스 스를 사용했다. 9서클 마법사라도 한 번 사용하면 진이 바지는 마법을 그는 무려 열번을 넘게 사용했다
무식하긴. 마족의 파편을 가졌다해도 몸은 인간의 몸이다. 나는 로튼의 발광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그가 공격을 멈췄을 때에야 입을열었다
"이제 끝났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떤 로튼의 얼굴이 내가 있었던 곳으로 휙 돌려졌다. 하지만 나는 이미 다른 곳으로 이동한 뒤 였다.
"어디를 보는 거지?"
내말에 로튼이 다시 고개를 휙 돌렸다.
"왜지? 왜 방해하는거냐? 네가 마족이라면 어째서 방해하는거냐!"
"멍청하게 봉인 당한 티몬 따위 내 알 바 아니다. 내 유일한 관심사는 네놈이 내가 계약을 이행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거다"
내목소리는 내가 생각해도 만족스러울 정도로 낮게 울려 퍼졌다. 나는 손가락에 부드럽게 와 닿는 어둠의 자락을 스윽만졌다.
"당신은 적어도 이백 년 전에 석판을 모아야 했습니다. 그때는 나도 인간을 불신하고 있어 방해르 ㄹ하지 않았을 겁니다"
루시가 한마디 하자 로튼이 악에 바쳐 소리쳤다
"닥쳐! 나라고 사라지고 싶었을 줄알아? 그래서 인간으로 누릴 수 있는건 모두 누려보고 사라지려 했을 뿐이다! 그게 잘못이란말이냐"
"물론 잘못은아니지"
"잘못은 아닙니다"
"하지만 날 방해하는건 용서할 수없다"
"하지만 절 방해하는 건 용서 할수 없습니다"
나와 루시는 냉랭하게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내 주위를 돌며 춤을 추던 어둠은 로튼을 향해 손을 뻗었다. 로튼은 닥치는 대로 공격을 퍼부었지만 효과는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로튼은 공포에 사로 잡혔다.
촉수에 닿았던 소매 끝이 사라지는 것을 본 로튼은 뒷걸음질했다.
"으악!"
고통스럽지는 않아. 다만 사라질 뿐이지. 로튼의 말이 가장 먼저 사라졌다. 그리고 배 다리 가슴 사람 그림위에 검은색 물감을 칠해놓은것 같은 모습이군. 이제야 좀 조용하군. 이럴줄 알았으면 제일 먼저 입을 없앨 걸 그랬어.
마지막까지 남은 건 공포에 찌든 눈동자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곳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검은 공간에서 나와 루시가 나오자 어둠은 공기 중에 희석 되더니 결국에는 사라져버렸다.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에릭과 세린은 사람들 눈이 있따는 것도 인식하지 못하고 다급하게 물어왔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마음이 급해 드글이 내게 말을 놓았다는 걸 눈치채지못했다.
로튼에 의해 날아갔떤 왕비는 그를 안고 펑펑 울고 있었다.나는 사람들을 헤치고 그곳으로 다가갔다
"정신 차리거라. 르미엘" 왕비는 부들 부들 떨리는 손으로 르미엘 왕자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그러다 발걸음소리를 듣고 나를 발견하자 소리쳤다.
"너 때문이야! !!!너만 없었어도. 너만 없었어도!!"
"....그만하세요..어머니,,"
르미엘 왕자가 눈을 뜨고 힘겹게 말하자 왕비는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돌렸다.
"르미엘 정신을 차렸구나. 걱정 말아라. 내가 지켜줄 테니까. 절대죽게 놔두지 않을 테다"
오펠리우스 왕비는 갓난아이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는 것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어조로 르미엘 왕자에게 말했다.
"뭐 하는거냐? 당장 마법사를 불러와라! 어의를 불러와라!"
그러나 사람들은 주춤거리기만 할 뿐 움직이지 않았다.
"뭐해! 당장불러와"
오펠리우스 왕비가 소리치기 전에 내가 먼저외쳤다. 내혼통에 그제야 약간 정신이 든 몇몇 사람들이 서둘러 마법사나 어의를 부르러 뛰어갔다.
"거기 회복마법 사용할 수 있는 사람없어?"
나는 옵스크리티에 속한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소리쳤다
"제, 제가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럼 얼른 와서 치료해!"
루시아가 비척비척 걸어오는 것이 너무 느려 나는 그녀를 직접 끌고 오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루시아는 회복마법을 외웟다.하지만 빛이 스며들어도 르미엘 왕자의 상처는 좀체 나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따.
"다른 사람은 없어?"
그제야 몇 사람이 또 나왔따. 빛들이 연이어 르미엘 왕자의 몸으로 스며들었지만 성과는 없었다.
"괜찮니, 마리엔?"
"그런 계집애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어째서 그런 앨 감싼 거냐?"
"어째서 그런 일을 한 거죠?"
내 입에서 순간적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나도 내가 왜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다치지..않은 모양이구나. 으윽, 다행이야"
"말하지 말거라 르미엘. 저런 계집애 죽게 내버려두지, 왜 네가!??"
르미엘 왕자가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말하자 오펠리우스 왕비가 울먹이며 소리쳤다. 그러자 르미엘 왕자의 입술이 다시 조금 움직였따
"사실은..알고 있었습니다. 어머니와 그자의 대화를 엿들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만일의 경우에 아버님을 해하려 한다는 건 말할수 없......어머니를 사랑하니까요...그래서 형님이 황태자가 되면 그런일은 없을 거라고.......그랬는데......."
