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만들어준 내주변의 차가운 한류!

sexycop2000@lycos.co.kr2005.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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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가 만들어준 내주변의 차가운 한류!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여기에 글 올리는 산적입니다.

저는 런던에서 태권도를 가르치면서 한인관련 행사에 영국 꼬마 제자들을 데리고 가서 태권도 시범을 보이는 것을 한국과 태권도에 대한 보답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무참히 깨어버리는일을 SBS에서 당했습니다. 영국 현지시간으로 5월 9일에 촬영을 하였고 한국시간으로 28일 모닝와이드 시간에 잠시 나간 영국내의 한류 뭐시기 프로그램 촬영팀과 그 이후의 일입니다.

 

일의 발단은 KACC에서 주관한 한국 필름페스티발에 태권도 시범으로 참가한 것이었는데 중간에서 페스티발을

소개시켜 주신 분이 평소에 많이 도와주시는 분이라서 흔쾌히 그리고 한국을 알린다는 취지의 행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연락을 받은 것이 아마 행사 10일 전쯤이었는데 이때는 "단순한 연락"으로 행사 담당자와 통화는 하지 못하고 소개시켜주신 분이 저의 연락처를 주최측에 알려 주셨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3일이 지나도 연락을 받지 못하여 주선하신 분께 일의 진행상황을 문의하였더니

 "한국인 사범 보다는 외국인 사범"이 필요해서 섭외 중이라고 해서 저도 그러려니 하고 말았고 학생들에게 조금씩 준비시키던 시범준비도 접고 황금 같은 휴일기간 ?영국은 뱅크할리데이가 있어서 연습하기 좋았고 토요일 일요일도 같이 끼여서 3일 연속 연습하면 왠간한 것은 다 준비가 된다-도 그냥 휴일처럼 보낸 다음주 수요일에 연락을 받았습니다.

 

"태권도 시범 하셔야 되는데요? 하실 거죠?"

 

 뜬금 없는 전화에 처음에는 -비록 상대가 자신을 알리고 나도 그 쪽이 어디란 것을 알았지만- 너무 황당해서 잘못 걸려온 전화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위의 멘트를 듣고 있자니 화가 나더군요. 그래서 격앙된 목소리로

"아무리 짧은 시범이라도 시내에서 하는 거고 애들을 데리고 가는 것이면 1000파운드는 주셔야겠습니다."라는 말에 당황했는지 행사진행 총괄 책임자를 바꾸어주면서 해준 얘기를 들어보니 일이 왜 꼬이게 된 이유는 아주 어처구니 없더군요.

 

행사 취재를 하러 오기로 한 sbs 모닝와이드팀에서 현지 사정은 모른 채

"외국인사범이 시범 보이면 그림이 더 낫다"는 식으로 현지에서 작성한 촬영 일자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려고 그랬다더군요. 그것도 여기 영국 현지에 와서가 아니라 한국의 사무실에서 말입니다.

여튼 10여분의 전화통화 후 원래 계획대로 태권도 시범을 행사비를 받지 않고 보이기로 하고 준비를 하려고 생각하니 남은 시간은 오직 3일,

목요일 저녁 클래스와 토요일과 일요일의 지원자들의 소집, 하지만 스스로 약속한 목요일은 무조건 발차기와 겨루기 준비에 최대한 시간을 할애한다는 나와의 약속이자 클래스 운영 방침에 목요일은 제외하고 태권도 시범자 선발만 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잡아줄 사람도 없이 어케든 학생들만으로도 준비만 해볼 요량으로 말입니다.

 

 혼자서 준비를 하고 있는데 다시 전화가 오더군요. 인터뷰를 위해서 외국인 사범이 꼭 출연해야 한다나요? 이왕이면 외국인 사범의 시범도 보고 싶다는 식으로 말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클래스에 대한 취재와 제 클레스에 대한 취재도 방송국에서 원한다며 시간표 작성을 부탁하여 제가 해 줄 수 있는 시간표를 작성해서 보내주었고 좋다는 인사도 받았습니다.

 

물론 제가 전에 언급한 웨스트 민스터 대학의 태권도 사범인 찰스에게 부탁하여 출연 약속을 받았고 클래스 취재준비도 하겠다는 약속까지 받았고 화요일이 젤로 좋다는 확답까지 받고 세번 네번 확인했습니다. 영국에서 태권도를 가르치는 외국인 사범을, 그것도 가장 모범적인 클래스를 한국에 소개할 수 있어서 오히려 제가 좋아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5월9일 시범 당일에는 준비되지 많은 것들과 소낙비로 맘 졸이며 있다가 우여곡절 끝에 태권도 시범을 끝내게 되었고 학생들도 만족했고 방송국도 만족하더군요. 그리고 우연히 지나가시던 동아일보 기자분께서 사진도 찍어주시고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행사담당자와 잠시 얘기하고 있는 사이, 방송국에서는 애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었고 시범에 참가한 아이들도 좋아하고 학부형들도 좋아해서 그다지 매끄러운 진행은 아니었지만 저도 그럭저럭 만족했습니다.

 

 아이들과의 인터뷰가 끝난 후 저와의 인터뷰가 있었는데 시종일관 영국에도 한국의 바람이 일고 있다는 식으로 얘기를 해달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영국에서 한국의 바람이 부는 것을 영화제 기간 외에는 솔직히 본적이 없고 삼성 휴대폰도 얼마 전까지 일제로 알고 있는 영국인들이 대부분이고 한국을 얘기하자면 월드컵과 태권도가 나와야만 겨우 아는 사람들만 제 주변에 있어서 뭐라고 말을 못하겠더군요. 그래서 리포터분과 좀 실랑이를 하다가 편집하라고 하면서 좀 길게 얘기했습니다. 방송에는 어떻게 나왔는지는 몰라도 전 이 부분에서는 그다지 크게 찬성하지 않았습니다.

