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족의 계약]32부

다일리아2005.05.30
조회278

제 23 장

 

 

 

다른 계약

 

 

 

정말이지 오늘은 아침부터 거센 바람이 불어댔다. 그러던 것이 밤이 되자 더욱 거세져 거인의 신음소리처럼 울부짖고 있었다. 바람은 이따금식 휘파람처럼  높은 소리를 내기도 하고, 낮게 울기도 했따. 그때마다 창문은 덜컹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왜 이렇게 바람이 부는걸까요?"

 

캐롤이 걱정스러운 듯 말을 걸었다.

 

"글세"

나는 밖을 보고 있긴 했지만 전혀 다른 생각에 빠져 있어 대강 대답했다. 어두운 공간 위로 환영처럼  그때 있었던 일이 겹쳐졌다.

 

나를 노렸던 건 누구였을까? 왕비의 잔당을? 타국의 스파이? 아니면 로튼과 관련된 자들? 이중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답은 '왕비를 지지하던 소수가 살아남아 암사자를 보냈다'이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마지막 가정에 마음이 쏠렸다. 브러버드 중 살아남은 자가 있엇던 걸가? 한동안 평화로웠던 내 마음속에 지금의 밖처럼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었다

 

"공주님, 간식이라도 드시겠습니까?"

내가 찌푸린 얼굴인 것이 걱정되었던지 캐롤이 슬며시 말을 걸었다.

"그것도 괜찮겠군"

"그럼 지금 바로 준비시키겠습니다"

 

캐롤은 나이 어린 시녀에게 뭔가 지시를 내렸고, 그녀는 곧 방을 나갔다. 그리고 얼마 걸리지 않아 쟁반을 조심스럽게 받쳐들고 들어왔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공주님?"

내가 문을 열고 나오자 기사 중 한 명이 정중히 말을 건넸따.

"왜 그러지?"

"공주님 옷이...."

 

기사는 여전히 고개를 돌린 채 더듬거리며 말했다. 시선을 내려보니 나풀걸리는 잠옷이 보였다. 이것때문인가.? 옷을 벗은 것도 아닌데 과민반응이군.

 

잠시 그런 기사들을 바라보던 나는 다시방으로 쏙들어가싿. 내가 갑자기 나타났따 다시 들어가는 걸 보며 기사들이 의아해하겠지만 확인하고싶은 것이 있었다. 역시 사람들 곁에 있을 때는 느껴지지않았떤 기묘한 느낌이 시간이 지나자 다시 들었다. 분명히 무언가 있는데 보이지가 않았다. 덕분에 나는 십여분동안 이방에 처음들어와 본 사람처럼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잠을 자지 않을 수도 없는 일.

 

옅은 잠에 빠져들었떤 나는 알수 없는 힘에 의해 눈을떴다. 그리고 베개 아래에 감춰두었던 단검을 휙 던지며 구르듯 침대에서 나왔다. 근처에 두었던 창을 잽싸게 집은 채로 벌떡 일어나 보니 허공에 정지한 듯 떠있는 단검만 보였다. 어둠 때문에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확인하기도 전에 무언가의 힘에 의해 단검이 내쪽으로 되돌아왔다.

 

"네가 마리엔 공주냐?"

나는 잔뜩 경계한 채 말했다

 

"알면서 왜 묻는 거냐?"

"하긴 그렇군."

그말과 함께 약간의 희미한 안개가 생겨났다. 점점 짙어진 안개는 살이 있는 것마냥 꿈틀거리며 위로 기어올라갔다. 그사람은 안개와 같은 우윳빛 피부를 가진 갈색 머리의 여자였다.  그녀는 감정의 조각이라고는 한 조각도 섞이지 않은 차가운 눈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던 상대가 한참 만에야 한 발 짝 다가섰다. 그 순간 망토가 펄럭이며 뒤로 날렸고, 덕분에 아름다운 곡선으로 이루어진 몸이 드러났다. 조각을 해놓은 것 같은 완벽한 몸매가 달라붙은 드레스로 인해 더욱 돋보였다.

굳은 듯 서있던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푸웃"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 버려 나는 황급히 입을 틀어막아야 했따. 하지만 웃음소리는 이미 들렸을 것이다.

 

"상황 판단이 안 되는가 보구나, 어리석은 공주여"

그 목소리에는 어딘지 모르게 격이 다른 힘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이 내 입가에 지어진 미소를 지울 수는 없었다. 그런 나를 보면서도 상대는 쉽게 화를 내거나 흥분하지 않았다.  한 참 후 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뭐가 우스운가ㅡ, 인간이여?"