르미엘 왕자의 고백에 오펠리우스 왕비는 머한 표정이 되었다.
"미안하다, 마리엔 , 하아, 난 네 말처럼 누구도 선택할 수 없었다"
르미엘 왕자는 내 족을 보며 처량하게 말했다. 아마 그의 눈에는 내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한데도 그의 눈동자에는 슬픔 외의 다른 감정이 들어있엇다
"하지만.....사랑했다. 내가 잘못됐는지도.....그래도 나는 사랑했다....."
그저 그를 내려다보기만 했다. 레프스터 국왕은 이 비극을 계속 지켜보지 못하고 하늘을 올려다 보았따. 그리고 라이언 왕자는 멍하니 자신의 동생으 내려다보았다.
르미엘 왕자는 한쪽 손을 내쪽으로 뻗었다. 금방이라도 떨구어질 것 처럼 힘겹게 다가오는 그 손을 나는 붙잡았다. 너무나 힘이 없어 내가 꽉 잡고 있찌 않으면 미끄러질 것만 같았다.
"왜 그랬죠?"
"으으,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부탁....부탁....하나만 들어다오"
"부탁?"
"후,훌륭한 ....왕이 돼라....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었던 자리니까"
이제 귀를 기울어야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르미엘 왕자의 목소리는 작아져 있었다
"그건 계약인가요....?"
"계약? 후.그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으읔, 그래. 계약이야. 그러니 슬퍼하지도, ,,히, 힘들어하지도 마라"
르미엘 왕자는 신음소리를 내면서도 미소를 짓기 위해 노력했다.
"하나만 더, 크윽,,,부탁을"
나는 르미엘 왕자가 쮜어짜듯이 말하자 재빨리 그의 입에 귀를 가져가 댔다.
"어머니를....죽여다오............왕비로서......."
르미엘 왕자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왕비를 죽이지 않을 것을. 그리고 어떻게 만들지를.
마법사들이 계속 회복마법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르미엘 왕자의 눈은 빛을 잃어갔다. 내가 로튼을 상대하는 동안에 치료했다면 살았을지도. 하지만 다른 이들을 책망할수 없었다. 그들이 느꼈을 공포감이 사고 능력을 완전히 앗아가 버렸을 것이다
르미엘 왕자는 모두의 얼굴을 마지막 까지 기억하려는 듯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만약 우리가....한 어머니를 두었다면 행복.....했을까....? 행복한 가족을..."
그것으 ㄹ끝으로 르미엘 왕자의 입술에서는 아무런 말도 흘러나오지 않았따. 말도 마치지 못한 채 죽어버리다니. 능글 맞아서 죽여도 죽을 것같지 않은 인간이었는데.....인간은 너무나 쉽게 죽어버리는구나....
내가 눈을 뜬 것은 다음날이었다. 그리고 침대 옆에 앉아서 날 뚫어져라 바라보던 시녀와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캘롤님 ! 캘롤 님 공주님이 깨어나셨습니다!!"
"마리엔 공주님, 정신이 드신겁니까? 어디 아프신 곳은 없으신지요?"
"르미엘 오라버니는??????"
"............."
캐롤과 시녀들이 어깨를 움칫 떨며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결국 그렇게 됐군"
침대에서 일어나면서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내가 일어나자 몇 명의 시녀가 세안 시중을 들고, 또 한 시녀가 옷장에서 옷을꺼내왔다.
"그 옷말고 어제 보여줬던 옷을 가져와"
"네? 황금색 드레스 말씀입니까?"
"그래"
"하지만..."
"그 드레스는 어째서 찾으십니까? 어제는 그렇게 입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셨잖아요. 그리고 지금은....르미엘 왕자님의 일도 있고 하니..."
"지금이니까 입는거야"
"네?"
케롤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반문했지만 나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그녀들에게 웃을 지어주고 방을 나섯다. 그녀들이 놀라서 따라왔찌만 나는 앞만 보며 걸었다. 스쳐지나가는 사람마다 내 모습을 보고 한결같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상중에 이런 화려한 옷을 입는다는 건 그들의 상식에서는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하지만 나는 한번도 발을 멈추는 일 없이 집무실로 향했다.
"공주님? 무슨 일이십니까?"
"아바마마를 긴히 봬야 할 일이 있다"
"마리엔이구나"
"어제 있엇떤 일은 백성들에게 공표하셨습니까?"
"아직 하지 않았다"
"그럼 백성들은 아직도 황태자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겠군요"
"그렇겠지. 하지만 취소됐다고 알릴 생각이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오늘 아렌테를 돌겠습니다"
"그게무슨?? 그러고보니...그옷은?"
"하나 지금은 사정이 좋지 않으니 굳이 그럴 필요는없다. 르미엘의 일도 있고...."
"그것과 이일은 상관이 없습니다. 그 일은 그일이고 이건 이겁니다"
내말을 들은 레프스터 국왕은 신음소리를 냈다. 고민하는 국왕을 보며 나는 굳은 목소리로 한 마디 더했다.
"그리고 르미엘 오라버니도 이렇게 하길 원할 겁니다"
그 말에 레프스터 국왕이 잠시 나를 보았다가 눈을 내리감았다.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하려무나......하지만 무리는 하지 말거라"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레프스터 국왕과의 대면을 마친 나느 자리에서 일어났다.
"왕비님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아바마마?"
