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비 (d_dmino_o@hanmail.net) ·@비오는날의오후 (http://cafe.daum.net/J2Min) <못난글이라도 모든 저작권은 오늘비에게 있습니다.>===================================================== 매쉬 메리골드(Mash Marigold) - [01] -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그녀는 답답하다는 듯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을 거칠게 쓸어넘겨올리며, 옆에 놓아두었던 핸드백 안에서 담배 한 갑과 라이터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주저없이 담배 한가치를 입에 덥썩 물었다. “담배는 아직 못 끊었나 보구나.” “신경 꺼.” 하지만 그녀는 담배의 불을 붙이지 않고 필터만 잘근잘근 씹으며 상대편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여자의 물음에 차갑게 대꾸하며 고개를 돌려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언제부터 이렇게 여름이 불쑥 빨리 찾아들고 있는 건지, 아직 5월 밖에 되질 않았는데 반팔, 그리고 민소매를 입은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그리고 오늘따라 유난히도 날씨가 더욱 더운건지 사람들은 대게 손부채로 조금이나마 더위를 쫓고있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손에는 아이스크림이나 차가운 음료를 들려있었다. 꼭 한 여름같았다. 햇살이 그대로 작열해 머리위로 내려앉는. “아직도 코코아 많이 좋아하는구나.” “내가 지금 듣고 싶은건 그딴 잡소리가 아니라 용건이야.” “나경아….” 나경은 입안에서 잘근잘근 필터만 꺠물고 있던 담배를 손으로 획 낚아채곤 테이블 위에 놓여진 재떨이 안에 비볐다. 불도 붙이지 않은, 필터에 이 자국만 생생히 새겨진 담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속이 다 터져나와 꽤나 흉한 꼴로 재떨이 안에 널부러졌다. 하지만 나경의 표정은 펴질줄 몰랐다. 오히려 고운 미간을 좀 더 찌푸렸다. “아무리 머리로 용서한다고, 아니 용서했다고 말해도 도통 내 가슴은 말을 안 들어. 그래서 언니만 보면 심장이 뛰어. 그것도 불쾌하고 거북스럽게.” “나…경아.” “항상 언니는 미안한 표정이고, 또 죄진 표정이야. 그래서 내가 더 나빠지는거야. 사실 언니는 하나도 잘못한게 없잖아. 내가 언니한테 불쾌하고 거북스런 기분을 느낄 이유는 없어. 그런데 언니가 항상 그렇게 만들어 버려. 항상 나를 나쁜애로 만들어 버린다구.” “……….” “나한테 미안해 하지마. 나한테 죄스러워도 하지 말고. 언니가 현우오빠와 결혼한 건 어차피 처음부터 당연했던 거였어. 중간에 잠시 내가 끼어들어서 깽판 친 것 뿐이야. 그러니까…, 제발 그러니까…” 나경은 말 꼬리를 흐렸다. 차마 목이 콱 맥혀오는 기분에 다음 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말을 마무리 지어야만 했다. 울음이 벌써 다 차 올라 눈에서 눈물이 줄줄 새어나오는 한이 있더라도. 나경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헛기침으로 막힌 목을 푸는 듯 싶더니 다시 붉은 입술을 떼었다. “그러니까 이제 울듯한 표정은 그만 해. 뱃속에 있는 아기한테도 안 좋을 뿐더러, 언니도 그리고 내 정신적 건강도 그리 썩 좋진 않을 꺼야.” “…나경아, 나는…….” “하아, 나 먼저 갈게. 하려던 얘기는 나중에 다시 만나거나 전화로 듣을게. 지금 기분으로는 도저히 못 듣겠어. 이해하지, 내 기분?” “으응….” “그래, 그럼 몸조리 잘해.” 나경은 들리지 않는 짧은 한숨과 함께 핸드백을 들고 일어섰다. 그리고 최대한 평소처럼 태연하고 도도한 걸음으로 카페를 나섰다. 또각또각, 바닥데 닿는 구두 소리가 매끄럽지 못했다. 현재 덜그럭 대는 마음처럼…. 나경이 빠져나가고 카페에 홀로 남게 된 여자는 눈물이 가득 고인 눈에서 기어이 눈물을 쏟아냈다. 동글둥글한 눈물방울들은 거침없이 허벅지로 떨어져 치맛자락 적셨다. 하지만 그걸 아는 건지 모르는건지, 여자는 여전 눈물만 흘려대었다. 닦을 생각조차 하지 않으며 말이다. “…미…안해, 나경아…….” 연한 하늘빛의 원피스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여자였다. 목소리는 천상 참한 여자의 목소리였고, 작은 어깨가 감싸주고 싶을 만큼 연약해보이는 여자였다. 