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연주 사이로 발자국 소리를 느낀 경희는 눈을 뜨고, 뒤를 돌아봤다. 매장의 책임직원인 영은이 쟁반에 차를 가지고 올라와 경희에게 차가 담긴 컵을 건넸다. 경희는 웃으며 받아들고는 창밖으로 눈을 돌리자 영은이 먼저 말을했다.
“ 대리님은 여기, 너무 좋아하시는 거 같아요. ” 영은이 말을 걸자 영은을 보며, “ 응. 너무 좋아.. 넓은 창도 좋고, 푹신한 쇼파도 좋고, 무엇보다 이곳에서 나는 책냄새가 좋아. ” “ 책 냄새요?” “ 응.. 책 냄새. ” 경희는 대꾸를 하곤 다시 창가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 그아이 에게선 항상 책냄새가 났지..’ 영은은 경희가 생각에 잠기자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주환은 매장에 들어서며 매장 앞 화단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 흔히 볼 수 없는 들꽃들이 즐비하게 피어있었기에 무슨 꽃인지 궁금해져 가만히 바라보았다. 한참동안을 화단을 바라보던 주환은 꽃에 물을 주러온 영은과 마주했다. 영은은 매장손님으로 착각했다.
“ 저.. 아직 오픈은 안했는데.. ” 영은이 말을 걸자 주환은 환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 아뇨, 꽃이 너무 이뻐서 잠시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 오늘 이곳 매장 MD를 만나기 위해 왔습니다. ” “ 아, 그러세요? 안그래도 지금 3층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잠시만요,” “ 아, 저기요. 제가 가죠. 성함이 은경희씨 맞죠? ” “ ...? 네...” “ 그럼 전 이만..” 주환은 영은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 서려다, “ 참, 차는 괜찮으니까 안가지고 오셔도 됩니다. ” “ 아, 예...” 주환은 경희와의 시간에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그날밤 이후로 경희와 비밀을 만들어 버린 것 같아 조심스러우면서도 설레이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주환은 1,2층을 지나 경희가 있다는 3층으로 올라갔다. 3층엔 조용했고, 커다란 쇼파에 머리카락만 살짝 올라와 보였다. 주환은 경희 일것이라 확신을 하고, 그에게 다가갔다. “ 저.. 흠흠.. 실례 합니다.”
경희는 낮설치 않은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 봤다. “ 어? 저기.. 여긴 어떻게..” “ 안녕하세요. 은경희씨..^^” “ 아, 예.. 아, 안녕하세요. 근데, 여긴 어떻게 오셨는지...” 주환은 당황해 하는 경희를 보며 은근히 즐거움을 느꼈다.
“ 투자자를 만나러 오면서 투자자의 이름도 모르고 오나보죠?” 경희는 극히 당황스러웠다. 부장으로부터 매장에가 투자자를 만나라는 말만 들었지 그가 누구인지, 이름이며, 직업 등은 아무것도 듣지 못하고 아침에 영은이 한 얘기만이 전부였던 것이다. 경희는 당황스러우면서도 차라리 그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한편으론 들었다. “ 죄송합니다. 아침에 급히 들은 지시사항이라... 근데, 제가 이곳 담당자 인건 어떻게 아셨어여? ” “ 풋.. 전 일주일전에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새로운 업무적응에 많이 피곤했었죠. 그리고, 원치 않는 파티초대까지... 하지만, 그 파티가 제게 여러면의 행운을 가져다주네요. 친한 친구를 만나게 해준것, 투자한 매장의 담당자가 어제 밤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게 해준 사람이라는 것.” “ ..? ” “ 하하.. 실은 어제 경희씨가 자리를 잠깐 비운사이 동주녀석이 귀뜸해 주었어요. 서울엔 뭐하러 왔냐 길래 투자한게 있어서 감시하러 왔다고 해떠니 동주녀석, 놀래면서도 알려줄건 다 알려 주더라구요. 많이 놀랬나요? ” “ 예? 아.. 예... ” 경희는 갑자기 들이닥친 주환과 또 이 상황의 분위기를 어떻게 끌고 나가야 할지 앞이 깜깜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는데도 머릿속은 우왕좌왕 할 뿐이었다. 경희의 마음을 눈치 챘는지 주환은 미소를 지으며 경희에게 말했다.