"당연히 사형이다! "
"죽음을 내린다는 건 저도 찬성입니다. 하지만 그 여자는 왕비로서 죽어야 합니다"
꽃비를 맞으며 마차는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화려한 위용을 뽐내며 전진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 보니 벌써 광장 근처를 지나고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 아는 얼굴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내얼굴을 보고 입을 딱벌리는 헤라 아줌마와 수제노. 나는 진한 미소를 머금으며 그녀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후에도 나는 간간히 군중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누구도 듣지 못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당신 덕분에 첫 계약을 실패하지 않게 됐어. 대가는 지켜진 내 자존심. 나유리시나는 르미엘 세나인 풀 페드인 그대와의 계약을 받아들인다. 내 이름을 걸고 그대와의 약속을 지키겠다. 이는 어둠의 아버지이며 주인이신 마신 마르케스 님의 의지이며 뜻이다"
그렇게 나의 두 번째 계약은 예상치 못하게 이루어졌다.
터벅터벅 걸어 내 궁으로 돌아온 나는 화장대로 다가갔다. 그리고 작은 악동 산건 이후 새로 바꾼 흰색 함 뚜껑에 손을 가져가 댔다. 뚜껑이 열리자 안에 들어 있던 보랏빛 병이 모습을 드러냈다. 리본까지 달린 그 병을 함에서 꺼낸 나는 그것을 손에 들고 다시 방을 나왔다.
내가 향하는 곳에 가까워질수록 완벽하게 무장한 병사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나는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지하로 내려갔다. 넓은 지하실은 지하 특유의 눅눅함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빛이 들어올 틈은 전혀 없었다.
"문을 열어라"
기사들은 난색을 표하며 말했지만 나는 딱 잘라말했다.
"문은 닫아둬. 그리고 안으로 들어오지는 말도록"
그 사이 나는 살짝 방을 둘러보았다. 죄인이긴 하나 고위 신분의 사람을 가둬두는 곳이라 그런지 전혀 감옥 같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근사한 방이군"
내목소리를 들은 오펠리우스 왕비가 번쩍 고개를 들고 원독에 찬 눈으로 내쪽을 노려보았다.
"너! 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오펠리우스 왕비는 무서운 기세도 달려들었다. 하지만 무슬이라고는 배운 적도 없는 왕비의 어설픈 몸놀림에 내가 잡힐 리가 없잖아.
바닥에 쓰러져 던 오펠리우스 왕비의 몸이 꿈틀거렸다
"으윽"
"이제야 일어났나? 잠이라면 곧 실컷 잘 수 있을 테니 빨랑 일어나"
"뭣 때문에 온거냐!"
너무 분해 말도 잇지 못하고 파르르 떠는 오펠리우스 왕비의 모습은 충분히 구경할 맛이 있었다.
"이제 이만 본론으로 들어가지"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거냐?!"
"저 병 안에 든 건 독약이다. 두 방울이면 죽는다고 하니 마시고 죽어라" 오펠리우스 왕비의 말을 무시한 채 나는 내가 할 말을 다했다.
"반역자에겐 오로지 죽음뿐이다. 그러기 전에 자결해라. 그럼 왕비로서 죽게 해주지. 이 얼마나 자비로운 제안이야? 안그래?"
"허튼 소리마라!"
"..이봐, 난 말이야 당장이라도 네년을 찢어 죽이고 싶어 , 아니 , 죽이지 않고 살려둬서 모든 것이 망가지는 걸 보여주고 싶다. 만약 르미엘 왕자의 부탁만 없었다면 분명 그렇게 했을거야"
"르미엘이?"
"참 효자지 뭐야? 어머니가 반역자로 죽는 건 못 본다니 어쩌겠어. 마음넓은 내가 그 소원을 들어줘야지. 정 저약을 마시지 않겠따면 내손으로 직접 죽여줄 수도 있어. 일단은 약만 두고 가지. 몇 시간이라도 더 살고 싶으면 마시지 말든가. 나야 널 찢어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와서 좋지"
내가 닫혀진 철문을 두드리자 이윽고 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 기사들은 내가 아무런 일도 없이 나왔다는것이 다행이라는 눈길을 보냈다.
그리고 왕비가 독을 마시고 자결했다는 소리를 들은건 다음날 아침 이었다.
르미엘 왕자의 장례식이 성대하게 치러진 지 일주일이 지났다. 덤으로 오펠리우스 왕비의 장례씩도 그때향해졌다.
더이상 왕비에게 신경쓸 일도 없고, 내가 밟아주어야 할 대상들도 태반이 죽어나갔ㄱ, 라이언 왕자도 황태자 자리를 노리기는 커녕 지금의 자리도 지키기 바쁘니 자연느긋한 시간을 보내게 됐다.
그래서일까? 나는 때때로 아무런 이유없이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음?"
나는 생각지도 못한 인기척이 느껴진다는 사실에 작은 소리를 냈다.
바람을 타고 들려왔떤 소리의 방향을 떠올리며 나아가던 나는 무성하게 가지가 뻗어 있는 고목 아래 서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잠시 뭘 하나 지켜보던 나는 곧 그자의 기이한 행동을 보게 되었다
'저 인간이 드디어 미쳤나?'
"뭐하냐?"
내말에 나무둥치를 주먹으로 있는 힘껏 친 채 꼼짝도 안하던 에릭이 고개르 ㄹ돌렸다.
"왜 애꿎은 나무를 치고 있냐? 불만이 그렇게 많아?"