그리고 두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이 절대로 천박해 보이지 않는 여자였다. 바로 옆 테이블에 손님이 두번 바뀔동안 여자는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이미 다 식어빠진 코코아를 멍하게 바라 볼 뿐이었다. ... “빌어먹을, 기분 한번 더럽게 좋으내.” 카페를 빠져나와 바로 택시를 잡아 탄 나경은 가까운 공원으로 향했다. 주말 연휴라 그런지 공원에는 가족이나 연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하지만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바글바글하진 않았다. 몇십년은 족히 되어보이는 나무 아래 빈 벤치에 털썩 앉은 나경은 가족끼리 혹은 연인끼리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곤 낮게 중얼거렸다. 자신의 인생을 한탄하듯, 그리고 자책하듯. “니들은 즐겁기도 하겠다. 나는 지금 엿같은데….” 말을 조용히 내뱉으며 나경의 손은 익숙하게 핸드백을 뒤져 담배 한 갑과 라이터를 꺼내들었다. 이번에는 그냥 입에만 담배를 물고 있지 않고 불까지 붙여 자동차에서 나오는 뿌연 매연 못지 않게 탁한 담배연기를 뿜어내었다. “후우.” 언제부터인가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담배였다. 끊어야지, 끊어야지 몇 번을 시도 하긴 했지만 이미 때는 늦을만큼 늦어 있었다. 이미 니코틴에 충분히 중독되어 있는 몸이었다. 담배연기는 허공으로 뱉어져 금방 바람에 의해 산산조각 났다. 꼭 그 모양이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끝내 추억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잊혀지는 것 같아보였다. 그래서인지 담배맛은 언제나 씁쓸했다. 적어도 나경에게 만큼은. “……….” 벌써 담배 한가치를 다 태운 나경은 아쉽다는 듯 짧은 필터 꽁초를 바닥에 짓이겻다. 담배를 한대 더 필까 하는 마음에 핸드백으로 손을 향하던 나경은 짐짓 무슨 생각에 잠기는 듯 하더니 이내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 입가에 담배맛과 같은 씁쓸한 자조적인 웃음을 내비쳤다. ' 나는 네가 담배 피는 모습은 진짜 섹시한데, 키스할때 담배 냄새 나는 건 싫더라. ' 왜 갑자기 불현 듯 그의 말이 생각 났을까? 키스할 때 담배 냄새가 싫다던 그가 왜 생각 났을까…? 왜 하필이면 그를 떠올렸을까……? 하필이면 왜, 왜…그였을까? “하아. 지나경, 쇼한다. 정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의문들을 나경은 두 눈을 감으며 단번에 싹 다 지웠다. 그리고 이내 입가에 차갑디 차가운 냉소적인 웃음을 띄웠다. 자신의 친언니의 남편이 되어 형부가 되어버린 사람이었다. 분명 사랑한다고 속삭이면서도 모질에 떼어내버리고 이제는 한 가족이 되어버린 사람이었다. 미워해야하는데, 원망해야하는데, 증오해야하는데…. 가끔 이것들은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젠장….” 저도 모르게 욕이 절로 흘러나왔다. 나는 지금 내가 아닌 언니를 택한 그에게 화가 나는 건가, 아니면 아직도 그런 그를 잊지 못해 안달인 나에게 화가 나는건가? …아마도, 아니 분명 후자 쪽이겠지. 지나경이란 한심한 여자는…. 나경은 벤치에 앉아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가도록 두 눈을 감고 바람을 맞았다. 머릿속의 상념들을 모두 다 바람에 털어버리려는 듯, 그렇게…. 11
매쉬 메리골드(Mash Marigold) -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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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쉬 메리골드(Mash Marigold) - [01]
-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그녀는 답답하다는 듯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을 거칠게 쓸어넘겨올리며,
옆에 놓아두었던 핸드백 안에서 담배 한 갑과 라이터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주저없이 담배 한가치를 입에 덥썩 물었다.