주환의 말에 경희는 이성을 찾았고, 손에 들고 있는 찻잔을 3층 안쪽 탕비실에 가져다 놓고 다시 나왔다. “ 제가 좀 정신이 없었죠? 죄송합니다. ” “ 아니요. 오히려 제가 깜짝 놀래킨거 같아서 미안한데요. ” “ 풋.. 사실 좀 놀래긴 했습니다. ^^” “ 솔직한 모습이 좋습니다. 자, 그럼 어디한번 볼까요? ” “ 네. ”
경희와 주환은 다시한번 서로를 보며 미소지었고, 경희는 주환에게 1층부터 3층까지의 컨셉과 모양, 인테리어들의 특징. 그리고, 홍보용으로 나온 프레젠테이션 등을 건넸고, 주환은 주의깊게 여기저기를 살펴 보았다. 경희는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스틸 모빌과 구석구석의 필수 이외에 추가된 아이템 등을 설명 하면서 앞으로의 홍보방향과 진행방향, 매장의 특성 등을 살려주는 포인트 들을 보여주고 소개해 주었다.
1,2층을 지나 3층에 도착한 주환은 경희에게 물었다. “ 1,2층에 비해 무난하기도 하면서 무척 조용하기도 하네요. 2층과 많이 상반돼요. ” 주환의 질문에 경희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 네. 조금 상반된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목적은 상반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제 욕심인 부분일수도 있는데요, 여길 사용하는 주 이용타깃은 대학교 신입생도 있지만, 고등학교 2,3학년들도 이용하게 될 것입니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적지 않은 시간조차 낼 수 없는 한국의 교육시스템을 제가 바꾸지 못하는 이상 그, 적지 않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로 작은 건물 안에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이용함으로써 자신이 나아가야 할 미래, 그리고 이용후의 마음. 그런 것 들이 이용하는 사람에게 많은 소감을 주게 될 것이라 생각 했습니다. ” “ 기업의 마케팅과는 전혀 상관이 없군요. ” “ 기업적인 부분에선 신입생들이나 고등학생들은 아주 큰 소비자가 될 수 있습니다. 외동딸, 외동아들이 많은 요즘의 아이들 부모님들은 기대가치가 큰 만큼 소비가치가 극대화 되어 있습니다. 이곳에 와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또 이해하려면 더 많은 이용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세밀한 주의력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것 또한 나라에 이바지할 인재를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정도면 기업의 마케팅에 국한된 것이 아닌 한나라를 이끌어갈 차세대를 마케팅 하는 것이라 생각 합니다.”
경희의 설명을 들은 주환은 맑고 깨끗한 경희의 마음을 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신의 업무와 자신이 행한 결과물에 대해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모습에 주환은 조금 설레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 경희씨는 자신이 하는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 주환의 예기치 못한 질문에 당황하는 듯 하였으나, 자신있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 제 일.. 매장의 인테리어, 직원관리, 홍보 등.. 오픈부터 마감까지 온 정신을 매장에 쏟아냅니다. 제가 가진 에너지의 결정체가 매장입니다. 생산물인거죠. 흔히 쓰여지는 빗자루나, 볼펜을 만드는 사람도 같은 마음일 겁니다. 내가, 나자신이 쏟아부은 정성으로 만들어진 결과물. 제 자식과도 같은 매장입니다. 그러므로 전 제가 하는 일을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밖에 없죠. 제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어미가 어디 있겠습니까? 제게 있어 제 직업은 어머니의 마음인겁니다.”
주환은 너무나 기뻤다. 경희로부터 들은 어머니의 마음이 자신의 직업이라는 말을 듣고 나선 심장이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고집스럽고, 차갑기 그지없는 경희의 외모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일을 사랑하고 마음이 따뜻한 여자라는 걸 충분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환은 경희의 마음에 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에 있을 때, 단 한번의 사랑과 단 한번의 이별로 가슴앓이를 하던 주환였다. 너무도 사랑한다고 믿었던 주환의 그녀는 다른 남자, 주환의 선배와 결혼을 하였다. 그 후 주환은 여자를 믿지도, 좋아하지도 않게 되었고 사랑이라는 것 조차도 믿지 않게 되었다.