말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캐물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다만 친구로서 그에게 충고를 해주었다
낱게 내뱉어지는 말을 통해 그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알게 되자 피식 웃음이 나왓다. 아무리 파편이었다지만 인간이 감당하기는 힘든 힘이었다.
"괜찮아. 그게 당연한 거야. 나나 루시가 특이한 거라고"
"지켜주게다고 다짐했는데 지켜주지 못했어.."
나는 멍청히 에릭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말이 가리키는 대상이 나라는걸 알았으니까. 한동안 단아한 그의 옆모습을 쳐다보던 나는 실소를 머금었다. 나보다 약한 주제에 누가 누굴 보호해? 내가 널 지켜주면 모를가.
"착한 아이구나, 에릭은"
내가 웃음기가 가득한 어조로 말하자 에릭이 발끈해서 돌아보았다
"놀리지마! 난 장난이 아닌란 ..! 마, 마리엔?"
"착해요, 착해"
나는 에릭을 안아주면서 등을 토닥여주었다. 세상에, 인간이면서 날 지켜주겠대. 내가 누군 줄이나 아는거야? 만약 다른 인간이 그런 건방진 소리를 했다면 실컷 비웃어줬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맞닿아 있는 살을 통해 따듯한 온기가 전해져왔다. 그순간 내 머릿속에 그동안 궁금하게 여겨왔던, 대충 생각해왔던 문제가 그 실타래가 풀리며 답이 나왔다.
[마족의 계약]30부
피가 튀었다. 그가 쓰러졌다. 나를 향하던 마법은 사라졌다. 단 몇 초 사이에 일어난 일인데도 아주 천천히, 누군가가 시간을 쭈욱 잡아 늘려버린 것처럼 느리게 보였다. 모든것이 자연의 흐름을 거슬러가고 있었다. 단순히 쓰러지는 것이 그리 시간을 잡아먹을 일도 아닌데 아무리 기다려도 내눈에서 그의 모습은 사라져주지 않았다. 땅에 쓰러지면 보이지 않을 텐데.....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 목소리 또한 너무 길게 늘여 빼 그저 소리로만 들릴 뿐이었따. 그리고 그가 이미 붉게 변해버린 땅 위로 풀썩 쓰러졌을 때에야 시간은 정상적인 흐름을 되찾았다.
나를 죽이지 못했따는 캐스나의 힘이 빠졌는지, 아니면 내가 난데없이 힘이 세졌는지 모르겠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나 나는 캐스나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 그에게 달려갓따
"오라버니"
르미엘 왕자를 안아 일으키자 처음부터 붉은색이었던 것 마냥 붉게 물든 그의 옷이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타인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르미엘"
오펠리우스 왕비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지금까지 근처에 있던 로튼의 기운에 곰짝도 못하던 그녀가 황급히 달려왔다.
'어머니는 강하다' 인가. 왕비는
로튼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듯 그의 옆을 스쳐 지나왔다. 하지만.
"꺄악!"
오펠리우스 왕비는 강한 힘에 밀려나갔다.그 강한 힘은 로튼이 날개르 ㄹ활짝 펼치면서 생긴 힘이었다. 그는 축 늘어져 있는 캐스나를 한번 바라보고는 험악하게 인상을 썼다.
"네놈들. 모두 어둠에 잡아먹혀 버려라!!"
로튼은 절규하듯 소리를 질렀다.
고오오오~,
로튼을 중심으로 거친 바람이 다시 몰아쳤다. 하지만 조금 전의 바람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따. 날개를 활짝 펼친 로튼의 주위로 마기가 자욱하게 끼었다. 그리고 이마기가 부른 듯 점점 어둠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얼마 후 로튼은 어둠에 묻혀 보이지 않게 되었고, 어둠만이 그 범위를 넓혀갈 뿐이었다.
하지만 감상도 잠시, 그 기쁨의 조각을 부숴버리고 르미엘 왕자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주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르미엘 왕자를 땅바닥에 조심히 눕혀놓고 벌떡일어났따
가만히 놔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반가운 어둠이라 해도 지금은 안된다. 결심을 한 나는 부풀어가는 검은 공간 속으로 냅다 뛰어들어갔다.
"마리엔, 안돼!"
"그만둬!"
"공주님!"
누군가의 손이 나를 잡으려는 듯 살짝 닿았지만 뿌리치고 그대로 뛰어들어갔다. 우리편 왕비편 할거 없이 집어삼키며 존재를 지워가던 어둠앞에 도착한 나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뛰어들었다. 이안에 그 빌어먹을 놈이 있겠지.
나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은 채 그속으로 들어갈수 있었다. 인간의 몸이라 걱정햇는데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넓고 고요한 곳. 그곳이 이곳이었다.
"안은 이렇게 생겼군요"
뜻밖에서 검은색 일색의 곳에서 나를 제외한 다른 색이 보였다. 옆을 돌아보니 루시가 서 있었다.
루시가 인간이 아니란 건 알고 있었찌만 여기까지 들어올 줄은 몰랐다.
하나 내가 뭔가를 묻기도 전에 이 공간과는 어울리지 않는 험악한 목소리가 울렸다.
"어떻게 너희들이 여기에 들어온 것이냐?!"
아무도 없던 어둠 속에서 굳은 얼굴의 로튼이 나타났다.
"인간은 이 어둠을 접하는 즉시 견디지못하고 사라진다! 너희는 인간이 아니었떠냐?@!"
