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2)

루이2005.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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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그래 헤어지자 헤어져..나도 다른 여자랑 바람이나 피는
너같은 놈 지긋지긋하다구!"

영혜는 익숙한 경사진 교회옆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울음섞인 여자의 목소리가 교회 입구의 벤치쪽에서 들렸다.

" 나쁜놈...내가 얼마나 사랑했었는데...나쁜놈"

 

' 오호, 507호 아가씨 아니야? 흠..남자친구와 헤어졌는 모양이네..아는척할까?'
영혜와 같은 아파트의 507호 아가씨 선우영.  가끔 얼굴 마주치면 인사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상쾌하게 커트한 머리가  작은 하얀얼굴과 잘어울리는
수줍음 많던 아가씨. 

 

그런 그녀가, 축 처진 어깨를 하고 하염없이 눈물을 떨구는 모습은 안쓰러웠다.  그리 친분도 없었었는데 괜시리 실연당한 사람옆에서 기웃거리는 것은 미안한 일이었다. 

 영혜는 작년,  수년간 짝사랑하던 이성친구에게 더이상 연락하지말자고 했었던 자신의 모습이 기억났다.    ' 너 살빼면 괜찮을 것 같애...예쁘장한 얼굴이고..'

딱 그한마디에 헬스클럽에서 여름휴가마저 반납하고, 네시간동안 시간을 보낸일들과
체중계위에서 안절부절했던 바보같은 기억이 생각나 쓴웃음만 나왔다.

'  교회벤치는 그때 내가 앉았던 자리네...'

 

영혜와 단짝 친구였던 서진을 좋아한다는 그 사람의 말에 얼마나 울었던가.
많은 로맨스 소설속에서 나오는 완벽한 남녀의 사랑같은 것은
보통 여자들에게 허무맹랑한 환타지일 뿐이다.그리고 영혜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장르를 불문하고 몇개의 문장과 단어를 나열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말이다.

사랑이라는 것을.  해본적이 있었는지..
이제는 그런 감정들이 무엇인지 완전히 잊어버린 그녀다.

 

얼어버린 마음을 주체 할 수 없어서,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기위해

선택한 일탈이었지만,  그것은 차라리 일탈이 아니라 도피에 불과했다.

20대 후반이 되기 시작한 그녀의 도피.   중소기업의 경리로 일했던 그녀는

늘, 책상 한자리를 차지하던 전표들과  손때가 묻은 서류들로부터 도망가고 싶었다.

 

갑자기, 울고 있는 우영을 보니, 친구 연희가 보고싶어졌다.

 

' 연희는...사랑도 하고싶고, 결혼도 하고 싶다고 그랬지.'

 

신학대학에서 오르간을 전공했던 연희는 얼마전 프랑스유학을 마치고,

돌아왔다.    ' 프랑스 좋았어..거기서는 내얼굴을 쳐다보는 사람이 없었기때문에 편했어 하지만..여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