몇 일전 주환은 소녀의 동상을 껴안고 울고 있던 경희를 바라면서, 사랑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깐이지만 했었다. 주환은 잠깐의 상념에 빠졌다가 자신을 보고 있는 듯한 경희의 시선을 알아채면서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북 스테이션에 전시되어있던 잡지책을 한권 집어 들었다. 주환이 하는 것을 지켜보던 경희가 주환이 잡지를 집어 들자 말을 걸었다. “ 잡지 좋아하세요? ” “ 아뇨. ” “ ..? 근데 왜..” “ 그냥요. ”
경희는 주환이 잡지에 집중을 하자 한참을 쳐다 봤다. “ 훗..” 경희는 아침에 영은이 한말이 생각났다. 회사에서 인기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투자자인 그가 잡지책에 빠져 자신이 웃는지 쳐다보는지도 모른다고 하면 여직원들이 뭐라고 할른지 상상을 해봤다. 혼자만의 상상에 빠져있는데, 주환이 잡지를 내려놓더니 경희를 보며 물었다. “ 왜 웃으시죠? ” 경희는 당황했다. 잡지책에 빠진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 아, 아뇨... 아침에 좀 우스운 일이 있었거든요. ” “ ? ” “ 아, 아니, 아니에요. 참, 오늘 동주선배 애기 보러 가는데.. 같이 가실래요?” “ 아! 그날.. 벌써 퇴원했나요? ” “ 네..^^ 자연분만 한데다가 아기가 무척 건강해서 일찍 퇴원하고 지금은 집에 와 있다고 하더라구요. 어제 통화했거든요. 놀러 오라고..” “ 음.. 그럴까요? 안그래도 그날 그렇게 헤어지고 좀 아쉬웠는데.. 전화번호도 모르고..” “ 그 후로 한번도 안 보셨나 보네요.” “ 네. 어쩌다 보니.. ” “ 제가 집을 아니 그럼 이따가 저녁때 다시 만나서 같이 가시죠.” “ 그럴까요? ”
경희는 기분 좋은 주환의 목소리에 오늘의 만남이 나쁘지 않음을 느꼈다. 주환은 경희의 뜻밖의 제안에 기분이 좋아졌다. 왠지 모를 설레임과 긴장감이 감돌았다. 3층에서 내려온 경희와 주환은 1층으로 와 매장의 영은에게 소개했다. “ 영은씨. 앞으로 자주 매장에 나오실 투자자분이시고, 성함은 최 주 환님. 이쪽은 매장직원인 윤영은씨 입니다. ” “ 아, 영은씨.. 화단의 꽃 잘 가꿔줘요. 브랜드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칠꺼 같으니..” “ 아,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영은과 주환은 마주보며 웃었고, 경희는 어리둥절해 있었다. 주환은 그런 경희를 보며, “ 전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하죠. ” “ 네. 매장에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래서 꼭 효도 받으시길..” “ 감사합니다. ^^ ”
주환은 경희와 영은에게 인사를 하고 매장문을 나섰다. “ 안녕히 가세요..” 경희와 영은은 주환의 뒷모습에 인사를 했다.
경희는 큰 유리창 밖으로 주환이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까지 지켜봤다. 그런 모습을 본 영은, “ 대리님~! ” “ 어? 어..!” “ 어때요? ” “ 뭐가?” “ 저분요. 투자자 최주환님!” “ 아.. 아는 사람이었어. ” “ 아는 사람요? 어떻게요? ” “ 한선배 있지.. 아, 한동주 실장님.. 그분 친구분이셔” “ 그럼 친구분이라 투자 하신건가요?” “ 아니, 그런거 같진 않고.. 나도 자세힌 몰라..^^” “ 근데요, 왠지 두 분이 잘 어울리시는 대요~ 워~ ” “ 아휴.. 댔어. 영은씨. 나 오늘은 하루종일 매장에 있을꺼야. 위에 올라가 있을께.” “ 네..^^ ”
悲愛 - 지상에서 영원으로..4
피아노 연주 사이로 발자국 소리를 느낀 경희는 눈을 뜨고, 뒤를 돌아봤다.