묻긴 했찌만 그다지 관심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내가 대답을 하든 말든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일부로 망토가 펄럭이도록 마법을 건 거며, 목소리 가다듬는 거며. 표정 수습하는거며 다 웃겨"

"음?"

상대방은 내 말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꿈틀걸린 눈썹이 그녀의 심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리고 조금 전과는 사뭇 다른 눈으로 바라보았다

 

"누군가 했떠니 피네스 너였냐?"

"으음?"

이번에도 놀라지 않았지만 그녀는 양미간을 찡그렸다

 

"그럼 요즘에 내 주위를 배회한 것도 너였겠군"

"흐음?"

"언제까지 그런 멍소한 소리만 낼거지? 그리고  그 촌스러운 복장은 뭐야?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심하지 않냐?"

 

내가 손가락 대신 창 끝으로 가리키며 말하자 자연히 그녀의 눈이 창에 집중되었다.

 

"설마?"

그녀의 손에서 창을 빼낸 나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유리시나 님? 아니시겠죠?"

아니라면서 왜 존댓말을 쓰는거지?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나는 피네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며 말햇다. 피네스 주제에 감히 날 공격했단 말이지? 몇칠 전에 내 손바닥을 찢어놓고 이번에는 단검을 던졌다. 상급마족도 아닌 중급 마족 주제에,

 

"저는 유리시나 님인 줄은 몰랐습니다. 알았으면 이런 짓은 절대 안했을 겁니다"

 

피네스는 주춤거리며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너무 긴장하지마 . 네가 이런 짓을 한 이유를 알고 싶을 뿐이니까"

"말할수없습니다"

 

나는 창을 힘껏 피네스를 향해 던졌다. 날카로운 창날이 자신의 목으로 날아들자 피네스가 황급히 몸을 비틀었다.

그후 나는 주먹이나 다리를 날리고 피네스는 이걸 손으로 막는식이 계속 되었다.내가 주먹을 내지르자 피네스가 한 손을 들어 쉽게 막아냈다. 하지만 피네스의  손이 주먹에 닿자 순간 빛이 터졌다.

 

퍼엉~!

 

지금까지 육탄전만 벌이던 내가 마법을 사용하자 피네스는 피하지 못하고 뒤로 튕겨져나갔다.

 

"건방지게 어디서 그 따위로 입을 놀려?"

 

내손이 붉게 빛나는 것을 본 피네스의 얼굴 가득 낭패한 기색이 떠올랐다.하지만 그녀의 목을 노리고 갔던 손은 엉뚱한 곳으로 향했다. 튕겨 나가는 도중에 떨어졌는지 아니면 넘어지면서 떨어뜨렸는지 몰라도 피네스 옆에 목걸이가 떨어져 있었다.

 

"이건 페드인 왕국의 왕족들이 가지고 있는 목걸이인데, 네가 왜 가지고 있지?"

",,,,,,,,"

 

피네스는 '묻지말아주세요' 라는 얼굴로 입을 꾹 다물었다.

만약 피네스가 이걸 훔쳤거나 강제로 빼앗았다면 목걸이를 분실했다는 사람이 나왔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없었다. 다만 목걸이와 함께 묻힌 사람만 있었따

 

"오펠리우스 왕비?"

나는 도끼눈으로 피네스를 노려보았다

"좋은말로 할때 불어"

주저하던 피네스는 내가 본격적으로 화를 내려 하자 결국입을 열었다.

마족이 맡은 계약이 엇갈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한 시대에 마족을 부를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이상 나오기는 하날의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렵게 때문이다. 그러나 재수가 없으면 넘어져도 뒤통수가 깨진다.

 

"야! 그게 말이나 돼!?말이 되냐고?"

나는 발로 피네스를 퍽퍽 차면서 다그쳤다

"저한테 그러셔도 소용없단 말입니다"

그 와중에도 피네스는 급소를 노리고 날아가는 발차기를 손으로 막으면서 말했다.

 

"오펠리우스 그 인간이 뭐라고 했지?"

"죄송한데 유리시나 님이 그여자가 말하던 마리엔 공주가 맞습니까?"

 

"아직 내 질문에 대한 답을 듣지 못했어"

"마리엔 공주를 죽여달라는 것이 계약이었습니다"

그녀의 얼굴이 곤란한 듯 난색을 띠었다

 

"그 여자도 영혼인 상태로 부르던가?"

"아닙니다. 마법진으로 불렀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도라뇨?"

"넌 몰라도돼"

차갑게 대꾸한 나는 왕비가 같혀 있던 감옥을 떠올려보았다. 적어도 약을 건네주로 갔을 때는 무슨낌새를 느끼지 못했다. 그럼 그 후였을 까?

