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 99. 뱁새가 황새 쫓기

무늬만여우공주200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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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마다 물건 파는 양이 다르니까 돈 쓰는 수준도 달랐다.

난 늘 아껴쓰며 돈 모으는게 취미인 사람인데 대부분 가게를 하며 계도하고 카운터에 앉아있기에 세뇨라들은 간이 컸다. (ㅎㅎㅎ 내가 보기에)

내가 하도 집과 가게만 안다고 랑은 그 세뇨라들과 어울리라고 했다. 친구없이 산 아르헨티나 생활이 불쌍해 보였나부다. 그래. 참 외롭긴하지.

그래서 나도 그들과 어울리기로 했다.

계도 들기로 했다. 친목계였다.

가게가 끝나고 주말에 백구촌에 있는 한국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고 2차로 노래방도 가서 노는 친목계였는데 아줌마들이 참 드셌다. 난 드센 사람 별로 안좋아한다.

남들은 내가 공주병 환자네 얌전떤다고 뭐라카지만 난 여자답지 못하고 너무 드센 여자들이 별루다. 왁자지껄 시장바닥같은 분위기가 내 친구들, 동창들과 했으면 신났을텐데....

첫 날 참석하고 난 미안하지만 빼달라고 했다. 도무지 어울리기 힘들었다.
별로 친하지 않은 여자들과 먹지도 못하는 술좌석을 벌이는 것도 그렇고, 커다란 홀에 가서 춤추며 논다는 것도 그랬다.

난 친한 사람들과는 너무 까분다 소리 들을 정도로 잘 논다.
하지만 그들은 아니었다. 외롭지만 그냥 혼자 있는 게 날듯 싶었다. 아니, 그들과 내가 코드가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여름이 왔다.
너도 나도 떠나는 바캉스 철이다. 집이라도 팔아서 떠나야 하는 아르헨티나 바캉스 철에 우리도 가게문을 닫고 쉬기로 했다.

온세에서 가게를 크게하는 알렉한드로 친구들과 알렉한드로네랑 같이 휴양도시 '마르델 플라타'로 놀러가기로 했다.

한 친구가 그 곳에 콘도 미니엄이 있어서 거기에서 지내기로 했다.

각자 차를 끌고 필요한 물품을 싣고 우린 떠났다. 신났다.

하늘은 맑았고, 가는 길도 안막히고 길도 좋았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430킬로 정도 떨어져 있는 바다가 보이는 마르델 플라따는 해양도시이다. 서울에서 부산정도 되는 거리이다.

바다 한켠을 막아 놀이터를 만들어 놓은 곳이 있었다. 간이 수상스키를 즐길 수 있는 곳도 있었는데 잘 못하니까 흠뻑 물 속으로 쳐박힐 때도 많았다. 그래도 넘어지며 가끔 되는 스키가 너무도 신이났다.

바닷가로 나가니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잡은 새우를 쪄주는 레스토랑이 있었다. 우린 그리로 몰려가 정신없이 새우를 까먹었다. 싱싱한 새우는 펄펄 김이 나며 만두 찌듯 쪄서 한 바가지씩 나왔다.

다들 카지노로 몰려간다고 했다.

바다와 맞닿아 있는 곳에 커다란 복고풍 빌딩이 있었는데 그게 국영 카지노라고 한다.
세계에서 내노라 하는 어떤 부자가 이 카지노에서 돈을 다 잃고 창문에서 바다로 뛰어내려 자살했다고 해서 더 유명해진 카지노이다.

대리석으로 된 내부는 1층이 일명 빠찡꼬로 불리는 기계들이 설치되어 있었고 2층엔 카드로 노는 블랙잭, 포커, 뿐또이 방까(바카라)와 휘차(카지노 돈)로 거는 놀이 룰렛이 있었다.

한 명당 20불씩 놀기로 하고 들어갔다. 알렉한드로와 로미나네는 안단다고 해서 그 곳에 애들을 맡기고 나도 같이 들어갔다.

뿐또이 빵까라는 게임을 배워가며 했다. 어떤 이는 2000불을 따자 바로 일어나서 나갔다. 랑도 백불 따고 난 이백불을 땄다.

콘도에는 잘 곳이 모자라 우린 각자 호텔로 가기로 했다.

아침 6시부터 그 날 하루가 시작된다고 랑은 그때까지 놀아야 한다고 했다. 짠돌이 기질이 그런데서도 발휘되냐. 그렇게 우린 그 시간까지 놀고 딴건 얼른 써야 된다는 친구들 말에 따라 훼리아(장이 서 있었다.)에 가서 물건을 사기로 했다.

바닷가가 추운지 모르고 왔기에 빨간 긴 팔 옷을 사입고 오븐 효과까지 나는 아주 두꺼운 후라이팬을 샀다. 그건 너무 크고 무거워서 한 손으로는 못들었다. 뚜껑 무게도 만만치 않았다. 그 때 거기서 산 반바지 두 개는 너무 맘에 들어서 아주 오랫동안 아껴 입었다.

우리랑 같이 떠나긴 해도 돈을 잘 버는 한 친구넨 수영장 딸린 호텔에 머물고 있었다.

난 수영하길 참 좋아했는데, 그 호텔앞을 지나다가 그 아짐이 수영복을 멋드러지게 입고 일광욕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르헨티나 천주교회에서 최고로 이뻐서 인기가 좋았다는 그녀는 나보다 한 살 어렸고, 한국말 보다는 스페인어를 잘하는 여자였다. 신혼이라 아가도 어렸고, 새로 지은 아파트도 아르헨티나에 처음 도입되는 신식 아파트라 살기 편하게 되어 있었다.

800불씩이나 하는 가정부를 부려가며 사는 그 여자가 놀러와서도 우리랑 격이 다르게 멋지게 휴양을 하고 있었다.

"나두 저 수영장 가서 수영하고 싶어."

흐미. 랑이 기다려준다고 하고 오랜다.
내가 딱히 수영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 나도 저 호텔에 묵으며 수영하며 즐기고 싶다는 거지. 바보.

우린 주로 시장에 가서 뭘 사다가 먹었고 랑은 카지노로 놀러가버렸다.

난 아이들을 데리고 바닷가 모래 사장에서 모래 찜질과 수영을 했다.

그 뒤로 그들은 그렇게 멋진 호텔에 묵으며 놀기를 좋아했고, 한 번 가면 돈이 우습게 나가버렸다.
아까웠다. 난 그렇게 쓰는거보다 현찰이 좋은디....

우리보다 열배로 잘 버는 그들은 돈을 물쓰듯 썼지만 우린 그들과 똑같이 쓰진 못했다.

아무래도 그들과 어울리면 안될 듯 싶었다.

아베쟈네다 팀은 억세서 싫었는데......여기 온세팀은 또 왜이리 돈을 잘 쓰는거야.
에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