 

찰스사범과의 인터뷰와 모든 것이 끝나고 행사담당자와 저 그리고 방송국 관계자들이 모여서 얘기를 한 것은 바로 다음 날, 화요일의 스케줄이었는데 7시30분부터 시작되는 찰스 사범의 클래스 취재와 인터뷰를 위하여 안내를 해달라는 것을 흔쾌히 수락하고 6시30분에 시내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이 시간은 재삼 확인을 하는 다음날 아침 10시20분경에 음성메시지로 남기더군요.

 

그러나 어처구니 없게도 화요일 학교 클래스를 마친 5시 좀 전에 전화가 와서는 취재가 취소되었다고 담당자가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더군요. 사실 이때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몇 번이나 확인한 찰스사범의 인터뷰와 취재협조 사항들, 단지 인터뷰를 위해서 대학교 직원 근무 시간에 나와준 그 성의, 태권도의 나라, 한국에서 온 방송 취재진들을 부푼 맘으로 기다리고 있을 국적이 각각인 60여명의 수련생들 그 중에서도 팔에 태권도 문신을 새긴 콜롬비아의 에르난데스가 생각나니 화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전날 밤 늦게까지 계속 마주치면서 아무 말이 없었던 그들이 갑자기 전화를 해서 ?그것도 취재팀장인 PD가 아닌 현지 행사진행 담당자가 전화한 거였음- 이미 충분히 촬영했다는 이유로 느닷없이 취소해버리는 그들의 작태에 화가 났습니다.

그리고 맘 속에는 “역시 거들먹거리는 방송국 놈들은 믿을 수가 없는 건데 내가 너무 쉽게 믿었다.”는 것에 대한 자책감만 떠올랐습니다. 자신들이 원하는 말을 해주지 않는다고 인터뷰 중간중간 말하던 “방송에 나갑니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볼 수 있습니다.”라며 은근히 방송의 힘을 과시하던 그들의 유치함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짐작하지 못한 나의 불찰에 너무 화가 나더군요.

 처음 태권도 시범 섭외과정에도 나타났던 “외국사범으로 찾아내라.”던 그 안하무인과 불쾌감을 감수하고 행사를 진행한 힘 없는 나 자신이 서글프기도 했지만 이미 찰스네 클래스에 갈 준비를 마치고 기차를 기다리고 있던 나로서는 선택은 오직 하나, 가기로 한 찰스 사범과의 개별 약속은 지켜야겠기에 홀로 찾아갔습니다.

 

클래스에 도착하자마자 나에게 던진 찰스의 첫 질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Where is Stephanie?”, “Where is broad cast news camera?”  이미 방송국 취재가 취소 된 것을 행사담당자의 연락으로 알고 있었지만 저한테 그렇게 묻더군요.

물론 표정도 냉소적이었고 ……

무엇보다도 더 미안했던 것은 다른 50명이 넘는 태권도 수련생들의 표정을 보고 난 다음이었습니다. 방송국에서 취재 온다고 야근 빼먹고 온 남자 유단자들, 과제를 팽개치고 온 예비 변호사 등 진정한 영국내의 친한파들의 어이없어하는 표정들을 보면서 또 한번 분노했고 그 분노는 태권도 수련 후의 샤워 물줄기로는 도저히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제 개인에게 한 약속은 그렇다고 쳐도 어떻게 한류를 취재하러 왔다는 사람들이 그나마 얼마 되지 않는 영국 내의 친한파에게 제대로 물 먹일 생각을 했었을까요?

 

영국에서 약속 안 지키는 사람과 단체는 인정 받지 못하는 경멸의 대상입니다. 아마 그들에게는 S.B.S 라는 세 글자는 불신 한국의 심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태권도가 좋아서 팔에 태극기 문신을 하고 한국인을 보면 간단한 한국말 인사를 건네고 한국음식을 찾아서 먹으러 다니는 그들에게 한국이라는 나라가 무한한 동경의 대상이지만 현재의 한국인은 그  냉소의 대상으로도 될   수 있습니다.

 

부디 없는 한류 만든다고 억지 부리시지 마시고 그나마 생길려는 韓流의 기운을 제발 현지 사정도 모르고 막 설쳐서 현지 동포들과 현지인들 사이에 寒流나 안 만드시는 것이 진정한 한류를 만드는 것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당신네들에게 아주 알 맞은 표현으로 마무리 합니다.

 

“안 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는 제대로 샌다.”

 

이 일의 와중에 제가 받은 메일과 전화답변에는 약속 취소에 대해서 그냥 건성으로 하는 미안하다는 말과 애들이 격파 중에 실수 한 것을 부각시키지 말아줄 것을 부탁했었는데 애들이 긴장해서 실수 한 것으로 방송에서는 설명하고 송판을 잡아주던 사람들이 초보라고는 말 하지 않았다더군요.

그리고 그렇게 찍지 않으면 방송이 안된다던데…… 거짓말 하지 않고 사람 바보 만들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방송이라면 전 안 만들겠습니다.

 

 진정한 사과 한마디 없이 “어쩔 수 없었다”는 말로 넘어가는 그들의 역겨움에 분노를 금치 못할 뿐입니다. 그리고 촬영 중에 그 쪽 촬영 담당자가 말한 “인터넷으로 생방송을 볼 수 있다.”는 말은 이미 거짓으로 판명이 났고 방송 테잎 보내준다는 그 말은 거짓이 될지 안될지 지켜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