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랑의 반올림 The# no_4 [지금 내 심장이 뛰고 있는거 맞지?] "푸를청 구름운 푸른구름이라... 이름 참 잘 지었네요" 언젠가 해윤이 했던 말과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그가 신경에 거슬렸다. "예전에 사촌동생 녀석에 한국에 오면 이곳에 꼭 와보라고 하더군요.." 도윤은 자신의 말을 미처 다 듣지도 않은체 등을 돌리고 성큼성큼 어디론가 걸어가는 여자 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태리에 있을 때 수도 없이 들은 곳이기에 한국에 오자 마자 너무도 당연하게 발걸음이 다달은 곳이었다. 동생의 말대로 이름처럼 멋진 곳이기에 도윤은 한참동안 넋을 잃고 호수를 바라보다 누군가 우산도 들지 않은체 호수가에 서서 마 치 물 속으로 빨려들어갈 듯 서 있는 여인을 위태롭게 바라보았다. 긴 생머리가 바람에 흔들 리고 있었다. 여자는 도윤이 가까이 다가와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듯 두 눈은 여전히 깊고 푸른 호수가운데에 못박혀 있었다. 도윤의 눈은 여전히 차의 시동을 거는 여인에게 못박혀있 었다. 서연은 차의 시동을 걸고 천천히 와이퍼를 작동시겼다. 그리고나서 기어를 넣으려는 찰라 전 화벨이 울렸다. "다은아." "서연아 너 어디야? 너 또! 맞지? 또 거기간거 맞지?" "..............." "이제 제발 그만하면 안되겠니? 다달이 무슨 월중행사라도 돼? 내가 너 그러고 있을줄 알았 어. 너 동규 오늘 귀국하는거 그새 잊은건 아니겠지?" "아 맞다. 미안" "기집애 내 이럴줄 알았어. 나한테 미안할게 아니라 동규한테 미안해 해야지! 빨리 와! 너 동규 서운하게 하면 못쓴다! 동규가 널 얼마나.." "알았어. 지금 운정중이야 금방 도착해" 서연의 차가 청운 호수를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었다. 도윤의 눈은 서연의 차가 모습을 감출 때까지 쫒고 있었다. '분. 어디서 봤는데.. 그래 그 긴 생머리..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듯한 눈동자.' 분명 기억에 있는 모습이었다. 도윤은 처음 본 여자에게 집착하는 자신을 이 해할 수가 없었다. 너무 오랜만에 와서 그럴까? 도윤은 애써 여인의 잔상을 머릿속에서 털어 내고는 호수주위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다은의 익숙한 잔소리를 들으며 차를 몰아 공항에 도착한 서연은 왼쪽편의 작은 나무들 틈 사이로 샛노란 꽃망울을 터트린 개나리의 모습에 손을 흔들며 달려오는 다은에게로 향하던발 걸음을 멈추었다. "미친개나리. 한여름에 돌은거 아냐? 하긴 이상기후네 뭐네 식물이라고 제 정신을 차리기가 쉽겠냐? 지난 겨울에도 개나리는 피었더라." 투덜거리며 걸음을 재촉하는 다은과 달리 서연은 개나리에 시선을 고정시킨체 멍하니 서있 을 뿐이었다. 서연이 해윤을 만난건 돌담밑의 개나리가 막바지 여운을 자아내던 봄의 끝자락이었다. 대학에 입학하고난 뒤에도 그 어느곳에도 마음을 잡지 못하고 아웃사이더처럼 생활하던 서연 의 눈에 처음으로 들어온 해윤의 첫 모습은 몹시 불량해 보이는가운데도 쉽게 범접하지 못 할 무언가가 있었다. "또야?" 