매장의 책임직원인 영은이 쟁반에 차를 가지고 올라와 경희에게 차가 담긴 컵을 건넸다.
경희는 웃으며 받아들고는 창밖으로 눈을 돌리자 영은이 먼저 말을했다.
“ 대리님은 여기, 너무 좋아하시는 거 같아요. ”
영은이 말을 걸자 영은을 보며,
“ 응. 너무 좋아.. 넓은 창도 좋고, 푹신한 쇼파도 좋고, 무엇보다 이곳에서 나는 책냄새가 좋아. ”
“ 책 냄새요?”
“ 응.. 책 냄새. ”
경희는 대꾸를 하곤 다시 창가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 그아이 에게선 항상 책냄새가 났지..’
영은은 경희가 생각에 잠기자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주환은 매장에 들어서며 매장 앞 화단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
흔히 볼 수 없는 들꽃들이 즐비하게 피어있었기에 무슨 꽃인지 궁금해져 가만히 바라보았다. 한참동안을 화단을 바라보던 주환은 꽃에 물을 주러온 영은과 마주했다.
영은은 매장손님으로 착각했다.
“ 저.. 아직 오픈은 안했는데.. ”
영은이 말을 걸자 주환은 환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 아뇨, 꽃이 너무 이뻐서 잠시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 오늘 이곳 매장 MD를 만나기 위해 왔습니다. ”
“ 아, 그러세요? 안그래도 지금 3층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잠시만요,”
“ 아, 저기요. 제가 가죠. 성함이 은경희씨 맞죠? ”
“ ...? 네...”
“ 그럼 전 이만..”
주환은 영은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 서려다,
“ 참, 차는 괜찮으니까 안가지고 오셔도 됩니다. ”
“ 아, 예...”
주환은 경희와의 시간에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그날밤 이후로 경희와 비밀을 만들어 버린 것 같아 조심스러우면서도 설레이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주환은 1,2층을 지나 경희가 있다는 3층으로 올라갔다.
3층엔 조용했고, 커다란 쇼파에 머리카락만 살짝 올라와 보였다.
주환은 경희 일것이라 확신을 하고, 그에게 다가갔다.
“ 저.. 흠흠.. 실례 합니다.”
경희는 낮설치 않은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 봤다.
“ 어? 저기.. 여긴 어떻게..”
“ 안녕하세요. 은경희씨..^^”
“ 아, 예.. 아, 안녕하세요. 근데, 여긴 어떻게 오셨는지...”
주환은 당황해 하는 경희를 보며 은근히 즐거움을 느꼈다.
“ 투자자를 만나러 오면서 투자자의 이름도 모르고 오나보죠?”
경희는 극히 당황스러웠다.
부장으로부터 매장에가 투자자를 만나라는 말만 들었지 그가 누구인지, 이름이며, 직업 등은 아무것도 듣지 못하고 아침에 영은이 한 얘기만이 전부였던 것이다.
경희는 당황스러우면서도 차라리 그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한편으론 들었다.
“ 죄송합니다. 아침에 급히 들은 지시사항이라...
근데, 제가 이곳 담당자 인건 어떻게 아셨어여? ”
“ 풋.. 전 일주일전에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새로운 업무적응에 많이 피곤했었죠. 그리고, 원치 않는 파티초대까지...
하지만, 그 파티가 제게 여러면의 행운을 가져다주네요. 친한 친구를 만나게 해준것, 투자한 매장의 담당자가 어제 밤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게 해준 사람이라는 것.”
“ ..? ”
“ 하하.. 실은 어제 경희씨가 자리를 잠깐 비운사이 동주녀석이 귀뜸해 주었어요.
서울엔 뭐하러 왔냐 길래 투자한게 있어서 감시하러 왔다고 해떠니 동주녀석, 놀래면서도 알려줄건 다 알려 주더라구요. 많이 놀랬나요? ”
“ 예? 아.. 예... ”
경희는 갑자기 들이닥친 주환과 또 이 상황의 분위기를 어떻게 끌고 나가야 할지 앞이 깜깜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는데도 머릿속은 우왕좌왕 할 뿐이었다.
경희의 마음을 눈치 챘는지 주환은 미소를 지으며 경희에게 말했다.
“ 경희씨..! ”
“ 네?”