로튼의 말에 루시는 조용히 윗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목걸이를 끌어냈다.
"티몬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니 이것을 아시겠군요"
"그건... 아니! 어떻게 그 목걸이를 네가 가지고 있는거냐?"
"이트라의 왕만이 가진다는 목걸이가 어떻게? 네놈은 도대체 누구냐?"
"그의 친구입니다. 이트라 마지막 왕의. 석판을 회수해 파괴하겠따는 것이 그와 한 약속입니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실수를 스습하고 싶어했습니다" 루시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그럼 그 약속은 지킬 수 없겠군. 이 자리에서 죽을 테니까"
루시의 정체를 궁금해했다 금방 흥미를 잃었다 하는 걸 보니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게 틀림없다.
인간이 마족의 힘을 견디지 못한건지도 모른다. 아니면 티몬이라는 놈 자체가 약간 맛이 간 걸지도.
"후,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가요? 나는 그렇다 쳐도 마리엔을 죽일수 있겠습니까? 아니, 감당이라도 할수 있겠습니까?"
루시는 웃으며 말했지만 그 웃음마저 차가운 눈동자를 가려주지는 못했다.
내가 누구 인지 알고 있었던 건가?
"눈치 챘었나?"
"조금 전에 혹시 그런게 아닐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이 곳으로 뛰어드는 것을 보고 확신했습니다" 내말에 루시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모든 힘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지금의 상태로는 로튼을 상대하기 벅찼다. 그러나 운 좋게도 이곳에는 눈을 속여야 할 인간이 없었다. 비록 내가 쓰고 있는 몸이 인간의 몸이라 불리했찌만 이곳은 어둠의 안이다. 내가 태어난 곳이다. 주변에 있는것이 나이고 나의히미고 나의 무기다.
"어떻게?"
주위에 퍼져 있떤 정적인 어둠이 내 주위로부터 요동치자 로튼이 대경실색했다.
"이유를 알려줄까? 넌 인간의 몸에서 태어났지만 난 어둠에서 태어났기 때문이지"
로튼은 이말의 의미를 알고있었.
"설마......그럴리가!! 그럴 리가 없다"
나는 굳이 입을 열어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주위를 부드럽게 감싸며 모여드는 어둠이 대답을 대신해주었다.
"이익, 죽어라!"
로튼은 이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듯 여러 개의 보랏빛 구를 날려보냈다.
"호프리스 윈드"
흑마법 최강의 마법중 하나인 마법이 어둠 안에서 그 진가를 발휘했다. 하지만 모든 것을 갈라버리는 바람이 내게 닿았을 때는 부드러운 미풍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로튼은 포기하지 않았다.
"핀드스 투스!" 마족의 힘을 약하나마 가진 자가 어둠 속에서 사용한 마법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위력을 가졌다. 만약 밖에서 이걸 사용했따면 나는 어찌어찌 몸을 보호한다 해도 다른 이들은 죽었을것이다.
나는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루시에게도 어둠을 덮어주었다. 우리가 몸을 감추었다는 걸 알면서도 로튼은 미친 드시 핀드스 스를 사용했다. 9서클 마법사라도 한 번 사용하면 진이 바지는 마법을 그는 무려 열번을 넘게 사용했다
무식하긴. 마족의 파편을 가졌다해도 몸은 인간의 몸이다. 나는 로튼의 발광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그가 공격을 멈췄을 때에야 입을열었다
"이제 끝났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떤 로튼의 얼굴이 내가 있었던 곳으로 휙 돌려졌다. 하지만 나는 이미 다른 곳으로 이동한 뒤 였다.
"어디를 보는 거지?"
내말에 로튼이 다시 고개를 휙 돌렸다.
"왜지? 왜 방해하는거냐? 네가 마족이라면 어째서 방해하는거냐!"
"멍청하게 봉인 당한 티몬 따위 내 알 바 아니다. 내 유일한 관심사는 네놈이 내가 계약을 이행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거다"
내목소리는 내가 생각해도 만족스러울 정도로 낮게 울려 퍼졌다. 나는 손가락에 부드럽게 와 닿는 어둠의 자락을 스윽만졌다.
"당신은 적어도 이백 년 전에 석판을 모아야 했습니다. 그때는 나도 인간을 불신하고 있어 방해르 ㄹ하지 않았을 겁니다"
루시가 한마디 하자 로튼이 악에 바쳐 소리쳤다
"닥쳐! 나라고 사라지고 싶었을 줄알아? 그래서 인간으로 누릴 수 있는건 모두 누려보고 사라지려 했을 뿐이다! 그게 잘못이란말이냐"
"물론 잘못은아니지"
"잘못은 아닙니다"
"하지만 날 방해하는건 용서할 수없다"
"하지만 절 방해하는 건 용서 할수 없습니다"
나와 루시는 냉랭하게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내 주위를 돌며 춤을 추던 어둠은 로튼을 향해 손을 뻗었다. 로튼은 닥치는 대로 공격을 퍼부었지만 효과는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로튼은 공포에 사로 잡혔다.
촉수에 닿았던 소매 끝이 사라지는 것을 본 로튼은 뒷걸음질했다.
"으악!"
고통스럽지는 않아. 다만 사라질 뿐이지. 로튼의 말이 가장 먼저 사라졌다. 그리고 배 다리 가슴 사람 그림위에 검은색 물감을 칠해놓은것 같은 모습이군. 이제야 좀 조용하군. 이럴줄 알았으면 제일 먼저 입을 없앨 걸 그랬어.