다은이 서연의 귓가에 짜증섞인 목소리로 속삭였다. "도대체가 말이지 이해가 안간다 이 말이다. 니가 매력이 있길하니 얼굴이 좀 예쁘긴 하지. 그래도 말이지 넌 성격이 드럽잖아.. 아무튼 남자들이란..." 다은이 책상 위에 올려진 캔커피를 조물락 거리며 셔연을 향해 악의 없는 질타를 퍼붓고 있었다. 서연은 그런 다은을 보며 미소 지었다. "기집애 웃네? 내가 우습냐?" 너스레를 떨던 다은이 심각한 서연의 표정에 순간 경직을 했다. "그래도 넌 나처럼 재수 없지는 않잖아..." "전서연 너 또 그놈의 재수타령이냐? 네 할머니 때문에 너까지 전염된거야?" "사실이잖아 웃기지? 태어날때부터 재수없는 사람으로 태어나다니.. 엄마는 날 낳고는 의식 불명으로 일주일만에 돌아가셨지.. 아빠는 날 데리러 온다더니 영영 돌아오지 못하셨지.." "그만해! 그게 왜 네 잘못이야? 관두자! 내가 말을 잘못 꺼냈어! 가자! 가서 배나 채우자 헛 소리엔 김밥 한 줄이 그만이라더라" 서연은 알고 있었다. 다은이 지금 몹시 속상해 하고 있다는걸.. 하지만 메마를 대로 메말라 있던 서연의 심장은 이미 다른 세계로 떠난지 오래였다. 그런 서연을 해윤이 현실로 잡아끌었다. 붗꽂처럼 찬란한 기쁨을 선물하며 그녀의 인생속으 로 해윤이 뛰어들었다. "아씨 진짜 밥을 못 먹겠어요. 서연아 너 내일부터 이빨에 김이나 하나 붙이고 다녀라. 가는 곳마다 사내녀석들이 진을 쳐요. 짜증나게! 차라리 한 놈 골라 확 사겨버려라!" 다은의 짜증에 김밥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는 다시 강의실로 향할때였다. 무리지어 서 있는 사람들 속에서 유난히 까만 눈동가 눈에 들어왔다. 서연은 아직도 옆에 서서 투덜거리고 있 는 다은의 손을 움켜잡고는 자신의 심장 위에 올려놓았다. 갑작스런 서연의 행동에 다은이 놀란 듯 움찔거렸다. "서연아 왜 그래? 갑자기 무슨 일이야?" "지금 내 심장 뛰고 있는거 맞지?" "뭐? 미친년 심장은 원래 뛰어!" "그래... 그렇지.. 신기하다." "전서연? 얘가 점점!" 서연의 눈은 여전히 청바지에 흰 티셔츠 검정색 가디건을 걸쳐 입고 벽에 기대어 담배를 물 고 있는 남자에게 멈춰있었다. 순간 칡흙같이 새까만 눈동자가 서연을 바라보았다. 쿵하고 심장이 내려 앉았다. 처음 느껴보는 떨림에 서연은 그저 멍하니 서서 잡고있는 다은 의 손을 더욱 세계 그러쥘 뿐이었다. 그의 눈에선 아무것도 읽을 수가 없었다. 자신도 모르 게 발이 그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서연아 너 왜 그래?" 옆구리를 찔러대는 다은을 무시하고 심장은 그에게 가라고 아우성을 쳐댔다. 그의 앞으로 다 가서자 시원한 바람 냄새가 콧속을 타고 스며들어 머릿속까지 상쾌하게 만들었다. 누군가에 게 이런 느낌을 받는 건 난생 처음이었다. 따뜻한 봄날 오후 그는 그렇게 바람냄새와 함께 서연의 인생속으로 스며 들었다. 아니 어쩌면 서연이 그의 인생 속으로 뛰어든 건지도 몰랐 다. "너 미쳤어? 빨리가자!" 다은이 서연의 팔을 잡아 당기며 재촉했지만 그녀는 꿈쩍도 하지 않고 해윤을 바라볼 뿐이었 다. 그는 서연의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저 무덤덤하게 서서는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여자보다 더 가늘고 하얀 손가락 사이에서 새하얀 담배가 불빛에 반짝거렸다 서연 의 존재 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듯한 그의 행동이 서연을 더욱 대담하게 만들었다. 