“ 천천히 하죠..”
“ 아.. 네.. 그렇죠. 천천히.. 네...”
주환의 말에 경희는 이성을 찾았고, 손에 들고 있는 찻잔을 3층 안쪽 탕비실에 가져다 놓고 다시 나왔다.
“ 제가 좀 정신이 없었죠? 죄송합니다. ”
“ 아니요. 오히려 제가 깜짝 놀래킨거 같아서 미안한데요. ”
“ 풋.. 사실 좀 놀래긴 했습니다. ^^”
“ 솔직한 모습이 좋습니다. 자, 그럼 어디한번 볼까요? ”
“ 네. ”
경희와 주환은 다시한번 서로를 보며 미소지었고, 경희는 주환에게 1층부터 3층까지의 컨셉과 모양, 인테리어들의 특징. 그리고, 홍보용으로 나온 프레젠테이션 등을 건넸고, 주환은 주의깊게 여기저기를 살펴 보았다.
경희는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스틸 모빌과 구석구석의 필수 이외에 추가된 아이템 등을 설명 하면서 앞으로의 홍보방향과 진행방향, 매장의 특성 등을 살려주는 포인트 들을 보여주고 소개해 주었다.
1,2층을 지나 3층에 도착한 주환은 경희에게 물었다.
“ 1,2층에 비해 무난하기도 하면서 무척 조용하기도 하네요. 2층과 많이 상반돼요. ”
주환의 질문에 경희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 네. 조금 상반된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목적은 상반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제 욕심인 부분일수도 있는데요, 여길 사용하는 주 이용타깃은 대학교 신입생도 있지만, 고등학교 2,3학년들도 이용하게 될 것입니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적지 않은 시간조차 낼 수 없는 한국의 교육시스템을 제가 바꾸지 못하는 이상 그, 적지 않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로 작은 건물 안에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이용함으로써 자신이 나아가야 할 미래, 그리고 이용후의 마음. 그런 것 들이 이용하는 사람에게 많은 소감을 주게 될 것이라 생각 했습니다. ”
“ 기업의 마케팅과는 전혀 상관이 없군요. ”
“ 기업적인 부분에선 신입생들이나 고등학생들은 아주 큰 소비자가 될 수 있습니다. 외동딸, 외동아들이 많은 요즘의 아이들 부모님들은 기대가치가 큰 만큼 소비가치가 극대화 되어 있습니다. 이곳에 와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또 이해하려면 더 많은 이용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세밀한 주의력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것 또한 나라에 이바지할 인재를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정도면 기업의 마케팅에 국한된 것이 아닌 한나라를 이끌어갈 차세대를 마케팅 하는 것이라 생각 합니다.”
경희의 설명을 들은 주환은 맑고 깨끗한 경희의 마음을 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신의 업무와 자신이 행한 결과물에 대해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모습에 주환은 조금 설레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 경희씨는 자신이 하는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
주환의 예기치 못한 질문에 당황하는 듯 하였으나, 자신있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 제 일.. 매장의 인테리어, 직원관리, 홍보 등.. 오픈부터 마감까지 온 정신을 매장에 쏟아냅니다. 제가 가진 에너지의 결정체가 매장입니다. 생산물인거죠.
흔히 쓰여지는 빗자루나, 볼펜을 만드는 사람도 같은 마음일 겁니다. 내가, 나자신이 쏟아부은 정성으로 만들어진 결과물. 제 자식과도 같은 매장입니다. 그러므로 전 제가 하는 일을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밖에 없죠. 제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어미가 어디 있겠습니까? 제게 있어 제 직업은 어머니의 마음인겁니다.”
주환은 너무나 기뻤다. 경희로부터 들은 어머니의 마음이 자신의 직업이라는 말을 듣고 나선 심장이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고집스럽고, 차갑기 그지없는 경희의 외모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일을 사랑하고 마음이 따뜻한 여자라는 걸 충분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환은 경희의 마음에 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에 있을 때, 단 한번의 사랑과 단 한번의 이별로 가슴앓이를 하던 주환였다.
너무도 사랑한다고 믿었던 주환의 그녀는 다른 남자, 주환의 선배와 결혼을 하였다.