 

"그런데 유리시나 님은 왜 여기 계시는 겁니까?"

"내가 왜 그런 것까지 너한테 알려줘야 되지?"

"죄송합니다"

 

내가 노려보며 쏘아붙이자 피네스가 순순히 사죄를 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오늘은 이만 가보겠다'겠지. 나는 그런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방에 걸어놓은 마법은 풀고가"

나와 피네스가 창던지고 피하고 날아차고 막는 동안 경비병들이 오지않은 이유는 뻔했다. 피네스는 알았다 말았다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눈을 깜박이는 동안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확인해보지 않아도 방에 걸린 마법은 사라졌따는건 알수있었다.

 

다음날 나는 오펠리우스 왕비가 갇혔떤 감옥에 가보았다. 하지만 카펫을 들춰보아도 바닥에는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았다. 감옥에서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나는 귀빈 감옥을 관리하는 총책임자를 찾아갔다.

 

나와  마주앉고서 불안해서 눈안을 이리저리 굴리는 그를 보자 번뜩 미노타우로스가 떠올랐다.

 

"그런데 무슨일로 귀한 발걸음을 하신 겁니까?"

"오펠리우스 왕비님, 아니 오펠리우스 전 왕비님이 계셨던 감옥에 이상한 점이 없었냐고요?"

 

"그래. 분명히 있었을 텐데"

내가 눈을 번득이며 추궁하자 미노타우로스 간수장의 얼굴이 푸르뎅뎅해졌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하지만 제 목을 걸고 맹세하건데 고의는 아니었습니다. 믿어주십시오"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보아라"

미노타우로스 간수장이 털어놓은 사정은 이러햇다.

 

매일 아침마다 혹시 죄수가 탈출하지는 않았나 확인해보던 병사가 이른 새벽부터 그에게 달려왔다. 병사를 앞세우고 허겁지겁 달려간 그가 본 것은 카펫 위에 쓰려져 있는 왕비의 그 주변을 뒹굴고 있는 빈병이었다. 이미 왕비는숨이 끊어져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리고 기겁해서 그녀의 시신을 살펴보던 그의 눈에 검붉은색으로 물든 바닥이 보였다. 처음에는 카펫에 얼룩이 묻었나 했지만 나중에 보니 그것은 마법진의 일부였다. 그는 그것이 무슨 용도인지 몰랐으나 왕비가 그렸다는 점과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저주용마법진이라 여겼다. 이 흉물을 오래 놔두었다가는 예전처럼 누가 크게 다칠 것을 염려한 그는 그것을 불에 태워버렸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것인 줄 몰랐습니다"

"죽 일년"

내가 으르렁 거리자 간수장은 더욱 더 머리를 조아렸다.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으로 착각한 모양이다.

 

"이 사실을 알려진다면 목숨을 보존하지는 못할 것이다. 잘하면 전왕비와 한패로 몰릴 수도 있겠지"

"전 전 왕비님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정말 모르고 한 일입니다"

"나는 그대가 죄가 없다는걸 알지만 다른사람들은 어떨까?"

 

"내가 도와줄 수도 있긴 하지.."

살짝 운을 띄우자 언제나 그랫듯이 급한자가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들었다. 잠시후 간수장의 방을 나온 나는 입술을 비틀며 중얼거렸따

 

"곱게 죽었으면 네 자식들한테 좋았을 것 아냐. 피네스 같은 것이 날 죽일수있을 거라고 생각한건가? 어리석군"

 

 

 

나도 모르게 옆에 있는 나무 뒤로 숨었다. 두 사람은 누군가를 찾는것처럼 두리번거리는 기색이었다. 착각일 수도 있엇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같았다. 그러다 불현듯 내가 왜 숨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윽고 나는 나무뒤에서 나온뒤 당당히 걸어갔다.

 

"어디 갔었던 거냐?"

"어딜 갔다 온거야?걱정했었잖아"

에릭과 세린이 빠르게 다가오며 말했다

"잠깐 만날 사람이 있어서"

"그게 누군데?"

 

너희들은 왜 이렇게 궁금한 것들이 많은 거냐? 나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짤막하게 대답했따

 

"남자"

더 자세히 말해주는 건 곤란했다. 괜히 부아가 치민 나는 그들을 향해 한마디 툭 내던졌다

 

"속 편한 것들"

 

다리를 꼬고 앉아 라디폰 공작의 보고를 들던 나는 계속 발을 까닥였다. 머릿속에는 아직도 몇칠 전 일에 대한 생각이 한참 진행 중이었다.