그의 무덤덤함이 신경을 자극하며 웬지 그의 미소를 보고 싶다고 충동질했다. 그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계속되는 서연의 시선에 마침내 그도 짜증스러운지 몹시 귀찮다는 표정이 가득한 눈 으로 서연을 흘깃거렸다. 그의 짜증스런 표정에도 불고하고 그의 무리로 보이는 듯한 남자들 이 휘파람을 불어댔다. "야 해윤이 또냐?" 무리중 유난히 샛노란 머리를 한 남자가 서연을 바라보며 비아냥 거리자 곧이어 새까만 해윤 의 눈동자가 서연의 눈에 고정되었다. 손가락사이에 물려있던 담배를가 포물선을 그리면 길 바닥 위로 떨어졌고 이내 짜증이 가득 베인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낮은 바리톤의 음성이 서연의 귓가를 때렸다. 따뜻한 음성과는 달리 그의 말은 몹시 거칠었 다. "씨발 뭐야? 짜증나게" "해윤아 그래도 이 언니 얼굴은 반반한데? 아 뭐더라 이 언니 미대에 그 언니 아냐?" 그는 서연을 알고 있는 듯 했다. 파란 출무늬 셔츠를 입은 남자의 말에도 해윤은 관심없다 는 표정이 역력했다. "씨발 너 뭐야? 귀찮으니까 저리 꺼져!" 해윤의 말에 서연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지었다. 해윤은 다가서는 남자들에게 차디찬 말로 싫 다고 말다던 서연 자신을 떠올리게 했다. 서연이 픽 하고 웃자 해윤이 인상을 썼다. "씨발 웃겨? 재수가 없으려니까 이거 완전 또라이 아냐?" 그가 신경질적으로 서연의 어깨를 을 툭 쳐내자 그의 친구 무리인 듯한 사람들이 휘파람을 불어대며 서연의 주위를 빙 둘러쌌다. "언니 지금 해윤이 한테 작업하는거야?"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신경을 거슬린다 했더니 이내 우렁찬 외침과 함께 다은이 등장했다. "야 이 날나리 새끼들아 내 비에푸에게서 떨어져라! 빨딱빨딱 떨어져라!" "하~ 이건 또 뭐냐?" 무리중 하나가 픽하고 웃으며 다은의 이마를 검지손가락으로 밀치곤 이내 서연의 어깨에 손 을 올리자 다은은 자켓깃을 힘차게 잡아당기고는 파란 남방의 남자를 향해 돌진했다. "시퍼런 곰팡이 새끼! 그 손 치우지 못하겠냐!" 아무래도 다은이 간이 배밖으로 나온게 틀림없다고 서연은 생각했다. 다은이 더 무모해 지기전에 서연은 자신의어깨에 올려진 손을 툭하고 쳐내버리곤 새까만 해 윤의 눈을 올려다 보았다. "난 전서연! 희한한 일이지만 니가 날 깨웠나봐. 내 심장이 네가 궁금하대. 뭐 앞으로도 계 속 궁금해질 것 같지만 그만두려고. 널 보면 꼭 싸가지없는 누군가가 떠오르거든. 다음에 혹 시 날 보게되더라도 지금처럼 무시해버려!" 서연은 피식 웃으며 황당해 하는 해윤의 가슴을 검지 손가락으로 꾹 누르곤 다은을 향해 돌 아섰다. "가자 다은아!" 다은은 무리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는 이내 서연의 팔짱을 끼고 들러 붙으며 종종 걸음을 쳐댔다. 그 순간 누군가에 의해 서연의 몸의 휙하고 돌아섰다. 샛노란 머리의 남자 를 서연을 바라보며 미소짖고 있었다. http://cafe.daum.net/coieseungdall
그 사랑의 반올림 The# no_4
그 사랑의 반올림 The# no_4 [지금 내 심장이 뛰고 있는거 맞지?]
