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전설-22.숲 속으로

정한이200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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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무더기의 바람이 불어왔다. 그 바람엔 피비린내가 약간 배여있는 듯 하다.

피비린내를 휘날리던 바람이 점점 사그러 들었다.

일행은 카르카 숲길로 점점 들어오고 있었다.

도중에서 튀어나오는 나무뿌리들은 발걸음을 잡아챘으며 하늘을 올려다보면 볼수록 나뭇가지들만 울창해져 갔다.

나뭇잎이 사그락거리는 소리 사이로 풀벌레 울음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그런데,손 잘린 녀석이 있더라.누가 한 거야?"

마케가 갑자기 물었다.

"에?제가 했는데요."

"아,그래...살아 있더라.출혈 때문에 기절한 것 같던데."

"아,그랬...에?!"

란이 고함을 질렀다.주위의 나뭇잎들이 바스락거렸다.

"그 녀석들 앞에서 카르카로 간다고 말까지 했는데...그럼 추격 당할거잖아요!"

"정말?마케,진짜예요?그럼 큰일 난 거네!"
"넌 정말 둔하다.이 단세포 자식아."

"내가 단세포면 넌 지렁이야 임마."

"뭐?야 이 자..."

"야, 그만해."

"마케,어떻게 할 거예요?"

"괜찮아.자기들이 스스로 비켜줄거다."

"에에?무슨..."

란은 입을 다물었다.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고.

 

암흑족의 종족 중 하나인 아쿠족의 족장 하문이 재차 물었다.

"그게 사실이냐,말을 들었다는 게?'

"예."

아로키라는 사내는 퀭한 눈으로 대답했다.심한 출혈때문에 그는 이미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 없을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하문도 그것을 알아챘다.

"그래,먼저 가서 쉬고 있어라."

"..."

아로키가 물러갔다.

하문은 검사 두명을 불러냈다.카르카 숲으로 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사실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손이 잘린 것까지 본다면 사실같기도 했지만.

"놈들이 진짜로 카르카를 통해 간다고 생각하십니까."

"...?"

하문은 고개를 들어올렸다.김이 오르는 찻잔 위로 검사가 입을 열고 있었다.

"무슨 말인가."

"녀석들 중 아로나스 전사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맞네."

"아로나스 전사같은 녀석들이라면 잔머리를 꽤나 굴릴 줄 알 겁니다.그런 녀석들이 정말로 카르카로 가겠습니까.그 곳으로 간다고 말도 해 놓고서."

"그러면..."

"그말을 해 놓고 녀석들은 부족을 통해 갈 겁니다.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

"그렇다면..."

하문은 짐작되었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검사가 씨익 웃었다.

"감시를 더 철저히 해야겠지요.설사 놈들이 정말로 카르카로 갈 만큼 강심장이여서 카르카로 간 다고해도,정말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하문은 차를 들이켰다.

"감시를 강화하겠네."

 

"카르카는 녀석들에겐 공포의 대상이다.재앙이 존재한다는 미신때문이지."

"그 재앙이란게 뭔데요."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아."

카쿠가 맥 빠진 얼굴로 중얼거렸다.카쿠는 월래 평범한 걸 달가워 하지 않는 녀석이었다.

"왜,너 재앙 만나고 싶냐?"

스첸이 킥킥거리며 말했다.

"너,그건 무슨 뜻이냐?"

"뭘?"

"웃었잖아."

"니가 하도 간이 커 보여서 그런다.재앙이 그렇게 만나고 싶냐."

"그래도 맨날 따분하게 하품하며 사는니 차라리 재앙을 만나든 뭘 하든 목숨을 걸어보고 싶다."

"문자 쓰냐.진지해 보인다."

카쿠가 씨익 웃었다.

마케는 피식 웃었다.'목숨을 건다'는 말이,'죽음'이란 말이 얼마나 큰 말인지 녀석들은 제대로 몰랐다.아로나스 전사를 한지 10년동안 마케는 수없이 죽음을 목전에 둔 적이 있었다.이젠 '위기'라는 단어도 별로 위엄있게 다가오지 않았다.여행자에게 '위기'란 단어나'위협'은 일상 생활을 나타는 단어다.

'하긴,모르는게 나을 때도 있지.'

걸어가면서 묵찌빠를 하고 있는 녀석들을 보면서 마케는 한숨을 쉬었다.

날씨는 이상하게도 점점 더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