 

"이 안건은 공주님께서 직접 제안하신 걸로 압니다만"

그 말에 나는 생각의 늪에서 현실 세계로 빠져 나왔다.

 

"마법학교 건설 문제는 여러가지 논란이 있었찌만 결국 채택되었습니다. 국왕 폐하께서는 그 책임자로 공주님을 염두에 두고 계신 듯하니 조만간 무슨 소식이 있을 겁니다"

 

그의 말처럼 몇칠 후 나는 마법학교 건설에 관한 총책임자로 임명되었다.

 

장소가 정해지자 그 후는 돛을 단듯 순조러웠다.

 

그리고 이곳을 직접 둘러보기 위해 나를 비롯한 많은 귀족들이 시찰을 나갔따. 주위 곳 곳에 자재들이 쌓여있었고  그 사이를 분주히 오가며 무엇인가를 점검하는 사람들이 눈에 밟혔다.

 

"어때? 마음데 드나?"

주변의 경관을 들러보던 나는 나처럼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는 루시에게 물었다. 루시는 나의 제안으로 인해 새로 만들어질 학교 교장으로 일하게 되어 있었다.

 

"좋은데요. 수도에서 너무 멀지도 않고, 바로 뒤에 숲이 있어 필요한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루시의 만족스런 대답에 나는 슬며시 오스크리티 사람들에게 눈길을 주었따. 그들도 이곳이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이렇게 넓어 보이는 데다 곳곳에 자재들과 사람들이 산재해 있어 함께 왔던 라디폰 공작과 티스몬 백작, 에릭과 세린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도 되지 않았다.

 

"그럼 우리들도 둘러볼까?"

 

내가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하자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귀족들이 앞다투어 앞장을 섯다.

 

햇빛이 부서지는 건물들 사이를 거닐던 나는 본관의 정면을 지나게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본관의 일부분을 이룰 돌들이 쌓여 있는 곳 밑을 걷고 있다는 말이 맞겠다. 사실 말이 돌이지 육중한 무게의 광물들은 하나하나의 폭이 양팔을 벌려도 감싸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 돌들이 보통 사람 키의 두 배정도 되는 높이까지 쌓여 있으니 돌사늘 줄여놓은 것같았다.

 

그리고 숲에서 이곳까지 날아온 갈색 새가 그 돌 위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검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우리를 관찰했다. 새가 나를 보자나도 빤히 그 새를 쳐다보며 걸었다. 그런데 몇십걸음 걷고 나자 뒤가 허전했다.

 

의아해져서 뒤를 돌아보니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서있는 다람쥐를 신기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푸드득~.

 

돌무더기 위에 앉아 있던 새가 보금자리로 돌아가는지 자근 날개짓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때 전신을 압박해오는 느낌이 들었다. 황급히 위를 올려다본 내 눈이 무너지는 돌무더기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보다 더위에서 천천히 날개짓하고 있는 갈색 새의 모스이 잡혔다.

 

"공주님!"

"아앗!"

"위험합니다"

 

뒤에 처졌더 ㄴ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는 것인지 고함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사페겔드!"

나와 몇몇 사람들의 주위로 불투명한 막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한동안 그 위로 무거운 것이 덮치는 듯한 진동이 느껴졌다.

워낙 큰 돌들이라 무슨 작은 방에라도 같힌 기분이었다. 돌들 사이로 작은 틈이 나 있었지만 황급히 뛰어오는 사람들의 일부만 보였다

 

"어서 사람들을 불러와!"

 

누군가의 외침이 떨어졋다. 그사이 다른사람들은 돌덩이에 붙었다.

 

마법학교 건설을 위해 시찰을 나갔다 난데없는 봉면을 당한지 몇칠이 지났다. 그 일은 사고로 결론이 나 큰소란 없이 수습이되었다.

 

그리고 피네스가 본격적으로 나왔든 말든 일은 거침없이 쌓여만 갔다. 괜히 책임자를 맡았나 하는 후회가 들 정도로 여러 곳에서 보고서와 탄원서가 날아들었다.

 

 

"공주님 일어나세요."

누군가 나를 흔들어 깨웟따.