"푸를청 구름운 푸른구름이라... 이름 참 잘 지었네요"
언젠가 해윤이 했던 말과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그가 신경에 거슬렸다.
"예전에 사촌동생 녀석에 한국에 오면 이곳에 꼭 와보라고 하더군요.."
도윤은 자신의 말을 미처 다 듣지도 않은체 등을 돌리고 성큼성큼 어디론가 걸어가는 여자
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태리에 있을 때 수도 없이 들은 곳이기에 한국에 오자
마자 너무도 당연하게 발걸음이 다달은 곳이었다. 동생의 말대로 이름처럼 멋진 곳이기에
도윤은 한참동안 넋을 잃고 호수를 바라보다 누군가 우산도 들지 않은체 호수가에 서서 마
치 물 속으로 빨려들어갈 듯 서 있는 여인을 위태롭게 바라보았다. 긴 생머리가 바람에 흔들
리고 있었다. 여자는 도윤이 가까이 다가와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듯 두 눈은 여전히 깊고
푸른 호수가운데에 못박혀 있었다. 도윤의 눈은 여전히 차의 시동을 거는 여인에게 못박혀있
었다.
서연은 차의 시동을 걸고 천천히 와이퍼를 작동시겼다. 그리고나서 기어를 넣으려는 찰라 전
화벨이 울렸다.
"다은아."
"서연아 너 어디야? 너 또! 맞지? 또 거기간거 맞지?"
"..............."
"이제 제발 그만하면 안되겠니? 다달이 무슨 월중행사라도 돼? 내가 너 그러고 있을줄 알았
어. 너 동규 오늘 귀국하는거 그새 잊은건 아니겠지?"
"아 맞다. 미안"
"기집애 내 이럴줄 알았어. 나한테 미안할게 아니라 동규한테 미안해 해야지! 빨리 와! 너
동규 서운하게 하면 못쓴다! 동규가 널 얼마나.."
"알았어. 지금 운정중이야 금방 도착해"
서연의 차가 청운 호수를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었다. 도윤의 눈은 서연의 차가 모습을 감출
때까지 쫒고 있었다. '분. 어디서 봤는데.. 그래 그 긴 생머리..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듯한 눈동자.' 분명 기억에 있는 모습이었다. 도윤은 처음 본 여자에게 집착하는 자신을 이
해할 수가 없었다. 너무 오랜만에 와서 그럴까? 도윤은 애써 여인의 잔상을 머릿속에서 털어
내고는 호수주위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다은의 익숙한 잔소리를 들으며 차를 몰아 공항에 도착한 서연은 왼쪽편의 작은 나무들 틈
사이로 샛노란 꽃망울을 터트린 개나리의 모습에 손을 흔들며 달려오는 다은에게로 향하던발
걸음을 멈추었다.
"미친개나리. 한여름에 돌은거 아냐? 하긴 이상기후네 뭐네 식물이라고 제 정신을 차리기가
쉽겠냐? 지난 겨울에도 개나리는 피었더라."
투덜거리며 걸음을 재촉하는 다은과 달리 서연은 개나리에 시선을 고정시킨체 멍하니 서있
을 뿐이었다.
서연이 해윤을 만난건 돌담밑의 개나리가 막바지 여운을 자아내던 봄의 끝자락이었다.
대학에 입학하고난 뒤에도 그 어느곳에도 마음을 잡지 못하고 아웃사이더처럼 생활하던 서연
의 눈에 처음으로 들어온 해윤의 첫 모습은 몹시 불량해 보이는가운데도 쉽게 범접하지 못
할 무언가가 있었다.
"또야?"
다은이 서연의 귓가에 짜증섞인 목소리로 속삭였다.
"도대체가 말이지 이해가 안간다 이 말이다. 니가 매력이 있길하니 얼굴이 좀 예쁘긴 하지.