마지막까지 남은 건 공포에 찌든 눈동자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곳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검은 공간에서 나와 루시가 나오자 어둠은 공기 중에 희석 되더니 결국에는 사라져버렸다.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에릭과 세린은 사람들 눈이 있따는 것도 인식하지 못하고 다급하게 물어왔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마음이 급해 드글이 내게 말을 놓았다는 걸 눈치채지못했다.
로튼에 의해 날아갔떤 왕비는 그를 안고 펑펑 울고 있었다.나는 사람들을 헤치고 그곳으로 다가갔다
"정신 차리거라. 르미엘" 왕비는 부들 부들 떨리는 손으로 르미엘 왕자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그러다 발걸음소리를 듣고 나를 발견하자 소리쳤다.
"너 때문이야! !!!너만 없었어도. 너만 없었어도!!"
"....그만하세요..어머니,,"
르미엘 왕자가 눈을 뜨고 힘겹게 말하자 왕비는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돌렸다.
"르미엘 정신을 차렸구나. 걱정 말아라. 내가 지켜줄 테니까. 절대죽게 놔두지 않을 테다"
오펠리우스 왕비는 갓난아이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는 것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어조로 르미엘 왕자에게 말했다.
"뭐 하는거냐? 당장 마법사를 불러와라! 어의를 불러와라!"
그러나 사람들은 주춤거리기만 할 뿐 움직이지 않았다.
"뭐해! 당장불러와"
오펠리우스 왕비가 소리치기 전에 내가 먼저외쳤다. 내혼통에 그제야 약간 정신이 든 몇몇 사람들이 서둘러 마법사나 어의를 부르러 뛰어갔다.
"거기 회복마법 사용할 수 있는 사람없어?"
나는 옵스크리티에 속한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소리쳤다
"제, 제가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럼 얼른 와서 치료해!"
루시아가 비척비척 걸어오는 것이 너무 느려 나는 그녀를 직접 끌고 오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루시아는 회복마법을 외웟다.하지만 빛이 스며들어도 르미엘 왕자의 상처는 좀체 나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따.
"다른 사람은 없어?"
그제야 몇 사람이 또 나왔따. 빛들이 연이어 르미엘 왕자의 몸으로 스며들었지만 성과는 없었다.
"괜찮니, 마리엔?"
"그런 계집애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어째서 그런 앨 감싼 거냐?"
"어째서 그런 일을 한 거죠?"
내 입에서 순간적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나도 내가 왜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다치지..않은 모양이구나. 으윽, 다행이야"
"말하지 말거라 르미엘. 저런 계집애 죽게 내버려두지, 왜 네가!??"
르미엘 왕자가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말하자 오펠리우스 왕비가 울먹이며 소리쳤다. 그러자 르미엘 왕자의 입술이 다시 조금 움직였따
"사실은..알고 있었습니다. 어머니와 그자의 대화를 엿들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만일의 경우에 아버님을 해하려 한다는 건 말할수 없......어머니를 사랑하니까요...그래서 형님이 황태자가 되면 그런일은 없을 거라고.......그랬는데......."
르미엘 왕자의 고백에 오펠리우스 왕비는 머한 표정이 되었다.
"미안하다, 마리엔 , 하아, 난 네 말처럼 누구도 선택할 수 없었다"
르미엘 왕자는 내 족을 보며 처량하게 말했다. 아마 그의 눈에는 내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한데도 그의 눈동자에는 슬픔 외의 다른 감정이 들어있엇다
"하지만.....사랑했다. 내가 잘못됐는지도.....그래도 나는 사랑했다....."
그저 그를 내려다보기만 했다. 레프스터 국왕은 이 비극을 계속 지켜보지 못하고 하늘을 올려다 보았따. 그리고 라이언 왕자는 멍하니 자신의 동생으 내려다보았다.
르미엘 왕자는 한쪽 손을 내쪽으로 뻗었다. 금방이라도 떨구어질 것 처럼 힘겹게 다가오는 그 손을 나는 붙잡았다. 너무나 힘이 없어 내가 꽉 잡고 있찌 않으면 미끄러질 것만 같았다.
"왜 그랬죠?"
"으으,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부탁....부탁....하나만 들어다오"
"부탁?"
"후,훌륭한 ....왕이 돼라....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었던 자리니까"
이제 귀를 기울어야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르미엘 왕자의 목소리는 작아져 있었다
"그건 계약인가요....?"
"계약? 후.그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으읔, 그래. 계약이야. 그러니 슬퍼하지도, ,,히, 힘들어하지도 마라"
르미엘 왕자는 신음소리를 내면서도 미소를 짓기 위해 노력했다.
"하나만 더, 크윽,,,부탁을"
나는 르미엘 왕자가 쮜어짜듯이 말하자 재빨리 그의 입에 귀를 가져가 댔다.
"어머니를....죽여다오............왕비로서......."
르미엘 왕자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왕비를 죽이지 않을 것을. 그리고 어떻게 만들지를.
마법사들이 계속 회복마법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르미엘 왕자의 눈은 빛을 잃어갔다. 내가 로튼을 상대하는 동안에 치료했다면 살았을지도. 하지만 다른 이들을 책망할수 없었다. 그들이 느꼈을 공포감이 사고 능력을 완전히 앗아가 버렸을 것이다
르미엘 왕자는 모두의 얼굴을 마지막 까지 기억하려는 듯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만약 우리가....한 어머니를 두었다면 행복.....했을까....? 행복한 가족을..."
