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사 - (2) 박하사탕과 그녀.

아랑2005.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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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 - (2) 박하사탕과 그녀.

 

 

줄지어선 조문객들. 그들 사이로 일렬로 줄을 마춰선 석중의 부하들이 보였다. 정선생은 석중의 두번째 담배를 갈취해  그 두번째 담배를 다 피워 간다.

 

"선생님....."

"....... 질긴 인연이야.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나?"

 

꾹!  정선생이 갑자기 석중의 어깨를 움켜쥐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그를 위협했다. 그러나 정선생의 눈가가 촉촉히 젖어 있음을 눈치빠른 석중이 놓칠리 만무하다.

 

"선생님 그만 쉬시지요. 원경아 선생님 좀 모셔라."

 

석중의 걱정에도 상관 없다는 듯 두손을 들어 석중의 오른팔인 원경의 몸짓을 간단히 저지 시켰다. 원경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그 둘을 바라보았다.  비로소 석중이 원경의 행동에 손짓으로 답하며, 원경을 줄지어선 틈새로 들어 가게 했다.

 

"그럼 저랑 잠시 나갔다 오시지요. 아까 샤워 하실때 보니까. 기침을 심하게 하시던데......."

 

석중의 걱정이 끝나기가 무섭게 정선생의 입에선 피라도 토할것 같은 기침들이 연속적으로 심하게 터져나왔다.

 

쿨럭! 쿨럭!

 

"이게다 내 놈들 때문이야. 적당히 찾다가 없으면 돌아갈 것이지 30분이나 물속에 척박혀 있느라고,  우후헉 쿨럭!"

 

삿대질을 하며, 험상굳은 말을 하는 정선생을 바라보며, 어이없이 실소를 머금어야 했다.

 

"그래요. 다 제가 잘못 했습니다. 그러니 그만 좀 쉬세요."

"미친놈들...  너들이 무슨 조폭이냐. 그러고들 서있게. 저 세상 사람이 된 위회장을 찾아온 손님들이 겁을 집어 먹고, 너희들을 저승사자 보듯 하는 게 안보이냔 말이다. 고얀 것들!"

"네. 네 알겠습니다."

"알았다면, 모조리 해산 시키고, 니놈이 가지고 있는 담배란 놈 내놔봐!"

"얘들은 해산 시키겠습니다. 하지만, 담배는 안됍니다. 원경아 얘들하고, 쉬거라!"

 

석중의 말에 차렷자세로 있던 원경과 부하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자리를 비웠다. 북적거리며, 위험있던 사내들의 움직임이 일순 사라지자 장례식장이 고요해 졌다. 어느새 석중의 윗주머니에 있던 담배를 가져가 세번째 담배를 입가에 문 정선생을 보며, 괜스레 걱정이 앞섰다.

 

"선생님 참 빠르기도 하시네요. 담배그만 피세요. 제발  차라리 늘 드시던 박하사탕을....."

"집워치워 누가 그거 좋아서 먹은 줄 알아? 오늘은 누가 뭐래도 이 독한 놈을 모조리 피워버리겠다."

 

정선생의 결의는 세상에 있는 담배란 담배를 모조리 피워버리겠다는 것처럼 대단해 보였다. 석중의 정선생의 눈빛을 보며, 한줄의 슬픔을 배웠다. 도데체 왜 그가 위회장의 죽음을 가슴아파하며, 무던히도 참아 내는지.

 

"그럼 저도 도와 드릴게요."

 

석중은 정선생의 옆에서 조용히 한모금의  담배연기를 빨아 당겼다. 정선생은 석중이 자신의 옆에서 피워내는 희뿌연 담배연기에 아련한 기억을 더듬어 올라 갔다.

 

 

내 나이 18세.

나는 조선인으로 태어 났다. 그러나 내 조국은 나를 물설고 낯선 이곳 상해에 천애고아로 던져버렸다.

3살에 양부모에게 입양되던날 어리고 어린 눈에 그들이 마치 천국에서 온 천사처럼 좋았었다. 하지만, 5살 어린나이 그들의 양부모가 그를 버리고 이사를 할때마다 가슴 쓸어 내리며, 아파해야 했던 기억. 절대 잊을 수 없었다. 그를 버린 부모들이 용케도 이사한 곳을 찾아오는 어린 그를 보며, 놀라고 소름 돋아 할즘 그는 특별한 능력이란게 자신에게 있다는 것 조차 모르고 그렇게 아픔을 딛고 성장해 나갔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양부모가 모조리 누군가의 손에 의해 죽검으로 그의 앞에 나타났다.

 

양뤼즈위-----

그의 양부모를 암살한 일당들을 일컬어 양뤼즈위라 했다. 형사들이 쉬쉬 거리는 사이 그는 눈물도 없이 양부모를 화장해 그를 매번 버리고 달아나던 곳에 뿌려주었다.  물흐르듯 고요하기만 세상에 버려진 그. 그때 나이 16세.

 

"이봐 꼬마야. 배고프냐? 그럼 일해 일하란 말이야!"

 

무섭도록 그를 다그치는 사람들 사이로 그는 있는 힘껏 내달렸다. 죽을 힘을 다해 달아 나도 어느새 잡혀오는 그의 불쌍한 꼬락서니... 그래도 아무도 그를 도와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소매치기를 하라구요? 못해요. 절대. "

 

퍽!  퍽! 퍽!

