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과 기다리던 사람을 발견한 사람들의 표정이 한데 어우러진 복잡한 행렬 속에서 그를 발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내심 기대했던,... 그가 나를 먼저 알아봐 주었으면 하는 애초의 생각은, 늘어선 사람들의 줄 을 따라 한 걸음씩 나아갈수록 점점 희미해져만 갔다. 혹시 아직 공항에 나오지 않은 건 아닐까? 하는 염려가 잣아들 무렵 어디선가 " I'm over here! " 하는 영어에 이어 " 여기야!!" 하는 한국말이 들려왔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그는 그 때, 생각없이 영어가 먼저 튀어나왔다고 했다. 단지 그 곳이 영어권 나라라는 이유 만으로 말이다. 그런 가끔씩 그렇게 순수하고도 특이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때때로 상대방을 어디서 만나느냐에 따라 그때 그때, 달라보일 수도 있다는 걸 그 를 통해 여러 번 경험하게 된다. 서울에서의 그 사람과, 아테네에서의 그, 그리고 지금 밴쿠버의 반짝이는 오후의 햇살 속에 서있는 그는 모두 각기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오래 전의 그가 깊고 그윽했던 사람이었다면, 지금의 그는 .. 뭐랄까! 다소 이국적이면서도
밋밋하게 눈부시다.
" ......................... 흐음... "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내 입에선 벌써 어색하게 인사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듯, 짧은 숨 소리가 간단하고 흐릿한 미소와 함께 흘러나오고 있었다. " 왜 이렇게 늦게 나왔어?" 잔뜩 긴장했던 마음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그의 첫 마디는 마치 우리가 바로 어젯밤까지 도 규칙적인 데이트를 해오던 연인들처럼 가까운 간격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을 느끼게 했지 만, 나는 생각했다. - 여전하군요 당신!-
아침잠을 깨우는 이른 아침의 전화벨 소리와 약속 시간 어기는 걸 무엇보다 싫어했던 그 사 람. 긴 시간의 흐름마저도 그의 그런 완고한 빚깔은 바꾸어 놓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나는 가볍게 웃어보였다. " 그림이 들어 있는 가방 하나가 늦게 나오는 바람에 그랬어." " 그랬구나!"
그것이 우리가 나눈 인사의 전부였다. 여기저기서 포옹과 키스가 난무(?)하는 사람들 속에서 우린 아주 조용한 해후를 끝내고 서로의 모습을 천천히 가슴 속에 익혔다.
그 때 였다. 아주 잠깐의 날카롭고도 어지러운 느낌이 나를 멈칫하게 한 것은, 내 수트 케이스를 받아들고 걸어가던 그의 오른 손이 나의 허리께를 가볍게 스치고 지나간 후였다. 의도된 다정함인지, 아니면 실수인지는 구별할 수 없었지만, 한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의 손의 온도는 여전히 차갑다는 것을....
" 눈이 왔었나보네??" 잠시 신호에 걸려 차가 멈춘 사이, 차창 밖을 내다보던 내가 물었다. " 음, 내가 도착하던 날도 이랬었어." " 그 날, .. 밤늦게 도착했어?" " 한 아홉시 넘어서쯤??.... 도착했을 땐 무척 어둡더라. 그런데 이상하게도 낯설지가 않았 어. 그리스의 밤과 무척이나 닮아있다고 느껴지더라구."
" ................. 그랬어?"
순간 그는 아차 싶다는 표정으로 나의 옆모습을 살피는 것이 내 옆 시선에 들어온다.
나에게 있어서 그리스는... 그리고 아테네는.... 아테네 속의 플라카는, 그다지 돌이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아픈 빚깔의 도시이기 때문에 그는 얼른 화제를 돌리며 속도를 냈다.
" 소형차라서 불편하지 않니? 좀 더 큰 차로 렌트할 걸 그랬지?"
" 겨우 5일인데 뭐.... 됐어. 이 정도면 충분해. "
그랬다, 그는 그리스에서 왔다. 그리고 나는 서울에서 왔다.
서로의 사는 곳이 아닌 전혀 다른 나라로 날아온 두 사람, 그러니까 우린 둘 다 이방인이 되어 앞으로의 5일을 벤쿠버에서 보내게 될 것이다.