그것으 ㄹ끝으로 르미엘 왕자의 입술에서는 아무런 말도 흘러나오지 않았따. 말도 마치지 못한 채 죽어버리다니. 능글 맞아서 죽여도 죽을 것같지 않은 인간이었는데.....인간은 너무나 쉽게 죽어버리는구나....
내가 눈을 뜬 것은 다음날이었다. 그리고 침대 옆에 앉아서 날 뚫어져라 바라보던 시녀와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캘롤님 ! 캘롤 님 공주님이 깨어나셨습니다!!"
"마리엔 공주님, 정신이 드신겁니까? 어디 아프신 곳은 없으신지요?"
"르미엘 오라버니는??????"
"............."
캐롤과 시녀들이 어깨를 움칫 떨며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결국 그렇게 됐군"
침대에서 일어나면서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내가 일어나자 몇 명의 시녀가 세안 시중을 들고, 또 한 시녀가 옷장에서 옷을꺼내왔다.
"그 옷말고 어제 보여줬던 옷을 가져와"
"네? 황금색 드레스 말씀입니까?"
"그래"
"하지만..."
"그 드레스는 어째서 찾으십니까? 어제는 그렇게 입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셨잖아요. 그리고 지금은....르미엘 왕자님의 일도 있고 하니..."
"지금이니까 입는거야"
"네?"
케롤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반문했지만 나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그녀들에게 웃을 지어주고 방을 나섯다. 그녀들이 놀라서 따라왔찌만 나는 앞만 보며 걸었다. 스쳐지나가는 사람마다 내 모습을 보고 한결같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상중에 이런 화려한 옷을 입는다는 건 그들의 상식에서는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하지만 나는 한번도 발을 멈추는 일 없이 집무실로 향했다.
"공주님? 무슨 일이십니까?"
"아바마마를 긴히 봬야 할 일이 있다"
"마리엔이구나"
"어제 있엇떤 일은 백성들에게 공표하셨습니까?"
"아직 하지 않았다"
"그럼 백성들은 아직도 황태자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겠군요"
"그렇겠지. 하지만 취소됐다고 알릴 생각이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오늘 아렌테를 돌겠습니다"
"그게무슨?? 그러고보니...그옷은?"
"하나 지금은 사정이 좋지 않으니 굳이 그럴 필요는없다. 르미엘의 일도 있고...."
"그것과 이일은 상관이 없습니다. 그 일은 그일이고 이건 이겁니다"
내말을 들은 레프스터 국왕은 신음소리를 냈다. 고민하는 국왕을 보며 나는 굳은 목소리로 한 마디 더했다.
"그리고 르미엘 오라버니도 이렇게 하길 원할 겁니다"
그 말에 레프스터 국왕이 잠시 나를 보았다가 눈을 내리감았다.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하려무나......하지만 무리는 하지 말거라"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레프스터 국왕과의 대면을 마친 나느 자리에서 일어났다.
"왕비님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아바마마?"
"당연히 사형이다! "
"죽음을 내린다는 건 저도 찬성입니다. 하지만 그 여자는 왕비로서 죽어야 합니다"
꽃비를 맞으며 마차는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화려한 위용을 뽐내며 전진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 보니 벌써 광장 근처를 지나고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 아는 얼굴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내얼굴을 보고 입을 딱벌리는 헤라 아줌마와 수제노. 나는 진한 미소를 머금으며 그녀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후에도 나는 간간히 군중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누구도 듣지 못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당신 덕분에 첫 계약을 실패하지 않게 됐어. 대가는 지켜진 내 자존심. 나유리시나는 르미엘 세나인 풀 페드인 그대와의 계약을 받아들인다. 내 이름을 걸고 그대와의 약속을 지키겠다. 이는 어둠의 아버지이며 주인이신 마신 마르케스 님의 의지이며 뜻이다"
그렇게 나의 두 번째 계약은 예상치 못하게 이루어졌다.
터벅터벅 걸어 내 궁으로 돌아온 나는 화장대로 다가갔다. 그리고 작은 악동 산건 이후 새로 바꾼 흰색 함 뚜껑에 손을 가져가 댔다. 뚜껑이 열리자 안에 들어 있던 보랏빛 병이 모습을 드러냈다. 리본까지 달린 그 병을 함에서 꺼낸 나는 그것을 손에 들고 다시 방을 나왔다.
내가 향하는 곳에 가까워질수록 완벽하게 무장한 병사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나는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지하로 내려갔다. 넓은 지하실은 지하 특유의 눅눅함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빛이 들어올 틈은 전혀 없었다.
"문을 열어라"
기사들은 난색을 표하며 말했지만 나는 딱 잘라말했다.
"문은 닫아둬. 그리고 안으로 들어오지는 말도록"
그 사이 나는 살짝 방을 둘러보았다. 죄인이긴 하나 고위 신분의 사람을 가둬두는 곳이라 그런지 전혀 감옥 같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근사한 방이군"
내목소리를 들은 오펠리우스 왕비가 번쩍 고개를 들고 원독에 찬 눈으로 내쪽을 노려보았다.
"너! 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오펠리우스 왕비는 무서운 기세도 달려들었다. 하지만 무슬이라고는 배운 적도 없는 왕비의 어설픈 몸놀림에 내가 잡힐 리가 없잖아.