“담배는 아직 못 끊었나 보구나.”
“신경 꺼.”
하지만 그녀는 담배의 불을 붙이지 않고 필터만 잘근잘근 씹으며
상대편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여자의 물음에 차갑게 대꾸하며
고개를 돌려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언제부터 이렇게 여름이 불쑥 빨리 찾아들고 있는 건지,
아직 5월 밖에 되질 않았는데 반팔, 그리고 민소매를 입은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그리고 오늘따라 유난히도 날씨가 더욱 더운건지
사람들은 대게 손부채로 조금이나마 더위를 쫓고있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손에는 아이스크림이나 차가운 음료를 들려있었다.
꼭 한 여름같았다. 햇살이 그대로 작열해 머리위로 내려앉는.
“아직도 코코아 많이 좋아하는구나.”
“내가 지금 듣고 싶은건 그딴 잡소리가 아니라 용건이야.”
“나경아….”
나경은 입안에서 잘근잘근 필터만 꺠물고 있던 담배를
손으로 획 낚아채곤 테이블 위에 놓여진 재떨이 안에 비볐다.
불도 붙이지 않은, 필터에 이 자국만 생생히 새겨진 담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속이 다 터져나와 꽤나 흉한 꼴로 재떨이 안에 널부러졌다.
하지만 나경의 표정은 펴질줄 몰랐다.
오히려 고운 미간을 좀 더 찌푸렸다.
“아무리 머리로 용서한다고, 아니 용서했다고 말해도 도통 내 가슴은 말을 안 들어.
그래서 언니만 보면 심장이 뛰어. 그것도 불쾌하고 거북스럽게.”
“나…경아.”
“항상 언니는 미안한 표정이고, 또 죄진 표정이야. 그래서 내가 더 나빠지는거야.
사실 언니는 하나도 잘못한게 없잖아. 내가 언니한테 불쾌하고 거북스런 기분을 느낄 이유는 없어.
그런데 언니가 항상 그렇게 만들어 버려. 항상 나를 나쁜애로 만들어 버린다구.”
“……….”
“나한테 미안해 하지마. 나한테 죄스러워도 하지 말고.
언니가 현우오빠와 결혼한 건 어차피 처음부터 당연했던 거였어.
중간에 잠시 내가 끼어들어서 깽판 친 것 뿐이야. 그러니까…, 제발 그러니까…”
나경은 말 꼬리를 흐렸다. 차마 목이 콱 맥혀오는 기분에 다음 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말을 마무리 지어야만 했다.
울음이 벌써 다 차 올라 눈에서 눈물이 줄줄 새어나오는 한이 있더라도.
나경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헛기침으로 막힌 목을 푸는 듯 싶더니 다시 붉은 입술을 떼었다.
“그러니까 이제 울듯한 표정은 그만 해. 뱃속에 있는 아기한테도 안 좋을 뿐더러,
언니도 그리고 내 정신적 건강도 그리 썩 좋진 않을 꺼야.”
“…나경아, 나는…….”
“하아, 나 먼저 갈게. 하려던 얘기는 나중에 다시 만나거나 전화로 듣을게.
지금 기분으로는 도저히 못 듣겠어. 이해하지, 내 기분?”
“으응….”
“그래, 그럼 몸조리 잘해.”
나경은 들리지 않는 짧은 한숨과 함께 핸드백을 들고 일어섰다.
그리고 최대한 평소처럼 태연하고 도도한 걸음으로 카페를 나섰다.
또각또각, 바닥데 닿는 구두 소리가 매끄럽지 못했다. 현재 덜그럭 대는 마음처럼….
나경이 빠져나가고 카페에 홀로 남게 된 여자는 눈물이 가득 고인 눈에서 기어이 눈물을 쏟아냈다.