그래도 말이지 넌 성격이 드럽잖아.. 아무튼 남자들이란..."
다은이 책상 위에 올려진 캔커피를 조물락 거리며 셔연을 향해 악의 없는 질타를 퍼붓고
있었다. 서연은 그런 다은을 보며 미소 지었다.
"기집애 웃네? 내가 우습냐?"
너스레를 떨던 다은이 심각한 서연의 표정에 순간 경직을 했다.
"그래도 넌 나처럼 재수 없지는 않잖아..."
"전서연 너 또 그놈의 재수타령이냐? 네 할머니 때문에 너까지 전염된거야?"
"사실이잖아 웃기지? 태어날때부터 재수없는 사람으로 태어나다니.. 엄마는 날 낳고는 의식
불명으로 일주일만에 돌아가셨지.. 아빠는 날 데리러 온다더니 영영 돌아오지 못하셨지.."
"그만해! 그게 왜 네 잘못이야? 관두자! 내가 말을 잘못 꺼냈어! 가자! 가서 배나 채우자
헛 소리엔 김밥 한 줄이 그만이라더라"
서연은 알고 있었다. 다은이 지금 몹시 속상해 하고 있다는걸.. 하지만 메마를 대로 메말라
있던 서연의 심장은 이미 다른 세계로 떠난지 오래였다.
그런 서연을 해윤이 현실로 잡아끌었다. 붗꽂처럼 찬란한 기쁨을 선물하며 그녀의 인생속으
로 해윤이 뛰어들었다.
"아씨 진짜 밥을 못 먹겠어요. 서연아 너 내일부터 이빨에 김이나 하나 붙이고 다녀라. 가는
곳마다 사내녀석들이 진을 쳐요. 짜증나게! 차라리 한 놈 골라 확 사겨버려라!"
다은의 짜증에 김밥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는 다시 강의실로 향할때였다. 무리지어 서 있는
사람들 속에서 유난히 까만 눈동가 눈에 들어왔다. 서연은 아직도 옆에 서서 투덜거리고 있
는 다은의 손을 움켜잡고는 자신의 심장 위에 올려놓았다. 갑작스런 서연의 행동에 다은이
놀란 듯 움찔거렸다.
"서연아 왜 그래? 갑자기 무슨 일이야?"
"지금 내 심장 뛰고 있는거 맞지?"
"뭐? 미친년 심장은 원래 뛰어!"
"그래... 그렇지.. 신기하다."
"전서연? 얘가 점점!"
서연의 눈은 여전히 청바지에 흰 티셔츠 검정색 가디건을 걸쳐 입고 벽에 기대어 담배를 물
고 있는 남자에게 멈춰있었다. 순간 칡흙같이 새까만 눈동자가 서연을 바라보았다.
쿵하고 심장이 내려 앉았다. 처음 느껴보는 떨림에 서연은 그저 멍하니 서서 잡고있는 다은
의 손을 더욱 세계 그러쥘 뿐이었다. 그의 눈에선 아무것도 읽을 수가 없었다. 자신도 모르
게 발이 그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서연아 너 왜 그래?"
옆구리를 찔러대는 다은을 무시하고 심장은 그에게 가라고 아우성을 쳐댔다. 그의 앞으로 다
가서자 시원한 바람 냄새가 콧속을 타고 스며들어 머릿속까지 상쾌하게 만들었다. 누군가에
게 이런 느낌을 받는 건 난생 처음이었다. 따뜻한 봄날 오후 그는 그렇게 바람냄새와 함께
서연의 인생속으로 스며 들었다. 아니 어쩌면 서연이 그의 인생 속으로 뛰어든 건지도 몰랐
다.
"너 미쳤어? 빨리가자!"