5일 동안 사랑하기 (2) - 그의 오른 손이 나의 허리께를 스치다-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과 기다리던 사람을 발견한 사람들의 표정이 한데 어우러진 복잡한 행렬 속에서 그를 발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내심 기대했던,... 그가 나를 먼저 알아봐 주었으면 하는 애초의 생각은, 늘어선 사람들의 줄
을 따라 한 걸음씩 나아갈수록 점점 희미해져만 갔다.
혹시 아직 공항에 나오지 않은 건 아닐까? 하는 염려가 잣아들 무렵 어디선가 " I'm over here! "
하는 영어에 이어 " 여기야!!" 하는 한국말이 들려왔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그는 그 때, 생각없이 영어가 먼저 튀어나왔다고 했다. 단지 그 곳이 영어권 나라라는 이유 만으로 말이다. 그런 가끔씩 그렇게 순수하고도 특이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때때로 상대방을 어디서 만나느냐에 따라 그때 그때, 달라보일 수도 있다는 걸 그
를 통해 여러 번 경험하게 된다.
서울에서의 그 사람과, 아테네에서의 그, 그리고 지금 밴쿠버의 반짝이는 오후의 햇살 속에
서있는 그는 모두 각기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오래 전의 그가 깊고 그윽했던 사람이었다면, 지금의 그는 .. 뭐랄까! 다소 이국적이면서도
밋밋하게 눈부시다.
" ......................... 흐음... "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내 입에선 벌써 어색하게 인사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듯, 짧은 숨
소리가 간단하고 흐릿한 미소와 함께 흘러나오고 있었다.
" 왜 이렇게 늦게 나왔어?"
잔뜩 긴장했던 마음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그의 첫 마디는 마치 우리가 바로 어젯밤까지
도 규칙적인 데이트를 해오던 연인들처럼 가까운 간격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을 느끼게 했지
만, 나는 생각했다. - 여전하군요 당신!-
아침잠을 깨우는 이른 아침의 전화벨 소리와 약속 시간 어기는 걸 무엇보다 싫어했던 그 사
람. 긴 시간의 흐름마저도 그의 그런 완고한 빚깔은 바꾸어 놓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나는 가볍게 웃어보였다.
" 그림이 들어 있는 가방 하나가 늦게 나오는 바람에 그랬어."
" 그랬구나!"
그것이 우리가 나눈 인사의 전부였다. 여기저기서 포옹과 키스가 난무(?)하는 사람들 속에서 우린 아주 조용한 해후를 끝내고 서로의 모습을 천천히 가슴 속에 익혔다.
그 때 였다. 아주 잠깐의 날카롭고도 어지러운 느낌이 나를 멈칫하게 한 것은, 내 수트 케이스를 받아들고 걸어가던 그의 오른 손이 나의 허리께를 가볍게 스치고 지나간 후였다.
의도된 다정함인지, 아니면 실수인지는 구별할 수 없었지만, 한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의 손의 온도는 여전히 차갑다는 것을....
" 눈이 왔었나보네??"
잠시 신호에 걸려 차가 멈춘 사이, 차창 밖을 내다보던 내가 물었다.
" 음, 내가 도착하던 날도 이랬었어."
" 그 날, .. 밤늦게 도착했어?"
" 한 아홉시 넘어서쯤??.... 도착했을 땐 무척 어둡더라. 그런데 이상하게도 낯설지가 않았
어. 그리스의 밤과 무척이나 닮아있다고 느껴지더라구."
" ................. 그랬어?"
순간 그는 아차 싶다는 표정으로 나의 옆모습을 살피는 것이 내 옆 시선에 들어온다.
나에게 있어서 그리스는... 그리고 아테네는.... 아테네 속의 플라카는, 그다지 돌이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아픈 빚깔의 도시이기 때문에 그는 얼른 화제를 돌리며 속도를 냈다.
" 소형차라서 불편하지 않니? 좀 더 큰 차로 렌트할 걸 그랬지?"
" 겨우 5일인데 뭐.... 됐어. 이 정도면 충분해. "
그랬다, 그는 그리스에서 왔다. 그리고 나는 서울에서 왔다.
서로의 사는 곳이 아닌 전혀 다른 나라로 날아온 두 사람,
그러니까 우린 둘 다 이방인이 되어 앞으로의 5일을 벤쿠버에서 보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