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본다는 여자친구... 그냥 가볍게 생각할까요??

고민남2005.06.17
조회44,610

오늘 저녁에 여자친구가 할 말 있다며 조심스레 꺼낸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선을 보고 싶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녀의 어머님이 남자 집쪽에서 선을 보자는 제의가 들어왔는데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 본 게 시작이었습니다.

 

우선 저희 관계에 대해서 간략하게 말씀드립니다

그녀와 저 사인(같은 고향 출신. 경상도) 99년 알게 되어 2002년에 본격적으로 사귀게 됐습니다. 햇수로는 4년째 연애를 했으며 기간으로는 3년이 넘었습니다. 물론 그녀의 어머님도 알고 계시죠.

 

그리고 저는 영화감독 지망생으로 올해 28살 입니다. 그녀는 지방대지만 음대 졸업해서 지금은 서울에서 피아노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나이는 25살이구요.

 

본론으로 들어 가겠습니다.

오늘 그녀가 그 얘기를 꺼내는데 솔직히 제 맘이 조금 무겁더군요. 평소 소개팅 하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던 그녀였지만 선을 보고 싶다고 말했을땐 왠지모를 소외감이 느껴졌습니다. 쉽게 말해 그녀가 소개팅 얘길 꺼내면 제가 화를 냈는데 선 얘기를 꺼내니깐 화를 못내겠더라구요. 왜냐면 그녀의 어머님이 저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우리 사이를 알고 계시는데도 그녀에게 그 얘기를 꺼냈다는 점과 그녀 또한 그 얘기를 심각하게 생각 안한다는 점이 나로 하여금 그것을 느끼게 한 것이죠. 물론 그녀의 어머니 입장은 충분히 제가 이해 할 수 있는 바입니다. 왜냐면 제가 그리 넉넉하지 못한 집 아들이고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의 집이 기독교(아버님 어머님 모두 목회자 이심) 이고 그에 반해 저의 집과 저는 기독교와는 거리가 먼 집이거든요. 하지만 그녀만은 그 얘기를 했을때 당연히 안본다는 말을 할거란 평소의 믿음이 있었는데 결국 한다는 말에 제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겁니다.

 

그녀가 하는 말인 즉 그런 자리가 궁금하기도 하고 그냥 소개팅 처럼 본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좋은 사람이면 오빠 동생으로 지낼 수도 있고 굳이 안볼 필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군요. 그런 거 좋습니다. 저 때문에 다른 남자 편하게 못만나고 만나더라도 눈치보며 만나는 그녀이기에 이해하는 부분도 없잖아 있습니다. 하지만 소개팅도 솔직히 남자 입장에선 아니 서로의 입장에선 허락하기 힘든거라 생각하는 저인데 선은 결혼을 목적으로 만나는 자라인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는 그녀의 입장에 제가 많이 서운합니다. 

이런 생각까지 들더군요. 만약 내가 돈도 어느정도 벌고 안정된 직장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이런 말을 꺼냈을까... 설사 내가 그런 입장이라 하더라도 그런 얘기 꺼냈을거라고 그녀가 말한다면 전 뭐... 더 할 말이 없겠죠. 중요한 건 평소 저희가 데이트를 해도 그녀가 돈을 지불하는 입장이고 전 말 그대로 얻어먹는 입장이죠. 그런 거 말고도 적은 돈이지만 차비 명목으로 용돈도 제 주머니에 넣어주기도 합니다. 너무 고마운 여자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가끔씩 돈 문제로 인한 다툼이 있습니다. 지금은 제가 그런 점에 많이 민감해 있는 상태죠. 그래서 지금 경제적으로 서로 힘드니깐 당분간 연락만 하며 떨여져 지내자는 서로의 합의가 이뤄져 현재 말씀드린 상황에 있습니다. 그만큼 서로가 믿기 때문이죠. 그녀는 물론이고 저도 그렇죠. 아무튼 지금은 적어도 제 상황에서 오는 자격지심으로 인한 서운함이 있는 거 같습니다.

 

선.... 그것은 결코 쉽게 볼 수 없는 거라 생각하는데 제가 너무 옹졸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요?

그녀의 행동이 아무리 뜻 없는 결정이라 하더라도 전...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여러분들의 솔직한 의견 기다리겠습니다.

 

----------------------------------------------------------------------

20일 18시 30분 작성....

 

여러분들 의견을 하나도 빠짐없이 그리고 정독하여 모두 읽었습니다.

너무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고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역시 제가 예상했던 대로 저의 여자친구의 입장을 이해 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당연한 결과라 생각합니다. 제 자신이 부끄럽기 그지 없습니다.

저의 개인적 금전 문제 (집안 사정 등등)는 이 글에 다루지 못한 사연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제 여자친구도 그것을 알고 이해하기에 절 도와줬고 그로인해 지금껏 우리 사이가 이어질 수 있었구요.

다만 제 마음이 아픈것은 여자친구를 원망하고자 이 글을 쓴 것이 아닌데 그렇게 생각하시는 여려분들이 계시기에 조금 맘이 아팠습니다. 여기에다 우리의 전부를 글 몇줄로 낱낱이 이해 시키는 것이 다소 무리인 점과 글 자체에도 그런 뉘앙스가 많이 풍겨서 그러셨나 봅니다. 그냥 이런 일로 서운한데 어쩌면 좋을 지 몰라서 쓴 글임을 거듭 강조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글을 쓴 뒤 여자친구랑 이런 저런 말들을 나눴습니다. 우선 여자친구가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여러분들의 말씀처럼 절 사랑 안해서도 아니고 맘이 변해서도 아니고 저의 비젼에 대해 불안해서 그런것도 아닌 그저 자신이 경솔했다고 하더군요. 저도 그녀에게 다시한번 저의 사랑을 확인시켜 주고 앞으로 이행할 약속도 다시금 맘속에 되새겼습니다. 담배 끊기. 착실한 기독교 신자가 되기. 이 두가지가 가장 큰 점이죠. 또한 나의 일에 절대 개을리 하지 않겠단 당연한 점도 다시금 약속했습니다. (나의 일에 대한 그녀의 믿음은 지금까지 항상 저로 하여금 큰 힘을 불러 줬습니다.) 암튼 너무 감사드리고 이런 글을 처음 올리다 보니 마냥 신기하기만 합니다. 이렇게 제 글이 많이 읽힐 줄은 예상 못했고 더불어 많은 분들의 의견이 적힐 줄 말이죠.

혹 얼마 안가서 결과가 원치 않은 쪽으로 흘러간다 하더라도 그녀의 행복을 빌어줄 것이며 전 그로인해 더욱더 열심히 제 일에 매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