그 후 주환은 여자를 믿지도, 좋아하지도 않게 되었고 사랑이라는 것 조차도 믿지 않게 되었다.
몇 일전 주환은 소녀의 동상을 껴안고 울고 있던 경희를 바라면서, 사랑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깐이지만 했었다.
주환은 잠깐의 상념에 빠졌다가 자신을 보고 있는 듯한 경희의 시선을 알아채면서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북 스테이션에 전시되어있던 잡지책을 한권 집어 들었다.
주환이 하는 것을 지켜보던 경희가 주환이 잡지를 집어 들자 말을 걸었다.
“ 잡지 좋아하세요? ”
“ 아뇨. ”
“ ..? 근데 왜..”
“ 그냥요. ”
경희는 주환이 잡지에 집중을 하자 한참을 쳐다 봤다.
“ 훗..”
경희는 아침에 영은이 한말이 생각났다. 회사에서 인기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투자자인 그가 잡지책에 빠져 자신이 웃는지 쳐다보는지도 모른다고 하면 여직원들이 뭐라고 할른지 상상을 해봤다.
혼자만의 상상에 빠져있는데, 주환이 잡지를 내려놓더니 경희를 보며 물었다.
“ 왜 웃으시죠? ”
경희는 당황했다. 잡지책에 빠진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 아, 아뇨... 아침에 좀 우스운 일이 있었거든요. ”
“ ? ”
“ 아, 아니, 아니에요. 참, 오늘 동주선배 애기 보러 가는데.. 같이 가실래요?”
“ 아! 그날.. 벌써 퇴원했나요? ”
“ 네..^^ 자연분만 한데다가 아기가 무척 건강해서 일찍 퇴원하고 지금은 집에 와 있다고 하더라구요. 어제 통화했거든요. 놀러 오라고..”
“ 음.. 그럴까요? 안그래도 그날 그렇게 헤어지고 좀 아쉬웠는데.. 전화번호도 모르고..”
“ 그 후로 한번도 안 보셨나 보네요.”
“ 네. 어쩌다 보니.. ”
“ 제가 집을 아니 그럼 이따가 저녁때 다시 만나서 같이 가시죠.”
“ 그럴까요? ”
경희는 기분 좋은 주환의 목소리에 오늘의 만남이 나쁘지 않음을 느꼈다.
주환은 경희의 뜻밖의 제안에 기분이 좋아졌다. 왠지 모를 설레임과 긴장감이 감돌았다.
3층에서 내려온 경희와 주환은 1층으로 와 매장의 영은에게 소개했다.
“ 영은씨. 앞으로 자주 매장에 나오실 투자자분이시고, 성함은 최 주 환님.
이쪽은 매장직원인 윤영은씨 입니다. ”
“ 아, 영은씨.. 화단의 꽃 잘 가꿔줘요. 브랜드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칠꺼 같으니..”
“ 아,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영은과 주환은 마주보며 웃었고, 경희는 어리둥절해 있었다.
주환은 그런 경희를 보며,
“ 전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하죠. ”
“ 네. 매장에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래서 꼭 효도 받으시길..”
“ 감사합니다. ^^ ”
주환은 경희와 영은에게 인사를 하고 매장문을 나섰다.
“ 안녕히 가세요..”
경희와 영은은 주환의 뒷모습에 인사를 했다.
경희는 큰 유리창 밖으로 주환이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까지 지켜봤다.
그런 모습을 본 영은,
“ 대리님~! ”
“ 어? 어..!”
“ 어때요? ”
“ 뭐가?”
“ 저분요. 투자자 최주환님!”
“ 아.. 아는 사람이었어. ”
“ 아는 사람요? 어떻게요? ”
“ 한선배 있지.. 아, 한동주 실장님.. 그분 친구분이셔”
“ 그럼 친구분이라 투자 하신건가요?”
“ 아니, 그런거 같진 않고.. 나도 자세힌 몰라..^^”
“ 근데요, 왠지 두 분이 잘 어울리시는 대요~ 워~ ”
“ 아휴.. 댔어. 영은씨. 나 오늘은 하루종일 매장에 있을꺼야. 위에 올라가 있을께.”
“ 네..^^ ”
경희는 3층으로 올라와 책장에서 책을 하나 뽑아 들었다.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