 

우으흑헉!

 

"맞아 죽어도 못하면, 그렇게 해!  당장에 요절을 내!"

 

험상굳은 사내의 외침에 일제히 준비시켜논 몸둥이로 그에게 마구 휘둘러 댄다. 맞아도 신음소리 한번 못내고 죽을 것같아 죽을 힘을 다해 울부짖었다.

 

"그  그만해요. 하  할께요!!!!!!! 까짓거. 하면 될거아니에요!"

 

퇴ㅅ!!

 

그의 말에 일제히 몽둥이 휘두르는 걸 멈추며, 험상굳은 사내가 그에게 다가오도록 기다렸다.

그는 입가에 고인 피를 뱉어 내며, 날카롭게 험상굳은 사내를 올려 다 보았다. 한순간 그의 눈길에 움찔하는 것 같던 사내는 목소리를 높여서 그를 풀어 주었다.

 

"당장 일해!! 명심해 도망가면 그다음엔 네 양부모가 죽은 것처럼 만들어 줄테니까!"

 

험상굳은 사내의 말에 몸을 경직 시키며, 무섭도록 이를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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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어느새 소매치기를 하는 그의 날렵한 실력은 경찰들도 울고갈 지경이었다.

 

"학생. 얘!"

 

막 모퉁이로 돌아 조금전 소매치기 해온 지갑을 열어 보는 그를 누군가 불렀다. 겁없는 여자.

 

서둘러 지갑을 감추며,  입가에 담배를 물었다.  제법 날씬한 그녀가 그에게 빠르게 다가올즘 그는 담배에 유유히 불을 지폈다. 빨갛게 달아 오른 담배연기속에서 그녀의 모습이 그의 코앞에 보였다.  담배연기를 들이 마신 그의 코끝에 그녀의 알싸한 향이 멋모르고 찾아 들었다. 낯선 향기에 어리둥절해 할 틈도 없이 그녀가 그의 입가에 문 담배를 두 동강 내서 상해의 바닷가에 던져버렸다.

 

"이런! 샹!"

 

자신 보다 제법 어려보이는 남자가 담배를 피우는 게 못마땅하고, 조금전 고모지갑을 소매치기하며 달아 나던 소년을 그녀는 매우 불쾌하게 바라보았다. 게다가 저 상스런 욕이라니..

정시영은 상스런 말과 함께 목까지 잠겨있던 가래를 튀! 뱃어 버렸다. 그녀가 움찔 하며, 한발 뒤로 물러 났지만, 여전히 그녀의 표정은 어린아이를 나무라는 표정이었다.

 

"씨발 뭐야!"

 

그녀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어려보이는 남자의 귀를 사정없이 잡아 당겼다. 그리고, 생전 처음 듣는 말로 그를 나무라고 있다.

 

"이노무 자식 내가 너 어려보여서 한번만 용서해 줄려고 했는데!!  뭐야 너 어디서 담배에 욕을 하고, 그리고 소매치기를 해!!!  너 집이 어디야!!!!!"

 

한국사람?  시영이 듣기에 그녀는 분명히 한국말을 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그녀의 말투가 듣기 거북할 정도로 귀에 익었다.

 

"젠장! 당신이 뭔데 내 집 타령이야!!"

 

시영은 화가 나서 그녀를 밀치며, 달아 나려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뒷덜미를 잡는 그녀의 시선에 미안한 마음과 함께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슬그머니 조금전 소매치기한 지갑을 떨궈 주었다.

 

"이봐. 학생!  사과는 하고 가야지!!"

 

시영은 그녀의 소프라노급 하이톤 목소리에 움찔하며, 뛰던 발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위협적으로 다가가 그녀가 내품는 향기를 마음껏 들이쉰 다음 목소리를 최대한 깔고, 이렇게 이야기 했다.

 

"미안...... 안하거든? 그리고, 나 학생아니야. 당신이 선생이 아니듯이...."

 

그녀. 박하  20살 천재소녀 어쩌구 해서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얼마전에 부임해서 고등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정말 말안듣고, 어처구니 없는 녀석들과 너무도 흡사한 상해의 낯선 아이에게 왠지 모르게 남자의 향기를 맏고 있는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이봐요. 학생...... 미안하지만, 나 선생님 맞거든 그리고, 학생이 담배를 피우면되겠어? 상해인과 처음으로 말한 기념으로 내가 선물을 주지 자 받아!"

 

그녀의 자그만 손에 어느새 수북한 박하사탕이 들려져 그의 손으로 옮겨 놓았다. 얼떨결에 받아듣 박하사탕을 보고서 그는 어쩔줄 몰라하고 말았다.

 

"어때, 담배보다는 좋지 않겠어. 그리고 인생아직 멀었구만, 막살지 말아...  나 간다.  참, 다음에 보면 기억해...... 난 박하라고 해!!"

 

그녀가 건내준 사탕이 박하사탕이란건 누구나 아는데  그녀의 이름까지 박하라니....  그녀에게 나던 알싸한 향이 바로 이향이라는 걸 그는 맛을 보며, 음미했다.

 

그 후로 부터 40년 동안 그는 담배를 입에 물지 않았다. 다만 그녀를 기억할수 있는 박하사탕만 입안에 넣고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