동글둥글한 눈물방울들은 거침없이 허벅지로 떨어져 치맛자락 적셨다.
하지만 그걸 아는 건지 모르는건지, 여자는 여전 눈물만 흘려대었다.
닦을 생각조차 하지 않으며 말이다.
“…미…안해, 나경아…….”
연한 하늘빛의 원피스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여자였다.
목소리는 천상 참한 여자의 목소리였고, 작은 어깨가 감싸주고 싶을 만큼 연약해보이는 여자였다.
그리고 두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이 절대로 천박해 보이지 않는 여자였다.
바로 옆 테이블에 손님이 두번 바뀔동안 여자는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이미 다 식어빠진 코코아를 멍하게 바라 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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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기분 한번 더럽게 좋으내.”
카페를 빠져나와 바로 택시를 잡아 탄 나경은 가까운 공원으로 향했다.
주말 연휴라 그런지 공원에는 가족이나 연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하지만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바글바글하진 않았다.
몇십년은 족히 되어보이는 나무 아래 빈 벤치에 털썩 앉은 나경은
가족끼리 혹은 연인끼리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곤 낮게 중얼거렸다.
자신의 인생을 한탄하듯, 그리고 자책하듯.
“니들은 즐겁기도 하겠다. 나는 지금 엿같은데….”
말을 조용히 내뱉으며 나경의 손은 익숙하게 핸드백을 뒤져 담배 한 갑과 라이터를 꺼내들었다.
이번에는 그냥 입에만 담배를 물고 있지 않고 불까지 붙여
자동차에서 나오는 뿌연 매연 못지 않게 탁한 담배연기를 뿜어내었다.
“후우.”
언제부터인가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담배였다.
끊어야지, 끊어야지 몇 번을 시도 하긴 했지만 이미 때는 늦을만큼 늦어 있었다.
이미 니코틴에 충분히 중독되어 있는 몸이었다.
담배연기는 허공으로 뱉어져 금방 바람에 의해 산산조각 났다.
꼭 그 모양이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끝내 추억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잊혀지는 것 같아보였다.
그래서인지 담배맛은 언제나 씁쓸했다. 적어도 나경에게 만큼은.
“……….”
벌써 담배 한가치를 다 태운 나경은 아쉽다는 듯 짧은 필터 꽁초를 바닥에 짓이겻다.
담배를 한대 더 필까 하는 마음에 핸드백으로 손을 향하던
나경은 짐짓 무슨 생각에 잠기는 듯 하더니 이내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 입가에 담배맛과 같은 씁쓸한 자조적인 웃음을 내비쳤다.
' 나는 네가 담배 피는 모습은 진짜 섹시한데, 키스할때 담배 냄새 나는 건 싫더라. '
왜 갑자기 불현 듯 그의 말이 생각 났을까?
키스할 때 담배 냄새가 싫다던 그가 왜 생각 났을까…?
왜 하필이면 그를 떠올렸을까……?
하필이면 왜, 왜…그였을까?
“하아. 지나경, 쇼한다. 정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의문들을 나경은 두 눈을 감으며 단번에 싹 다 지웠다.
그리고 이내 입가에 차갑디 차가운 냉소적인 웃음을 띄웠다.
자신의 친언니의 남편이 되어 형부가 되어버린 사람이었다.
분명 사랑한다고 속삭이면서도 모질에 떼어내버리고 이제는 한 가족이 되어버린 사람이었다.
미워해야하는데, 원망해야하는데, 증오해야하는데….
가끔 이것들은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젠장….”
저도 모르게 욕이 절로 흘러나왔다.
나는 지금 내가 아닌 언니를 택한 그에게 화가 나는 건가,
아니면 아직도 그런 그를 잊지 못해 안달인 나에게 화가 나는건가?
…아마도, 아니 분명 후자 쪽이겠지. 지나경이란 한심한 여자는….
나경은 벤치에 앉아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가도록 두 눈을 감고 바람을 맞았다.
머릿속의 상념들을 모두 다 바람에 털어버리려는 듯, 그렇게….