"피곤하셨었나봐요"

"신에게 평생 이런일을 하게 해주고 싶을 정도로"

 

그럼 얼마나 좋겠는가. 서류가 온세상을 뒤덮는 곳에다 그놈들을 던저놓고 게으름 피울 때마다 창으로 찔러주는거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강물처럼 흘렀고, 나는 어느새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낮잠을 자서 그런지 처음에는 그다지 조리지 않았찌만 작은 별빛까지 막아버린 어두컴컴한 방에 계속 누워 있자니 나도 모르게 잠이 들고 말았따

누군가 나를 부드럽게 흔들어 깨웠다. 잠결에 언뜻 들리는 목소리에 나는 더욱더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상대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흔들어 깨웠다. 누군가가 귀를 틀어막고 있떤 베개는 물론 이불까지 빼앗아 가버린것이다. 인상을 쓰며 일어난 나는 이런 무식한 방법으로 잠을깨우는 자가 누구인지 확인하기위해 고개를 들었다.  하얀 빛 속에서 사람의 형상만이 흐릇해보였다. 하지만 눈이 빛에 익숙해지자 상대의 얼굴을 확인할수있었다

 

"너 여기서 뭐하는거야?"

"뭘 하다니? 널깨운 거잖아"

그런건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안다. 게다가 그는 잠옷을 입구 있는 나를 보고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따.

 

"캐롤"

내가 화가 난 목소리로 부르자 캐롤이 금방달려왔다

"아무리 내 친구라도 해도 자고 있을 때 들인다는게 말이돼?도대체 자신의 임무를 뭐라고 생각하는거지?"

 

"그만해. 새삼스럽게 왜그래?"

 

내가 널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지만 이건 너무 날뒤는거 아냐? 모든 일에는 정도가 있는 법이다.

 

"정말 뻔뻔하군. 당장  나가!" 내가 쌀쌀맞게 말하자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진정하세요. 마리엔 공주님. 왜그러세요? 부마께서 아침에 좀 들어오시면 어때서요"

내 날카로운 시선은 순식간에 그에게서 캐롤에게도 옮겨갓다.

"다시 한번 말해봐"

"그러니까 진정하시라고요. 부마이신데"

 

캐롤은 부마라는 말을 하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내가 그녀를 죽일듯이 노려보았떤 탓이다.

만약 내손에 창이 있었다면 그동안 정이고 뭐고...부마? 누구마음대로? 그래. 레프스터 국왕의 짓이구나.  그인간이 가족을 잃고 쓸쓸해하더니 이런짓을 벌인게야.

 

몰래 이따위 짓을 벌여? 그와 평소 친분이 있었으니 내가 자연스럽게 이 일을 받아들일 거라 생각했겠지.

 

한달음에 왕의 집무실까지 달려간 나는 기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그래, 공주가 아침부터 무슨일이지?"

레프스터 국왕이 내인사를 받으며 묻자 아리란드 왕비도 붉은 눈에 호기심을 담은채 바라보았다.

 

"부마 문제 때문에 왔습니다"

 

심정 같아서야 당장 마계구경 시켜주고 싶지만 이성이 자동으로 제재를 걸었다.

 

"사람이란 가끔 마음에 들지 않는 때가 있지요. 하지만 그도 공주를 무척이나 아끼고 있답니다. 그러니 이해하려고 노력해보세요" 아리란드 왕비가 자상하게 타일렀다.

 

"이해하라고요? 어떻게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일 함께 있떠니 무슨 일이기에 그렇게 화가 난거냐?"

 

함께 있었떤 건 그녀석이 일방적으로 따라붙은 거였지.

 

"그 녀석이 내가 자고 있는데 방에 들어왔단 말입니다. 게다가 시녀들은 그전에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어요.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이 얼어났는지는 아시겠찌요?"

 

"겨우 그일 때문에 그러는 거냐?"

"그러게요. 전 무슨 큰일이라도 난 줄 알았답니다"

"부마가 한시라도 빨리 마리엔을 보고 싶었던 모양이네요"

"급하기는. 하긴 좋을 때지"

 

아리란드 왕비가 못말린다는 눈으로 나를 보며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누구 마음대로 부마야?!"

나는 창을 쥔 손에 힘을 주며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농을 하던 두 사람이 놀라서 쳐다보았다. 그들의 그런 시선을 받아 나는 주춤거리며 끝에'~요' 자를 붙였다.

 

뒤쪽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생각이 채 마무리 되기도 전에 훼방군이 나타났다.

"무슨 일 있어? 아까부터 이상하잖아"

"어디아픈거야?"

너무도 자연스러운 스킨십에 나는 손을 쳐내지는 못하고 인상만 찡그렸다.

게다가 살과 살끼리 닿은 특유의 감촉에 기묘한 느낌마저 들어 여간 곤란한게 아니었다. 다행이도 그는 이마에 가져다됐떤 손을 곧 뗐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눈빛만은 여전했다. 그 모습은 방금 전에 봤던 누군간들의 모습가 매우 흡사했다.

 

 

 

 

흐미흐미 !!너무 길게썼네욤..갑자기 상황이 전개돼서 헷갈릴수도잇는데요~~ 조금더 지나야 이유를 알수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