바닥에 쓰러져 던 오펠리우스 왕비의 몸이 꿈틀거렸다
"으윽"
"이제야 일어났나? 잠이라면 곧 실컷 잘 수 있을 테니 빨랑 일어나"
"뭣 때문에 온거냐!"
너무 분해 말도 잇지 못하고 파르르 떠는 오펠리우스 왕비의 모습은 충분히 구경할 맛이 있었다.
"이제 이만 본론으로 들어가지"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거냐?!"
"저 병 안에 든 건 독약이다. 두 방울이면 죽는다고 하니 마시고 죽어라" 오펠리우스 왕비의 말을 무시한 채 나는 내가 할 말을 다했다.
"반역자에겐 오로지 죽음뿐이다. 그러기 전에 자결해라. 그럼 왕비로서 죽게 해주지. 이 얼마나 자비로운 제안이야? 안그래?"
"허튼 소리마라!"
"..이봐, 난 말이야 당장이라도 네년을 찢어 죽이고 싶어 , 아니 , 죽이지 않고 살려둬서 모든 것이 망가지는 걸 보여주고 싶다. 만약 르미엘 왕자의 부탁만 없었다면 분명 그렇게 했을거야"
"르미엘이?"
"참 효자지 뭐야? 어머니가 반역자로 죽는 건 못 본다니 어쩌겠어. 마음넓은 내가 그 소원을 들어줘야지. 정 저약을 마시지 않겠따면 내손으로 직접 죽여줄 수도 있어. 일단은 약만 두고 가지. 몇 시간이라도 더 살고 싶으면 마시지 말든가. 나야 널 찢어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와서 좋지"
내가 닫혀진 철문을 두드리자 이윽고 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 기사들은 내가 아무런 일도 없이 나왔다는것이 다행이라는 눈길을 보냈다.
그리고 왕비가 독을 마시고 자결했다는 소리를 들은건 다음날 아침 이었다.
르미엘 왕자의 장례식이 성대하게 치러진 지 일주일이 지났다. 덤으로 오펠리우스 왕비의 장례씩도 그때향해졌다.
더이상 왕비에게 신경쓸 일도 없고, 내가 밟아주어야 할 대상들도 태반이 죽어나갔ㄱ, 라이언 왕자도 황태자 자리를 노리기는 커녕 지금의 자리도 지키기 바쁘니 자연느긋한 시간을 보내게 됐다.
그래서일까? 나는 때때로 아무런 이유없이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음?"
나는 생각지도 못한 인기척이 느껴진다는 사실에 작은 소리를 냈다.
바람을 타고 들려왔떤 소리의 방향을 떠올리며 나아가던 나는 무성하게 가지가 뻗어 있는 고목 아래 서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잠시 뭘 하나 지켜보던 나는 곧 그자의 기이한 행동을 보게 되었다
'저 인간이 드디어 미쳤나?'
"뭐하냐?"
내말에 나무둥치를 주먹으로 있는 힘껏 친 채 꼼짝도 안하던 에릭이 고개르 ㄹ돌렸다.
"왜 애꿎은 나무를 치고 있냐? 불만이 그렇게 많아?"
말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캐물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다만 친구로서 그에게 충고를 해주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나무한테 화풀이 해봐야 소용없어. 멀쩡한 손만 작살나지. 자해할 거 아니면 관둬라"
"......못했어......."
에릭이 입을 연건 정말로 한참뒤였다.
"응? 방금 뭐라고 했어?"
".......난 아무것도 못했어."
과연 에릭이 나에게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혼자만의 쓰라린 독백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무슨 소리야? 뭘 못했다는 건데?"
"제길"
네놈이 정녕 미친것이냐. 나는 에릭의팔을 꽉 붙들고 말했다
"야!그만 해. 진짜 왜그래?"
"혹시 로튼과 싸웠을 때 말하는거야?"
"젠장"
낱게 내뱉어지는 말을 통해 그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알게 되자 피식 웃음이 나왓다. 아무리 파편이었다지만 인간이 감당하기는 힘든 힘이었다.
"괜찮아. 그게 당연한 거야. 나나 루시가 특이한 거라고"
"지켜주게다고 다짐했는데 지켜주지 못했어.."
나는 멍청히 에릭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말이 가리키는 대상이 나라는걸 알았으니까. 한동안 단아한 그의 옆모습을 쳐다보던 나는 실소를 머금었다. 나보다 약한 주제에 누가 누굴 보호해? 내가 널 지켜주면 모를가.
"착한 아이구나, 에릭은"
내가 웃음기가 가득한 어조로 말하자 에릭이 발끈해서 돌아보았다
"놀리지마! 난 장난이 아닌란 ..! 마, 마리엔?"
"착해요, 착해"
나는 에릭을 안아주면서 등을 토닥여주었다. 세상에, 인간이면서 날 지켜주겠대. 내가 누군 줄이나 아는거야? 만약 다른 인간이 그런 건방진 소리를 했다면 실컷 비웃어줬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맞닿아 있는 살을 통해 따듯한 온기가 전해져왔다. 그순간 내 머릿속에 그동안 궁금하게 여겨왔던, 대충 생각해왔던 문제가 그 실타래가 풀리며 답이 나왔다.
아아, 그랬구나. 마족들이 자꾸 인간들을 찾아가는 이유. 우리끼리는 이런 따듯함을 느끼지못하지.
에릭은 당황하면서도 나를 떼어내지는 않았다. 그럼 조금만 더 이러고 있어볼까?
인간이란 참 따듯하단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