다은이 서연의 팔을 잡아 당기며 재촉했지만 그녀는 꿈쩍도 하지 않고 해윤을 바라볼 뿐이었
다. 그는 서연의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저 무덤덤하게 서서는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여자보다 더 가늘고 하얀 손가락 사이에서 새하얀 담배가 불빛에 반짝거렸다 서연
의 존재 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듯한 그의 행동이 서연을 더욱 대담하게 만들었다. 그의
무덤덤함이 신경을 자극하며 웬지 그의 미소를 보고 싶다고 충동질했다. 그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계속되는 서연의 시선에 마침내 그도 짜증스러운지 몹시 귀찮다는 표정이 가득한 눈
으로 서연을 흘깃거렸다. 그의 짜증스런 표정에도 불고하고 그의 무리로 보이는 듯한 남자들
이 휘파람을 불어댔다.
"야 해윤이 또냐?"
무리중 유난히 샛노란 머리를 한 남자가 서연을 바라보며 비아냥 거리자 곧이어 새까만 해윤
의 눈동자가 서연의 눈에 고정되었다. 손가락사이에 물려있던 담배를가 포물선을 그리면 길
바닥 위로 떨어졌고 이내 짜증이 가득 베인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낮은 바리톤의 음성이 서연의 귓가를 때렸다. 따뜻한 음성과는 달리 그의 말은 몹시 거칠었
다.
"씨발 뭐야? 짜증나게"
"해윤아 그래도 이 언니 얼굴은 반반한데? 아 뭐더라 이 언니 미대에 그 언니 아냐?"
그는 서연을 알고 있는 듯 했다. 파란 출무늬 셔츠를 입은 남자의 말에도 해윤은 관심없다
는 표정이 역력했다.
"씨발 너 뭐야? 귀찮으니까 저리 꺼져!"
해윤의 말에 서연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지었다. 해윤은 다가서는 남자들에게 차디찬 말로 싫
다고 말다던 서연 자신을 떠올리게 했다. 서연이 픽 하고 웃자 해윤이 인상을 썼다.
"씨발 웃겨? 재수가 없으려니까 이거 완전 또라이 아냐?"
그가 신경질적으로 서연의 어깨를 을 툭 쳐내자 그의 친구 무리인 듯한 사람들이 휘파람을
불어대며 서연의 주위를 빙 둘러쌌다.
"언니 지금 해윤이 한테 작업하는거야?"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신경을 거슬린다 했더니 이내 우렁찬 외침과 함께 다은이 등장했다.
"야 이 날나리 새끼들아 내 비에푸에게서 떨어져라! 빨딱빨딱 떨어져라!"
"하~ 이건 또 뭐냐?"
무리중 하나가 픽하고 웃으며 다은의 이마를 검지손가락으로 밀치곤 이내 서연의 어깨에 손
을 올리자 다은은 자켓깃을 힘차게 잡아당기고는 파란 남방의 남자를 향해 돌진했다.
"시퍼런 곰팡이 새끼! 그 손 치우지 못하겠냐!"
아무래도 다은이 간이 배밖으로 나온게 틀림없다고 서연은 생각했다.
다은이 더 무모해 지기전에 서연은 자신의어깨에 올려진 손을 툭하고 쳐내버리곤 새까만 해
윤의 눈을 올려다 보았다.
"난 전서연! 희한한 일이지만 니가 날 깨웠나봐. 내 심장이 네가 궁금하대. 뭐 앞으로도 계
속 궁금해질 것 같지만 그만두려고. 널 보면 꼭 싸가지없는 누군가가 떠오르거든. 다음에 혹
시 날 보게되더라도 지금처럼 무시해버려!"
서연은 피식 웃으며 황당해 하는 해윤의 가슴을 검지 손가락으로 꾹 누르곤 다은을 향해 돌
아섰다.
"가자 다은아!"
다은은 무리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는 이내 서연의 팔짱을 끼고 들러 붙으며 종종
걸음을 쳐댔다. 그 순간 누군가에 의해 서연의 몸의 휙하고 돌아섰다. 샛노란 머리의 남자
를 서연을 바라보며 미소짖고 있었다.
http://cafe.daum.net/coieseungd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